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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사쿠마 마유 "결국엔 맺어질 운명의 그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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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5, 2017 21:32에 작성됨.

저와는 조금도 인연이 없을, 환상적인 사랑에 대한 수요라는 건 이런 지방도시에도 제대로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백화점 옥상에 설치된 간이 무대에서 춤추는 아이돌들을 향해, 무대 뒷편에서 콜라를 마시면서 감상하며 이런 독백을 떠올리는 건 저 아이돌들에게 실례가 되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어째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이돌들의 춤사위를 뭐가 즐겁다고 감상하고 있는 걸까요.

 

"사쿠마 씨. 아이돌들 무대에서 내려오는 대로 촬영 들어갈께요."

 

"네."

 

아아, 그랬습니다. 백화점 의류 코너에 쓰일 사진을 찍던 중이었죠. 휴식시간 동안 잠시 멍하게 있었습니다. 곧 촬영이니 다시 정신을 다잡을께요.

나, 사쿠마 마유는 나름대로 잘 팔리는 여고생 독자 모델입니다. 출신지는 미야기 현 센다이 시. 현재 거주지도 미야기 현 센다이 시. 다니는 학교의 소재지 역시 미야기 현 센다이 시. 마지막으로, 현재 모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거점 또한 미야기 현 센다이 시입니다. 미야기 현 바깥으로 나가본 적은 거의 없고, 16년간 한번도 이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세계가 협소한 건 아닙니다. 분명히 말하건데, 저는 학생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는 학생이자, 국가 통계나 지방 통계에 노동자로서 집계될  정도의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사회를 경험해 온 사람들보다 작은 세계일지라도, 또래 학생들 중에선 꽤 넓은 시야를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드리밍 드리밍 달-링, 당신을 정말 좋아하니까…]

 

다만, 지금까지 나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 길거리 스카우트를 통해 모델 일을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된 거지만, 청소년이라는 신분은 제 또래의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보호막이 되어 줍니다.

 

[러브-레-터 받아주세요~]

 

저 아이돌들도, 잘 알고 있을까요?

 

"준비 끝났나요?"

 

"네. 언제든지 가능하답니다."

 

아이돌들의 무대가 끝났습니다. 이제 전 기계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촬영 전 마지막 의상 점검을 실시합니다. 샘플로 받은 의상에 문제가 없는가, 혹은 코디가 실수한 게 있는가 스스로 체크해 봅니다.

아르바이트 기분으로 일하고 있지만, 돈을 받은 이상 확실하게. 프로정신만큼은 흔들릴 일 없는 단단한 반석 같은 위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 뛰어내릴 일도 없습니다.

 

 

 

===

 

 

 

"찍습니다!"

 

귀여운 포즈.

찰칵.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귀여운 외모 덕택에, 꽤 오래 전부터 모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도권으로 나간다면 유명 모델 타카가키 카에데나 죠가사키 미카처럼 대성할 수 있을 거라는 거래처의 입발린 칭찬에 들떴다가 흔들리다가 하는 나날을 보내며 모델로서의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올리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모델로서 꽤 오랫동안 롱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장밋빛 망상을 떨쳐내면서요.

 

"컷! 잘 나왔습니다. 오늘도 귀여우시네요."

 

"어머, 정말요? 감사합니다."

 

갑작스레 고백하자면, 전 모델 일을 오랬동안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스로의 마음이 머무르는 곳, 마음에 든 곳에서 멀리 떨어질 생각이 없습니다. 모델 일은 마음에 들지만, 앞으로 모델 일을 계속하기 위해선 머나먼 도쿄로 나아가야 합니다. 전 모델 일 때문에 거기까지 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대학은 도쿄 근처의 상위권 대학을 노리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착실한 미래를 위해서이지 모델 일을 어떻게든 계속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다음, 아이돌 분들 올라오세요!"

