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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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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6, 2017 22:20에 작성됨.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후미카는 성공적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알 사람만 아는 아이돌이었던 그녀는 100명이 넘는 아이돌이 참가한 첫 총선에서 타입 내 2위, 종합 6위라는 높은 성적으로 화려하게 이름을 날렸고, 사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아이돌이 되었다.

 의외로 가장 먼저 놀란 사람은 후미카도 프로듀서도 아닌 치히로였다.

 “6위?!”

 “딱 예상만큼 나왔죠.”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괜찮은 수준이 아닌걸요! 대단해요!”

 “그런….”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후미카를 보며, 치히로는 후미카가 처음 사무소에 오던 날을 떠올렸다. 가장 아니다 싶었던 사람이었던 그녀가, 가장 뛰어난 성적으로 화려한 데뷔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랬던 후미카씨가….”

 “세상에… 정말로….”

 그 다음으로 놀란 사람이 트레이너. 그녀는 어쩌면 프로듀서 다음으로 후미카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이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트레이너님 공이 컸죠. 후미카도 힘냈고.”

 “이 언니는 기쁘단다…!”

 “…읏!”

 트레이너가 후미카를 있는 힘껏 껴안자 놀란 마음과 기쁜 마음이 섞여 후미카의 표정이 이래저래 바뀐다. 후미카는 어쩔 줄을 몰라 프로듀서를 한참 바라보기만 했다.

 “P, P씨이….”

 “하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세게 하면 안 좋아요.”

 “그래… 알았어! 이 언니가 책임져줄게!”

 “네…?”

 “예 예, 그 쯤 하시고, 책임이고 뭐고 제가 할 테니까 이리 줘요.”

 그렇게 말한 프로듀서도 트레이너 못지 않게 과격하게 후미카를 떼어냈다. 트레이너는 생각보다 센 그의 힘에 살짝 놀랐지만 후미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슬슬 파티나 하러 갈까 싶었는데, 같이 오실래요?”

 “파티? 아, 데뷔 파티?”

 “그런 셈이죠. 후미카도 오늘은 책방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니.”

 총선 결과가 나오는 날 파티를 하기로, 며칠 전부터 미리 약속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파티 얘기가 나오자 후미카가 갑자기 불안한 기색을 보인다.

 “그… P씨… 파티에 대해서….”

 “…후미카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뭔가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치히로와 트레이너도 후미카의 표정 변화를 눈치챘다.

 “후미카씨가 급한 일이라면 어쩔 수 없죠. 나중에 사무소에서 저희끼리 할까요?”

 아무래도 이 타이밍에 불안한 표정으로 얘기를 꺼낸다는 건 필시 다른 일이라도 생겼거나 하는 것이 가장 흔하니까. 치히로는 나름 신경 쓴 한마디를 건네주며 트레이너와 함께 후미카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직 시작하려면 멀었는데, 벌써 배고파?”

 프로듀서만 빼고. 한 발자국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던 그는 혼자 뜬금없는 말을 내뱉는다. 치히로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그를 꾸짖으려 하는 그 때 후미카가 말 없이 붉어진 얼굴을 푹 숙인다.

 “…부끄럽지만.”

 이어지는 꼬르륵 소리. 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치히로는 방금 그 말을 꺼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후미카를 따라 얼굴이 빨개지려 하고 있었다.

 트레이너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보면 안다니까요? 아, 후미카.”

 “네? …아.”

 프로듀서가 부르자, 그녀가 아무 말도 듣지 않고서 뭔가 알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혼자 사무실을 나간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치히로가 후미카를 부르지만 이미 나간 뒤였다.

 “어, 어디 가세요?”

 “미리 준비하라고 했어. 다른 아이돌들도 오잖아.”

 “그랬나요?”

 “나도 슬슬 갈테니까 여기 정리 좀 해 주고. 전화 하면 내려와. 트레이너 씨도 오시려면 치히로랑 같이 오시면 돼요.”

 “아, 아! 네!”

 나중에 봅시다,라고 상큼한 인사를 건네며 그도 사무실을 나간다. 남은 두명은 멍하니 사무실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요?”

 “…아니.”

 두 사람이 묘하게 잘 맞는다는 사실을, 치히로와 트레이너는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얼마 가지 않아 둘 뿐만이 아닌 모두가 느끼게 된다.

 

---

 

 파티의 일정은 간단했다. 프로덕션의 역사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소개가 있고, 총선 결과의 공식 발표와 10위까지의 수상 소감 발표가 있고, 후미카도 나가고, 축하하고, 중간중간 식사가 나오고, 맛있게 먹는 후미카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대충 그런 것이었다.

