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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왕의 괴물. 그리고 사냥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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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3, 2017 20:59에 작성됨.

고대의 역사를 알고 싶다고? 네가 이런 역사에 흥미를 가질줄을 몰랐는데...

 

좋아. 좋아. 지금 기분도 좋으니까 알려줄게. 흐음. 뭐가 좋을까...

오만불손한 여왕님을 백성들의 암퇘지로 만든 이야기?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이야기를 담은 교육적인 이야기인데...

 

응? 관심 없어?

 

그렇다면 고문의 구덩이에서 내가 당했던 고문들을 이야기해줄까? 지금은 잊혀진 고문도 많을 텐데 말야. 아찔할 정도로 아파서 수도없이 가버렸지... 나중에 익숙해져 버렸지만.

 

이것도 싫다고? 흐음.

 

그래. 그때를 논할때엔 '그것'을 빼놓을수가 없지. 입에 담기도 싫은 그 괴물녀석 말이야.

문명의 성벽을 가볍게 넘을만큼 거대한 몸체. 광물과도 같이 단단한 몸. 그 혐오스럽고 더럽게 못생긴 얼굴.

그 녀석이 손을 휘두르면 수천의 병사들이 고깃덩이가 되어버렸지. 녀석의 뱀과 같은 몸통이 한번 휘둘러지면 도시가 완전히 박살나버렸지. 괴물이 피를 흘리면, 그 피가 살아있는 것처럼 희생자들을 추적하여 단번에 적의 머리를 꿰뚫어버렸지... 흠. 이 이야기에는 흥미가 있는듯 하네.

 

골렘병단. 그 강력하고도 강력한 마법 골렘들이, 녀석 앞에서는 마치 어린아이와도 같이 쓸려나가버렸지. 손짓 한번에, 마지 과자처럼 으스러지고, 부서지면서 사라지는 모습은 어떤 마법이나 검격도 불가능한 것이었지.

수천, 수만의 병사들이 녀석의 피와 살이 되어버렸어.

'별'의 군세건, 문명의 군세건, 거릴껏 없이 말야.

 

공든 탑을 애써 올렸더니, 한번에 부서지는 느낌. 혹시 알아?

공들여 내 것으로 만든 도시가, 몇시간 만에 잿더미가 되어버렸지.

나의 장대하고도 원대한 계획을, 단 몇번의 손짓과 발걸음으로 박살내버렸어.

결국 가장 강력했던 별의 사도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녀석과 대결을 펼쳤지.

 

[하찮은 '별'의 노예가! 그 무엇도 주인님을 막을수 없다!]

 

"...흥."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넘긴다음, 사도는 별이 직접 축복을 내린 검을 들고, 푸른 빛을 내뿜으면서 녀석에게 달려들었지.

몇날 며칠을 싸웠는지 몰라. 둘 다 유효타를 주지 못했으니까. 녀석은 어떤 부위를 베어도 빠르게 재생되었고, 사도는 공격을 전부 회피하면서 검을 휘둘렀으니까.

 

사도는 재빠르게 날아다니면서 녀석의 강철과도 같이 단단한, 거대한 몸체를 베면서도 끊임없이 약점을 찾았고, 괴물은 자신의 피를 사도에게 끊임없이 추적시키고 몸을 움직이고, 재생하면서 사도를 노렸지.

 

...아. 네 말대로야. 사도는 불멸이지. 맞아. 하지만 녀석의 힘은 '태양'에게서 직접 받는 힘이거든. 녀석에게 공격당하면 부활에 제일 필요한 것마저 검은 불길에 타버리거든. 그래서 놈과 싸우는 것은 정말 목숨을 건 일이었어.

며칠 밤낮을 지치지도 않고 싸우던 그녀들은, 문명의 개입으로 마무리가 되었지...

괴물과 사도가 싸우던 황무지에, 엄청난 양의 공성병기와 마법병기들을 끌고온거야. 삼자가 모두 적이었기에, 둘중 하나... 운이 좋으면 둘 다 죽을것이라고 생각하고 끌고왔던것 같아.