 

아이돌도 모델도 결국 외모로 먹고사는 일. 아름다움이란, 영원하지 않습니다. 저보다 훨씬 더 잘 나가던 몇 명의 선배들의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다, 결국 사무소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 우와악!!"

 

"넘어진다!!"

 

시마무라 우즈키, 라고 했던가요? 저 아이. 한눈에 봐도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가장 잔실수가 많았던 아이지만, 그 열정만큼은 나머지 둘을 합친 것보다 더 크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열정을 쏟아부어야 할 곳을 착각한 게 아닐까요?

…..뭐, 제가 스스로를 변호해봤자 이득 볼 것도 없겠죠. 예. 저에겐 열정이 부족합니다. 몸과 마음을 불사르고, 재조차 남지 않을지라도 불타올라 하늘로 날아오를 정도의 열정이 없습니다.

 

"사쿠마 씨! 위험해요!!"

 

"에? 으아, 꺄아악!!!"

 

이 아이돌들이 얼마나 큰 열정을 품고 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진지하게 접하지 않기에, 같은 피사체 신세지만 거대한 벽을 느껴버립니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습니다. 저는 아직 청소년이니까 앞으로 대학에 가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거나, 아니면 멋진 만남을 가져서 결혼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 처럼.

그러니까 이 일을, 고액 아르바이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거겠죠. 이 일에, 마음도 열정도 품고 있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네, 그렇게

 

"아야야….. 의상?! 의상은요?!"

 

"의상은 무사합니다… 가 아니라, 몸은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돌이 그만…."

 

"괜찮아요… 아야. 허리가."

 

생각하고만 있었답니다.

 

"일으켜 드릴께요. 손 잡아주시겠어요?"

 

지금

 

"감사합니….."

 

"……아, 저기요? 괜찮으세요? 혹시 많이 아프시면 병원까지 데려다드릴까요?"

 

 

"아니요. 그것보다…"

 

순간까지는.

 

"이름을, 가르쳐주세요."

 

"….네?"

 

절 걱정해 준 멋진 목소리가, 차가웠던 가슴에 불을 붙이기 전 까지는

마유는, 운명을 만나버린 것입니다.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아니,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

 

[(유)신데렐라 걸스 프로덕션

프로듀서

연락처

주소

홈페이지]

 

명함.

마유가 지금 뚫어져라 쳐다보는 물건이자, 사회인이라면 필수적으로 지참해야 하는 종이입니다. 일단 마유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느낌으로 모델 일을 하는 주제에 너무 거창한 게 아닌가 싶지만, 지금 소속된 사무소 측에서 꼭 만들어 두라고 하길래 반 이상 떠밀려서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무소에선 제가 오랬동안 팔려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가지게 될 거라고 예상한 것 같았습니다.

틀리진 않았다는 게, 조금 분합니다.

마유는, 아까 그 자리에서 프로듀서에게 명함을 건냈으니까요. 서로의 이름이 교환되는 순간의 짜릿함이 방 침대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지금도 마유의 손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신데렐라 걸스 프로덕션 소속의 프로듀서….."

 

신데렐라 걸스 프로덕션.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소형의 아이돌 사무소. 본사 주재지는 도쿄. 수상한 곳은 아니지만, 굉장히 작은 사무소라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조사해본 걸론 이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홈페이지에 제대로 된 링크나 정보가 없었으니까요.

 

‘보통 기업 홈페이지는 외주를 주는데….. 아무래도 이건, 자체적으로 적당히 만든 홈페이지 같구나. 돈은 아낄 수 있지만, 역시 전문가가 만든 거에 비하면 부족하지. 진짜로 작은 곳이구나.’

 

혼자서는 직원 소개란을 찾지 못해서 아버지에게 부탁해본 결과, 직원 소개란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곳 아니냐는 아버지의 추궁을 필사적으로 방어하느라 진이 쭉 빠져버렸습니다.

 

"하아….."

