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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미식가 2화 - 이탈리안 레스토랑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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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7, 2017 18:47에 작성됨.

붉게 타던 태양도 한참 전에 내려간 시각, 오늘도 힘든 하루의 업무가 거의 끝나간다.
프로듀서는 오늘도 아무 별 탈 없이, 회사에서 과로사하지 않고 살아남았음에 감사하며 시계를 쳐다본다.
저녁 여덟시 반. 일이 많았던 것 치고는 꽤나 일찍 끝난 모양새다.
그를 도와 사무 작업을 하던 치히로 씨가 자신이 하고 있던 사무 작업도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할 준비를 서두른다.
오늘은 일찍 끝났고, 저녁도 항상 시간에 쫓겨 먹던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도시락 종류가 아닌 시간을 들여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돈으로 샀는지 비싸 보이는 백을 들고 걸음을 옮기던 치히로 씨가 잠시 프로듀서를 쳐다보며 질문을 던진다.

 

"프로듀서 씨도 일 끝난거 같은데, 아직 퇴근 안 하시나요?"

 

"아, 그렇군요. 오늘 카에데 씨와 한 잔 하기로 약속을 잡았기에."

 

"시각은 정해 놓으셨나요?"

 

"아뇨, 별로 그렇진 않습니다만."

 

"그럼 프로듀서 쪽에서 전화해서 조금 일찍 마실 수 없냐고 물어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과연. 프로듀서는 치히로 씨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화기를 열어 카에데 씨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다.
치히로 씨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지나쳐 사무실의 문 앞에 도달할 때쯤, 화들짝 놀라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카에데 씨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온다.

 

「아, 네, 프로듀서 씨! 무슨 일이세요?」

 

"아, 오늘 마시러 가자고 하신 것 말입니다만..."

 

「무슨 일이 생겼나요? 혹시 취소하시려고...?」

 

"아, 아닙니다. 일이 일찍 끝나서, 혹시나 시간이 되신다면 지금부터 마시러 가시는게 어떨까 권유해보려고 했습니다만..."

 

「아, 그런거라면 완전 괜찮아요! 환영이에요! 아, 유령이란 소리는 아니예요?!」

 

프로듀서의 말에 카에데 씨가 완전히 신난 듯한 말투로 속사포 다쟈레를 구사한다.
오늘은 더 이상 들을일이 없겠지하고 방심하고 있던 프로듀서가 갑작스럽게 날아들어온 다쟈레에 잠시 몸을 떨다가 입을 연다.

 

"그럼 준비가 되시는대로 저한테 다시 전화를...."

 

「지금 바로 나갈게요! 어디로 갈지 정해놓은 데라도 있으신가요?」

 

"아니요, 그다지 아는 데가 없어서 말이죠. 저야 카에데 씨가 자주 가는 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아니에요! 거긴 싸고 양 많으니까 가는데고요! 음, 어떡하지...」

 

카에데 씨가 결단코 자신이 단골로 다니는 바에는 데려가지 않겠나는 투로 난감한 듯이 말한다.
얼굴에 잠시 난감한 표정을 띄우던 프로듀서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연다.

 

"그럼 일단 알아본 후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네! 기다릴께요!」

 

카에데 씨의 밝은 목소리를 뒤로한 채 프로듀서가 휴대폰을 닫으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아, 맞다. 치히로 씨! 그녀라면!
번개같이 그 짧은 순간 치히로 씨를 기억해낸 프로듀서가 아직 사무소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는다.

엉겁결에 프로듀서에게 어깨를 잡혀, 천국으로 향하는 문 앞에서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치히로 씨의 시선을 받는 채로 프로듀서가 질문을 던진다.

 

"치히로 씨, 혹시 추천 몇 개만 해주실수 있나요?"

 

"아, 네. 카에데 씨와 같이 간단하게 마실 수 있으면서, 배도 고프니까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을 원하시는군요."

 

치히로 씨가 척이면 척 알아듣는다는 듯이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치히로 씨는 이래서 편하다니까, 프로듀서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그렇게 말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본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치히로 씨가 좋은 가게가 생각났다는 듯이 빙긋 웃고는 프로듀서 쪽으로 다가와서는 휴대폰을 열어 무언가를 검색하고는 그에게 보여준다.
가벼운 이탈리안 레스토랑. 프로듀서의 목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보시는대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예요. 파스타 종류도 있고, 피자도 물론 있고, 이탈리안 레스토랑답지 않게 카에데 씨가 좋아하는 사케도 있는 모양이네요."

 

"그것 참, 카에데 씨가 좋아하시겠군요."

 

"그렇죠? 여기 주소랑...."

