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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미식가 1화 - 대왕돈까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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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6, 2017 18:35에 작성됨.

예전보다는 많이 자유로워진 삶이라고 해도, 아직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아직까지 여러 불평등이 있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완벽한 자유가 주어지는 시간은 많지 않다.
몇 가지 주어진 자유 중에서, 그나마 가장 완벽한 자유를 말해보자면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먹는 자유로운 식사 시간일 것이다.
여기, 한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인 남자가 있다.
그 과도한 업무량으로 턱선이 꽤나 뭉툭해져 있지만, 그래도 요모조모 잘 따져보면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미남상.
그의 일과는 보통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것이라 수면 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이라고 해봐야 두 시간 남짓이었지만, 영업을 많이 나가는 직업의 특성상 이동 시간도 꽤나 많아 틈틈이 이런저런 곳을 가 볼 수는 있다.
그 틈틈이 나는 시간에 프로듀서가 하는 일은 바로 근처의 맛있는 맛집을 돌아다니는 것.
오늘도 프로듀서는 타카가키 카에데라고 하는, 신비주의가 어울리면서도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아이돌의 앨범 수록곡을 녹음하는 스튜디오에 그녀를 옮겨다주다 잠시 짬이 나 밖으로 나온다.
굽혔던 몸을 펴고 햇빛을 쬐며 천천히 기지개를 켜던 프로듀서가, 온 세상이 끝난 것같은 표정을 짓더니 느릿느릿하게 입을 연다.

 

"배가.... 고파졌다...."

 

프로듀서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아침도 먹지 못했는지 프로듀서는 뱃속에서부터 꽤나 크게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더 찾아보기도 힘들다는 듯이 가까이에 있는 초라한 식당에 들어간다.
식당에는 점심 장사가 끝나고 피곤한 표정으로 멍하니 벽에 걸린 TV를 쳐다보던 한 나이든 점원이 앉아있다가 식당으로 들어서는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고는 천천히 일어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한다.

 

"어서오슈."

 

"네. 안녕하십니까."

 

프로듀서가 그만이 가진 듯한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황량하게 비어있는 식당의 자리 중 아무 곳에나 앉아 숟가락과 젓가락을 통에서 꺼낸다.
프로듀서를 잠시 쳐다보던 점원 아주머니가 귀찮다는 듯이 그에게 다가와 메뉴를 건넨다.
메뉴를 대충 훑어보던 프로듀서가 눈을 번뜩이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어 질문을 한다.

 

"이, 대왕돈까스라는거...얼마나 큽니까?"

 

"꽤나 큰디, 그걸로 줄까?"

 

"소스는 어떤 소스입니까?"

 

"걍 주는대로 쳐먹어!"

 

프로듀서의 질문에 귀찮았는지 점원 아주머니가 소리를 지르며 남자가 들고 있던 메뉴를 뺏어간다.
프로듀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점원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주문을 한다.

 

"그럼, 그 대왕돈까스로."

 

"언니! 여기 대왕돈까스 하나!"

 

프로듀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주문에 점원 아주머니가 카운터로 가지도 않고 크게 소리를 질러 주방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주문내용을 말한다.
프로듀서가 얼굴을 찡그리다가 이내 자신의 일을 마쳤다는 듯이 도도하게 TV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가 앉아버리는 점원을 쳐다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주문은 제대로 들어갔는지 주방 쪽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도마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프로듀서는 그래도 맛은 있어보이고, 라고 자신을 세뇌하듯이 말하고는 주방에서 들려오는 맛있는 소리에 귀를 기울린다.
정갈하게 썰어지는 재료들, 기름에 바삭바삭하게 튀겨지는 돈까스, 그리고 돈까스에 빠지면 안되는 생야채샐러드를 담는 소리.
프로듀서가 꼴깍 침을 삼키며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점원에게 음료를 주문하자 그녀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에게 음료와 컵을 가져다 준다.
음료의 뚜껑을 딴 프로듀서가 쪼르륵하는 소리를 내며 컵에 음료를 담고는 한 모금 마신다.
탄산의 가벼운 맛, 그리고 피곤함이 기포 안에 녹아드는 청량감에 프로듀서가 몸을 조금 떤다.
프로듀서가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탄산을 다시 한 모금 마시는 중에, 주방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온다.

 

"대왕돈까스 나왔어! 손님한테 갖고 가!"

 

"알겠어, 언니!"

 

원래 이렇게 고함치듯이 주문을 받고, 서로간에 소통을 하는걸까.
프로듀서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 광경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으로 놓여지는 대왕돈까스를 쳐다본다.
프로듀서의 앞에 나온 것은 과연 대왕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두툼하고 커다란 고기가 튀겨져있는 돈까스.
프로듀서가 오랜만에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두툼한 대왕돈까스를 썰어 한 조각 입에 넣는다.
바삭바삭한 껍질과 두툼한 고기의 말 그대로 육중한 맛, 그리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달콤새콤한 소스가 더해져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음식이 된다.
한 번 대왕돈까스를 맛본 프로듀서가 너무나도 맛있는 것을 접견한 표정으로 허겁지겁 썰어먹자 옆에서 TV를 보고 있던 점원 아주머니가 미소를 짓더니 주방 쪽으로 소리친다.