 

마유 나름대로 열의를 가지고 설명할 생각이었지만, 아버지께선 프로듀서가 계시는 회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합니다. 혹시 가족에게 이상한 사람이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계신 거겠죠. 오늘 같이 일 한 회사의 아이돌들 이야기를 덧붙이긴 했지만, 아버지께선 쉽게 믿어주지 않으셨습니다.

마유가 그쪽을 향한 마음이 있다는 건, 진작에 눈치채고 계시겠죠.

 

"……"

 

청소년이란 부모의 손을 함부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보호와 족쇄가 갈라져 버립니다. 아직 씻지 않은 손에, 프로듀서의 온기가 남아있는데 만날 수 없습니다. 아마 지금쯤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에 타 있겠죠. 그 아이돌들과 함께.

그 아이돌들과 함께.

 

신데렐라 걸스 프로덕션은 회사명대로 여성 아이돌을 주력으로 하는 사무소입니다. 당연히, 여성이 많은 환경이 될 게 뻔하죠. 그리고, 오늘 만난 프로듀서는 남성이었고요.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프로듀서께선 수 많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단 한 명의 남성이라는 거에요. 아이돌들과 굉장히 가까운 관계일 거에요. 게다가 한 순간의 실수를 저지르기에 굉장히 좋은 환경이기까지 하죠.

오늘 만난 아이돌들의 눈에, 프로듀서를 향한 신뢰가 담겨있었다는 걸 마유가 모를 리 없습니다. 분명 프로듀서께서도 알고 계시겠죠.

프로듀서께선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한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예. 당연하죠. 그리고 뜨거운 신뢰에 어떤 식으로 보답해야 할지도 잘 알 테고, 근처의 누군가가 그분을 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진지한 만큼, 그 마음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실 분이죠. 당연합니다.

 

"틀림없어요."

 

그 아이돌들은, 프로듀서께 마음을  품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것이 잔잔하고 두터운 신뢰라 할 지라도, 그 감정조차 연료삼아 새로운 마음이 타오를 게 분명합니다. 마유는 눈을 마주친 순간, 한 눈에 타올라버렸으니까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는 게 이상합니다.

결국 마음이란 불타게 마련.

 

"아버지를 통해서 조사하는 건 어렵겠네요. 노트북을 빌려주지도 않을 거고."

 

협력해주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한 번 깃든 의심을 박멸하는 건 힘들고 한 번 사라진 신뢰를 돌려놓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믿을 수 있다고 곁에서 아무리 소리쳐 봤자 소 귀에 경 읽기일 뿐이죠. 신뢰가 더 낮아질 가능성조차 존재합니다. 그러니, 첫 날부터 사라진 프로듀서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마유가 직접 움직일 수 밖에.

 

스마트폰을 조작합니다.

 

빠르지 않은 스피드와, 불편한 UI. 그리고 스마트폰으론 접속하기 힘든 사이트와 알아낼 수 없는 내용들. 아무래도, 여기서부턴 컴퓨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유에겐 컴퓨터가 없어요. 그래서 자주 가는 쇼핑 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방 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있던 통장을 꺼냇습니다.

 

"지금 잔고가….."

 

컴퓨터라는 게 얼마나 비싼 지, 어떤 게 좋은 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인터넷만 쓸 생각이라면, 게임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비싼 게 아니어도 되겠죠. 사무소에서 쓰는 컴퓨터 정도라면 충분할 거에요.

돌아오는 길에 사무소에 들르길 잘 했어요.

 

"음….."

 

하지만, 통장을 한 번 정리하고 잔고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부어오던 통장이라, 만든 뒤로 한번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

 

 

 

"컴퓨터? 모델 일 하느라 바쁜데 컴퓨터까지? 성적은 괜찮겠니?"

 

"네. 그리고, 인터넷 강좌를 조금 들어볼까 싶어서."

 

꽃다운 고등학생 시절이지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대략 60%정도. 마유가 진학교에 다니는 건 아니지만 성적은 괜찮은 편 입니다. 도쿄 내의 대학으로 진학하기엔 문제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좀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 실력만으론 부족합니다.