아... 수많은 트레뷰셋과 캐터펄트와 마법들이 한번에 다 꽂혀버리는 장관은 앞으로도 볼수 없을거야. 아무튼 그 공격에, 두 존재 모두 틈이 생겨버리고 말았어. 하지만 괴물의 틈이 더 컸지... 사도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고... 그녀의 검이 정확하게 놈의 심장을 박아버렸지.

 

아. 놈의 비명소리... 정말 흉악하고도 끔찍했어. 심장이 찔리자마자, 괴성을 지르면서 놈의 몸은 걸쭉한 핏덩이로 변해버리더니 녹아버렸지.

하지만 사도 역시 멀쩡한건 아니었어. 며칠을 쉴새없이 피한데다가 폭발에 휩쓸려서 큰 상처를 입었거든. 쓰러진걸 확인하자마자 물러나버렸지. 그리고 한달동안 꼼짝없이 회복실에 틀어박혀 잠만 자야했어.

 

놈이 쓰러진 곳은 거대한 피의 늪이 되어버렸고, 이를 불길하게 여긴 문명은 이것을 전부 메워버렸지...

 

뭐. 그 괴물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놈이 부활하는 일도 없었고, 우리는 전쟁에서 패배해버렸지. 놈과 싸우지 않았더라면... 그 사도양이 좀더 힘을 발휘할수 있었을텐데... 흐음.

 

그래. 재미는 있었어?

...벌써 흥미를 잃은것 같네... 여기엔 나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지적인 존재는 없는걸까나.

그렇다면 나는 다시 '연기'를 하러가봐야겠어.

...자애로운 표정은 나의 십팔번 표정이거든.

 

.

.

.

 

슬럼가 특유의 죽은듯하고 초점없는 눈동자속에서, 루미는 탁하지만 밝게 빛나는 눈을 하고 있다.

낡고 지저분해보이는 곳에서, 루미는 깨끗하고 잘 정련된 갑옷과 검을 메고있다.

어떻게 보면 루미 역시 하류인생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그녀의 그것은 흔한 슬럼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슬럼가에 처박혀있는 마약쟁이들이나 시시껄렁한 불량배정도는 그녀에게 손을 대지도 못하는듯 하였다.

그런 그녀가 왜 또 슬럼가를 걷고있는가.

 

'흠.'

 

그녀는 슬럼가 내에서도 흐릿하게 풍기는 달콤한 사향의 냄새를 따라 걷고 있었다.

 

'사향냄새... 품질은 중급쯤.'

 

그녀는 생각해보았다.

최근 일로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최근의 사건으로 슬럼가가 뒤집어지는듯이 병사들이 수색하는 일이 잦다.

물론 그 근처 손님이 끊겨버린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슬럼가같은 위험한 곳에는 항상 '보호비'를 받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쉽게 말해, 갱의 리더이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탐문한 결과, 최근 슬럼가의 사정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은듯 하다. 그도 그럴듯 병사들이 이곳까지 순찰구역을 넓혀버렸고, 손님이 끊겨버려서 보호비로 받을 돈도 부족해지는듯하였다.

이곳의 갱의 리더는 머리가 비어있는 멍청한 자가 아닌, 나름대로 교활한 자라고 들었다. 그는 이러한 사태를 결코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즉, 그 누구보다도 이러한 일이 끝나기를 바라는 사람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곳인가."

 

루미가 멈추면서 올려다 본 곳은, 슬럼가의 건물과 특히 다를바가 없는 허름한 건물이었다. 그렇지만 그 건물의 문 앞에는, 험상궂게 생긴 남자 둘이 문을 지키고 서있었다.

 

"어이. 여긴 무슨 일로 왔냐? 돌아가라. 여긴 너 같은 여자가 올곳이 아니야."

 

"...너희들의 보스를 만나러왔다."

그 말에, 남자중 하나가 눈썹을 움찔하면서 그녀에게 묻는다.


"보스...? 넌 누구지?"

"괴물사냥꾼. 최근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 조사하는 중이다."

 

"괴물사냥꾼...?"

 

그들 역시 최근에 벌어지는 일들로 자신의 보스가 골머리를 앓고있다는 것을 아는지, 침묵한다.

