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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R ETERN@L BLUE』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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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6, 2017 11:29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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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타카네 씨. 일어나 계셨나요?"

"수고하셨습니다."

"에헤헷, 뭘요. 저는 이제 자러 갈테니 불침번, 부탁드려요."

"예."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긴 해도, 아직 밤. 슬슬 졸음이 온 하루카 다음으로, 타카네가 불침번에 나섰다. 하루카가 깨우기도 전에 스르륵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 타카네. 그녀는 펼쳐놓은 노란 망토 위에 몸을 던지는 하루카를 뒤로 하고는, 아직도 버티고 있는 치하야 곁으로 다가왔다.

 

"어라? 벌써 일어나 있는 겁니까?"

"휴식이라면 충분히 취했습니다."

"그렇습니까."

 

확실히, 그다지 피곤해보이지는 않는 것 같았다. 타카네는 치하야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아직 어두컴컴한 숲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았다. 아무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뒤로는 하루카가 있었던 자리에 슥 앉았다. 치하야는 그런 타카네를 쳐다보고는 작게 입을 열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당신은 어떻게 해서 펜타그리아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겁니까?"

 

치하야는 라파 마을의 촌장에게서 들었던 정보를 되새겨보았다. 성도 펜타그리아. 미우라가 재데뷔했다는 곳. 일반인들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장소. 그리고, 전 지역에 퍼진 미우라 신단의 일원들 중에서도 선택받은 소수의 인물들만이 그 존재를 알고, 들어갈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래보아도 저는, 꽤나 유망한 신관이었답니다. 후훗, 그것도 이제는 지나간 일에 불과한 일입니다만.....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활용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했군요."

 

타카네는 반쯤 농을 섞어 대답했다. 치하야는 타카네의 새하얀 얼굴을, 그 붉은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너무나도 일직선적인 시선에, 타카네는 곤란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당신은, 미우라를 본 적 있다는 것이로군요."

".....예. 그렇게 가까이서는 아니고, 멀리서밖에 보지 못했지만요."

"가능하다면,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기이하군요. 당신은 미우라 님을 몹시 잘 아는 듯 같았습니다만."

 

타카네는 치하야의 요구에 물음표를 띄웠다. 치하야는 속으로 해야할 말을 고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알고 있는 미우라에 대한 정보와, 지금의 미우라 간에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짧은 대답 이후로, 타카네는 생각에 잠겼다. 우수한 신관이었던 그녀는 소수의 선택받은 이가 되어 펜타그리아에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었다. 실제로도 몇 번 가본 적도 있었고. 야요이에게 진실을 확인하러 갔을 때가 그 마지막이었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타카네는 그 몇 번의 펜타그리아 행 중에서 미우라를 본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언젠가 그 곳에서 성대한 축제가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 때 미우라 님을 멀리서나마 직접 봤었지요. 미우라 님은 과연 톱 아이돌,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척이나 아름다우셨습니다. 특히, 긴 머리가 인상 깊었지요."

 

치하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움, 긴 머리. 기억 속의 모습과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외모 같은 건 속이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것이었다. 치하야는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으려고 들었다.

 

"미우라는 거기서 노래와 춤을 선보였습니까?"

"네?"

 

이어진 질문에 타카네가 이상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치하야도 덩달아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해서는 안되는 질문이었나. 치하야가 긴장하는 사이, 타카네는 미소와 함께 이리 전했다.

 

"아, 죄송합니다. 모르시는 게 당연하겠군요. 그 축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입니다. 우리가 미우라 님께 노래와 춤을 바치는 것이지요."

"뭐라고요?"

 

이번에는 반대로 치하야가 목소리를 높였다. 타카네는 그런 치하야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듯 두 눈을 깜빡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 그게......"

 

치하야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톱 아이돌이라면 자고로 사람들에게 널리 노래와 춤을 선보임으로서, 사람들에게 예능력을 끌어모으고 발휘할 수 있는 존재. 그런데 왜 반대가 되어버린 걸까? 그 바친다는 노래와 춤이라는 건 미우라에 대한 존경의 표현인 건 알겠지만, 정작 톱 아이돌인 미우라는 가만히 있다는 게 이상했다.