마유의 부모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인터넷 강좌?"

 

"네. 마유는 모델 일 하느라 바빠서 학원 다닐 시간은 내기 어렵지만,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굳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보세요…."

 

"….어머, 기특해라!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음…. 그렇네. 뭐, 아빠가 하나 주마."

 

"고맙습니다! 아, 중고 컴퓨터가 2만엔 정도 하는데 마유가 낼게요." "괜찮아. 거래처 사람이 쓸만한 물건을 챙겨두고 있으니까 아빠가 구해오마." "아빠 최고!! 얼마나 걸려요?!" "한 2, 3일 정도?"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 컴퓨터가 필요하다’ 상당히 식상한 변명입니다만, 식상한 만큼 많이 쓰이고 또 효과적이라는 뜻이겠죠. 친구와 친구의 친구가 쓴 방법은 정답이었습니다. 친구는 잘 둬야 하는 법이에요.

 

….그리고 은행과의 계약서는 잘 읽고 상시 체크해야 하는 법이었습니다.

 

"123번 손님, 3번 창구로 와 주세요~"

 

"네, 저기…."

 

‘현금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 아버지와 같이 본 시사프로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마유가 카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괜한 마음에 계좌에서 현금을 꺼내려 했습니다. 쓸데없이 의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2만 엔입니다. 사회인에게 있어서도 작지 않은 돈이고 학생에게 있어선 설날에나 볼 수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 선생님이 2명이나 계시는 겁니다. 마유의 인생에 있어서, 마유가 직접 이만한 소비를 한 적이 없습니다. 떨리는 손을 붙잡고, 행여 누군가 볼 까봐 상하좌우를 살피며 ATM에 통장을 넣은 결과….

 

"저기, 이거 인출이 안 되는데요…."

 

"잠시만요…. 아, 손님. 이건 적금계좌라서 인출이 안 되세요."

 

은행원에게 예금과 적금, 그리고 이자율에 대한 강의를 들어버렸습니다. 그랬습니다. 한 번 부모님의 손을 거쳐 들어가는 시점에서 마유가 함부로 손 댈 수 있는 돈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건 불합리해요. 그 돈은 마유의 노동에 주어진 정당한 대가라고요."

 

사무소 구석에서 썩어가던 노동법 관련 유인물에 써 있던 내용을 되는 대로 중얼거렸습니다. 하지만, 마유는 이 정도로 주저않는 아이가 아닙니다. 불타는 마음은, 결코 꺼지지 않았습니다. 마유가 선택한 두 번째 수단이 바로

‘거짓말’입니다.

 

마유는, 인터넷 강의라는 미지의 존재를 명분 삼아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인터넷 강의니, 성적 향상이니 하는 건 어찌되든 좋은 문제입니다. 이 세상에 공부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따윈 존재하지 않습니다. 컴퓨터를 사서 공부에 쓴다고 하는 기특한 학생 같은 건 전 세계 부모님들의 집단무의식 속에 등장하는 망상이 담긴 허구의 인물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마유는 그저 프로듀서에 관한 것을 더 알고 싶을 뿐입니다. 상경하기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정보조사에 있어 이 이상 좋은 물건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 컴퓨터는 나중에 택배로 보내달라고 부탁해야겠어요."

 

아버지께서  컴퓨터를 방에 설치해 주신 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좋은 신부의 조건 중 하나는, 근검절약을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겠죠. 틀림없습니다. 어머니가 그런 것 처럼.

 

 

 

======

 

 

 

"공부중이니."

 

"아, 네."

 

화면은 미리 전환해두고 있었습니다. 그냥 틀어 둔 강의가 흐릅니다.

방 바깥에 몰래 설치해 둔 무선 동작감지기를 통해 누군가 마유의 방에 접근하고 있는 걸 감지할 수 있게 세팅해 두었습니다.

