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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새벽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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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6, 2017 23:22에 작성됨.

아침이 밝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았네, 산책 가지 않을래?"
프로듀서가 건네는 뻔하디 뻔한 거짓말.

"아, 산책인가요. 그러고 보니 이 부근의 경치가 어떤지 보지 못했네요.

같이 좀 알려주시겠나요, 프로듀서?"

"응, 꼭 잘 알려줄게."
발걸음을 옮기는 두 남녀.
천천히 새벽의 거리를 걸으면서 그저 고요를 느끼면서

 

"아,아이코.." " 네,넷... 프로듀서?"
서로를 의식하고 있는 어색한 침묵에 휩싸이고 있었다.

"응.. 어디로 가야되는지 궁금하지 않아?"

"글쎄요, 프로듀서님은 항상 말을 거실때 만큼은 좋은 소식만을 들려주셨잖아요?
그러니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뭐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 아니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어, 그렇게 기대할수 있는 곳은 아니긴한데.."  

"농담이에요, 어떤게 있어도 실망하지 않을테니까요. 왜냐면.." "으음.. 어쨌든 빨리 가자. 지금이 4시쯤일테니 조금만 시간이 지난다면.."

끝맺음 없는 말 이후 다시금 이어지는 침묵, 그러나 이번엔 기대를.
'아이코가 과연 좋아해줄까?'

'프로듀서씨 어떤 걸 보여주려고 그러실까, 그리고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실까?'

 

그저 천천히 다시금 걸어나가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앞에 펼쳐진건 산책로가 펼쳐진 강.

"에.. 그냥 강인건가요?"
"응 그냥 강, 그냥 강이지만 너랑 같이 걷고 싶었어.
아이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니? 추운 겨울이였지."

 

한 걸음 한걸음 두사람은 난간 위를 걸어나갔다.

"그때 프로듀서는 엄청 초보셨죠. 학교에서 돌아오는 여고생에게 하시는 말이라곤
"저와 함께 가주시지 않겠습니까?"라니. 직설적인것도 너무하셨어요."
"그정도였어? 내가 좀 정신이 없던 상태였었거든."

 

말을 나누다보며 조금씩 빠르게

"그거 완전 위험한 발언이라구요? 검은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까지 끼고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시면" "사실 그때.. 나는 두가지로 고민하고 있었거든.연기를 택할까.. 프로듀서를 택할까. 그때는 임시 프로듀서 였거든, 스카우트가 성공하지 않는 기간이 조금만 길어도 쫓겨나는 그런 사람. 그래서 너를 스카우트 하겠다고 했을때 연기해야 될 배역과 섞여버렸어. 그리고 밤에도 망설였어. 만약 오지 않는다면..? 그냥 바로 그만두고 연기를 시작해버릴까?라는 고민에 선잠을 지새우고 있었어."

 

침묵한 강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두 사람은 걷고있었다.

"만약 그만뒀다면 저희의 만남은 있지 않았겠네요? 지금의 성공도 행복도 아마 사라져버렸겠네요"
"없었겠지. 그때의 일은 그냥 고등학생 소녀와 괴짜같은 사람의 우스갯스러운 만남으로 끝나버렸을테고.. 아무것도 없었을거야, 너와 나 사이에는.
그때 나에게 너와의 만남을 준건.. 이곳이였어."

 

물이 점차 빠르게 흘러가며 마치 밤의 장막을 비웃듯 파도는 선명하고 경쾌하게, 물소리가 이에 응답하듯 점점 퍼져 나갔다. 빠르게 변해가는 강 위에는 작은 다리 하나

"이 강은 어렸을때 내 놀이터였어. 항상 똑같은 직선, 항상 같은 흐름이였지만 보여주는 풍경은 항상 조금씩 달랐거든. 어떤쪽에는 시장, 어떤쪽에는 주택, 또 어떤곳에는 터미널. 나를 항상 궁금하게 해주던 강가. 그런데 이쪽은 한번도 오지 않았어, 그날의 새벽전까지는. 근데 와봤더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 보였어. 낮의 소리와 정반대인 새벽의 고요, 그런 적막에서 나를 깨워주던 물소리. 그 소리가 들려오자 이 새벽의 강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더라."

"고요함만이 가득했던 강이 어느새 변했네요. 새벽만이 느낄 수 있는 대비, 이것 때문에 이 시간에 산책을 오시려고 했군요. 사람들이 흔히 산책은 조용하다고 인식하지만 그건 적절하게 마음을 채워주는 소리와 함께 이루어지죠, 예쁜 곳이네요 프로듀서."

"아니, 그것뿐만 아니라.."

 

다음 말은 떨어지지 않았다. 프로듀서 스스로 생각했던 이 산책의 목적은 그저 걷는것으로 끝났다. 그가 선잠을 새우고 난 뒤 느꼈던 감정은 무자비한 고독. 몽롱함과 함께 느껴진 무자비한 고독을 풀기 위해 그는 추억을 되짚었다. 정처없는 걸음걸이, 새벽의 고요와 슬슬 아파오는 발에 이 여정을 포기할까 생각하면서도 무슨 생각이였는지 조금 더 걸어갔다. 마치 추억을 넘어 새로운 생각을 새기려는 듯이 한 발자국을 더 내딛자 오늘과도 같은 물소리가 들렸고 길은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그러나 아름다워진 길이 그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다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드러내줬을뿐.

