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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의 해피 버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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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5, 2017 00:00에 작성됨.

생일 축하해!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축하들이 다시 해를 넘어 돌아왔다. 나는 싱긋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로 답하고는, 조금 비뚤어진 고깔모자를 고쳐썼다. 그러고는 케이크에 꽂힌 초 몇 개의 불을 훅 불어 껐다.

 

"와아아!"

 

짝짝짝!

 

그 뒤로 이어지는 박수세례와 함성. 오늘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생일이라는 게, 확 실감나는 순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두웠던 주변이 다시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자 한 눈에 들어오는 사무소 사람들의 얼굴.

 

"치하야! 이걸로 또 차이가 벌어졌네.....뭐, 이 쪽도 좀 지나면 생일이 돌아올테니 상관없으려나."

"축하는 몇 번을 말해도 모자르니까, 다시 한 번 축하해!"

"여, 여기 선물. 치하야쨩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응후훗~ 선물이라면 이 쪽도 있다구!?"

 

제각기 다른 얼굴에서, 하나의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친근하게 등이나 어깨를 두드리는 이도 있었고, 벌써부터 선물을 보이는 쪽도 있었다.

 

생일. 1년에 한 번밖에 돌아오지 않는 특별한 기념일. 예전, 주위에 아무도 없었던 시절에는 그리 큰 감흥없이 지나치고 말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그래, 아마 내가 처음으로 이 사무소에 들어왔을 때부터였을 거야.

 

그다지 생일을 특별히 언급한 적은 없었다. 기억에 명확히 남아있지는 않지만, 아마 이야기를 했더라도 그냥 흘러가는 식으로 했었을 텐데. 그런데도 이 곳 사람들은 용케 그걸 기억해주고, 축하를 해주었다. 어디서 사왔는 지도 알 수 없는 작은 케이크 하나와 함께.

 

축하 파티는 한 번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다다음해에도 쭉 이어져온 그것은, 모두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지금까지에도 이어져오고 있었다.

 

".....모두, 고마워."

 

나는 여기저기서 오는 선물들을 한 아름 안아들고는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 없는 좁은 사무소 안에, 단 하나의 열외도 없이 모여있는 사람들. 정말, 다들 바쁠텐데.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그 때랑 변함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헤헷, 치하야 씨. 한 조각 더 드릴까요?"

"아니, 이미 충분해."

"그래? 그럼.....이 쪽이 하나 더 받아갈까?"

"네! 얼마든지요! 아직 아직 많으니까요!"

"정말, 다음부터는 케이크는 2개까지만이라고 미리 제한해두는 게 좋을 정도로 잔뜩이라니까.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하아.....이거 어떻게 좀 안되겠니?"

"괜찮아! 타카네가 있는 걸. 앗! 하는 사이에 전부 해치워줄거야."

"저는 처리 담당이 아닙니다. 그, 일단은 사양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기쁜 일이었다. 응, 정말로. 거짓말이 아니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젠 너무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났다. 익숙해졌다는 건 더 이상 놀랍지는 않다는 것. 당연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횟수로만 따진다면 이미 몇 번이고 마주한 거라서 그런 걸까.

 

혼자서는 다 가져가지도 못할 선물들을 소파 한 구석에 놓아둔 뒤, 거추장스러운 고깔모자 또한 벗어서 탁자의 빈 자리에 올려두었다. 마지막으로는 조용히 창가에 기대어 섰다. 바로 앞에는 모두가 와글와글 떠드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용케 전부가 모였네."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그치그치."

"휴우, 오늘 못 오면 어쩌나- 했어. 겨우 다 끝났나 싶었는데 갑자기 또 추가 촬영이 들어와서는......"

 

파티의 주역이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을 수는 없는 법이겠지. 그렇지만 조금은 봐주거나 하면 안될까. 예전에 비하면 많이 밝아졌다는 평을 듣기는 해도, 아직 저런 풍경에 아무렇지도 않게 녹아들 정도는 아니다보니.

 

.....나로서는 이렇게 지켜보는 것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즐거워.

 

그러니까 굳이 부르지 않아도 괜찮아, 미키. 미나세 씨하고 수다 떠는 줄 알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 쪽을 향해 손을 뻗는 찰랑이는 금발 소녀에게, 나는 곤란한 웃음을 보냈다. 그러자 미키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바로 또 모두의 틈바구니 속으로 솔랑 그 모습을 감추었다.

 

"......이번 생일도, 이렇게 지나가는 구나."

 

나는 들릴 들 말 듯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아마 작년에도 이 비슷한 말을 했었던 것 같았는데. 나는 살짝 눈을 감고, 지난번 생일들을 떠올려보았다. 세세한 내용은 달랐지만, 전체적인 풍경은 비슷했다. 재작년도, 재재작년도. 그보다 훨씬 전에.....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라고 하는 인간의 생일을 모두가 축하해준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

 

그렇지만, 정말 솔직히 말한다면.....그, 조금은 질린다는 감이 없지는 않았다. 후후, 이런 걸 배부른 사람의 투정이라고 하는 걸까. 인간이라는 건 정말 만족을 모르는 생물이구나. 만족을 모르기에, 그만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치하야쨩, 여기 있었구나."

 

잠깐 쓸데없는 잡상에 잠겨있을 때였다. 돌연 바로 옆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알고 있는 이의 목소리였기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나는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는, 목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앞서 보았던 초록색 눈과는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둥근 눈이, 이 쪽을 보고 있었다.

 

"한참 찾았어."

"모두가 부르고 있기라도 한 거야?"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문뜩 생각해보니 오늘따라 파티의 주인공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후후, 그러니."