 

"과일 가져왔단다."

 

"고맙습니다."

 

"힘내렴. 우후후…."

 

어머니는, 가끔씩 아리송하고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을 때가 많습니다. 그 미소가, 마유를 지금 하고 있는 행위를 발각당한 것 같은 긴장감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손바닥에 흐르는 식은땀 때문에 포크가 제대로 집히지 않습니다.

침착. 침착. 들키지 않았을 거야.

 

"의심한다고 해도, 증거는 찾지 못할 거에요."

 

스스로를 안심시키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마유가 컴퓨터를 받고 가장 먼저 알아본 건 신데렐라 걸스 프로덕션과 프로듀서님에 관한 정보가 아닙니다. 마유가 컴퓨터로 무엇을 했는지 들키지 않도록 하는 방법들입니다. 불타는 마음은, 아직 그 분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 됩니다.

 

"우후후…"

 

그 분은 예능 사무소에 소속된 프로듀서.

그리고 마유는, 그 분의 아이돌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아이. 하지만, 이 세상은 아이돌의 연예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아이돌은 순수한 처녀여야 하고, 마음 속에서 자신에게 바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얼간이들은 마유의 학교에도 썩어 넘칠 정도로 많이 있습니다. 바퀴벌레보다 못한 방해물들이에요. 마음 같아선 다 죽여버리고 싶지만, 마유는 살인을 은폐해서 완전범죄를 이룩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한두마리면 몰라도, 연쇄살인이 된다면 증거가 잡힐 거에요.

그래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게 마유가 무엇을 했는지 그 증거를 지우는 법입니다. 전문적이진 못하지만, 마유가 증거 지우는 법을 검색한 증거가 지워진 걸 보고 조금은 안심했습니다.

 

"음…."

 

한 손으로는 포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우스를 조작합니다. 인터넷 강의 동영상은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무기질적으로 흘러나오는 강사의 목소리는 마유의 귓볼에조차 닿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마유의 시선에 신데렐라 걸스 프로덕션에 대한 정보들이 잡힙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조사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면…."

 

그렇다면, 주변의 소문을 더듬어가면 될 뿐인 일입니다. 공식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아이돌들의 사진과 리스트를 확인한 다음, 그곳에서부터 더듬어 찾아 올라갈 생각입니다. 인기가 없다곤 해도 아이돌, 활동 기록 정도는 인터넷을 뒤져보면 되겠죠.

 

"역시."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물론 그 분이 데려온 그 세 명에 관한 정보입니다. 시마무라 우즈키, 코히나타 미호, 이가라시 쿄코. 그룹명은 핑크 체크 스쿨. 세 명 다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아이돌 데뷔 이전의 자료도 없습니다. 그리고, 데뷔 후의 활동도 검색해서 찾아봐야 할 정도입니다. 지난 번과 같은 소규모 이벤트에는 그런대로 출석하고 있는 듯 하지만….. 도쿄 소재 사무소의 아이돌이 일부러 이곳 센다이까지 작은 행사 때문에 찾아온 겁니다. 일거리가 있다면 뭐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다는 느낌이네요.

마유의 사무소에서도 그런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모델로서 여러 가지가 부족해서 일거리를 가리지 않고 받아도, 결국 도태되고 마는 그런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을 보낼 때 마다 힘들어하던 사무소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만일, 저 셋이 도태되어 버린다면

프로듀서 님께선

 

"용서못해. 용납 못해요."

 

프로듀서 님이 그런 괴로운 경험을 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직장은 능력보단 인간관계라고 하지만 그래도 기초적인 능력이 받쳐준 다음에야 발휘되는 게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저 셋은, 마유의 프로듀서의 발목만 잡을 게 뻔해요. 특히 시마무라 우즈키. 춤 출때도 잔실수가 가장 많았고 촬영할 때도 몇 번이고 넘어진 그 아이. 물론 마유의 프로듀서께선 그런 되먹지않은 아이도 충분히 프로듀스해서 대성시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거품은 언젠간 꺼지는 법입니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실하고 진지한 마유의 프로듀서는, 그 실패를 자기 탓으로 돌리겠죠. 그 순박하고 올곧은 분은. 프로듀서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으득, 이빨 가는 소리.

