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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미식가 5화 - 아이돌들의 도시락! 남은 음식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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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3, 2017 16:41에 작성됨.

아이돌들의 이런저런 사건들이 일어날 뻔했으나 잘 무마시킨 프로듀서가 컴퓨터로 서류 작성을 하다 문득 시계를 본다.
저녁 여덟시 사십 분.
대부분의 아이돌들은 일이 끝나 집에 가거나 기숙사로 돌아갔고, 그나마 일이 있는 어른 조 아이돌들도 끝나면 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의 달콤한 집으로 향할 것이다.
프로듀서가 길게 기지개를 켜며 집에 갈 준비를 하느라 부스럭거리고 있는 치히로 씨를 쳐다본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화려한 가방에 이것저것 넣던 치히로 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왜 그러시죠, 프로듀서 씨?"

 

"아, 아니요. 치히로 씨는 일이 다 끝나셨나 해서요."

 

"네. 저는 누구처럼 아이돌들이 점심 도시락을 싸줘서 혼란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니까요."

 

"아, 과연...."

 

프로듀서가 치히로 씨의 가시 돋친 말에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뒷목을 조금 주물거린다.
그 자신도 그런 것에 말리고 싶지 않았다는 표정이 프로듀서의 얼굴에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쓰고 싶지 않은 듯, 치히로 씨는 나갈 준비가 끝나자 벌떡 일어나 사무소 쪽의 문으로 간다.
그래도 내일 뵐게요, 라고 프로듀서에게 작별의 인사만큼은 잊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답다고 해야 할까.

 

"휴우...."

 

프로듀서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피곤한지 목을 한 바퀴 돌리고는 다시 컴퓨터에 집중해 하던 서류작업을 끝마친다.

아직 많이도 남아 있는 서류 작업들과, 내일 전화해야하는 광고주들, 그리고 아이돌들에 대한 성장 기록등을 작성하던 프로듀서가 조금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시계를 쳐다본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각은 밤 열 시.
한 시간 이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피곤한 것은 그가 저녁을 먹지도 못하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길게 하품을 하던 프로듀서가 마치 의자에 앉은 채 죽은 시체처럼 멍하니 어둠이 깔린 창 밖을 쳐다보다가 중얼거린다.

 

"배가.... 고파졌다...."

 

하지만 프로듀서에겐 가까운 편의점으로 가 무언가를 살 시간도 아깝다.
해야 할 일은 아직 많았고, 이걸 빨리 끝낸다고 해 봐야 두 시간 이내로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프로듀서가 주린 배를 잡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마침 점심에 그녀들이 싸준 도시락이 옆에 남아있는 것을 보고 옅은 미소를 짓는다.

 

"이걸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으면 되겠군."

 

다행스럽게도, 사무소에는 아이돌들에게 줄 간식과 함께 인스턴트 차나 수프를 먹을 수 있게 비치해둔 전자레인지가 있다.
프로듀서가 흥흥흐흐흥하며 프레데리카가 곧잘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차갑게 식은 마유의 도시락을 먼저 집어든다.
반쯤 먹은 카레가 조금은 볼품없게 밥과 뒤섞여 있었지만 그런 것은 별로 문제가 안 된다는 듯이 헬기를 권총으로 떨어뜨리는 스티븐 시걸의 표정을 짓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쿄코가 만들어준 도시락의 뚜껑을 연다.
깎아놓고 먹지 않아 조금 색이 바랜 과일을 손가락으로 집어먹으며 프로듀서가 쿄코의 도시락에서 장조림을 꺼내 카레에 마구잡이로 투하한다.
카레의 샛노란 색이 조금 검게 번했지만, 그런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그 움직임을 몇 번 반복하던 프로듀서가 어느 정도 도시락이 차자 전자레인지로 가 카레와 장조림의 알 수 없는 합성물을 돌린다.

위잉-하고 전자레인지가 돌아가자 카레의 톡 쏘는 향기와 단백질이 익어가는 풍부한 육즙의 향기가 전자레인지를 타고 돌다 프로듀서의 코에 들어간

다.
프로듀서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전자레인지를 쳐다보다 역시나 조금 피곤했는지 시키가 만든 드링크(유동식?)을 한 입 마신다.
산소가 들어가서 그런지 아까 먹을 때는 또 다른 색다른 새큼함이 드링크에서 튀어나온다.
프로듀서가 그 새큼함에 기분 좋은 찡그림을 얼굴에 띄우고는 이제 가장 처치하기 곤란할 것 같은, 치에리의 프리타타가 든 도시락을 연다.
한 숟갈밖에 먹지 않아 모양이 거의 온전히 남아있는 프리타타를 보고 프로듀서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머 중얼거린다.

 

"거 참, 버릴 수도 없고..."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던 프로듀서가 마침 땡하는 소리를 내며 멈춘 전자레인지에서 따끈따끈해진 카레와 장조림의 혼합물을 꺼내고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프리타타가 든 도시락을 돌린다.
프리타타가 돌아가는 동안, 따끈따끈해진 장조림카레를 한 입 먹는다.
입 안에 가득 퍼지는, 육즙을 가득 머금은 카레.
역시나 그가 생각한대로, 배를 채우기에는 너무나도 알맞은데다가 맛까지 있는 훌륭한 식사였다.
프로듀서가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쿄코의 도시락에 다가가 남아있는 연어살주먹밥을 꺼내 조금 카레에 섞어 먹어본다.
이제는 무슨 요리인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의 음식이 되어버렸지만, 너무나도 훌륭한 맛에 프로듀서는 조금 감동까지 한다.
땡하고 전자레인지가 소리를 내가 프로듀서가 다가가 안에서 따끈따끈하게 잘 데워진 프리타타를 들고 자신의 책상으로 향한다.
자리를 잘 잡은 프로듀서가 섞어카레와 프리타타를 한 입.
맛이 없을 것을 각오하고 먹었건만, 꽤나 괜찮은지 프로듀서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프리타타를 쳐다보며 혼잣말을 한다."

 

"오, 이거 식으면 더 맛있어지는 유형의 프리타타구나..."

 

과연 치에리,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순간이라도 그녀의 음식이 맛이 없다고 생각한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잠시 빈 후에 빠르게 도시락을 비워나간다.
먹는 중간중간 쿄코의 연어살주먹밥을 비우는 것도 잊지 않은 프로듀서.
시키의 유동식을 먹는 중간중간 먹으니 왠지 와인맛이 난다.
보기에는 그다지 호화로운 식사는 아니지만, 불량한 미식가인 그에게는 딱 맞는 종류의 식사.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에게 받는 도시락보다 그를 잘 알아주고, 그를 위해주는 식사는 없다.
프로듀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한 개의 주먹밥, 마지막 한 숟갈의 섞어카레, 마지막 한 방울의 유동식(드링크), 마지막 한 숟갈의 프리타타도 남기지 않고 도시락을 깨끗이 비운다.
프로듀서가 도시락을 완전히 싹싹 비우고는 기지개를 켜며 다시 일을 시작한다.
가끔 입이 심심할 때는, 쿄코가 싸준 과일을 한 개씩.
피곤할 시간이 없는 하루와, 피곤해도 내색하지 않아야하는 하루들.
하지만 프로듀서는 이런 선물들이 있기에 이 일을 버텨낼 수 있다.

 

"오늘도 늦게 끝날 거 같으니, 도시락들을 집에 가기 전에 화장실에서 설거지 해 줘야겠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길게 하품을 하며 시계를 쳐다본다.
열 두시가 아직 되지 않은 시각.
초침은 프로듀서가 집에 갈 수 있을 때를 가리키러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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