 

"언니, 이 손님 서비스 좀 드려!"

 

"아니 이 ㅅㅂㄴ이 뭔 서비스여!"

 

점원의 말에 주방에서 어이가 없다는 말투와 함께 욕설이 날아든다.
프로듀서가 가차없이 점원에게 날아드는 욕설에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 시선을 줘본다.
점원 아주머니는 욕을 먹었음에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소리친다.

 

"아니, 내가 먹겠다는 거야?! 손님한테 내 드린다고!"

 

"손님이고 자시고 서비스를 왜 줘! 손님 올 때마다 서비스를 주면 우리가게 망해!"

 

맞는 말씀입니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아직 반이나 남은 대왕돈까스를 잘라 입에 넣는다.
두 여성이 소리치는 소리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돈까스의 풍부한 맛만이 그의 모든 감각을 앗아간다.
프로듀서가 한참 고기를 우물거리며 대왕돈까스를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에게로 다가와 벌써 거의 빈 접시에 작은 돈까스를 하나 올려준다.
한참 돈까스의 맛을 느끼고 있던 프로듀서가 자신의 접시에 올려진 새로운 돈까스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점원이 호탕한 미소를 짓는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 말이야! 아줌마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먹어!"

"아, 네.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 점원은 그저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평범한 아줌마인 것 같다.
프로듀서는 왠지 모르게 아줌마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새로 나온 작은 돈까스를 잘라 입에 넣는다.
소스가 뿌려져 있지 않아 오로지 바삭한 껍데기와 고기 맛으로만 먹는 돈까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프로듀서의 미각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한 그 맛.
맛에 홀려 돈까스를 먹다보니 어느새 비어버린 접시와 그와 반대로 꽉 차버린 복부의 포만감.
프로듀서가 만족감과 만복감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한다.
가격은 만 원. 비싸긴 하지만, 대왕돈까스의 양과 서비스를 포함하면 엄청 비싼 가격은 아니다.
계산을 마친 프로듀서가 미소를 지으며 가게 밖으로 나오자 점원 아주머니의 외침이 들려온다.

 

"또 와, 청년!"

 

점원의 외침에 프로듀서가 몸을 돌려 인사를 올리고는 카에데 씨가 기다리고 있을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긴다.
프로듀서가 스튜디오에 발을 들어서자 신비주의가 아닌 신비주의 아이돌이 그를 보고는 후훗,하고 웃고는 입을 연다.

 

"점심을 먹었더니 이심전심. 후훗."

 

"얼마나 더 하시면 됩니까?"

 

프로듀서는 너무 많이 들었다는 듯이 카에데 씨의 다쟈레를 가볍게 무시하고는 묻는다.
카에데 씨가 볼을 부풀리며 화가 났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자 프로듀서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스태프를 쳐다본다.
스태프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수신호를 보내고 조금만 기다리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직도 삐져있는 카에데 씨를 다독거리고는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점심을 먹었더니 카에데 씨는 수록에 전심."

 

"후훗, 나쁘진 않네요."

 

카에데 씨가 프로듀서의 어리숙한 다쟈레에 미소를 짓고는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록이 행해질 방음부스 안으로 들어간다.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카에데 씨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이거야, 너무나도 완벽한 하루로군. 프로듀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카에데 씨를 쳐다본다.
얼마 남지 수록을 완벽하게 마친 카에데 씨가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부스에서 나온다.
프로듀서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자 카에데 씨가 마치 프로듀서를 홀리려는 구미호처럼 요망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연다.

 

"프로듀서 씨, 오늘은 저 더 이상 일이 없었죠?"

 

"아, 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 프로듀서 씨의 일이 끝나면 같이 술이라도 한 잔 하시지 않을래요?"

 

"카에데 씨는 한 잔으로 끝나지 않으시잖습니까."

 

"오늘은 가볍게 마실거예요. 어때요?"

 

"뭐,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합니다만..."

 

프로듀서의 말에 카에데 씨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그럼 잠깐 집에 갔다가 끝나시는 시간에 맞춰서 전화드릴 테니까 같이 마셔요, 알겠죠?"

 

"아,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꼭 받으시옵소서, 전하!"

 

카에데 씨가 너무나도 기쁜지 하루에 한 번만 하는 다쟈레를 한 번 더 날린다.
프로듀서는 그런 그녀의 표정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기쁜 듯하다.
이것도 대왕돈까스를 먹은 탓이겠지,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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