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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오빠와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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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6, 2017 17:23에 작성됨.

 

이전편들

 

서서히 손님이 빠지고 조금 한가한 오오하라 베이커리, 그곳에서는 케이크가 조금씩 진열장에서 빠지고있었다. 한편, 미치루는 그 와중에 케이크 몇 개를 오빠의 묵인하에 테이블로 빼돌려서 한껏 만끽하고있는 와중이었다. 히이라기가 차분하게 진열을 해가면서 한편으로는 케이크를 먹고 만족할 미치루를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미치루는 테이블에 살며시 롤케이크를 올려두고 눈을 빛내면서 진하게 케이크를 감상했다.

 

테이블에 놓은 케이크는 보면, 원통형 몸에 눈처럼 슈가파워더가 얹어져있고 그 가루들의 미세한 틈과 틈을 통해 약간 노란색이 은은하게 퍼져나온다.

 

롤케이크의 우아한 곡선과 원통으로서의 길쭉한 직선이 서로 직각으로 만나 조화되는 자태에 어린아이의 눈은 기대감으로 커진다. 그리고 구멍도 잘 보이지않아 든든한 솜이불이 연상되는 황백색 시트 안쪽으로 우유같이 하얀 크림이 갇혀있고, 그 안에는 보석과도 같이 딸기가 들어가있다. 파우더, 시트, 크림이 백색이라는 하나의 색으로 동질감을 주는 와중에 홀로 정중앙에 크게도 박힌 딸기는 참으로 눈에 띈다. 정숙한 여인인 줄 알았건만 알고보니 열렬히도 유혹하는 여인이었구나.

 

마치 시간도 같이 말려 갇힌 듯하다. 그 위의 슈가파우더 조차 흔들림없이 다만 고요하게 놓여있다. 그러나 예로부터 다들 알고있지만, 정숙하고 고요하게 정리된 무언가는 때로 기대감을 준다. 그것을 흐트릴 때의 묘한 기대감.

 

케이크를 관망한다는 것은 때때로 이런 맛에 대한 기대감을 최대치로 올리기도한다. 미치루는 미식을 잘 알고있다. 맛을 본다는 것이 혀로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있다. 시각으로 기대하고 코로서 먼저 예상하고 혀와 코로서 깊이 즐기는 것이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는 듯이 미치루는 케이크를 향해 칼을 밀어넣었다. 더이상 케이크를 두고볼 수가 없다. 먹어야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크는 고고하다. 칼은 마치 늪 속으로 소리도 없이 이끌려가는 것처럼 케이크 안 쪽을 향해 서서히,서서히 녹아내리듯 빨려들어간다. 칼을 움직여보아도 케이크는 다만 움찔-할 뿐 흐트러짐이 없다. 그리고 흰색 슈가파우더사이로 칼이 낸 상처에서는 하나의 깊은 선이 그려진다.

 

마치 보물 상자를 살며시 열었을때 그 안의 빛이 서서히 뻗어오는 것처럼 하나의 금테가 케이크를 한 바퀴 휘감는다. 그리고 마침내 크림이 연하게 내뱉는 단말마를 마지막으로 칼을 끄집어내자 그곳에는 선혈이 있다. 잘린 딸기의 즙이 칼에 묻어늘어진 것이다.

 

포크를 옆으로 세워 시트를 슬그머니 잘라내고 크림 속에 포크를 찔러넣어 당긴다.

 

크림은 달달하고 딸기는 톡쏜다. 크림들이 입 안으로 가득 들어와 빈 틈없이 메우자, 그 은은한 달콤함과 우유의 묵직함이 입에 오지만, 이빨을 움직여 딸기를 아직 깨물자 그런 묵직한 식감을 씻어내리는 상쾌한 자극이 들어온다.

 

딸기가 가진 특유의 상큼함은 부드럽기 그지없는 시트와 크림 속에서는 한층 더 배가되어 마치 탄산과도 같은 자극이 된다. 이따금 씹히며 톡-톡-소리를 내는 딸기씨의 식감은 탄산음료의 톡톡튀는 기분과도 닮아있다. 크림이 꾸물대는 소리만 내는 와중에 씨앗의 톡톡 터지는 소리는 귓가에도 먹는 즐거움을 하나 놓아준다. 본래 딸기가 가진 새콤함은 크림과 시트라는 백색 배경을 만나 한 층더 도드라지게 된 것이다.

