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천하제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1-

댓글: 4 / 조회: 530 / 추천: 4


관련링크


본문 - 02-16, 2017 22:18에 작성됨.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말하지 않고도 행동이 척척 맞는 모습을 보고 흔히 ‘마음이 통했다’라고 표현하거나 ‘이심전심’이라고 말한다. 주로 오랜 기간동안(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5년에서 10년 이상) 같이 지낸 친구, 동료, 또는 사이 좋은 연인이나 부부가 이런 ‘이심전심’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 일부 사람들의 경우 첫 만남부터 죽이 잘 맞는 경우도 있다.

 

*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예전부터 인간관계를 그렇게 오래 지속해본 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남들이 필요하다고 말하길래 인간관계를 이것저것 만들어 봤지만, 친구 관계도 그럭저럭, 연인도 그럭저럭, 회사 동료도 그럭저럭, 항상 그렇게 되다가 금방 흐지부지 끝날 뿐이었다. 아이돌 프로덕션에 입사한 뒤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매일 밖으로 뛰어나가도 이런 사실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평생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다.

 

*

 

 어릴 적부터 책 속의 세계에 빠져있던 저는, 바깥 세상에는 관심이 없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학교 생활도 그럭저럭, 친구 관계도 그럭저럭, 동아리도 그럭저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만 하면서 어느 새 다시 책을 펼치고 있는 저였습니다. 이제 와서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매력의 차이’ 일까요. 책 속에선 저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바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고 당시의 저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큰 변화는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쭉 그럴 거라고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

 

 그 날의 일정을 착각한 게 발단이었다. 원래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와버린 나는 사무소로 돌아갈 마음이 나지 않아 근처에서 시간을 때울만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걷고 있던 길이 평소에 다니던 큰 길이 아니라 작은 골목길이었기 때문에, 놀 건 고사하고 제대로 된 무언가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골목길로 가던 이유 자체는 사실 별 거 없다. 내가 항상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타입이라서 그럴 뿐.

 약 10분 동안 바닥만 보고 걸어다니다가, 작은 책방 하나를 발견했다.

 ‘사기사와… 인가?’

 간판은 문 앞에 있는 작은 팻말 하나가 전부인 책방이었다. 평소에 책이랑 인연이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날은 그 곳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맑은 종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공간을 가득 메운 오래된 종이의 냄새가 바로 나를 감싼다. 맑고 시원한 느낌이 들었던 소리와 비교되는 그 향에 알 수 없는 분위기를 느꼈다. 잠깐 들어와서 구경만 하려고 하던 걸, 여기서 두 시간을 다 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앗.”

그리고 책을 꺼내던 순간, 나는 그 날 남는 시간을 거기서 다 보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숙부의 책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 곳에 도착하면 그 자리에서 책을 새로 꺼내어 읽었지만, 그 날은 전부터 읽고 있던 책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책을 가져온 거니?”

 “네… 어제 다 읽지 못했기 때문에….”

 “하하, 별 일이구나.”

 보통 서점의 직원이 카운터에서 책을 읽고 있는 일은 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서점도 도서관 못지 않게 조용하긴 합니다만, 엄연히 일을 하고 있는 입장이니까요. 다만 제가 일하고 있는 이 책방의 경우,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저를 알고 계시는 분이었기에 특별히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읽던 책을 다 읽은 후, 그제서야 저는 평소 아침에 하던 대로 책방의 책을 고르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아.”

 “앗.”

 한참동안 책을 고르다 손이 맞닿은 사람은, 처음 보는 손님이었습니다.

 

---

 

 이 시점에서 세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하나, 점원은 6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책들을 허리 높이에 한 팔로 들고 있었다. 둘, 책의 모서리가 남자의 발등의 수직선상에 있었다.

 “앗!”

 그리고 셋, 점원이 놀랐다. 절묘한 삼위일체가 이뤄지는 그 순간, 남자의 위아래에서 각각 나서는 안 될 소리가 났다.