 

치히로 씨가 주소를 보여주며 자신이 들고 있던 백을 다른 손으로 뒤져 프로듀서에게 무언가를 꺼내준다.
프로듀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치히로 씨가 내민 것을 쳐다본다.
방금 치히로 씨가 보여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할인권 두 장이 그녀의 손에 들려있다.
프로듀서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치히로 씨를 쳐다보자 평소에는 그리도 악마같아 보였던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가고 싶었는데, 저는 딱히 같이 할 사람도 없고 해서 드리는 거예요."

 

"치히로 씨..."

 

"아, 그래도 음식은 어떻게 나오나 사진은 좀 갖고 싶네요. 음식이 나오면 꼭 찍어서 보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신! 천사! 치히로 씨!"

 

"아이 참, 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러워요. 그럼 전 퇴근해볼께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치히로 씨가 할인권을 받고 정말로 좋아하는 프로듀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사무소를 나선다.
뜻하지 않은 행운에 프로듀서가 쾌재를 부르며 잽싸게 전화기를 열어 카에데 씨의 전화번호를 잽싸게 누른다.
발신음이 채 한 번도 울리기도 전에, 상대방에 전화를 받았을 때의 진동이 잠깐 울리더니 카에데 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네! 저도 좀 찾아봤는데....」

 

"우연치않게, 치히로 씨에게서부터 한 레스토랑의 할인권을 받았습니다. 보아하니 주류도 할인되는 모양이므로, 카에데 씨가 원하는 만큼은 드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 그런가요. 치히로 씨, 대단한 사람이네요.」

 

프로듀서의 틈을 주지 않는 말에 마치 다른 곳을 생각해 두었다는 듯한 약간은 섭섭한 말투가 카에데 씨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온다.
프로듀서는 아차 싶었는지 카에데 씨의 말에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프로듀서 쪽에서 반응이 없자 카에데 씨가 어리둥절함이 가득 묻어나오는 말투로 전화에 자신의 목소리를 흘려보낸다.

 

「여보세요-? 프로듀서 씨-?」

 

"아, 죄송합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느라. 어쨌든, 지금 어디시죠?"

 

"사무소 앞이에요. 베이지 색의 옷이 보이지 않나요? 후훗."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카에데 씨의 목소리와 바로 앞에서 듣는 듯한 카에데 씨의 목소리가 중첩되어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프로듀서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고는 문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곳에는 꽤나 옷에 힘을 준 듯한 카에데 씨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어때요? 전 모델의 이름에 울지 않을 정도로는 입어봤어요."

 

"잘 어울리십니다. 정말로 아름다우시고요."

 

"그, 그런가요. 프로듀서 씨한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부끄럽네요-."

 

프로듀서의 극찬에 카에데 씨가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게 물든다.
카에데 씨는 이런 소녀같은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고, 프로듀서는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치히로 씨가 주신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란게 어디예요?"

 

"아, 이 곳입니다만."

 

"이곳은...."

 

카에데 씨가 프로듀서가 보여준 할인권에 조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프로듀서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 카에데 씨의 얼굴을 쳐다보려는 순간,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자, 그럼 가실까요?"

 

"아, 네. 그런데, 카에데 씨..."

 

"왜 그러시죠? 제 얼굴에 뭐라고 쓰여있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카에데 씨의 발뺌에 프로듀서가 굳이 캐묻지 않으며 프로덕션 지하에 있는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신의 차로 향한다.
그의 외견에 맞을 것 같은 꽤나 커다란 지프차를 지나쳐, 그가 다가간 것은 앙증맞고 새빨간 경차.
카에데 씨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프로듀서를 쳐다보자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던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러시죠?"

 

"아, 프로듀서 씨라면 왠지 저런 거대한 차를 탈 것만 같았기 때문에..."

 

"아뇨, 저는 저런 무식해보이는 차는 사양입니다. 유류세 할인도 안 되고요."

 

카에데 씨가 프로듀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인도를 따라 조수석에 올라타고는 안전벨트를 맨다.
카에데 씨가 확실히 안전벨트를 맨 것을 확인한 프로듀서가 운전석에 앉아 문을 닫고, 안전벨트를 매고는 시동을 켜 천천히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작은 몸집에 걸맞지 않게 쌩쌩 잘만 다니는 경차.
아무래도 평소에는 밴에 타고 다니기 때문에, 경차에 올라타 본 것은 처음인 듯한 카에데 씨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좁은 차 안을 이곳저곳 쳐다본다.
프로듀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도로를 맵시 있게 달려 치히로 씨가 소개한 레스토랑에 도착한다.
꽤나 화려해 보이는 외관에 프로듀서가 약간 주눅이 들은 듯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리자 카에데 씨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아, 여긴 별로 오고싶지 않았는데...."

