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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어링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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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8, 2017 03:38에 작성됨.

츄르륵, 챡.

 

'어피어링 케인'이라 불리는 마술 도구가 있다. 평상시에는 하늘하늘한 천 조각에 이상한 물건이 달린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상한 물건의 잠금장치를 풀면 지팡이로 변하는 물건이다.
자세한 원리는... 비밀이다.

 

츄르륵.

 

마카베 미즈키는 지팡이가 된 어피어링 케인을 양 손으로 끝을 꾸깃꾸깃 누르더니, 지팡이를 천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러고선 팔을 한 바퀴 원을 그리며 내 앞에 보여주었다.

 

"사장님, 이거 보세요."
"으음? 뭔 일인가, 마카베 군."

 

챡.

 

"짜잔."

 

마카베가 쥔 주먹에서 지팡이가 빠르게 펼쳐지듯 나타나 마카베의 손에 쥐어졌다. 금속 재질이지만 어딘가 낡아 있어, 새 제품을 샀을 때 나는 광이라고는 느껴지지도 않는 지팡이였다.
마카베는 배턴 트와일링을 하듯 지팡이를 몇 번 능숙하게 돌린다. 중지를 중심으로, 검지, 약지, 검지, 약지, 거기서 던져서,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4회전을 하고선 왼손에 깔끔하게 안착하는 모습. 많이 연습했단 흔적이 묻어져 나온다. 그러고서는 지팡이를 나에게 건넸다.

 

"오옷, 역시 능숙하구먼!"
"감사합니다."

 

건네주길래 무의식적으로 받아버린 지팡이를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신품을 사면 날이 서 있었던 부분들이 안전하게 사포로 갈려 있었던 건지, 혹은 세월의 흔적과 수많은 연습 때문에 없어진 것인지 모두 뭉툭해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광이 나지 않았던 건 케인이 수없이 많이 접고 펼쳐져서 표면에 세로로 흉이 많이 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카베가 그랬듯 나도 꾸깃꾸깃 지팡이를 눌러 천 조각으로 만들었다. 천은 그 세월 동안 몇 번 갈아 낀 것 같아 비교적 새것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천을 달아두는 잠금장치에는 분명히 오래전, 처음 이 지팡이를 샀고 날이 선 부분들을 사포로 간 누군가가 꽁꽁 매어놓아서 풀기가 난감해진 천 조각의 끝부분이 너덜너덜하게 남아 있다.

 

"연습을 많이 했단 흔적이 보이는구먼. 아주 좋아!"
"..."
"헌데 이런 늦은 시간에 시어터도 아닌 사무소에 직접 와서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지. 무슨 이야기니?"
"돌려드맅르, 아, 혀 씹었어요.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돌려드리려 왔다고? 그러니까... 이 케인을?"

 

나도 마카베가 하듯 지팡이를 몇번 돌렸다. 손가락으로 두 바퀴를 돌리고 짧게 던져 공중에서 4바퀴를 돌면 자연스럽게 손에 들어오겠지. 하지만 묘하게 지금 가지고 있는 새 어피어링 케인보다 가벼워서 잘못하면 놓칠 뻔했다.

 

"네."
"거 참 신기한 인연일세."

 

-

 

마술을 보고 신기해하지 않는 아이는 없습니다. 두근두근,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반대되는 걸 보는 건 두근두근거립니다. 하지만,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도 마술이 들킬까 봐 두근두근해집니다. 두근두근, 마술은 정말 두근거리는 물건입니다.

 

두근거림을 처음 안겨준 마술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였을 거에요. 단지 눈이 마주쳤을 뿐인, 커다란 뿔테안경을 쓰고 있는 아저씨는 지긋이 웃으며 저에게 간단한 마술 하나를 보여주었습니다. 하늘하늘한 천 쪼가리를 윤기 나는 금속 지팡이로 챡, 지금 보면 간단하지만, 그때 봤을 땐 정말 대단한 마술이었습니다.

 

"어, 놀라지 않는구먼?"

"충분히 놀랐어요."

"정말로? 마술을 보고 놀라지 않은 아이는 네가 처음이네만."
"넫, 아니, 네."

 

분명 뚱한 표정이었겠죠. 그때에도 굳은 표정의 아이로 유명했으니까요. 하지만 가슴 속만큼은 두근두근, 솔직하게 뛰고 있었습니다.

 

"그래, 팅하고 왔다!"
"?"
"자네, 마술 한번 연습해보지 않겠나?"

 

아저씨는 지팡이를 손가락으로 돌리다가 공중에 던지고 다시 사뿐히 받아냈었습니다. 각각 빙글빙글 빙그르르, 2바퀴와 4바퀴였을 게 분명합니다. 앗, 그리고 저는 분명히 그때 "네"라고 답했을 거예요, 그 안경 낀 아저씨가 그때의 제 조막만 한, 그 이상한 장치를 숨기기도 힘든 손에 어피어링 케인을 건네주고 하나하나 츄르륵 감으며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걸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이 지팡이는 가지게나."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지. 금속제 지팡이는 사면 날카로워서 사포로 한참 갈아야 하고, 무엇보다 나는 하나 더 있다네."
"그래도 아저씨 거니까, 제가 함부로 가져가면 안 되지 않나요?"
"나중에 와서 돌려주러 오면 되지 않나?"

