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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미식가 4화 - 아이돌들의 도시락!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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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0, 2017 19:08에 작성됨.

리이나의 가자미조림의 맛을 되뇌일 틈도 없이 오늘도 작업이 시작된다.
서류더미와 전화 받는 일이 산더미.
프로듀서는 그 모든 것을 치히로 씨와 단 둘이 엄청난 속도로 처리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이 일은 너무나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프로듀서가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자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쳐다본다.

열한 시 사십 분. 곧 점심시간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그가 점심시간으로 가지고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한 시간, 오늘은 일이 많으니 삼십 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프로듀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질리도록 먹어서 이제 장어의 소스를 어떻게 만드는지까지도 알 것만 같은 편의점 장어덮밥도시락(3800원)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서가 길게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사무소에서 가장 위험하고, 그와 동시에 가장 사랑스러운 사쿠마 마유가 그에게 말을 건다.

 

"어머, 프로듀서 씨. 우연이네요오."

 

"아, 네. 사쿠마 씨. 우연이군요."

 

실은 절대 우연이 아니지만, 프로듀서는 마유의 말에 거역하지 않고 흐름에 맞춰 대답한다.
프로듀서의 말에 마유가 빙긋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도시락을 프로듀서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게 무엇인가요?"

 

"차암, 프로듀서 씨도. 마유가 직접 만든 도시락이예요오."

 

"사쿠마 씨가 만든.... 도시락입니까."

 

"네. 부디 드셔주셨으면 해요."

 

프로듀서가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마유는 마치 서큐버스처럼 농밀한 목소리로 그를 도시락의 발할라로 그를 안내한다.

어떤 의미로도 거절할 수 없는 프로듀서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소심한 목소리가 프로듀서의 등 뒤에서 작게 울려퍼진다.

 

"프, 프로듀서 씨, 저, 저도 도시락을...!"

 

"오가타 씨?!"

 

등 뒤에서 들리는, 작고 연약하지만 수틀리면 네잎클로버를 따듯이 목을 따버릴 것만 같은 목소리에 프로듀서가 한기를 느끼며 뒤를 돌아본다.네잎클로버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오가타 치에리가 그곳에 서 있었다.

프로듀서가 다른 의미로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필사적으로 진정하려 노력하며 입을 연다.

 

"오가타 씨, 무슨 일이십니까?"

 

"저, 저도 도시락을 싸 왔는데요...."

 

"도시락 말입니까?"

 

프로듀서가 치에리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도시락을 쳐다본다.
마유의 것보다는 크기가 작지만, 그래도 혼자 먹기에는 너무나 많은 양이 들어있을 것만 같은 도시락이 치에리의 손에 들려 있다.
프로듀서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치에리를 쳐다보자 그녀가 그의 시선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갑자기 흐느끼며 입을 연다.

 

"그렇군요, 제 도시락은 쓸모없는 거군요."

 

"저, 오가타 씨?"

 

"죽을게요죽을게요죽을게요죽을게요죽을게요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아아, 그만 두세요! 먹겠습니다, 먹을 테니까!"

 

"헤에, 프로듀서 씨, 그럼 마유의 도시락은...?"

 

"그것도, 그것도 먹을 테니까요!"

 

"그럼 제가 만든 도시락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덴져러스한 두 사람으로도 쩔쩔매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신은 또 하나의 난관을 주고 싶어하는 듯이 나긋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프로듀서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꽉 누르고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곳에는 가사만능 아이돌, 이가라시 쿄코가 겉보기에는 환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프로듀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답해 주세요, 프로듀서 씨. 드시기 싫으시다면 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도시락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니까요♬"

 

"이, 이가라시 씨, 그건 너무 비약하시는 건..."

 

"비약이요? 프로듀서 씨가 드셔주시지 않으시면 이건 쓰레기보다도 못한 존재라고요! 오히려 쓰레기통으로 가는게 행복한 삶이라고요?!"