프로듀서님은, 마유와 함께해서 행복해져야 해요. 그게 운명이에요. 그 운명적인 만남부터, 운명의 끝까지 그렇게 정해졌어요. 절대로 놓치지 않아요. 마유가 행복하게 해 드릴 거에요. 그 무능한 년이 맨날 넘어지기만 할 동안 마유가…..

 

 

아, 그러고보니 시마무라 우즈키가 거기서 ‘운명적으로’넘어져 준 덕분에 마유와 프로듀서가 운명적인 해후를 할 수 있던 거죠.

 

"….시마무라 씨는 다른 분이 프로듀스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아, 안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렇게 판단해서야. 마유의 프로듀서와 함께할 수 있는 건 마유 뿐이지만, 시마무라 씨가 다른 프로듀서 아래에서 대성한다면 그건 동료로서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죠. 남은 두 분은 덤이고. 자, 이제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자자, 이런 잡념보다 조사에요. 신데렐라 걸스 프로덕션 소속의 다른 아이돌들은 누가 있을까요?

 

"시부야 린? 혼다 미오? 칸자키 란코? 그리고… 모리쿠보 노노? 어머, 모리쿠보 씨인가요."

 

모리쿠보 씨는 모델로서 나름 입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전에 모리오쵸까지 와서 마유와 같이 촬영한 적이 있어요. 그 때는 다른 사무소의 사람이었는데, 아이돌이 되기 위해 이적한 걸까요?

….아니야. 그럴 사람은 아닙니다. 모리쿠보 씨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길 ‘모델 일 무리…. 모리쿠보는 이런 일 따위 그냥 때려치고 싶은데요….’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모델보다 더 반짝거리는 아이돌 일을 한다고요?

이건 볼 것도 없네요. 유죄입니다. 의욕과 포텐셜이 반비례하는걸로 유명한 모리쿠보 씨가 아이돌 사무소로 기어들어갈 이유는 단 하나 뿐이죠. 마유의 프로듀서님입니다. 아아, 이 얼마나 죄 많은 분이란 말입니까. 마유의 프로듀서는 그저 있는 것 만으로도 달콤한 운명을 불러들이는 걸까요? 생각해보니 당연합니다. 이런 운명적이고 멋진 만남, 불에 타오를 것 같은 마음. 마유에게 그런 기분을 불러일으킨 사람이니, 다른 도둑고양이들이 눈독 들여도 이상할 건 없죠. 마유의 생각이 조금 짧았어요. 역지사지로 생각했어야 하는데.

 

"…."

 

조사, 조사, 조사.

모리쿠보 씨에 관한 정보는 일과 잡지를 통해서도 종종 접하고 있습니다. 이적했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요. 아마, 그녀 나름대로의 위장이라는 거겠죠. 또 한 번 친척에게 속아넘어갔다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쪽은 사무소를 통해서 알아봐달라고 하는 게 빠르겠어요."

 

사무소 쪽에는 미안하지만, 마유는 운명을 찾아버렸습니다. 사무소 분들에겐 조금 죄송하지만, 대학을 기점으로 그만둘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계속 한 게 여기서 도움이 될 거라곤 예상 못 했습니다.

아, 도쿄로 올라가기 전에 사무소 분들에게 이야기를 해 두는 게 순리라는 거겠죠. 일은 철저하고, 그리고 침착하게. 여유를 가질 시간은 없지만, 나중에 발목을 잡히고 싶진 않습니다. 이별이란 깔끔해야 합니다.

 

"시부야 린? 깔끔하고 쿨해 보이는 인상이네요. 아마, 사랑이 깊을 거에요. 이별할 땐 뒤돌아서서 우는 타입일 거고요."