 

조금 뻑뻑하게 열이 있는 크림과 시트 속에서 딸기가 갈라질때마다 시원하면서 새콤한 물이 혀를 적신다. 마치 귀여운 소녀가 시원한 원피스를 입고 꺄르륵 웃으면서 놀고 있는 듯하다.

 

이번에는 딸기가 없는 쪽을 먹어보자. 딸기가 들어있을 때의 상쾌함이나 시원한 감각은 덜하지만 크림과 시트 본연의 깊은 맛이 느껴진다.

 

옅은 딸기의 향이 슬그머니 느껴지는 우유맛 크림. 고소함이 살짝 첨가된 은은한 단 맛과 다른 재료를 한없이 압도하는 그 양은 입 안을 가득히 메우는 풍미가 되고 시트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케이크를 먹는다는 배부른 기분을 선사한다.

 

구멍도 거의 없어서 치밀한 것을 넘어 든든해보이는 이불을 연상시키던 시트는 외양처럼 하나의 부스러기도 남기지않았다. 입 안을 한 가득 메우던 크림과 시트의 묵직한 맛과 달리 뒤로 넘어가고 한 후의 입 안은 말끔하기 그지없다. 케이크라는 고칼로리의 음식이지만, 크림과 시트의 은은한 풍미, 딸기의 상쾌함과 새콤함, 입안에서 느껴지는 깔끔함. 이런 것들이 이것이 고칼로리의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한다.

 

그렇게 부담감은 케이크의 조각조각과 같이 넘어가고 어느새 남는 건 크림이 조금 묻은 빈 그릇과 포크 뿐이다.

 

“후고후고후고...우웅...”

 

그리고는 다시 칼이 슬쩍 다음 케이크를 향해 넘어가자, 히이라기도 더 이상은 못 견디겠는지 넌지시 한 마디 던졌다.

 

“너무 많이 먹지 마세요 미치루.”

 

“.....”

 

평소같았으면 금새 알아듣고 그만둘 미치루지만 오늘은 왜인지 그러지않았다. 책상에 엎드린채로 오빠를 한 번 흘려보더니 볼을 부풀리다가 그대로 꿀꺽- 케이크를 먹었다.

 

‘사라졌다?’

 

음식을 통째로 삼켜서 빠르게 소화하는 미치루의 움직임을 보면서 히이라기는 미치루의 상태가 심상찮음을 간파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미치루가 저렇게 맛도 재대로 느끼지않고 꿀꺽삼켜버린다는 것은 무언가가 미치루의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미치루? 뭔가 고민이라도 있나요?”

 

천천히 담요에 손을 닦으며 미치루 옆에 다가와서 물어보았지만, 미치루는 고개를 들 생각도 없이 오빠에게 보이지않게 고개를 돌리고는 케이크를 우물거렸다.

 

“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

 

“미치루우~?”

 

“없어....”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미치루는 지금 아주 단단히 토라졌다는 것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이 상태에서 무리하게 파고들어봐야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판단한 히이라기는 조금 방향을 우회하기로 했다.

 

“그런가요...그럼, 입가라도 닦아야지요. 크림이 잔뜩이에요.”

 

“............”

 

거절도 동의도 하지 않은채 미치루는 그냥 뒤돌아있었다. 하지만 흘끗흘끗 뒤를 향해 나왔다가 돌아가는 보라색 눈과 묘하게 움찔거리는 팔은 명백하게 그녀가 망설이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있었다.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행동한 뒤라 바로 언행을 바꾸기에는 뭔가 걸리는 것이겠지.

 

“미치루는 오늘 오빠 안 보는 거네요...”

 

히이라기는 목소리에 힘을 빼며 우울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오빠는 방에 들어가 있을게요.”

 

“엣....”