 

아저씨는 가셨고, 저는 그 어피어링 케인 마술을 몇 번이고 연습했었습니다. 마술을 하고 있으면 아저씨가 처음 마술을 보여줬을 때의 두근거림이 계속 전해져 왔으니까요.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제일 먼저 했던 것은 여러 가지 마술이 담긴 책을 사는 일이었고, 마술을 하나하나 혼자서 배울 때마다 느끼는 두근두근함은 마음속의 엔진을 부릉부릉 시동을 걸어주었습니다.

 

사이사이 트릭이 다 보이는 조그만 손으로, 부모님께 처음 마술을 보여드렸을 때 들킬까봐 조마조마 두근거렸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케인이 제 손에 딱 맞게 되는 중학생이 되었을 때, 첫 학예회 마술쇼에서 받은 박수갈채는 공연의 두근거림을 안겨주었습니다.
더 이상 손에 마술 실수로 상처를 내지 않게 됐을 땐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삼삼오오 모여 마술을 구경하던 친구들을 사귈 때의 두근거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손때가 잔뜩 묻어서 더는 빛에 반짝이지 않지만, 제 마음속에선 반짝반짝 빛나는 지팡이는 지휘봉처럼 움직이면서 하나하나 두근거리는 일과 하나하나 두근거리는 이야기들을 이끌어주었습니다.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된 건 두근거림 들의 연장선이라고, 몇 번이고 생각합니다. 아이돌 오디션 포스터를 본 친구의 마술 아이돌은 어떨까 하는 막연한 이야기에, 두근두근거렸던 것 때문이죠.
오디션 대기실에서, 다시 저에게 케인을 선물한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디션에 긴장해서, 저는 분명히 또 그때처럼, 그 아저씨가 제게 처음 마술을 가르쳤을 때처럼 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제 앞을 지나가던 아저씨는, 손짓을 몇 번 하더니 옷소매에서 장미를 꺼내셨습니다.

 

"어, 놀라지 않는구먼?"
"충분히, 놀랐슫, 아니, 놀랐습니다."
"정말로?"
"마술 때문은 아니지만요. 힐끗힐끗, 빨간 장미꽃잎이 보였는걸요."
"이거 원, 눈매가 좋구먼. 자네의 이름은 뭐라고 하는가?"
"마카베 미즈키입니다."
"그렇군, 마카베 군이로군! 반갑네, 765 프로덕션의 사장, 타카기 준지로라고 하네."
"마술을 보고 놀라지 않은 아이는, 제가 처음인가요?"
"음... 아니, 그건 아닐 걸세."

 

지휘를 해주던 지팡이는 다시 지팡이의 주인에게, 두근거림으로써 이끌어 주었습니다. 아이돌 오디션을 보는 프로덕션의 사장님이 아저씨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요.

 

-

 

"그래서, 돌려주러 온 거란 말이지."
"그런 거예요."
"받지 않겠네."
"나중에 와서 돌려주러 오면 된다 하셨고, 지금이 그 돌려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카베는 마카베 입가에 걸려 있는 오묘하게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얼굴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이 아이에게 이 케인을 건네주었을 때 느낀 무미건조함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그 지팡이엔 이미 자네의 마술이 담겨 있다네."
"조금 어려운 말씀이네요."
"마카베 군, 지금 미소 짓고 있지 않은가?"

 

마카베는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엉뚱해 보였지만, 자신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확인하고선 자기도 깜짝 놀란 얼굴을 짓고 있었다.

 

"앗, 그러네요."
"마카베 군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딱딱하게 굳은 얼굴은 온데간데없지 않나."
"그렇다면 제 마술이 담겨있다는 건..."
"그렇다네."
"...두근두근, 거리네요. 제 마음을 표현하는 마술이라니."
"벌써 이 어피어링 케인도 마카베 군의 물건이 되어있지 않은가. 마카베 군만의 흔적이 잔뜩 담긴, 마카베 군만의 물건일세."

 

나는 마카베의 케인을 다시 접었다가 펼쳤다. 츄르륵, 촥 하는 소리가 한층 더 경쾌하고 기분 좋게 들려왔다. 자세히 들으니 원래 철제 케인이 가지고 있어야 할 금속 재질의 날카로운 마찰음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마카베군에게 건네주었다.
마카베 군은 심박수를 재듯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선, 케인을 받아 건네주기 전에 했던 그 율동을 또 보여주었다. 조금 더 힘이 들어가고, 기쁘고, 능수능란하고, 매력적이게.

 

츄르륵, 촥, 빙글빙글 빙그르르 탁.

 

 

=

 

 

으흜. 아이마스로 하는 첫 소설인데.. 첫 글연성인데..... 소재 활용을 제대로 못한 느낌입니다.(주금

으으, 다시 봐도 부끄러울 정도군요. 효과음은 왜이리 또 많아졌는가. 마카베가 입으로 무의식적으로 내는 효과음이 많다는 건 알지만 이건 너무 많지 않은가... 복합적으로 아쉬운 느낌입니다.

준지로 사장님과 마카베는 둘이 마술을 하니까, 애초에 사장님이 마카베가 마술을 배우는 계기가 되는 단편을 쓰자!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차라리 익숙한대로 만화로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흑흑...

그래도 가끔은 만화 대신에 소설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둘 다 이야기를 담는 물건이니, 분명 만화를 그리는 데 얻어갈 수 있는 점도 많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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