 “아아아악!!”

 “죄, 죄송해요!!”

 “무슨 일이야?!”

 아파서 비명을 지르는 남자, 놀라서 달려온 숙부, 어쩔 줄 모르는 점원. 이렇게 다시 한 번 삼위일체가 이뤄진다.

 “책이… 그으윽….”

 “채, 책이….”

 “책…. 책?! 빨리 구급차를!”

 “아, 아니에요!”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을 보고 사태를 파악한 숙부가 황급히 구급차를 부르려고 하던 걸, 휴대폰을 억지로 빼앗아 가로막는다.

 남자가 아니라 점원이.

 “후미카! 뭐 하는 짓이니!”

 “구급차는 아, 안 불러도…!”

 “으, 예…. 안 부르셔도 됩니… 드으읅…!”

 뒤이어 남자도 휴대폰을 잡는다. 아프긴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다치진 않은 모양인 듯. 남자가 발등을 부여잡고 고통을 참으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세 명 모두 진정된 모습을 보인다.

 “허억… 뼈, 뼈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병원에 가 보시는 건….”

 “아니요, 그럴 시간까지는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고통에 겨워 한참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던 그가 그제서야 얼굴을 들어 점원과 마주본다.

 “이제야 좀 살 것 같… 은데…?”

 “….”

 참고로 그는 습관이 하나 있었다. 매일매일 스카우트를 하러 눈에 불을 켜고 다니다 보니 생긴 습관으로, 괜찮다 싶은 사람만 보이면 바로 전신을 훑어보는 것이다. 그는 바로 점원을 훑어봤다. 분석 결과는, 전체적으로 ‘답답한 사람’이라는 것.

 눈까지 내려오는 긴 앞머리, 화장도 제대로 하지 않은 얼굴, 조금의 꾸밈도 찾아볼 수 없는 옷차림, 게다가 목소리마저 힘이 없고 말투도 분명하지 않다. 그야말로 자기관리의 자 자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이돌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밝은 미소와 유머러스함 이라면, 그녀는 꽝이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갑작스럽지만, 저는 이런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남자의 마음은 꽤 강하게 움직였다.

 그 짧은 순간 들여다 본 눈동자 안에는, 그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한없이 넓고 푸른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프로듀서?”

 “맞습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는 이 때 이미 ‘마음’을 빼앗겼는지도 모른다.

 “혹시… 후미카를 스카우트 하시려는 겁니까?”

 “예. 이름이 사기사와 후미카… 입니까?”

 “…네.”

 “정말로 갑작스럽긴 하지만, 흥미 있으시다면 연락 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꼭 연락해주십시오.”

 “아, 아하. 네. 뭐 그럼요. 조만간 연락 드리죠.”

 “아이돌….”

 그는 숙부와 점원에게 명함을 한 장 씩 남기고 책방을 나왔다. 그 뒤에는 잠시 점원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에 빠졌다.

 

*

 

 방금은 정신이 없어서 신경 쓰지 못했지만, 충분히 이상한 일이었다.

 그 많은 책에 발등이 찍혀서 말도 못 하고 있는데, 보통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구급차를 불렀어야 정상인데 그 점원, 사기사와씨는 그걸 말렸다.

 그게 나빴다고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크게 다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그 때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갔다면 아무리 빨리 나왔더라도 원래 예정에는 시간을 맞출 수 없었을 테니까.

 궁금한 건 그걸 사기사와씨가 어떻게 알았냐는 것이다. 당연히 내가 얼마나 다쳤는지 한 눈에 알아봤을 리는 없고, 내 일정을 알고 있을 리는 더더욱 없다. 오히려 책방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시간이 많은 사람이 많을 테니까, 내게 다른 용무가 있다는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어째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혹시, 처음 보는 사람과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걸까.