 

휠체어의 소리와 함께 서서히 멀어지려는 히이리가의 목소리를 듣고서 미치루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고 뒤돌아보고말았다.

 

“치사해....”

 

히이라기는 그제야 안심한 미소를 띄우며 천천히 입가를 닦아주었다. 입가에서 위로 올려서 코밑을 닦아내고 입을 살짝 벌리게해서 양 옆을 말끔하게 닦아낸다. 그리고나서 미치루는 자연스럽게 휠체어에 올라타 히이라기를 꼬옥 꺼안았다. 휠체어가 사방으로 늘어나며 공간이 확봐되자, 미치루는 아직 가시지않은 빵 냄새와 온기, 그리고 자신을 천천히 어루어만지는 거친 손을 느낄 수 있었다. 히이라기는 아무것도 묻지않고, 다만 미치루가 편안할 수 있게 안고만 있었다. 언제나처럼 미치루가 마음을 놓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만 기다려주는 것이다.

 

따뜻해진 분위기에 따라 미치루의 마음도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지만, 방금전까지도 퉁명스럽게 대했던 기억탓인지 쉽사리 미안하다는 말은 못하고 다만, 슬쩍 돌려서 자신의 말을 전했다.

 

“오빠는....누구 오빠야?”

 

“당연히 미치루 오빠죠.”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개운한 표정으로 즉답했지만, 미치루는 아직도 뭔가 불만이 쌓인 듯 고개를 살짝 내리고 옆으로 돌렸다. 눈도 아래로 내리고 입술을 살짝 삐죽거리며 불만을 표시하자, 히이라기는 다시금 천천히 물었다.

 

“무슨 일있나요...?”

 

“오빠는 슈코 오빠나 사에 오빠가 아닌거지?”

 

미치루는 아무래도 확답을 받야야겠는지 다시 한번 재차 물었다. 입술을 앙다물고 히이라기의 옷깃을 말아쥔채, 슬슬 떨리는 눈으로 묻는 미치루를 보면서 히이라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확답했다.

 

“당연하죠.”

 

퍽-소리가 날 정도로 히이라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미치루. 히이라기는 넌지시 미치루에게 물었다.

 

“불안한가요..?”

 

“아니.”

 

“질투하는 것 같은데요..?”

 

“아니야.”

 

미치루는 그제서야 토해내듯 말했다.

 

“그냥 걱정되서 그래. 어차피...사에나 슈코 언니나 오빠가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오빠는...”

 

미치루가 말을 잇지못하고 입술을 살짝 깨물어 닫았다. 더 이상 말하면,....아프기만 하겠지.

 

“........그러네요.”

 

잠깐이지만 또 아주 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처음 깬 건 미치루였다.

 

“졸려....”

 

“먼저 들어가보세요. 오빠는 정리 좀 해야겠네요.”

 

“응...”

 

미치루가 먼저 올라가고 적적하게 등불 몇개에만 의지해 정리하던 히이라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않고, 먹먹한 침묵만이 메아리치기 시작하자 그의 머릿속에서는 미치루의 말이 몇 번이고 떠올랐다.

 

‘오빠가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오빠는....’

 

“......하아...”

 

결국 손을 놓고 휠체어에 몸을 던지듯 기대어 버렸다. 마른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에 한 쪽 손을 짚고는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보았다.

 

“사랑....이라...?”

 

“사에.....코바야카와.....귀족...명인....” “슈코..명인...아이돌...”

 

“지겨워.....전부...사랑도 손님도...명인도..

 

히이라기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양 손으로 잡아 구겼다. 꼭지가 풀려 물이 새는 수도처럼 그의 입에서는 말들이 허망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의미도 없는 단어들이 한숨에 녹아 허공으로 흩어지기를 몇 번. 히이라기는 문득 감각이 이상하게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

 

처음에는 깊이, 그리고 진하게 머리 속에서 생각이 치솟아오르다가, 서서히 옅어지고 감각이 녹아내린 것 같다. 가까이 있는 것이 멀어보이고 멀리 있는 것이 가까워보이고, 감각으로 느껴지는 것에 기시감이 든다. 감각이 하나둘 비틀리다가 서서히 옅어져 버리고 가슴에서 치미는

 

“......”