 

"예?"

 

"아무것도 아니예요. 어서 들어가실까요?"

 

카에데 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프로듀서를 거의 끌다시피하며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선다.
꽤나 고급져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레스토랑 안은 많은 사람들을 억지로 밀어넣은 듯한 북새통에 혼란 그 자체였다.프로듀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카에데 씨가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여기 원래 이래요. 치히로 씨 가게라 그런가?"

 

"치히로 씨의 가게라고요?"

 

"네, 모르셨나요?"

 

"치히로 씨는 이런 것은 전혀 말씀을 안 하시기에..."

 

"그야 그렇겠죠. 음식은 맛있지만, 아이돌들을 보자고 이 곳에 오는 치히로 씨같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니까요."

 

"아, 그래서 할인권을 가지고 있었군요..."

 

프로듀서가 이제서야 치히로 씨가 그에게 베푼 호의가 이해가 된다는 듯이 깊이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일단 들어온 이상 뭐라도 안 먹고 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자리를 찾아 둘러보는데 한 직원이 다가와 나지막히 입을 연다.

 

"타카가키 카에데 님과 프로듀서 님이시지요? 특별석을 마련해 놓았으니 저를 따라오십시오."

 

"특별석?"

 

프로듀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카에데 씨를 쳐다보자 그녀도 잘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직원이 프로듀서와 카에데 씨를 특별석이 잔뜩 있는 복도로 안내하고는 잠시 번호를 살피다 복도 거의 끝에 있는 개인실의 문을 연다.
그 곳에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화려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과 사케, 그리고 갖가지 술들이 놓여져 있다.
아직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프로듀서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그것을 또 어떻게 들었는지 직원이 빙그레 웃으며 사정설명을 한다.

 

"사장님께서 두 분께서 오신다고 하시기에, 특별 메뉴로 준비해 드렸습니다. 프로듀서 님, 혹시 사장님께서 주신 할인권, 갖고 계십니까?"

 

"아, 네. 가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것은 할인권이 아니라 치히로 님과 같은 프로덕션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프리패스권같은 것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사장님이 항시 이 가게에 계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보여주시는 분께만 특별실로 안내하고 있죠."

 

"아, 그렇군요...."

 

프로듀서가 마치 뒷세계의 몰라도 되는 사정을 알아버린 것같은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다.
카에데 씨는 몇 번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는지 입을 비쭉 내밀고는 와인을 따 자신의 잔에 따른다.
마치 아름다운 입술같은 색을 내뿜는, 신의 축하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진 붉은색 와인.
카에데 씨가 자신은 그저 술주정뱅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키고 싶다는 듯이 잔을 살짝 돌려 와인의 도수를 확인한다.
유리잔에 약간 진하게, 그만의 도수를 나타내는 키스마크를 남기는 와인.
카에데 씨가 와인만큼은 마음에 든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짓다 프로듀서에게도 와인을 따라주고는 입을 연다.

 

"자, 그럼 한 잔 하실까요?"

 

"아, 네. 그럼."

 

프로듀서와 카에데 씨가 서로의 잔을 들고는 작게 맞부딪친 후 서로의 잔을 입에 가져다 대고 그 완벽한 붉음을 마신다.
점심에 대왕돈까스를 먹을 때의 탄산도 꽤나 피로를 날려 주었지만, 이 와인은 탄산 따위와는 다르게 완벽히 피로를 날려주는 느낌이 든다.
마치 피로가 알코올에 녹아 흐물흐물해져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이 사라진 듯한 느낌에 프로듀서가 만족감을 느끼며 와인잔을 내려놓는다.
와인을 마시고 입가를 조신하게 닦던 카에데 씨가 불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이래서 이 가게는 싫어요. 평소에 먹던 것처럼 막 먹을 수가 없어...."

 

"그럼 나중에 카에데 씨가 자주 가는 주점에 가죠."

 

"그, 그건 안돼요! 그곳에 가면 저의 민낯이...!"

 

"그것마저도 프로듀서의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으으.... 프로듀서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뭐, 술을 좋아하지 않기에 꽤나 큰 각오가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큰 각오가 필요한 레벨까지는 아니예요?! 제, 제가 조절해서 먹으면...!"

 

"오늘은 일단 여기 왔으니 여기에 나온 음식을 먹도록 하지요. 주점에 가는 문제는 나중에 또 말씀드릴 테니까요."

 

"앗, 네. 그보다, 이 레스토랑의 음식은 정말로 맛있어요. 거기 있는 파스타 드셔보세요."