 

하루카에 맞춰주는 것도 잠시, 나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내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모였다는 건 실은 단순한 구실에 불과한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은 저마다 모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번에는 공주찡, 이번에는 치하야 언니, 다음에는 야요잇치인가!"

"그렇네. 야요이에게는 뭘 주는 게 좋을까?"

"이오리쨩이 주는 거라면 뭐든 괜찮을지도-"

"오오- 그렇다면 죽음의 데~스핫소스도 괜찮다는 소뤼이?"

"흥, 그런 거 줄 리가 없잖아. 야요이한테는 아주 특별한 걸 줄 거라고."

"특별한 거? 뭔데뭔데!?"

"궁금하니까 알려줘!"

 

그 중에는 떠드는 걸 넘어, 아예 까불고 뛰노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무심코 웃음까지 튀어나오기까지 하는 걸. 나는 황급히 입가에 손을 대어 터져나오는 웃음 소리를 막았다. 굳이 따져본다면 전에도 봤었을 게 틀림없을 그런 풍경. 여전히 잘 먹혀들어가는 농담이긴 하지만.

 

"그렇다해도 치하야쨩, 어딘가 심심해보이네."

 

같이 웃고 있던 하루카가 손 끝으로 팔뚝을 툭툭 건드렸다. 글쎄, 그 쪽이 더 심심하지 않았을까. 이 쪽이 별다른 상대를 해주지 않아서.

 

"그렇네."

 

물론 그렇다고, 이 쪽은 심심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좋으니 다같이 놀지 않을래?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말씀은 고맙지만, 그래도."

 

나는 창가에 기대고 있는 걸 그만두고는 천천히 소파 쪽으로 향했다. 산처럼 쌓인 선물상자들 옆에, 얼마 남지 않은 자리가 하나. 조금 나른해진 몸을 그 곳에 밀어넣다시피 앉자, 하루카는 이 쪽을 빤히 들여다보며 씩 웃었다.

 

"뭐야 치하야쨩. 벌써 지쳤어?"

"그런 건 아니야."

"그럼, 이번 파티가 지루했다는 걸까."

"완전히는 부정 못하겠네."

 

그러자 하루카의 두 눈이 순간 동그래지더니, 곧 원래의 반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거기에는 어딘지 기분나쁜 웃음도 하나 곁들어져 있었다.

 

"후후, 그러신가요? 이것 참 미안하게 되었네요. 다음 생일에는 좀 더 멋지고 근사하고 색다른 방향으로 꾸며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도록 하지요."

"아니.....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되는데."

"그렇지! 좋은 건 바로바로 하라고 했으니 지금 당장이라도 분위기를 바꾸는 게 좋으려나. 자, 그럼....."

 

하루카는 내 말도 듣지 않고, 갑자기 모두를 불러모으려고 했다. 날 생각해주는 건 고맙지만, 그, 지금이 싫다는 건 전혀 아니니까!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 주변을 벗어나기 일보 직전이었던 하루카를 붙잡아 끌어들였다.

 

"그러지 않아도 돼."

"그래?"

 

하루카가 이 쪽을 향해 돌아보았다. 이 쪽을 유심히 살피는 눈빛에 조금 긴장이 되면서도, 나는 끝까지 괜찮다는 주장을 밀었다. 거짓말이 아니니까.

 

"솔직히, 조금 질려버린 건 사실. 그렇지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처음에는 무척 놀랐다. 그 다음에는 기뻤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놀라움은 사라졌다. 기쁨 또한 줄어들었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그 기쁨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건 결코 아니었다.

 

"그러니까 괜찮아."

 

이젠 너무나도 당연하게 된 생일 파티. 조금 질렸긴 해도, 완전히 질려버리는 일 같은 건 전혀 없을테니까. 말재주가 없어 내 마음을 그리 능숙하게 전하지 못했지만, 하루카는 이미 잘 알아들었다는 듯 방긋 웃었다.

 

"헤에, 그런가. 좀 아쉽게 되었네. 거기다 시간이 또 이렇게 되었으니 뭔가 하려고 해도 무리겠고."

 

그러고는 창 쪽에 시선을 옮겼다. 이 쪽도 똑같이 그 쪽을 바라보자, 바깥은 어두컴컴해져있었다. 이 날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네.

 

생일. 1년에 단 하루밖에 없는 날.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날. 한 때는 일상과 별다른 차이점을 두지 않았지만, 좀 전부터는.....그리고 또 지금은.....나는 어딘가 좀 복잡미묘한 마음으로 도로 소파 한 구석에 기어들어갔다. 그러자 하루카가 다시 이 쪽을 불렀다.

 

"치하야쨩."

"응."

"생일, 축하해."

"아까도 들었어."

"질렸어?"

"조금은."

"아쉽네~ 내년도 내후년도 계-속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치하야쨩이 질렸다고 말하니 어떻게 할 수가 없겠네."

 

하루카는 입을 비죽이며 그리 말했지만, 삐진 건 아니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소파 모서리를 붙잡고 있는 하루카의 손을 슬쩍 어루만졌다.

 

"으응?"

 

일부러 고개를 돌리고 있던 하루카가 도로 이 쪽을 돌아보았다.

 

"과하지 않을 정도라면, 조금은 특이한 거라도 괜찮을 것 같아."

"그래? 그럼, 원하시는 대로."

 

하루카가 여기로 완전히 몸을 틀었다. 이 쪽이 만지고 있었을 손은, 어느 순간부터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있었다. 슥 다가와서는, 허리를 굽히는 하루카. 불빛을 등지고 있어 조금 그늘이 진 얼굴에는, 장난기과 함께 묘한 분위기가 감도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천천히, 조금씩.

 

갈수록 점점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되는 그 얼굴. 나는 피하는 일 없이,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웃음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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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라기 치하야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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