 

"혼다 미오? 활기차고 친근감 있어 보이네요. 더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면, 알아서 떨어져나가줄 타입이에요."

 

그 외에도, 소규모 프로덕션 치고는 그런대로 많은 수의 아이돌들이 있었습니다.

 

"이치노세 시키? 잠깐만요, 경력이 이상한데…. 대체 뭐 하는 년이죠?"

 

"미즈모토 유카리?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 주제에, 꿈만 품고서 프로듀서에게 달라붙었다 이거죠?"

 

"오가타 치에리? 약해빠졌어."

 

"칸자키 란코? 얼굴만 반반한 게임 오타쿠 년이 지 주제도 모르고 프로듀서 곁에…."

 

그리고, 하나같이 마유의 프로듀서에겐 운명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 뿐.

 

"사무원 센카와 치히로…. 아이돌은 연애 금지라는 개X같은 소리를 지껄여대면서, 마유의 프로듀서를 착취할 게 분명해요."

 

하나같이, 마유의 프로듀서에게 있어선 재앙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젠 이 프로덕션 자체가 프로듀서님에게 있어서 나락의 귀문이 아닐까 싶은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정보가 보이지 않습니다.

 

"프로듀서…. 마유의 프로듀서는 어디 계시나요….?"

 

마유의 프로듀서님에 관한 정보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무소 홈페이지는 직원들 이름이나 인적사항도 안 나와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이라 계속 발품을 팔고 있는데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그 분만이 무대 뒤쪽에서 떨어져나간 듯 합니다.

 

"…."

 

공식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뒤져봐도, 혹시나 있을까 해서 마이나비나 리쿠나비의 Q&A란이나 직원 인터뷰란을 찾아봐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번거롭지만, 프로듀서 님의 이름을 직접 검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프로듀서 님의 이름을 검색하자, 수 많은 동명이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이름이 비슷한 정치인부터 동명이인의 자영업자까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 쓸 수 있는 모든 SNS와 블로그들을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강의 더 듣다 잘께요~"

 

"너무 무리하지 마렴."

 

하나하나 뒤져보기엔 정보량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잠자리에 들어가신 후, 마유는 방 불을 끄고서 계속 마우스를 움직입니다. 클릭 소리가 두 분의 귀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며, 행여나 놓칠까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체크합니다. 빅데이터에 대해선 다큐멘터리에서 접한 정도의 지식밖에 없지만 그러한 대규모 정보는 이런 반복작업에서 시작되는 거겠죠.

 

"….."

 

어둠이 내린 방.

밤.

홀로 빛나는 모니터와, 침묵을 가볍게 누르는 마우스 클릭 소리.

 

마유의 프로듀서는, 지금 꿈나라에 계실까요. 잠들면 프로듀서 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

 

 

 

"아, 이전에 같이 일한 프로덕션? 거긴 갑자기 왜?"

 

"사실, 그쪽에 모리쿠보 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알았어. 알아볼께. 그나저나 이상하네. 모리쿠보 씨가 제 발로 아이돌 사무소로 이적할 줄이야…"

 

모리쿠보 씨와는 같이 일한 적도 있어서인지, 사무소에서도 흔쾌히 알아봐 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유가 이적에 알게 된 경위는, 마유가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모리쿠보 씨의 화보집을 보고 납득해 주신 듯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사무소의 사무원분에게서 정보를 최대한 뜯어내 보죠.

 

"어떤 회사인가요?"

 

"어떤 회사라니…. 작은 아이돌 사무소지. 의외로 내실은 있는 것 같은데, 그 외엔 별 볼 일 없는 회사야."

 

"아이돌들 라인은 상당히 튼튼한 것 같던데…."

 

일단, 동종업계의 여자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하죠. 모델업계나 아이돌 업계나 결국 얼굴로 먹고사는 업계이자, 밥그릇이 조금 겹치는 업계이기도 합니다. 경쟁도 적대도 협력도 아닌 상당히 미묘한 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 일단 규모는 저쪽 업계가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일 받아서 온 거 아니겠어?"