 수상 소감 발표가 끝나고 미시로 전무가 내려온 뒤로는, 자유롭게 디저트를 즐기거나 돌아다니며 다른 아이돌과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P씨, 그럼….”

 “과식 한 거야?”

 “네… 바람 좀 쐬러….”

 “그래. 갔다 와.”

 후미카가 별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조금 과하다 싶은 느낌이 들긴 했는데, 역시나였다.

 “아, 그럼 저도 사기사와 양이랑 같이 갈께요.”

 “어디 가시나요?”

 “후훗, 그냥 얘기나 좀 나누는 거죠.”

 “아, 네. 그럼 저희도 저희끼리 여기 있겠습니다.”

 “고마워요.”

 방금 전까지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후미카를 따라 나가는 저 사람은, 현재 명실상부한 최상위 아이돌인 타카가키 카에데. 신인인 후미카에게 여러가지로 조언이라도 해 주면 좋겠다만, 워낙 엉뚱한 사람이라 사실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

 현재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은 타카가키 양의 프로듀서와 또 다른 탑 아이돌인 시부야 린 양, 그리고 그녀의 프로듀서, 이렇게 세 명이다. 나까지 포함하면 총 네 명.

 “그… 후미카 쪽 프로듀서 씨?”

 그 중에서 묘하게 나와 후미카를 보고 있었던 시부야 양이 내게 말을 걸었다.

 “부르셨나요?”

 “그, P씨라는 건?”

 “이름입니다. 성씨는 따로 있습니다.”

 “흐응….”

 갑작스런 질문을 던진 시부야는,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돌려 자기 프로듀서를 불만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렇다고 하는데.”

 “뭐, 뭐가?”

 “나도 해도 돼?”

 “안 돼! 선은 지켜야지!”

 “저 쪽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옳거니. 몇몇 아이돌과 프로듀서가 남 몰래 정을 나누는 얘기-큐트 사천왕이라던가-는 많이 들어봤지만, 아무래도 이 쪽도 ‘그렇고 그런’ 관계인 모양이다. 게다가 남들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이런 대화를 하는 걸 보면 이미 상당히 적극적인 걸로 보이는데.

 “선은 지키는 게 맞죠. 시부야 씨.”

 “그럼 그럼!”

 “다만 저랑 후미카는 처음부터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럼… 예?!”

 “선은 지킵시다.”

 그러면 또, 내가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광경을 눈 앞에서 구경해 볼 좋을 기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어 보이니까.

 “들었지? P.”

 “뭘 자연스럽게 부르고 있어!”

 “쳇, 안 되나….”

 “아쉽게 됐구나.”

 “아니 선배도! 뭐가 아쉬워요!”

 겉으로는 화내도 얼굴이 빨개진 걸 보면, 결국 서로 좋긴 좋은 모양이다.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후미카는 어떤지 몰라도, 내가 신경 안 쓰는 건 사실이다. 누가 나를 어떻게 부르더라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아니, 먼저 이름으로 부른 건 후미카였다. 그럼 후미카도 신경 안 쓰는 건가?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는… 글쎄다. 개인적으로는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사기사와양 하고는 사이가 좋은가요?”

 옆에서 지켜 보고만 있던 타카가키의 프로듀서가 슬쩍 말을 건넸다.

 “뭐, 평소와는 좀 다른 느낌이긴 합니다.”

 “잘 됐네요.”

 정확히는 타카가키의 ‘현’ 프로듀서. 사실 이 사람과는 면식이 있다.

 “타카가키 씨랑, 연락은 안 하시나요?”

 “마주치면 인사나 하는 정도입니다. 그 쪽은 어떻습니까?”

 “나쁘지 않죠. 딱 나쁘지만 않은 정도입니다.”

 그가 이렇게 물어보는 이유는, 내가 타카가키 카에데의 첫 프로듀서였기 때문이다.

 타카가키는 지금의 후미카와 비슷하게 길에서 우연히 스카우트한 아이돌이었다. 생각해보면, 스카우트 하던 날만 해도 지금이랑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말도 잘 안 꺼내고, 그러면서 스타일은 좋은, 어떻게 보면 후미카랑 비슷한 타입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언어의 마술사가 된 모양이지만.

 “역시 뭔가 좀 남아있는….”

 “오히려 아무것도 안 남은 거죠. 굳이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타카가키가 다른 프로듀서에게 간 과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딱히 나도 타카가키도 잘못한건 없지만, 굳이 책임을 묻는다면 내 쪽에 있었다.