 

"그러니까... 만나게 해줄건가. 말건가?"

"...잠시만 기다려라."

 

남성중 하나가 잠깐 문안으로 들어가더니, 몇분후에 다시 나온다.

 

"들어와도 좋다고 하신다. 단, 무기는 맡겨둬라."

 

"그래."

 

루미가 등뒤에 멘 검을 꺼내, 그에게 내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의 안은, 허름한 인상과는 반대로, 나름대로 아늑한 은신처라고 할수 있는 곳이었다.

 

"보스. 그 괴물사냥꾼입니다."

 

"들어와."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부하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쪽 방에는, 거구의 남성. 그렇지만 그 얼굴에는 교활한 지성이 옅보이는 남성이 책상 너머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흐음..."

 

루미가 방안으로 거침없이 걸어, 그의 앞에 선다.

 

"앉지."

 

두목이 손을 내밀어 의자를 권하지만, 루미는 말없이 책장에 등을 기대자, 그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뭐. 원하는대로 하라고. 괴물사냥꾼 양반. 어이. 물러가있어."

 

"예."

 

부하가 문을 닫고 나가자, 루미가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부하에게 용건을 들었겠지. 나는 정보가 필요하다."

 

루미가 그렇게 말하자, 그가 조용히 대답한다.

 

"...내가 너에게 정보를 주어야 하는 이유는 뭐지?"

 

"왜냐하면 네가 그 누구보다도 이 사건이 종결되기를 원하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등을 의자 받침대에 쭈욱 눕힌다.

 

"내가 그 정보를 가지고 있으리라 판단한 이유는?"

 

"너 나름대로 독자적인 조사를 실시했을테니까. 내가 홀로 조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었음이 분명할테니까."

 

"..."

 

그가 잠깐 루미를 보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너. 누구의 명을 받고 있하는 거지?"

 

"..."

 

그녀는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괴물사냥꾼이 대가없이 일한다고는 듣지 않았는데... 나로서는 남의 손으로 내 걱정거리를 털어버리니 상관없지만. 뭘 알고 싶지? 괴물사냥꾼."

"네가 알고있는 것."

 

"...그 빌어먹을 놈은 순찰하는 경로를 속속들이 아는듯 해. 최근에 순찰 병력을 늘렸지만 거의 발견되지 않았어."

 

"...거의?"

"그래. 딱 한번, 사흘전에 놈을 잡을 뻔했지."

 

루미가 약간 가까이 다가온다.

 

"자세히 말해줄수 있겠나?'

 

"내 부하들이 보고해준 그대로 말해주지. 녀석은 우리가 미끼로 던져준 놈을 덮치려고 했지. 그 순간 우리 부하들이 습격을 했고... 그 순간, 녀석은 갑자기 우리 시야에서 사라졌어."

 

"텔레포트?"

"아니. 자세히 둘러보니 저 멀리에서 도망가고 있더군."

"그렇다면 텔레포트는 아니군... 블링크정도의 마법일지도... 시간정지는... 너무 희박하지만 일단 가능성은 열어둬야겠군."

 

"녀석은 그 마법은 더 이상 쓰지 못하는듯 했어. 그렇게 계속 우리 애들과 추격전을 펼쳤지... 갑자기 어느 순간, 시야에서 놓쳐버렸지만 말이야."

 

"또 블링크를 쓴건가?"

"아니. 내 생각에는 어디엔가 숨어버린것 같아. 더럽게 복잡한 곳이니까... 유일한 소득은 녀석의 겉옷 뿐이었지만."

"겉옷이라고?"

"아아. 겉옷. 로브 같은 거였지."

 

"가지고 있나?"

"그럼."

 

그가 찬장 깊은 곳에서, 곱게 접힌 로브를 꺼내었다.

 

"여기있다."

"음."

 

'고급품... 맞는 말이야. 감촉으로 알수있어. 이 로브는 비단으로 만들었어. 암청색이군... 그 포주의 말과 같아. 냄새... 흐읍...'

 

루미가 로브의 안쪽에 코를 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이 냄새는... 장미향에 약한 오렌지향...  향유... 향유의 냄새야. 이런 향유는 왠만한 지위의 사람으로는 바르지도 못할 정도로 가격이 높지.'