 

*

 

 처음 보는 손님이 나가시고, 저는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보통이라면 구급차를 불렀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어째서 저는 숙부님을 말렸던 걸까요. 제 실수로 다친 사람에게 구급차를 부르지 말라고 하다니, 다시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괜찮게 된 것 같지만요.

 그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손님을 보니 왠지 모르게 구급차를 부르면 안 될 것 같은, 부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

 

 후미카가 아이돌이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프로듀서에게 연락이 왔고, 다음 날 프로덕션으로 찾아와 바로 등록을 마쳤다.

 “그럼… 사기사와씨, 그 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네….”

 “형식적인 절차는 모두 마쳤으니 이제 정식으로 저희 프로덕션에 아이돌로 등록이 되신 겁니다.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필요하시다면….”

 이미 아이돌이 된 그녀지만, 역시 하루만에 사람이 바뀌거나 하진 않았다. 여전히 겉으로도 속으로도 답답해 보이는 모습 그대로였다. 그와 그녀의 소식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저런 사람이 아이돌을?’이라며 궁금해 할 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일단 사기사와씨, 아이돌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그게… 전혀….”

 “‘없음.’ 알겠습니다. 그러면 예능 쪽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으셨습니까?”

 “네….”

 “그러시군요. 그럼 이 쪽도 ‘없음.’ 취미나 특기를 ‘독서’라고만 적어두셨는데, 노래나 춤 같은 건 혹시 어떠십니까?”

 “…해 본 적이 없네요….”

 “이 쪽도 ‘없음.’ 알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불이익이 되는 게….”

 “아뇨, 개개인에 맞춰 수준별 레슨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정말 괜찮으신 거 맞아요?”

 프로듀서와 후미카의 질의응답이 오가는 와중에, 보다못한 프로듀서의 어시스턴트가 후미카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 다니요?”

 “아, 이쪽은 소개를 안해드렸군요.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어시스턴트입니다.”

 “맞다, 제 소개를 먼저 해야죠. 센카와 치히로라고 해요.”

 “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녹색 재킷의 정장을 입고 있는 그녀는 항상 웃고 있는 얼굴에 스타일도 나쁘지 않은, 오히려 지금의 후미카와 비교하면 더 아이돌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이 사람이 항상 기분 내키는 대로 다니는 사람이라, 본의 아니게 실례를 범했을 수도 있어요. 너무 급하게 결정하시지 말고 아이돌에 대해 다시 한 번 천천히 생각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그 녹색 재킷의 여성이 지금 하는 말만 보면 어시스턴트나 아이돌은 커녕, 라이벌 프로듀서가 따로 없지만 말이다.

 “왜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실례를 범했다는 흐름으로 가는 거죠?”

 “프로듀서씨는 정말로 한 번 더 생각하실 필요가 있고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가 이런 느낌으로 스카우트를 한 게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치히로는 그런 그에게 매번 의문을 가졌지만 뭐라고 말은 하지 않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번 만큼은, 정말정말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치히로였다.

 “글쎄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나쁘지 않아요….”

 “사기사와씨도?!”

 그리고, 이번에도 매번 그랬던 것처럼 쌍방 OK가 나왔다.

 “아무 얘기도 듣지 못한 건 맞지만… 괜찮을 것 같아요.”

 “…하아.”

 치히로는 결국 더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프로듀서가 다른 누구를 데려왔다 하면, 항상 이런 흐름이었으니까.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이번에도 실패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게… 저는 처음인데….”

 “아, 아니에요! 프로듀서씨 얘기였어요.”

 “아, 네….”

 일단 승낙이 나온다면, 치히로도 거절은 하지 않는다. 사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항상 처음에는 ‘좀 아니다’ 싶은 인재들만 마음대로 스카우트 해와서, 매번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보란 듯이 화려한 데뷔를 성공시키는 그런 프로듀서였다는 것을.

 “제가 뭐 언제는 실패한 적이 있다고요.”

 “매번 아슬아슬 하잖아요?”

