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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미식가 3화 - 리이나 특제 가자미조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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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9, 2017 15:34에 작성됨.

오늘도 프로듀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아침 근무를 위하여 새벽같이 일어나 전철을 탄다.
어제 먹은 파스타와 고르곤졸라, 그리고 먹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몸에서 나는 풀향으로 보아 먹은 듯한 시금치 프리타타까지 고속도로가 뚫린 것처럼 장을 타고 내려가 이미 그의 뱃속에는 흔적조차 없다.
즉, 그에게는 그만이 필요로 하는 자유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아니, 애초에 시간이 있을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게 좋다.
그는 너무나도 바쁜 프로덕션의 하나밖에 없는 프로듀서이고, 그에게 있는 시간이라곤 점심먹을 시간과, 일찍 끝났을 때 잠깐 허기를 달래는 식사밖에 없으니까.
프로듀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전철에서 내려 사무소가 자리한 커다란 건물로 이동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소에 도착해 문을 열자 기숙사에서 막 나온 듯한 모습의 리이나와 미쿠가 무슨 일인가로 싸우고 있다.
분명히 또 애스터리스크 해산 어쩌구저쩌구하겠지,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녀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몸을 숨겨 그녀들의 대화소리를 듣는다.

 

"그러니까 아침으로 가자미조림 만들지 말라고 말하지 않냥!"

 

"왜?! 가자미조림이란거, 록하잖아!"

 

"절~대 록하지 않냥! 애초에 리-나쨩의 록은 언제나 쓰이는거냥?!"

 

"아, 아니야! 나는 정말로 가자미조림이 록하다고 생각한다고!"

 

어느 방면으로 봐서 록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프로듀서가 작게 중얼거리고는 굽혔던 몸을 일으킨다.
그제서야 프로듀서의 모습을 발견한 미쿠와 리이나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동시에 질문을 던진다.

 

"아침부터 가자미조림이라니 너무하지 않냥?!"

 

"아침부터 가자미조림은 록하지 않아요?!"

 

"....."

 

프로듀서가 그녀들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푹 숙인다.
프로듀서의 이도저도 아닌 대답에 미쿠와 리이나 둘 다 상처를 받았는지 입을 비쭉이며 프로듀서를 쳐다본다.
이 생사의 갈림길,아니, 생선의 갈림길에 프로듀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두 사람을 쳐다보다 가자미조림을 쳐다본다.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양념이 잘 밴 가자미조림.
불긋불긋한 양념이 조금 매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맛 때문에 찾게 되는 극상의 가자미조림이 눈 앞에 있었다.
프로듀서가 잠시 가자미조림을 쳐다보다 순식간에 공복이 느껴졌는지, 멍한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배가....고파졌다...."

 

"에? 프로듀서, 배고파요?"

 

리이나가 프로듀서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아직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질문을 던진다.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이나가 마침 잘 됐다는 듯이 그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듯한 가자미조림을 내민다.

 

"드셔보세요! 그리고 얼마나 맛있는지 미쿠에게 설명해 주시라고요!"

 

"그렇게 말해도 안 먹을꺼니까 말이냥?!"

 

미쿠가 리이나의 말에 딴지를 걸지만 공복인 프로듀서에게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가자미조림을 보는 시선에만 모든 힘이 집중되어 있다.
프로듀서가 천천히 가자미조림을 보다 리이나가 꺼낸 나무젓가락을 받아들고는 재빠른 속도로 쪼갠 후, 가자미조림의 속살을 파헤친다.
부드럽고 연한 속살이 젓가락에 조금씩 달라붙는다.
그것만으로, 이 가자미조림은 꽤나 역작이다라고, 프로듀서는 확신할 수 있다.

 

"...흐음, 꽤나 잘 만든거 같은데.

 

"그렇죠?! 그렇죠?!"

 

"아니, 그렇게 말해도 안 먹는다고 말하지 않냥!"

 

"그럼, 한 번 먹어봐도 괜찮을까?"

 

"그럼요! 한 번 드셔보세요!"

 

리이나가 프로듀서의 물음에 환한 미소로 대답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프로듀서가 그럼, 하고 말하고는 젓가락으로 두툼한 가자미의 속살을 집어 입 안에 넣는다.
마치 유려한 비단으로 감싸진 듯한 뽀얀 속살과 혀의 첫 대면.
혀는 마치 비단옷을 벗기려는 중세 시대의 귀족같이 가자미의 속살을 희롱하며 맛을 탐닉한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이 첫 번재로 혀를 자극하고, 그 부드러움 속에 녹아있는 흐물거리는 듯하면서도 강단 있는 단백질의 미각이 그 다음으로 혀를 자극한다.
그리고 찾아오는 양념의 맛.
하지만 그 양념은 맵지 않고, 오히려 가자미살에 잘 배어 멋진 콜라보레이션을 만든다.
프로듀서가 잠시 동안 젓가락을 내려놓고 리이나를 쳐다본다.
프로듀서의 반응을 기대하던 리이나가 조금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호, 혹시...맛 없나요...?"

 

"아, 아니, 이건... 절품의 것이다."

 

"그, 그런가요! 거 봐, 미쿠쨩! 내가 만든 가자미 조림은 맛없지 않다니까!"

 

"아니 그러니까 미쿠는 생선을 먹지 않는다냥-!"

 

미쿠는 리이나의 말의 포인드가 자신의 포인트와 어긋나있다는 것을 알리려 팔까지 내저으며 정정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미쿠의 말을 듣지 않고, 리이나는 맛있어하며 가자미 조림을 입에 계속해서 넣는 프로듀서를 쳐다본다.
프로듀서는 마치 기름치를 갈아넣어 왁스를 만들어내는 기계처럼 가자미 조림을 계속해서 입에 넣는다.
마치 가자미 조림을 탐닉하는 것처럼까지 보이는 모양새.
그러다보니 프로듀서의 젓가락에는 가자미 조림의 속살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고, 프로듀서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잘 먹었습니다."

 

"어때요, 괜찮죠?!"

 

"음, 훌륭해. 그런데 이 가자미 조림, 어디서 배운 거야?"

 

"그거야 인터넷에서 배웠는데요?"

 

"인터넷? 어느 인터넷?"

 

"그러니까..."

 

프로듀서의 말에 리이나가 휴대폰을 꺼내 이리저리 터치하다 프로듀서에게 자신이 찾았던 조리법을 보여준다.
프로듀서가 그 조리법을 유심히 살펴보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이거, 가자미 조림이 아니라 해물찜 조리법이잖아...."

 

"어, 어?!"

 

프로듀서의 말에 리이나가 미처 몰랐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조리법을 쳐다본다.

 

"뭐 됐어, 실수에서 방향성을 찾는 것도 록일수도 있지..."

 

"그, 그렇죠?! 그것도 록의 한 일종이죠?!"

 

"록의 의미가 리이나 쨩으로 인해 너무 방대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냥...."

 

"뭐, 뭐라구?! 미쿠, 애스터리스크 해산이얏!"

 

"바라는 바냥! P쨩, 애스터리스크 해산시켜달라냥!"

 

아, 오늘도 애스터리스크는 해산의 기로에 놓여있구나.
프로듀서는 오늘의 일상도 왠지 무사히 넘어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 그녀들을 말리지도 않고 그저 빙그레 미소만 띄우고 있다.
리이나가 만든 절품 가자미 조림, 아니 가자미 양념찜의 머리만이 그녀들과 프로듀서를 보며 한숨쉬는 것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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