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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가 프로토스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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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3, 2017 23:08에 작성됨.

나는 중요한 업무를 끝내고, 사무소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보고 있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온 이후,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보다도 온라인 게임, 특히 스타크래프트가 활성화되지 않았단 것이였다. 

요즘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가 옛날 게임 소리를 듣긴 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인기있는 게임 아닌가. 

하지만 일본은 정반대였다.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고 배틀넷도 텅텅 비어있었으며 

운좋게 외국서버를 접속해도 접속(핑)이 잘 되지 않아 즐길 게임도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과거 선수들의 명경기를 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의 담당 아이돌인 나나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아앗, 프로듀서씨! 우사밍 레이더에 감지됐습니다!" 

분명 스타크래프트가 그렇게 문제되는 게임은 아니지만 나는 잠깐 화면을 내리고 아무것도 아닌 척 했다. 

"안된다구요, 프로듀서씨? 어디..무얼 보았나.. 우사밍 스캔!!" 

나나가 내 마우스를 뺏고 창을 열었다. 스타크래프트 영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영상 내 선수 중 한 명은 송병구. 예전부터 가장 좋아하던 선수 중 하나였고 그의 게임영상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었다. 

그가 지금 캐리어를 이끌고, 적 저그 기지를 싸그리 싹싹 쓸어버리고 있었다. 

"아, 저건 우주모함이로군요! 정찰기랑 다르게 성공작이였죠! 저렇게 저그를 싹싹 쓸어버리니 제 마음도 시원해지네요!" 

영상에 집중하던 중, 끼어든 나나의 말은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스타크래프트는 일본에서는 불모지 컨텐츠였고 

특히 나나는 옛날 90년대 이후 문화는 거의 아는게 없었다.(왜인진 모르겠다.) 

"잠깐만, 나나? 너가 어떻게 저걸 알아?" 

나는 영상을 꺼버리고, 나나에게 물었다. 의문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야.. 나나는 아이어의 집행관..." 

폭탄발언이 터져나왔다. 곧이어 나나는 소리를 지르며 방금 말을 후회했다. 

"으아아아!! 절대 말하면 안되는 사실이였는데!" 

"그러면 나나가 프로토스라도 된다는거야?! 원래부터 17살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원래부터 17살이 아니라뇨!" 라는 말과 함께 나나는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할 수 없군요. 제 정체를 밝힐 수 밖에." 

나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문앞에 손을 뻗었다. 문은 그렇게 공간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입을 다물지 못한 나를 보며 나나는 "제가 원할때 복구될꺼에요. 꺄핫!" 이라 말했다. 

그리고 나나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싹 쓸었다. 그러자.. 나나의 원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분명 프로토스의 외형이였다. 나나의 146cm 신장은 점점 커져 3m는 가깝게 커졌고 

그녀의 나이스바디는 홀쭉해지기 시작했다. 이목구비는 점점 단순화되면서도 눈은 타올라갔으며

말랑말랑하던 손은 마치 당수만으로도 짐승을 일도양단 낼 정도로 딱딱해보였다. 다만, 특유의 토끼귀만은 형태로 남아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건.. 부끄럽네요.. 프로듀서." 프로토스는 입이 없으므로 그녀의 말은 머릿속을 통해 전달됐다. 

"어...어버버버.." 차마 말이 나오질 않았다. 프로토스는 애초에 가상의 존재 아니였던가?  

"이참에.. 제가 이곳으로 와서 나나가 된 이유도 알려드릴게요." 

"어..그래..알았어.." 평소 아무말에도 무력하게 당하던 나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나는 목소리가 콩알만해졌다. 

"저희 종족은 젤나가에 의해 태어났고, 저는 프로토스 문명의 전성기 때 태어났죠."

"그러면 혹시.. 태사다르라고 알아?" 일단 아는대로 물어보았다.

"아, 그 풋내기요? 그 자와는 사이오닉 수련을 많이 했지요. 뭐, 잠재성은 조금 보였으니까!" 

'태사다르가 풋내기라고? 훗날 그의 미래를 알고있다면 그런 말이 나오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토스가 왠만한 인간의 사고를 읽을 수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고

나나는 나의 생각을 전부 알고 있었다.

"프로듀서, 그 자가 나중에 무언가 큰 일을 하기도 하나요?"

"그건 나중에 말할게. 나나. 넌 대체 몇년 즈음에 온거고, 대체 왜 여기서 아이돌 일을 하고 있는거야?"

정말로 궁금했다. 그 자존심 높은 프로토스가 대체 왜 여기서 아이돌 일을 하고 있는걸까.

특히 나나의 아이돌 활동은 몇년동안 매우 비극적이였다. 프로토스의 자존심과 체면이 그걸 허락한다는건가?

"2490년이였나요.. 저희가 탐사활동을 나가던 중, 저희는 저그 병력을 만나서 괴멸당할 위기에 처했어요."

"2490년..? 시간여행이라도 했다는거야?"

나나는 내 질문에 사이오닉 에너지를 사용해 화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 답해주었다. 저그와 마주친 왕복선.

저그 떼에 괴멸당하는 프로토스. 마지막까지 싸우려는 나나를 정지장에 가둔 뒤 시간을 돌리는 집행관. 

돌아가는 시간 속에 갇힌 채 눈물을 흘리는 한 명의 프로토스. 그리고.. 아키하바라..

"그렇게 제가 온 곳이 이 지구. 테란이라고 알려진 생명체들이 잔뜩 있는 곳이죠. 전 맨몸으로 아키하바라에 당도했고.."

"왜 거기인거야.." 마지막이 조금 허무했다.

"거기에선 아무 사이오닉 장비도 쓸모가 없었어요. 결국 저는 기사단의 자존심을 버렸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저는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형을 만들기로 했죠. 메이드.. 토끼귀.. 특이한 말투.. 17세.."

그러면서 또 한번 그녀의 과거를 보여주었다. 한때 위대한 프로토스는 아키하바라의 토끼귀 메이드가 되었다.

그녀는 몇년간을 멸시와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미시로 프로덕션에서 스카우트 됐을때도 아이돌이 목적이 아닌 카페 메이드 하나일 뿐이였다.

"프로듀서씨가 없었다면.. 전 둘 중 하나였겠죠. 미개한 탈다림처럼 모든걸 부시며 다녔거나.. 아니면 희망 한조각조차 없는 인생을 살았던가..

프로듀서가 있었기에.. 저는 프로토스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만족하며 살 수 있어요.."

그 말과 함께 나나는 다시 원래..아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울지 않아도 돼. 난 너가 아이돌을 그만둘때까지 너의 프로듀서니까."

"프로듀서.." 나나는 그 말과 함께 날 더 굳게 껴안았다.

"그러고보니, 그러면 나나는 400살은 넘었을 거 같은데.. 아이돌활동 진짜 괜찮은거야?"

"물론이죠! 제가 프로듀서보다 나이를 한 오백예순여덟살 정도 더 먹었다고 해도, 제 아이돌 활동은 끝나지 않아요!

테란식 표현을 써서 말하자면, 전 아직 어떤 아이돌을 마주하더라도 당당할 수 있지요!"

"그말은.. 600이 넘었다는거네, 풋.."

"아...아아아아아아앗!!! 프로듀서! 그건 절대 비밀이에요!!"

결국 나나는 어떻게 되든 나이에 관련된 말에는 영원히 약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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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젤나나 드립을 활용해서 만들어본 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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