 “아주 여유로웠는데요?”

 “또 그렇게 말한다.”

 딱히 다른 누구와 협력도 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어시스턴트조차 모르게 일을 처리하는 그는 사내에서 이미 상당히 유명한 존재였다. 그런 프로듀서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후미카였으니, 결국 좋든 나쁘든 곧바로 유명해지는 건 약속된 미래였다.

 “저… 그게….”

 “아, 네. 사기사와씨.”

 “그러니까… P씨?”

 “아, 혹시 편하게 불러도 되는 될까요?”

 “네. 편하게 불러주시면….”

 후미카가 프로듀서를 이름으로 부르자, 프로듀서도 후미카에게 말을 놓아도 괜찮겠냐고 묻는다. 한 순간 후미카가 실수한 줄로만 알았던 치히로는 프로듀서의 대응에 머리를 갸웃거렸다.

 “어라? 실수로 이름으로 부른 것 아니었나요?”

 “아닌 것 같은데요?”

 “저도… 이게 편해서….”

 “거 봐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겁니다.”

 “흐음…?”

 이 때부터, ‘두 사람이 묘하게 잘 맞는다’라는 화제에 대해 치히로가 처음으로 의심하게 되었다.

 

---

 

 후미카가 아이돌로 등록되고 2주 동안은 언제나 레슨 뿐이었다.

 “왜 네가 데려오는 아이돌은 매번 이렇게 까다로울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확실히 가능성은 엄청난데, 가능성만 엄청나. 정말로.”

 “그걸 살리는 게 저와 트레이너의 역할 아닐까요?”

 “말은 잘한다.”

 처음의 후미카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목소리 톤은 나쁘지 않지만 감정이 실려있지 않고, 책방에서 책을 다루며 힘은 조금 붙었지만 쓸 줄은 모르고, 종합적인 측면에서 본 기초 체력은 형편없는 수준에다가, 프로덕션 내에서도 최상급인 수준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본인은 아주 기초적인 화장법조차 전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정말, 여러가지로 대단해.”

 “제가 좀 대단하긴 하죠.”

 “…그렇게 말하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저런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전혀 티가 나지 않는 후미카도, 그걸 한 눈에 알아보는 너도.”

 “보면 압니다 저 정도는.”

 그러나 그런 총체적 난국의 상태라도 그의 소개를 듣고 나면, 누구나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가지로 찾기 어렵게 숨겨져 있긴 하지만, 후미카의 기본 스펙 자체를 놓고 보면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수준인 건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 P씨….”

 “이 쯤 끝날까 싶어서 왔지. 여전히 힘들어?”

 “역시 2주 정도로는… 안 되는 걸까요….”

 “체력 향상은 그렇게 빨리는 안 되니까. 자, 물.”

 “아, 감사합니다…."

 프로듀서가 후미카에게 물을 건네는 모습을 트레이너가 유심히 지켜본다.

 “아무렇지 않게 이름으로 부르네?”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어? 나도 마셔?”

 “목… 마르시지 않았나요?”

 “용케 알았네, 고마워.”

 후미카가 마시던 물을 프로듀서에게 건네자, 마침 갈증이 난다고 생각하던 프로듀서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마신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그럼 다음 레슨 때 또 오겠습니다.”

 “어? 어… 그래. 또 오고.”

 “그럼….”

 후미카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프로듀서와 함께 돌아서 나간다.

 “이제 귀가하는 건가요…?”

 “아니면 책방으로 갈 수도 있고.”

 “그럼 그 쪽으로….”

 얼떨결에 자기도 인사하고 돌려보내 놓고서 한참동안 둘의 뒷모습을 쳐다보기만 하던 트레이너는, 뒤늦게 이상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음… 뭔가 둘이 잘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은 간접키스 같은 건 신경 안 쓰나…?”

 

---

 

 용량이 크면 자동으로 잘리는 거였군요...

4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