 

"그렇다는 건 지금의 미우라는,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일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후훗, 조금 이상한 일이지요. 전설 속의 미우라 님은 몇 번이고 그 아름다운 노래와 춤을 보였는데. 타카네는 그렇게 덧붙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치하야는 애써 평정을 가정했다.

 

".....당신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정확히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펜타그리아에는 무서운 마물이 잠들어있다고. 그래서, 미우라 님은 그 곳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아."

 

치하야는 이제야 납득했다는 듯이 탄성을 내뱉었다. 부풀어올랐던 의문이 급격히 풀리는 순간이었다. 펜타그리아에 잠들어있다는 마물은, 역시 조파. 무슨 이유인지 한동안 데뷔를 하고 있지 않았던 미우라는 부활한 조파를 막기 위해 재데뷔를 했고, 일단 봉인에는 성공한 것 같았다.

 

다만 완전한 봉인에는 실패했고, 또 봉인하는 과정에서 자기처럼 힘을 빼앗기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힘을 빼앗긴 미우라는 조파가 부활하는 걸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형식으로 어떻게든 잃어버린 예능력을 되찾으려드는 것일테고.

 

"그런 이유였군요."

 

대부분의 의문이 풀렸다.

 

미우라가 나머지 다른 이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 조파가 부활은 했어도 바로 루나를 집어삼킬 수는 없었던 이유. 또 자신의 힘을 봉인은 시켰으나 끝장을 내지는 못했던 이유. 미우라가 더 이상 노래와 춤을 선보일 수 없는 이유.

 

그러나, 아직 커다란 의문이 두 개 남아있었다.

 

왜 미우라는 조파가 부활하기 전까지, 데뷔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미우라는 왜 자신을 마왕이라 칭하며 죽이라고 자기 밑의 인간들에게 명했던 걸까?

 

"미우라가 재데뷔한 건 아주 최근의 일이라 들었습니다. 미우라가 왜 한동안 데뷔하고 있지 않은 건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치하야의 질문에, 타카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저를 마왕이라고 하는 건지는 알고 있습니까?"

"그것도 모릅니다. 히비키가 받았다는 그 명령은, 제가 신관을 그만두고 나서의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까....."

"마을들도 모자라 당신 같은 무고한 이마저 죽이려는 걸 보고 나니, 미우라 신단이 정말 잘못되어있다는 건 알겠지만요."

 

그렇게 답하며, 타카네는 그들이 지나왔던 뱡향에 먼 시선을 두었다. 치하야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저랑 같이 펜타그리아로 가는 것이 즐거운가요?"

".....즐겁다, 라고는 표현할 수 없겠지만, 싫다는 건 아닙니다. 좋은 편이죠."

 

.....

 

"후아암~ 이제 내 차례지?"

"후훗, 제가 깨우기도 전에 일어나주었군요."

"실컷 자두어서 그런지, 알아서 눈이 떠지더라고. 자, 피곤할테니 자고 있으라고."

"그정도까지는 아닙니다만.....모처럼 권해준 것이니 그 말에 따르도록 하죠. 날이 밝는 대로 깨워주십시오."

"그거야 당연하지."

 

마지막으로, 이오가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타카네와 교대를 하고는 이젠 거의 불씨만 남은 모닥불 주위를 지키고 있던 치하야 옆에 풀썩 주저앉았다.

 

"너도 참 징하네."

"그 말은 당신이 아주 전부터 일어나있었다, 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요?"

"뭐, 그런 셈이야."

 

이오는 몇 번 더 기지개를 피고는, 치하야를 툭툭 건드렸다. 치하야는 느릿하게 그 쪽을 돌아보고는, 무슨 용무냐는 식으로 눈빛을 보냈다.

 

"너말야, 노래 하난 잘 부르네."

"그렇습니까."

"하루카가 그렇게 눈을 빛내는 것도,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이오는 치하야에게 반짝이는 이마를 들이대며 자신만만한 웃음을 보였다.