 “테이블 하나 안에서 분위기가 이렇게 갈려서야, 못 쓰겠네요.”

 갑자기 조금 큰 목소리가 나왔다. 시부야 쪽에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왠지 그런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프로듀서 씨?”

 “…아, 실례했습니다. 저도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네요. 천천히 얘기 나누시죠.”

 “아, 네. 자리 맡아둘까요?”

 “괜찮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이 오면 빈 자리라고 해 주십시오.”

 더 있다가는 점점 더 이상한 분위기가 될 조짐이 보여, 서둘러 자리를 뜨기로 했다.

 

---

 

 아무래도 파티의 공식적인 일정이 끝난 모양입니다. 이제부터는 디저트를 즐기거나 자유롭게 대화하라고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원래 배가 고팠던 것에 긴장이 풀린 것까지 겹쳐져서, 그만 과식해버리고 말았습니다.

 “P씨, 그럼….”

 “과식 한 거야?”

 “네… 바람 좀 쐬러….”

 “그래. 갔다 와.”

 항상, P씨와 대화를 할 때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느낌이 자주 듭니다.

 “아, 그럼 저도 사기사와 양이랑 같이 갈께요.”

 “어디 가시나요?”

 “후훗, 그냥 얘기나 좀 나누는 거죠.”

 “아, 네. 그럼 저희도 저희끼리 여기 있겠습니다.”

 “고마워요.”

 혼자 나가려고 하던 제 손을 붙잡아 주신 건, 타카가키 카에데씨였습니다.

 “괜찮을까?”

 “아… 네.”

 같이 가 주신다면 당연히,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요.

 타카가키씨를 따라 나온 곳은, 건물의 옥상이었습니다. 저는 이 건물의 옥상 출입구를 모르고 있었기에, 혼자 나왔다면 1층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후훗, 데뷔 성공 축하해.”

 “…감사합니다.”

 “후미카쨩으로 괜찮을까?”

 “예… 뭐….”

 “후미카쨩도, 이름으로 불러줘.”

 같은 프로덕션 소속이지만, 사실 타카가키씨… 카에데씨를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편하게 말을 걸어주시고, 잘 웃어주십니다. 아마 저런 점이 카에데씨의 인기의 원인이 아닐까요.

 옥상 난간에 팔을 기대고 서자 녹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 그 자체로 녹색의 바람을 보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로듀서씨는, 혹시 내 얘기는 하시니?”

 “아뇨, 다른 분들의 얘기는 잘 안 하셔서….”

 “참, 여전하시구나.”

 P씨는 그렇게 말이 많은 분은 아닙니다. 특히 저와 대화할 때는, 대화라는 느낌도 들지 않을 정도로 말이 적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대화가 통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지만요.

 “프로듀서씨가 맡은 다른 아이돌에 대해서도, 얘기하신 적 없고?”

 “그렇네요….”

 일상적인 대화 외에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P씨는 저 말고 예전에도 몇 번 스카우트 경험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분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치히로씨나 트레이너씨도 언급하신 적이 없었는데, 뭔가 깊은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요.

 “후미카쨩. 프로듀서가 처음 스카우트했던 아이돌은, 사실 나야.”

 “…네?”

 갑작스럽게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들어버린 기분입니다. 치히로씨에게 괴짜 스카우터라는 이야기를 듣던 P씨가, 설마 카에데씨를 스카우트 하셨다는 것은.

 “나 말고도 많이 있어. 아마 다들 후미카쨩도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걸? 란코쨩이나 치에리쨩, 나나쨩, 안즈쨩도.”

 “…확실히, 모두 들어봤어요.”

 제가 알기로는, 다른 분들도 다들 이미 이름을 여기저기서 널리 알리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 많은 분들을 정말로 P씨 혼자서…?

 “심지어 진짜 산타를 스카우트하기도 했었어. 지금 네 프로듀서는.”

 “산타…?”

 “뭐, 후미카쨩은 아직 모를 수도 있지만 말이야. 프로듀서가 데려온 아이들은 항상 처음에는 ‘정말 이 아이가?’ 싶으면서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들 엄청난 인기 아이돌이 되어 있었지. 앗, 아이들을 아이돌로… 후훗.”

 “…아, 그게 카에데씨의 개그, 로군요….”

 방금의 개그를 제외하면, 비슷한 얘기를 치히로씨나 트레이너씨에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P씨는 남들보다도 숨어있는 인재를 잘 찾아내는 재능이 있다고. 하지만 그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제 생각보다도 P씨는 훨씬 대단한 분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어째서….

