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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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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6, 2017 22:22에 작성됨.

프로듀서는 그 자리에서 약 10분 정도를 가만히 서 있다가, 바로 1층으로 내려가 기다리고 있던 후미카를 데리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

 후미카는 1층에서 기다리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프로듀서도 1층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둘이 같은 장소에서 만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움직인 것은, 정말 우연히 둘의 생각이 맞았을 뿐이었다.

 그 ‘우연’은 처음에는 치히로나 트레이너만 겨우 눈치 챌 정도였다. 하지만 후미카가 아이돌 일에 익숙해지고, 프로듀서와도 점점 편한 관계가 되면서 점차 ‘우연’이라고는 부르기 힘들 정도가 되고 있었다.

 “…P씨.”

 “…궁금한 거 있어?”

 “궁금하다… 고 할까요… 뭔가 P씨는….”

 둘의 대화를 처음 듣는 카에데도 한 눈에 알아볼 정도로, 눈에 띄는 ‘우연’이었다.

 “묘하게 잘 맞는….” “묘하게 잘 맞지….”

 “아.”

 “앗.”

 본인들만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이지만, 이 정도면 이제는 그 누구라도 모를 수가 없다. 이미 ‘우연’으로 부를 수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느낌이다.

 “타카가키씨 얘기가 신경쓰여?”

 “네….”

 이것도 마찬가지로, 후미카는 프로듀서에게 카에데가 어떤 얘기를 해줬는지 아직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둘 중에서 아무도 없었다.

 

**

 

 인재를 찾아내는 사람으로는, 또는 아이돌 프로듀서로는 내가 좋은 인물이었을지도 모른다. 스카우트도, 프로듀스도, 하려면 몇 명이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일, 특히 사람을 대하는 일은 내게 잘 맞지 않았다.

 그녀들을 다른 프로듀서에게 맡게 한 것도, 이후로 자주 만나지 않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맞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으니까.

 나만 그녀들의 마음을 몰랐다면 차라리 나았을 지도 모른다. 서로 생각이 맞지 않으니 항상 사소한 대화부터 어긋나는 것은 물론, 스케쥴을 착각하는 일도 자주 있고, 일을 고르는 데서도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 일쑤였다. 물론 서로 악의가 없다는 걸 알았기에 큰 갈등으로 번진 적은 없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것을 염려하여 내린 결정이었고, 지금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모두 나 혼자 내린 결정이었기에 굉장히 이기적인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후미카는, 어떻게 생각해?”

 그래서 후미카를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놀랐다. 다른 사람과 마음이 통한다는 일을, 나는 후미카에게서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매번 이해한 것도 후미카가 처음이었다.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이 때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저를 가장 잘 이해해주시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을, P씨를 보고서 처음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카에데씨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P씨가 사람들과 마음을 맞추지 못한다는 건, 다시 말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겠지요. 하지만 제가 봐왔던 P씨는, 적어도 제 마음만큼은 정말 잘 아시는 분이었습니다. 저도 P씨에게 마찬가지고요.

 “먼 이야기…. 나도 그래.”

 “…P씨도?”

 “이상하지? 사실 나도 잘 몰라.”

 P씨를 책방에서 처음 만난 때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때도, 등록 절차를 밟고 사무소 소개를 받을 때도, 레슨을 하고, 일을 다니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와 P씨는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어색하다고 하기보다는, 그 반대였지요.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말도 안 하는데 이것저것 척척 맞는 걸 의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더 놀라운 건, 지금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별로… 신경은 안 쓰이나 보네.”

 “예… 그렇네요….”

 다행인 건, 후미카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나 했지만 그런 문제는 일단 넘어가도 되는 걸까.

 “오히려… 좋다고 할까….”

 “어?”

 “아, 아니!”

 제, 제가 방금 무슨 소리를…!

 후미카가 방금 무슨 얘기를…?

 “…읏!”

 이런 얘기는 분명 하면 안 되는 얘기였을 터인데, 저도 모르게….

 “후미카?”

 자기가 말해 놓고 당황하고 있다. 하면 안 될 말이라도 한 것 마냥 고개를 푹 숙인다. …나도 후미카를 쳐다보지 못 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 뭐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여러가지로.”