 

"하루카의 소중한 사람은, 누가 뭐라해도 바로 이 이오 님이시니까. 넘보지 말았으면 좋겠어."

"넘본다니, 그런.....저는 그런 쪽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럴 여유도 없고요. 그리고 저와 하루카는 같은 여성인만큼 사랑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릅니다. 거기다 무엇보다도, 아이돌과 인간은 엄연히 다른 존재로....."

"그래, 그래. 알았어. 미안해. 나쁜 건 네가 아니라, 저기 사람 너무 좋은 녀석이겠지."

 

이오는 치하야가 줄줄 내뱉는 말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격하게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세상 모르게 잠든 하루카를 멀리서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하여간 저 녀석도 참, 이 전설의 네 푸치돌 중 하나를 두고도 또 어딜 한눈 팔고 있는 거야."

"저와 하루카도 그렇지만, 하루카와 당신도 사랑이라는 걸 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것 같습니다만."

"키잇, 조용히 해."

 

아픈 곳을 찔린 이오가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고개를 정반대로 틀었다.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긴 해도요. 치하야는 그렇게 덧붙이고는 이오의 모습을 한참 눈에 담고 있다가, 앞서 타카네에게 했던 것처럼 질문 공세를 시작했다.

 

"이오. 당신은 네 푸치돌 중 하나라고 했었죠."

"그렇지. 최후의 아이돌 마스터 P에게는 유키뽀라는 푸치돌이 파트너였다고 해. 그 푸치돌은 나만큼 작고, 아주 작은 목소리였긴 해도 말도 할 수 있었다고 전해져. 마침 나도 딱 그만한 덩치에, 말도 할 수 있어. 그것도 아주 잘. 거기다, 빔까지 쏠 수 있다고?"

 

그러니까 나도 그 푸치돌의 일원인거야. 그러니 함부로 대하거나 했다간 큰일난다구? 이오는 두 손을 허리에 갖다대고 가슴을 폈다. 그러나, 치하야는 그 모습이 허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네요. 당신은 푸치돌입니다. 틀림없이."

"고마워. 믿어줘서. 다른 녀석들은 내가 그런 말을 했다하면 웃기 바빴는데."

 

그런데 치하야는 또 거짓말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오의 말을 긍정했다. 왜냐면, 사실이었으니까. 이오가 내심 불안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또, 본래 가지고 있어야할 강대한 예능력이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것하고도 또 다른 쪽으로.

 

이오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이오 외에 나머지 푸치돌들은 어떻게 되고 만걸까.

 

네 푸치돌의 힘은 이미 봉인시킨지 오래다.

 

치하야는 푸른별에서 조우했던 조파의 말을 떠올렸다.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부활한 조파와 미우라가 교전하는 과정에서, 조파는 봉인되었고, 미우라는 힘을 잃었다. 미우라가 부리는 네 푸치돌들 또한, 그에 휘말려 봉인되고 말았다는 게 아닐까.

 

추측만을 반복하던 치하야는, 푸치돌 이외에 미우라가 부리고 있는 또 다른 존재를 기억해냈다.

 

아이돌 마스터.

 

아이돌을 보좌하는 프로듀서들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존재. 아이돌 중의 아이돌 톱 아이돌을 보좌하며 그 명을 받들어 외적을 물리치는 자.

 

아이돌 마스터는, 또 어떻게 되고 만걸까. 우선은 히비키라는 자가 그 지위에 부합할 듯 했지만, 그녀는 자기 스스로를 '백기사' 라고 자칭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기사는 아이돌 마스터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까? 아니, 잠깐만. 치하야는 하루카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았다.

 

최후의 아이돌 마스터, P.

 

그의 시대를 기점으로 해서 루나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미우라는 데뷔를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무슨 이유로 그가 최후의 아이돌 마스터가 되고 만걸까. 왜 미우라는 더 이상 아이돌 마스터를 뽑지 않는 거지? 새롭게 솟아나는 의문에 치하야는 이오를 불렀다.

 

"이오, 질문이 더 있습니다."