 

명인이 된 이후로 자주 겪는, 정확히는 명인들이 다들 겪는 스트레스성 질환. 최근 몰아닥친 고백 덕분에 꼬인 상황과 자꾸만 떠오르는 자신의 처지덕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것일까. 3년 전 즈음 사고 이후에는 잘 겪지않았던 증상이 히이라기의 목을 쥐고 흔들었다. 가슴이 짓눌리고 거친 숨은 아래에서 위로 기어와 목을 조른다.

 

“아....”

 

천천히...간신히 약병의 위치를 기억해낸 히이라기는 휠체어에 매달리듯이 앉아 움직였다. 그리고 손을 뻗어 선반을 향했을 때....

 

팔이 닿질 않는다.....손끝만이 파르르 떨리고 저 위에 있는 것을 잡으려면 다리가 있어야하는데 히이라기에게는 지금, 다리가 없다.

 

“하아.....하아....”

 

점점 호흡이 거칠어지는 와주에 주먹으로 가슴을 여러 번 치던 히이라기는 결국 한계에 달했는지 무언가를 손에 쥐고 집어던졌다. 선반 위에 놓인 병들이 넘어지고 바닥으로 쏟아지는 소리가 거칠게 방 안을 후려쳤다.

 

“끄으으으...”

 

약이 쏟아지고 병이 깨져서 난장판이 된 바닥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히이라기는 휠체어에서 내려와 바닥으로 기어 약을 주워먹었다. 물도 없이 약을 한 움쿰 쥐어 화를 내는 것처럼 거칠게 씹어먹은 히이라기는 온몸을 감싸쥐고 벌벌 떨기시작했다. 차마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히 동생에게는 들려줄 수 없는 신음이 결국 이빨 사이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우욱...”

 

헛구역질까지 해가는 와중에서도 간신히 휠체어에 기어와 팔걸이를 잡았다.

 

“끄륵.....”

 

팔에 힘이 풀려서 휠체어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시야가 녹아내린 치즈처럼 어지러워서 버튼을 조작해볼수도 없다. 그럼에도 살려는 발버둥처럼 히이라기는 팔걸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팔걸이는 놓지않았다.

 

“........”

 

그가 기절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누군가 나와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소라빵처럼 말린 머리카락이 풀려 어깨까지 내려온 모습이 꽤 이질적이지만 분명히 오오하라 미치루. 히이라기의 여동생이었다. 미치루는 천천히 오빠를 내려다보았다. 의식을 잃고 널부러진, 다리도 없는 히이라기는 추했다. 그러나 미치루는 그것을 슬퍼하거나 싫어하거나, 부정적인 형태의 감정은 가져본적도 없었다.

 

히이라기는 필사적으로 숨기려고했지만, 어느 시점에선가 미치루는 어렴풋하게 눈치채고있었으니까. 자신을 아이돌로 만들고, 명인이라는 일에서 벗어나게하기 위해 그가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걸. 아니 노력이라는 말도 부족하다. 히이라기는 오븐에 빵을 밀어넣을 때마다 수명도 잘라내어 넣었다는 표현이 그나마 근접할 것이다.

 

손님과 자신 앞에서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히이라기가 필사적으로 숨겨왔던 고통과 괴로움이 지금은 넘쳐흘러서 널부러진 모습이었다.

 

“......”

 

히이라기가 얼마나 미치루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것에 대한 증거이다. 그리고 명인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람을 말려죽이는지, 그 과정이자 결과이기도하다.

 

아주 가끔 남몰래 히이라기의 이런 상처를 훔쳐보며 미치루는 한없이 굳게 다짐하고 결심했다.

 

“오빠는 내가....반드시...행복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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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딸기롤케이크 드세요! 꺗하!!!

 

왜 히이라기가 슈코와 사에를 거부하는 지 암시를 해보았으나 과연 알아챌 분이 계실까

 

이제 나오가 건프라 입문하는 거 써야징! 라디오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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