 “카에데씨는….”

 “왜 다른 프로듀서에게 갔냐고?”

 “아… 네.”

 일단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스케쥴’ 정도입니다. P씨가 제 스케쥴을 관리하시는 것만 보더라도 상당히 바빠 보이시니까요. 하물며 저보다 일이 많은 카에데씨, 란코씨, 등등 그런 분들을 동시에 몇 명 씩 관리하시는 건 아무리 P씨라도, 불가능하겠죠.

 “그 사람이 너무 유능한 것도 있고, 그 이상으로 바쁜 것도 있고… 여러가지 있지만.”

 “네….”

 “프로듀서는 다른 누구랑 마음이 맞는 일이 거의 없었어. 거의 없었다고 할까…. 나는 한 번도 못 봤었지.”

 마음이 안 맞는다…? 카에데씨가 한 방금 전까지의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느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상할 정도로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미안해 후미카쨩. 후미카쨩은 프로듀서랑 잘 지내고 있을텐데, 괜한 소리를 해버렸네.”

 “아, 아니에요! 사과하실 필요는….”

 “후미카쨩도 여기 서서, 야경이나 보러 갈경? 후훗.”

 “….”

 방금의 그 웃음에서는 어째선지,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

 

 옥상정원에 세 번째 손님이 찾아온 것 같네요.

 “당연히 1층으로 갔을 줄 알았는데, 이 쪽이었구나.”

 후미카쨩의 프로듀서는, 제 프로듀서와는 다르게 후미카쨩을 굉장히 편하게 부르는 듯 합니다.

 세 번째 손님은 아무래도 후미카쨩을 데리러 왔던 모양인데, 저를 보더니 방향을 바꿔 갑자기 이쪽으로 옵니다.

 “후미카.”

 “P씨… 아, 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후미카쨩이 제게 인사를 합니다. 서로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말이죠.

 “방금… 얘기 하셨나요?”

 “둘만 얘기하게 먼저 내려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말은 안 했지만.”

 “딱히 물어볼 건….”

 “무슨 얘기를 했을지 대충 짐작이 가니까요. 안 그래요 타카가키씨?”

 “….”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정말 이 사람이 그 프로듀서라니. 말로 안 하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던, 가끔은 말로 해도 못 알아듣던 그 사람이라니.

 “숨길 생각이셨나요?”

 “숨기다니요. 물어보지 않길래 굳이 얘기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좋은 얘기는 아니긴 하죠.”

 “예. 그런 것도 있고.”

 정말 저와 후미카쨩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는 모양인 것 같습니다. 더더욱 이해가 안 돼요.

 “타카가키씨는 워낙 재밌는 분이시고, 표정 관리도 잘 하시니까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단 말이죠.”

 “글쎄요, 저는 마음을 숨기거나 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후미카는, 저렇게 보여도 워낙 단순한 아이라서 표정만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다 써있는 것 같습니다. 타카가키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요?”

 “…뭐, 그렇네요.”

 제가 다른 프로듀서에게 가기 전까지, 간 뒤로도, 그 누구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었죠. 그런 그가 제 앞에서 후미카쨩을 아무렇지 않게 이름으로 부르는 모습이, 견딜 수 없는 위화감이 드네요.

 “저는 계속… 타카가키씨인가요?”

 “무슨 얘기인가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분해요, 저러면서도 제 마음은 끝까지 몰라주는 게. 게다가 아무리 봐도,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얼굴이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이니까. 역시 프로듀서라는 느낌도 들어요.

 “프로듀서씨는, 제 마음은 언제쯤….”

 “아, 후미카는 뭐라고 하던가요?”

 “….”

 …이제는, 들어갈 틈조차 없는 모양이네요.

 “알고 난 뒤의 즐거움이 아닐까요? 후훗.”

 “음…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아하하.”

 아무 의미 없이 웃을 뿐입니다. 더 이상은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안 되겠네요. 파티는 이 정도로 끝내고, 슬슬 어른들의 파티에나 가 봐야겠어요. 술이라도 마시면 기분이 좀 나아질 지도.

 “저도 이만 내려갈게요. 프로듀서씨는?”

 “오늘따라 야경이 마음에 드네요. 조심히 가세요.”

 “네. 그럼….”

 …갈 때 조차 프로듀서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흔듭니다.

 결국 후미카쨩만 특별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신 것 같아 유감이에요.

 

 “과음하지 마시고요. 내일도 일 있으시죠?”

 “…어떻게 그걸?”

 “매번 파티는 한 번으로 안 끝내셨으니까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건, 아닌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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