"응? 뭔데?"

"실은 전부터 계속 신경쓰이던 것이었습니다만.....그, 최후의 아이돌 마스터 P라는 이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아, 그거. 그 사람은 아주아주 먼 옛날, 몇 백년 전에 사람인데.....네 푸치돌의 시련을 이겨내고 아이돌 마스터가 되어 미우라 님을 지켜주었다고 해. 정말 멋지지?"

"지켜, 주었다......?"

 

그 말을 들은 치하야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아직 어두운 탓에 치하야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한 이오는, 즐거운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응! 아이돌 마스터라는 건, 푸치돌을 부리고 미우라 님을 수호하는 아-주 강한 사람을 말해. 지금은 없지만, 미우라 님이 다시 데뷔했다니까 곧 아이돌 마스터도 새롭게 뽑힐 것 같아. 앗, 그렇게 되면 푸치돌 중 하나인 나도 그 사람과 행동해야한다는 걸까? 그건 싫은데.....이렇게 된거, 하루카가 아이돌 마스터가 된다면 좋을텐데."

 

니히힛, 이오는 있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며 웃었다. 치하야는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반쯤 입을 벌리고는 두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치하야에게 있어서 모두가 말해주는 것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상당한 괴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밝고 명랑한 노래를 불렀다는 미우라.

 

자기가 선보이는 게 아닌, 사람들에게 노래와 춤을 받는 미우라.

 

서로 반대가 되어버린 아이돌 마스터와 톱 아이돌의 관계.

 

푸른별에 있는 동안, 그 사람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지? 저 말들은 전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어느 게 진실이지? 어느 게 거짓이지?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셋이 그렇게 믿고 있기에 그런 걸수도 있었다.

 

하나가 풀리면 두 개가 막혀오는 상황. 점점 복잡해지는 머릿 속. 치하야는 눈을 반쯤 내리깔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피곤한가보네. 조금이라도 좋으니 더 자두는 게 어때?"

 

이오가 치하야의 허벅지를 툭 치고는 비어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치하야가 하루카의 망토 위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동안, 하루카가 임시로 타올 같은 것들을 꺼내 깔아둔 또 다른 잠자리다.

 

"예. 그러도록 하죠."

 

치하야는 힘없이 일어나 비척비척 그 쪽으로 걸어가 옆으로 돌아누웠다.

 

"아침이 되면 깨울테니까, 그 땐 벌떡 일어나! 안 일어나면 빔 쏴버릴테니까, 각오해!"

 

이오가 조금 멀리서 콩콩 뛰며 소리쳤다. 치하야는 그에 대답하지 않고 두 눈을 꼭 감았다. 졸린 건 아니었다. 그저, 새롭게 처리해야할 정보가 산더미였을 뿐.

 

미우라는, 그 사람은 어떻게 된걸까. 왜 데뷔를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일까.

 

치하야의 머릿 속에서, 긴 남색 머리칼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기가 입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검은 의상에 몸을 감싸고 있던 그녀. 부드러운 자주빛 눈에는 상냥함 뿐만이 아닌, 슬픔 또한 깃들어있었다.

 

아니, 그것은 또한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치하야는 갈수록 수심이 깊어져만 가던 얼굴을 떠올렸다. 상냥함과 비례해만 가는 슬픔, 차가움, 엄격함. 그걸 애써 덮으려는 듯 가면이나 다름없던 웃음이 걸려있었지만, 치하야는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정말로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걸.

 

그 사람은 책임감이 아주 강했지만, 오랜 세월 끝에 결국 지쳐버린 게 아닐까. 그렇다면 데뷔를 하지 않은 게 이해가 간다. 지금 재데뷔한 건 조파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

 

하지만.

 

그게 어떻게 해서 자기를 죽이라는 명령에까지 이어졌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자기의 행동은 루나를 구한다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멸망하고는 더더욱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어째서일까.....치하야는 고민을 거듭하다, 역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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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는 정말 왜 치하야를 죽이라고 했던 걸까요. 빨리 좀 밝혀봤슴 좋겠군요 으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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