 

프로듀서가 쿄코의 논리에 작게 한숨을 쉬고는 치히로 씨를 슬쩍 쳐다본다.
치히로 씨는 행복해 보이는 그에게 절대 도움의 손길같은 것은 주지 않겠다는 듯이 그의 시선을 무시해버리고는 샌드위치의 비닐을 벗겨 한 조각 입 속으로 털어넣는다.
프로듀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랑을 갈구하는 줄리엣처럼 그만을 쳐다보고 있는 세 사람의 시선을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한다.

 

"냐하-♪ 어라? 프로듀서, 뭐해?"

 

"오, 시키! 마침 잘 왔어!"

 

다행스럽게도 신은 그에게 지옥만 맛보게 하지는 않으려는 듯, 시키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그 불안정했던 감정선 상에 무기(도시락)도 없이 뛰어든다.
시키의 난입에 세 사람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지만, 그녀의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것을 보고는 경계를 풀고 모두들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시키가 있어서 다행이야,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의 체취를 맡고 있는 시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고보니 시키, 오늘은 일이 없었나?"

 

"없엉♬ 애초에 스케쥴을 관리하는건 너잖아?"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인간이라 모든 아이돌들의 스케쥴이 머릿속에 들어있지는..."

 

"뭐야, 그거. 시키냥은 네 머릿속을 조금도 차지하지 않고 있다는 걸까아?"

 

프로듀서의 말에 시키가 갑자기 낮은 말투로 프로듀서를 쳐다보며 히죽, 미소짓는다.
프로듀서가 시키의 것이 아닌 듯한 그녀의 말투에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쳐다본다.
어떤 표정도 떠 있지 않은, 그야말로 무표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날카롭고도 무딘 표정이 시키의 얼굴에 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공포를 느낀 프로듀서가 말을 더듬으면서 변명아닌 변명을 한다.

 

"아, 아니야! 시키는 완전히 귀엽다고 생각하고!"

 

"호오, 마유는 귀엽지 않은 걸까요오...."

 

"귀엽지않은저라서죄송합니다귀엽지않은저라서죄송합니다귀엽지않은저라서죄송합니다"

 

"먹지 않으면 저도 같이 이 쓰레기보다 못한 도시락과 함께 쓰레기통으로..."

 

"아아, 다 먹을 테니까! 다만 이 양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이 절대 아니니 조금씩만 먹도록 하겠습니다! 시키도 뭘 가지고 왔다면 책상 위에 올려놔!"

 

상황이 더 위험해지는 것을 막고자 프로듀서가 다급히 말하자 모두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다들 귀여운 여자아이들인데 말이야, 프로듀서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네 개의 도시락을 쳐다본다.

 

"응? 잠깐, 네 개?"

 

"시키냥의 것도 있음-."

 

"아, 과연...."

 

어떻게 갖고왔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도시락 자체가 플라스크 모양인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화약 처리를 한 음료 종류인 듯해 보인다.
프로듀서가 천천히 의자에 앉으며 길게 한숨을 쉬며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프로듀서가 그 한 마디를 시작으로 일단 수수한 색의 3단 도시락부터 열어본다.
1단에는 잘 만들어진 연어살 주먹밥, 2층에는 프로듀서가 좋아하는 장조림과 샐러드, 3층에는 후식으로 과일.
과일은 일단 나중에 먹어야겠다고 판단한 프로듀서가 주먹밥 하나와 장조림 하나를 입 속으로 털어넣는다.
좋은 재료를 사용했는지 부드럽게 살살 녹는 연어살과 고슬고슬한 밥의 맛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주먹밥.
프로듀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쿄코를 쳐다보며 입을 연다.

 

"이거, 이가라시 씨가 만든 거죠?"

 

"아, 아시겠어요? 에헤, 알아봐주셔서 다행이다♬"

 

정답이군, 프로듀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입가에 안도의 미소를 띄우며 장조림을 한 젓갈 집어 입에 넣는다.
짭조름한 고기맛. 프로듀서는 장조림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으나, 쿄코의 장조림은 그것을 뛰어넘는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이야, 잘 만들었네요. 이가라시 씨는 좋은 신부가 되겠어요."

 

"그, 그런가요. 그럼 저를 신부로..."

 

"프로듀서 씨, 마유의 것도 드셔보세요오."