 방금 그 얘기도 그렇고, 타카가키가 한 얘기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되도록 후자 쪽을 말이다.

 지금의 후미카라면, 정말로 신경 안 써도 될 이야기이기도 하고.

 “…네.”

 여러가지라는 건, 아마 제가 방금 한 얘기에 카에데씨가 한 얘기도 포함한 거겠죠? 확실히, 신경을 쓰면 쓸 수록 저에게서는 점점 더 멀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한테는 정말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이야기인 걸까요?

 “어라, 후미카. 잠깐만.”

 P씨가, 갑자기 안전벨트를 푸시더니 저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어,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 이건 대체…?

 “OK, 됐어. 지금까지 안전벨트도 안 메고 있었네.”

 “P, P씨… 너무 가까운….”

 “…아.”

 …잠깐 안전벨트만 채워 주려고 일어난 거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까 모양새가 상당히 거시기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안전벨트를 채우는 동안 후미카가 팔을 빼지 않아서 엉성하게 묶인 모습이고, 그런 후미카를 내가 상체 전체로 압박하는 듯한 모양이고, 서로 강렬한 눈빛으로 마주보고 있고, 하필 옷도 파티때 입은 드레스라서 지금 내려다보면… 이 아니다!

 나는 바보인가 보다. 그냥 안전벨트 채우라고 말만 해도 될 상황이었는데.

 “미, 미안. 그냥 말로 해도 됐을 걸, 좀 이상하게 됐네? 하하하….”

 이라고 말은 하는데, 마주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은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몸이 마음을 무시한다. 이러면 후미카가 곤란할 텐데,라고 생각하다가도 어째서인지 금방 곤란할까?라고 생각이 바뀌며 머릿속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뭔가… 알 것 같아요.”

 P씨, 말은 저렇게 하시면서 어색하게 웃고 계시고, 전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제 눈을 바라보는 P씨의 눈을, 저도 계속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차 안에서 이 모습도 그렇고… 그런 쪽으로만 생각이 나는 저는, 나쁜 아이돌일까요?

 “후, 후미카?”

 “…평소처럼, 이에요.”

 제가 하는 생각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지만, 왠지 ‘그런’ 것 같았습니다.

 “뭐가 평소처럼이야? 잘 모르겠는데….”

 뻔한 거짓말이다. 지금 후미카의 표정이, 몸짓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으니까. 미묘하게 꼬고 있는 허리, 알게 모르게 내 손을 잡는 그 손길, 가만히 보는 듯 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눈, 슬슬 붉어지는 얼굴까지, 이러면 굳이 말을 안 해도 모를 수가 없다. 게다가 날 더욱 곤란하게 만드는 건, 애초에 내게 ‘그런’ 생각이 없었다는 점이다!

 “P씨랑 저는, 어째서 잘 맞는 걸까요…?”

 “글쎄… 뭐라고 말로는 못 하겠는데.”

 “…네.”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후미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설마 이것까지 알고 있었던 걸까.

 

---

 

 이 뒤로 있을 일 또한 '말하지 않아도 아는' 내용이다.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말하지 않고도 행동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고 흔히 ‘마음이 통했다’라고 표현하거나 ‘이심전심’이라고 말한다. 주로 오랜 기간동안(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5년에서 10년 이상) 같이 지낸 친구, 동료, 또는 사이 좋은 연인이나 부부가 이런 ‘이심전심’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람들의 경우 첫 만남부터 죽이 잘 맞는 경우였다.

 

 죽도 잘 맞고, 죽창도 잘 맞게 생겼다.

 

---

 

 대회에 낼 글은 여기서 끝입니다.

 

 평소라면 구상도 천천히 하고, 플롯도 짜고, 퇴고도 몇 번은 했겠지만 대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하필 어제 저녁에 알아서…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하루만에 급조했네요. 따라서 이 글의 배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개요도, 계획도, 구상도, 플롯도, 퇴고도, 아무것도!

 

 그런 주제에 여러가지 시도도 해봤기 때문에 엉성한 부분이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사실은 재미있었다는 말 한마디 정도만 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안전벨트는 꼭 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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