 

"향유의 냄새가 나는군."

 

"뭣...?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는데."

 

"나는 코가 민감하다. 개보다 약간 떨어지는 후각을 가지고 있지."

 

그가 손가락을 따다닥 하고 책상위에 퉁긴다.

 

"향유는 돈 많은 귀족놈들이 많이 쓰는 거잖나."

 

"아아. 냄새는 장미향이 주에, 약한 오렌지 냄새가 섞여있는 냄새다."

 

"흐음..."

 

그가 잠깐 손을 턱에 대고 곰곰히 생각하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루미를 바라보고 물었다.

 

"...? 잠깐. 무슨 냄새가 난다고?"

 

"장미에 약한 오렌지."

 

"...내가 알기로, 장미와 오렌지를 수입해서 그런걸 만드는 곳은 딱 하나밖에 없지. '엔 엘르' 주로 상인이나 귀족들이 쓰는 화장품이나 사치품들을 파는 곳이지."

 

"...이 망토의 주인은 엔 엘르에서 구입한 향유를 쓰는 상류층... 이라는 말이겠군."

 

"그런 말이 되겠지... 도움이 되었나?"

 

"그래. 큰 도움이 되었다."

 

루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비즈니스라는거지. 내가 정보를 주지 않았으면 너는 며칠을 더 헤멨을지도 모르고, 최악의 경우 슬럼가 폐쇄라는 결정이 내려졌을지도 모르니까."

 

"비즈니스... 어쩌면 그 말은 어줍잖은 정보다 더 확실한 말일지도 모르지."

 

"하... 돈으로 얽힌 관계가 어쩔때보면 피보다 복잡하니까말야... 너는 나에게 있어 공짜로 녀석을 처리해주는 녀석이니까, 효율적이지. 안그래?"

 

"흠... 그럼 이만, 녀석을 잡으러 가보지."

 

"어이어이. 네가 그곳으로 쳐들어가서 '장부를 내놓아라.' 라고 할 셈이냐?"

 

"그럴 생각이다."

"너같은 괴물사냥꾼에게는 출입도 허락하지 않을텐데...?"

"글쎄... 녀석들은 나를 들여보내줄수밖에 없을것이다."

 

"확신에 차있는듯 하군... 뭐. 그럼 됬지."

 

"흠. 고맙다. 너의 정보는 매우 유용했다."

 

"그래. 그 개자식을 빨리 잡아서 처넣든, 죽여버리든 하라고."

 

루미가 작게 그에게 인사하고, 서둘러 무기를 챙겨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그곳인가...'

 

 

.

.

.

 

호가호위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누린다는 것이다.

루미는 확실히 강한 사람이었지만, 쓸데없는 말다툼이나 전투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그 상점으로 무리하게 잠입하거나 강행돌파를 하는 대신, 호랑이의 권세를 빌리기로 하였다.

 

'쉽고도, 쉽군.'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다.

 

확실히, 엔 엘르의 점원들은 루미의 격식에 맞지 않는 옷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따라가고 있는 것은 전번에 만났던 그 은발 시녀였으니까.

 

에미르에게 도움을 요청하자마자, 그는 즉시 시녀를 불러 나에게 붙여주었다. 그리고 종이에 무언가를 써서 시녀에게 주고는, '막히는 일이 있다면 이 종이를 주인에게 보여라.' 라고 말하였다.

 

"점장을 보게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일사천리라는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녀의 부탁에 점원은 즉시 고개를 숙이면서 그녀에게 대답한다.

 

잠시후, 점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약간 땀을 흘리면서 이곳으로 걸어왔다.

 

"에...에미르님의 시녀분... 공급은 원활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혹, 불만 사항이 있으신지..."

"아니요. 그것이 아닙니다. 용무가 있는것은 이분입니다."

 

그녀가 나를 가리키자, 점장이 나를 바라본다.

 

"이분은...?"

"괴물사냥꾼이신 와쿠이 루미님이십니다."

 

"음... 무슨 용무이신지...?"