 

카에데 씨가 프로듀서에게 자신이 먹어본 음식이라는 듯이 그의 앞에 놓인 파스타를 가리킨다.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앞에 놓여있는 파스타를 포크에 조금 말아 입 속으로 넣어본다.
면이 마치 새로 생긴 도로를 달리는 스포츠카처럼 그의 혀의 모든 미뢰를 조금씩 자극하고는 목구멍으로 깨끗하게 내려간다.

맛있다. 정말로 맛있다!

 

"이건... 정말로 일미(一味)군요. 정말로 대단한 맛이에요."

 

"그렇죠? 저도 처음 와서 먹어보고는 정말로 놀랐다니까요?"

 

"정말로 대단합니다. 이런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피자도 드셔보세요. 고르곤졸라지만, 일반적인 고르곤졸라는 아니라고요?"

 

"예, 그럼 한 입 먹어보겠습니다."

 

카에데 씨의 두 번째 권유에 프로듀서가 이제는 어떤 환상적인 맛일지 기대하며 고르곤졸라를 한 조각 떼어 입에 문다.
꿀이 미리 발라져 있는지 달달한 벌꿀 맛과 바삭바삭한 고르곤졸라 피자 본연의 맛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얼굴에 미소를 띄우게 한다.
프로듀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고르곤졸라를 먹고 입가심으로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본다.
벌꿀로 인해 조금 달달해져 있던 입가가 와인의 알코올에 씻겨져 내려가며 오묘한 뒷맛을 남긴다.
하지만 그 오묘함은 기분 나쁘기는 커녕 너무나도 완벽한 기분 좋음으로 그를 인도하는 발퀴리에의 손길같은 것.
프로듀서가 기분 좋아보이는 밝은 표정을 짓자 카에데 씨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현실 세계로 다시 끌고 온다.

 

"프로듀서 씨, 당신 앞에는 저도 있어요?"

 

"아, 죄송합니다, 음식 맛에 너무 깊은 감명을 받아서."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음에는 이 가게는 오지 말도록 해요."

 

"그건 왜죠?"

 

"여기서는 절대 편하게 먹을 수가 없어요."

 

"...과연."

 

프로듀서가 카에데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와인 잔을 든다.
카에데 씨가 프로듀서의 행동에 빙긋 미소를 짓고 와인 잔을 들어 그의 잔에 맞부딪혀준다.
화려한 오늘 밤의 식사.
그는 오늘 외치지 못한 한 마디 정도는, 술에 취해 내려갈 거라 생각하며 와인을 마신다.
술에 약한 프로듀서가 조금 벌개진 눈으로 옆에 놓여져 있는 이상한 계란찜같은 것을 쳐다본다.
아마도 저게 프리타타였나, 프로듀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완전히 치히로 씨의 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같은 계란찜에 포크를 콱 찍어 자신의 접시에 올려놓는다.

 

"그건 추천하지 않아요."

 

"그렇습니까. 그럼 일단 집은 거니 나중에 먹고... 술이나 먹을까요?"

 

"괜찮으시겠어요? 벌써 얼굴에 빨갛게 되셨는데요?"

 

"네, 뭐, 저도 성인 남성이니까 사케 반 병 정도는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술은 못하는 것은 맞지만요, 프로듀서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그 말을 내뱉지는 않고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카에데 씨가 프로듀서를 잠시 쳐다보다가 사케는 안 된다는 듯이 병째로 그녀의 품에 안는다.

프로듀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카에데 씨를 쳐다보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연다.

 

"이건 맛있는 사케니까, 나중을 위해 남겨놓겠어요!"

 

"아,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어차피 오늘은 와인만으로 괜찮을 것 같고요."

 

"원래는 간단히 마시려던 거였는데,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

 

카에데 씨가 중얼거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앞에 놓여져 있는 휘황찬란한 음식들을 쳐다본다.
좋은 곳에서 먹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과하게 고급진 곳에서 먹고싶지는 않았던 듯한 카에데 씨의 눈치.
카에데 씨를 쳐다보던 프로듀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연다.

 

"그럼, 다음에는 카에데 씨가 가고 싶어하시는 곳으로 갈까요?"

 

"다, 다음에도 같이 드셔주시는 건가요?!"

 

"예, 자주 가시는 주점과 겹치면 좋고요."

 

"그, 그건 끝판대왕이니까요! 마왕이니까요! 마왕 간부부터 잡고 오셔야 해요!"

 

"그건 또 란코같은 말씀을...알겠습니다."

 

카에데 씨의 당황하는 듯한 말에 프로듀서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반쯤 남은 와인을 잔에 담고는 다시 잔을 맞부딪친다.
향기로운 와인의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조금 취하고, 포만감에 취하는 오늘의 저녁.
이런 저녁이 매일 오면 좋을텐데,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옅게 미소 짓는다.

 

 

3화 예고 

애스터리스크와 프로듀서와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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