'정말로 외로워, 이길을 누가 같이 걸어준다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난간을 붙잡은 그대와 고민을 나누고 작은 물소리에 그대의 반응을 보고 내 작은 추억을 그대와 나누고 이 추위를 위로한다면, 고요를 그대의 목소리로 채우고 그대의 숨결로 추위를 이겨내고 이 물소리가 그대와의 화음이 된다면 이 길은 정말 이쁠텐데.'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어, 내 고민을 말하고 싶어. 그리고 만약 조금 더 친해진다면 이곳에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고싶어.
만약 배우를 택한다면 그렇기 힘들겠지. 항상 감정을 숨겨야하고 이번 배역은 슬픔하고는 거리가 머니까 고민을 말하면서 이입하기는 힘들거야.'

그것때문에 프로듀서를 선택했다, 눈앞의 아이돌에게라도 고민을 터뜨리고 싶었다는 눈먼 선택.

"이 산책에서 너와 함께하고 너와 대화하고 너의 반응을 본 그 순간이 행복했으니까, 그때의 고요한 아픔을 가장 좋아하는 나의 아이돌, 아이코 너가 가장 행복하게 깨워줄거라 생각했기에 이 산책을 가고싶었던 거야, 정말 좋아해 아이코."

이 말이 뇌를 몇번이고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이 말을 그녀에게 내놓기엔 자신이 부끄러웠다. 

과연 이 동기를 그녀는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 단지 외로웠기에 프로듀서를 선택했다는 자신의 생각이 머리를 계속 맴돌았다.

 

"말하고 싶지 않으시면 지금은 말하지 않으셔도 되요. 산책은 마음을 가다듬게 해주는 거니까요.
다리가 이쁘네요, 가서 물장구나 치러 가실래요?"

프로듀서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에겐 마음을 숨긴채 이 산책이 지나가길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두사람은 다리로 내려가 강에 다리를 담그며 아직 차가운 물을 느꼈다.
"여름이 된다면 여기서 시원하게 물장구를 치면서 놀텐데 말이죠. 지금은 그저 이렇게 발을 담그고 있을뿐이려나요 프로듀서와 처음 보낸 여름은 그런 계곡의 이야기였죠. 단순히 물장구 치고 여름을 수박과 선풍기에 보내며 찍었던 촬영, 그리고 라디오의 시작. 아이돌이 되어서 처음 받아보았던 팬레터, 항상 마음을 치유해주고 느긋하게 해줄수 있었다는 고마움의 인사. 둘이서 같이 웃었었죠?"

"그랬지. 우리가 처음으로 알려졌다고 생각된 계기니까."

"가을이 된다면 단풍의 변화를 바라보며 노래하려나요? 그때는 제 앨범을 녹음하고 언젠가 들어올 라이브를 기대하고 있었죠. 그때 했던 서로에게의 몰래 카메라는 조금 놀랐어요. 먼저 그렇게 놀라게 하시지 말란 말이에요. 기대에 반해 겨울은 끝없는 시련이었어요, 꽤나 날씨가 추워져서 제가 아펐기 때문에 라이브가 취소되었네요. 그런 저의 스케줄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해준건 프로듀서였어요. 열을 간병해주시고 다른 분들에게 양해를 구해주셨어요. 열난 저를 위한 유자차를 준비해주셨구요, 그리고 나름의 1주년을 축하했죠. 그건 아마 저를 위로해주기 위한 축하셨을거라고 생각해요."

" 명목상의 축하였어. 너가 잃어버린 라이브에 마음아파할까봐"

"그리고 봄이 되자 제 첫 앨범의 수록곡 라이브가 시작됬죠. 첫 봄은 그저 레슨 뿐이였지만 이제야 제대로 된 라이브를 시작했어요. 그때의 결과는 성공이였죠, 그때의 첫 무대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관중의 환호성부터 이어졌던 팬미팅까지.  그때까지 울지 않았던 저와 당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같이 눈물 흘렸구요. 이게 불과 몇일전의 일이네요"

"첫 성공이였으니까, 너와 같이 거둔 보여줄만한 성공이였으니까, 그뿐이야."

 

그러자 아이코가 돌아보며
"그런 시간을 함께 보냈죠. 그런데 왜 그리 마음을 숨기려고 하시나요, 같이 고생해온 저에게."

"난 숨기는거 없어. 너가 말했잖아, 내 목적은 이 거리를 보여주고 싶었을뿐이라고."

그러자 아이코는 양손으로 나의 손을 잡으며 가까이 왔다.

"어.. 아이코?" "만약 처음부터 반했다고 하는말을 믿으시겠나요?"

"아니 못 믿겠어.. 그런거 이해할 수 없잖아."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거 투성이랍니다. 그저 시간을 보내오며 쌓여간 감정만으로도 형성될수 있는것이 사랑이죠."

"뭐 사랑과 나는 상관이 없지.. 자 이제 다음일을 준비.." 말이 끝나기전에 그대로 입술이 겹쳤다.

짧은 입맞춤, 볼에 피어나는 홍조. 아이코는 속삭였다.

"말했잖아요,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것 투성이라고. 언제부터일까 당신을 좋아하게 되어버렸네요. 당신과 함께해온 시간들, 당신과 함께한 추억들, 당신과 함께한 행복들 모두 이 다리에 담아버렸네요. 이번 산책은 이런 행복들로,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풍경화를 그렸답니다. 사랑해요, 프로듀서."

그 순간 모든 생각들은 날아갔다. 그리고 오로지 남았던 말만이 입술을 통해 전해졌다.

"이 산책길을 너와 함께 걷고있다는것만으로도 행복한걸. 사랑해,아이코."

다시금 입맞춤이 이어졌고 아스라이 아침이 밝아오며 새벽의 산책 역시 행복을 물들이며 끝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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