 

쿄코가 무엇을 말하려던 찰나, 마유가 번개같은 반응속도로 프로듀서에게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건넨다.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유가 내민 정석적인 도시락을 받아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다.
프로듀서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 잔뜩 카레와 흰 쌀밥.
프로듀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모르게 마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마유가 싫지 않은 표정으로 프로듀서를 쳐다보다 조금은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연다.

 

"저어, 프로듀서 씨이...?"

 

"아, 미안해요, 사쿠마 씨.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그만큼 좋아해주신다는 건가요?"

 

"아, 네. 제가 요즘 카레에 푹 빠져있어서 말이죠."

 

프로듀서의 말에 다른 것을 만들어 왔는지 다른 세 명의 아이돌들이 치잇하고 혀를 차며 가래 끓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애써 무시한 프로듀서가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로 카레덮밥을 한 숟갈 뜬다.
그에게 맞춘 듯한 딱 맞는 스파이스. 그가 너무나 좋아하는 큼직큼직한 카레 속 고기들. 그러면서도 영양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야채들.
프로듀서가 다시 한 번 카레덮밥을 한 숟갈 떠 입 속으로 넣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유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찰나, 그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듯이 치에리가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프로듀서에게 내민다.

 

"프, 프로듀서 씨, 저의 것도 드셔주세요!"

 

"아, 네. 그럼 한 번 열어보겠습니다."

 

맛있는 카레를 두고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린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프로듀서가 카레의 유혹을 겨우내 이겨내고는 치에리의 도시락을 연다.
네잎클로버를 형상화 한 듯한 알록달록한 초록색의....

 

"으음, 이건 뭔가요?"

 

"프리타타인데요오.... 시금치, 싫어하시나요?"

 

"아뇨, 다만 프리타타라는게 이렇게 모양을 내는것이 가능한 것이었는지...."

 

...프리타타였다.
프로듀서는 어제도 프리타타를 먹었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프리타타를 떼어 입에 넣는다.
부드러운 달걀과 시금치의 맛.
날카로운 평을 내리자면, 앞의 두 사람이 만든 것보다는 맛이 없다....
하지만 이런 것을 말할 수 없는 프로듀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연다.

 

"맛있습니다. 계란과 시금치의 조화가 꽤나 훌륭하군요."

 

"감,감사합니다아... 근데, 더 안 드시는 건가요?"

 

"아, 다음 것이 남아 있기에..."

 

프로듀서가 치에리에게 적절한 변명을 하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플라스크를 쳐다본다.
저건 어떻게 봐도 이상한 약물로밖에 안 보이잖아, 프로듀서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플라스크에 손을 뻗는다.

 

"이야, 시키냥의 것은 맛있을 거라구♬"

 

"오, 오우. 그럼 한 번 먹어볼께."

 

프로듀서가 왠지 모르게 알 수 없는 불안한 기운이 느껴지는 플라스크에 손을 대고는 눈을 질끈 감고 내용물을 마신다.
꽤나 농도가 옅은 느낌의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려간다.

 

"어라? 아무런 반응이 없어?"

 

"시키냥이 뭘 만들거라 생각한거야? 그건 그냥 평범한 에너지 회복포션이라고?"

 

"....결국 유동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건가. 뭐, 맛은 있지만."

 

"냣핫하♬실험 대 성공!"

 

시키가 프로듀서의 대답에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짓는다.
프로듀서가 시키의 미소에 옅은 미소를 짓다가 왠지 느껴지는 따가운 눈초리에 식은땀을 흘리고 곁눈질로 시선들이 있는 곳을 쳐다본다.
마유, 치에리, 쿄코가 마치 다 먹지 않으면 오늘은 4자전쟁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프로듀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앞에 놓인 도시락들을 쳐다본다.
이걸 다 먹으려면 아카네가 되어야 하는데, 프로듀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묵묵히 도시락들에 담긴 내용물들을 먹는다.
오늘은 저녁도 이걸로 해야겠군.
프로듀서는 꺄아꺄아거리며 그를 놓고 대립하는 아이돌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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