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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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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8, 2017 23:22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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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 있었던 일은 우리 모두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그래서 얘기 안 합니다. 굳이 얘기해버리면 한 칸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게다가 저는 그 칸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 일 이후로 전혀 반성하지 않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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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프로듀서씨는 스카우트도 잘 하고 일도 잘 하셨지만, 유독 아이돌들과 마음이 안 맞는 일이 많았어요. 매번 새로운 아이를 데려와 훌륭하게 데뷔시켜 놓고서, 항상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다른 부서로 넘겨버리길 반복했죠. 언제나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을 하셨지만, 속으로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처음 후미카쨩이 왔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러다간 프로듀서씨도 언젠가 한계가 찾아오는 건 아닐까 싶었으니까요.

 다행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프로듀서씨가 마음이 맞는 상대를 찾은 모양이에요. 아직까지 서로 잘 지내고 있고, 오히려 너무 잘 맞나 싶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것도 좀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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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부터 묘했던 두 사람이지만, 오늘따라 더 묘하네요.... 파티 일정이 끝나고 나서 둘이서만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설마 엄한 짓을 한 건 아니겠죠? 그 프로듀서씨가?

 “프로듀서씨?”

 “네?”

 “혹시 어제 무슨 일 있었던 것 아니에요?”

 “...아닙니다.”

 그 프로듀서씨가, 항상 저한테 당당함을 넘어 가끔씩 오만한 자세까지 취하던 프로듀서씨가, 지금 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조금 심각하네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표정을 보면 아닌 게 아닌 것 같아요.

 아침부터 치히로씨가 정말 쓸데없이 예리하다. 평소라면 언제나 당당했겠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닌 게 아니니까. 그걸 들켰을 리는 없는데 어째서....

 “후미카쨩, 무슨 일 있었나요?”

 “...아니에요.”

 치히로씨가 어째서인지 엄청 예리합니다. 설마 제 마음을 한 번에 알아채는 분이 P씨 말고도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평소라면 순수하게 기뻤을 상황인데 지금은 이걸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걸 들켰을 리도 없는데 말이에요....

 “그, 그렇죠?”

 “그럼요! 그럼!”

 혹시, 정말로 들켜버린 건...?

 아닌 게 아니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네....

 아닌 게 아니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네...!

 ‘어제는 둘만 있었는데....’

 ‘파파라치...?’

 ‘그런...!’

 아니 잠깐, 지금 텔레파시 통한 거 아니야?

 사이킥?!

 방금 누구야?!

 “뭐, 뭐! 그렇겠죠! 프로듀서씨가 그런 짓을 할 만한 인물은 아니고요!”

 “당연합니다! 제가 그 정도도 모를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콜록! 콜록!”

 “왜, 왜왜왜 그그러니? 가가감기라도 거걸렸니?”

 왜 하필 지금 기침 하는거니, 왜! 언제나 알기 쉬운 너지만, 지금만큼은 좀 어떻게 안 되겠니?

 숨기려고 할 수록 점점 부담이 커져서... 죄송합니다....

 옳거니,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게 이런 거였군요....

 “후, 후미카쨩! 프로듀서씨! 곧 다음 일 있는 거 아닌가요?”

 “아아아! 그렇네! 그랬었네! 감사합니다!”

 “저, 저도 그럼....”

 

 ...이래서야

 

 말하지 않아도 다 알겠네!

 말하지 않아도 알겠네요.

 말하지 않아도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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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일괄적으로 이번 총선 상위 멤버들을 앨범 수록 현장에 데려다 주게 됐다.

 ...진짜 모르겠네.

 어쨌든, 저번에 치히로씨와 있었던 일 이후로 나는 앞으로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P씨.”

 “알고 있어.”

 저번 일 이후로, 남들 앞에서 P씨와 말할 때에는 조심하기로 했습니다. 서로 이름만 부르도록 하고, 대화는 최대한 줄이는 걸로. 그렇게 하면 들킬 일은 없을 겁니다.

 * 본편 1에서 치히로씨가 두 사람을 왜 의심하게 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탑승 인원 확인하겠습니다. 시부야 린, 타카가키 카에데, 아베 나나, 오가타 치에리, 시마무라 우즈키, 혼다 미오, 히메카와 유키, 타카모리 아이코양 까지. 모두 탑승하셨습니까?”

 “네!”

 일단 탑승까지는 안전하게 된 모양이다. 시작부터 긴장할 일은 없어서 다행이네.

 “프로듀서 씨, 후미카쨩 이름은 안 불러?”

 “아, 그렇네. 후미카?”

 “...네, P씨.”

 “OK. 모두 확인했습니다.”

 시작은 순조로운 모양이에요. 다행입니다....

 * 사실 순조롭지 않습니다.

 방금 사기사와 씨만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나요?

 여전히 이름으로 부르는구나. 왜 내 프로듀서는 아직도....

 어라? 프로듀서씨가 이름으로 부르는 상대도 있네요?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군요....

 * 다 들켰습니다.

 “출발 전에 소지품 먼저 확인해주십시오. 잊고 나온 물건이 있으시다면 바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음... 괜찮아요!”

 “다들 괜찮은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아, 후미카!”

 “네? ...아.”

 후미카가 늘 하고 다니던 헤어밴드를 하지 않고 나왔는데, 내가 말을 해주니까 이제서야 안 모양이다. 첫 앨범 수록이라 긴장이라도 한 걸까?

 한 번도 한 적 없는 실수입니다. 부끄럽습니다.

 “그... 프로듀서씨?”

 “아베 씨? 혹시 뭔가 두고 나오셨습니까?”

 “아뇨! 그건 아닌데!”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까부터 두 분의 분위기가 어째...

 나나는 못 물어보겠어요! 으으...!

 * 이미 후미카의 헤어밴드 따위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아... 하아... 초보적인 실수를....”

 방금 나간 것 같은데 벌써 왔다. 숨도 헐떡이는 걸 보니 정말 전속력으로 달려온 모양이다. 빠른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건 모르는 건가?

 “후미카.”

 “아, 네.”

 정신없이 뛰어오느라 머리는 신경을 못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P씨가 손으로 직접 머리를 만져주고 계세요. 이러면 시간이 더 걸릴텐데... 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이래서 있는 거였군요.

 “....”

 “...됐다. 이제 진짜 출발하겠습니다.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십시오.”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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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편을 보강하려던게 원래 계획이었지만, 다시 볼 마음이 들지 않아서 그냥 에필로그같은 느낌으로 썼습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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