"...이곳에, 장미향과 오렌지향이 나는 향유를 팔고있나?"

"하아... 네. 향유중에서도 고급인 제품이지요. 그것이 어째서..."

 

"그 향유를 판 사람들을 알고싶다. 바그다그안의 귀족을 대상으로 해서."

그 말에, 그가 곤란하다는듯 얼굴을 찡끄렸다.

 

"그...건. 조금... 장부 공개는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신용을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에미르님의 말이 있어도 조금... 그렇습니다."

 

"...잠깐 이것을."

 

시녀가 우아하게 품속에 넣어뒀던 종이를 꺼내, 그에게 내민다.

 

"음...?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 써져있는지 모르나, 이내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것을 보아, 그에게 있어 결코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 괜찮은 것입니까?"

"네.... 네네! 괜찮고 말고요! 괜찮습니다! 기... 기간은 어떻게..."

 

"...한달 사이의 거래내역을 부탁한다."

 

'향유의 유통기한은 한달 이내이니까 말이지.'

 

그가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전부 대령하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장부에는 무역품으로 파는 것도 있기에 조금 시간이 걸릴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루미가 어깨를 으쓱하였다.


"그렇다면야 어쩔수 없겠지."

 

"그렇다면, 저희 가게의 VIP룸에서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

 

"...괜찮겠나?"

루미가 시녀를 흘끗 바라보자, 시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습니다. 와쿠이님."

 

"그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지."

 

루미가 안내받은 VIP룸에는 가게의 고급 상품들로 꽉 차있는 곳이었다. 붉은 카펫과 커튼이 늘어져있었고, 좋은 향유냄새와 푹신한 소파와 침대. 좋은시샤까지있는 귀족의 휴게실과도 같은 곳이었다.

 

"흐음..."

 

루미가 검을 내려놓고, 능숙하게 시샤 근처의 소파에 앉는다. 그 옆에 시녀가 서자, 루미가 쓴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말하였다.

 

"앉아도 괜찮아. 너는 나를 모시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실례하겠습니다."

 

건너편의 의자에 시녀가 다소곳이 앉는다.

 

루미가 천천히 시샤로 손을 뻗어, 입으로 그것을 빨아들인다. 잠시후, 그녀의 입에서 뭉게뭉게한 연기가 포옥 하고 뿜어져나온다.

 

"...하아. 오렌지향에 사과향이 섞여있군... 좋은 맛이야."

 

"다행이군요... 음. 와쿠이님."

"후우... 뭐지?"

"...저기. 조금 궁금한게 있습니다."

 

"...?"

시녀가 잠깐 입을 달싹거리면서 말을 꺼낼까말까 하는듯 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저, 와쿠이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음유시인이 부르는것도 많고요."

 

루미가 한숨을 쉬었다.

 

"아... 칸나... 그래. 그렇겠지... 진실과는 '조금' 떨어져있게 과장된것들 말이지."

"하지만, 노래로도 만들어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루미를 바라보는 시녀의 눈은 반짝. 하고 빛나고 있었다.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

 

반짝반짝. 시녀의 눈과 표정은 거의 옛날 이야기를 듣기 직전의 아이와 같아보였다.

 

"음..."

 

보골보골...

 

"좋아. 그럼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이 이야기는 아마 너에게밖에 한적이 없을거야."

"아아! 유니크한 이야기로군요!"

 

'성격이 완전히 뒤바뀌었잖아... 아니. 이게 원래 성격인가?'

 

루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기억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 알고 있나?"

"요술 램프와 같이 말인가요?"

"아아. 이 지방에는 그러한 동화가 있었지. 맞아. 내가 만났던 존재. 그 존재는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였지... 이것은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야..."

 

 

 

따라서 유감스럽지만 다음 글은 루미의 또다른 과거회상입니다. 그래도 상당히 재밌는 이야기가 생각났거든요. 헿.

사실 처음 전개부분에서 우연히 범인과 마주쳐서 추격하는 씬으로 썼지만 너무 작위적이라 폐기해버렸습니다. 쓰면서 제일 고민한 화인듯 합니다.

다리나님. 이 글 보고 기운내세요!(기운낼 퀄리티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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