 

"음…. 아니면 우수한 스카우터가 있다던지?"

 

"뭐야, 스카우트당한 거야? 허허 이 친구들, 미묘한 업계라고 해도 상도라는 게" "아니에요. 명함은 교환했지만." "그거 스카우트 아니야?"

 

애석하게도, 아니었습니다. 서로 명함을 교환했을 뿐인 메마르고 격식있는 인사였습니다.

 

"아니라니까요! 애초에 그 부… 사람은….. 아, 그러고보니까 그 사람 누구죠? 프로듀서인가요?"

 

아무튼, 한 번 승부수를 띄워봅니다. 마유의 의도가 들키지 않도록, 순수한 호기심을 가장하도록 가슴 속으로 숨을 졸였습니다. 마유는, 모리쿠보 노노의 동업자이자 팬으로서 이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을 뿐입니다. 하는 김에, 사무소에 좋은 정보도 가져다 준 겁니다. 스스로의 논리를 점검하고, 불타는 마음 위에 내열성 가면을 덧씌웁니다. 가슴은 뜨겁게, 하지만 머리는 차갑게. 모든 것은, 마유의 프로듀서를 위해.

 

"아아, 프로듀서야. 듣자하니 그쪽 사무소에서 유일한 프로듀서인 것 같더라고."

 

"….혼자요?"

 

"응. 애초에 작은 데다가 일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어서 어찌어찌 꾸려갈 수 있다던가 뭐라던가."

 

"다른 직원들은요?"

 

"사무원이 한 명. 우리 사무소도 소규모이긴 하지만, 거기만큼 코딱지만한 곳은 아니지."

 

….시마무라 씨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역시 마유의 프로듀서에게 당신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곳의 모든 아이돌들에게 정말 미안하지만, 프로듀서님은 마유와 맺어질 운명입니다.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벌써부터 겁 먹고 꼬리를 말 생각은 없습니다. 그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아직 만나보지도 않았으니까요. 약소 사무소의 자격미달 아이돌들 따위, 나름 업계 선배인 마유의 적조차 되지 못합니다.

 

"헤에~ 힘들겠네요…"

 

"뭐, 설립 초기에는 흔히 있는 일이야. 내실은 있으니 앞으로 더 커지겠지."

 

하지만, 아무리 마유의 역량이 뛰어나다곤 해도 그곳은 압도적인 성비 불균형을 자랑하는 중소형 사무소. 프로듀서 님에게 멋대로 반해버리는 도둑고양이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마유가 생각한 것 보다 상황은 좀 더 절망적입니다. 혹시나, 마유가 도착하기 전에 다른 년이 멋대로 손을 대 버리면 어쩌죠? 그 생각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도쿄로 올라가서….

…..아니. 여기선 냉정하게.

 

"그런데 왜 갑자기 그쪽에 흥미를 가지게 된 거야?"

 

"아아…. 모리쿠보 씨 건도 있고, 거기에 현장에서 조금 트러블이 있었어요."

 

"…..트러블? 혹시 그쪽 아이돌들이 기분나쁘게 했다던가…. 뭐 그런 거야? 그런 거라면 이쪽에서 대응할게."

 

"아뇨. 그쪽의 시마무라 씨라는 분이 굴러 넘어지면서 절 덮쳤거든요. 그 때 그쪽 프로듀서한테 도움을 받았는데 형식적이나마 감사 인사라도 보낼까 해서요."

 

"아아, 뭐야. 그런 거였어? 난 또 뭐라고."

 

사무원 씨는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습니다. 마유도 곤란한 듯 웃으며 마음 속으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뭐, 굳이 보내고 싶다면 말릴 생각은 없어. 나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으니까."

 

"만나보셨나요?"

 

"응. 협의 때문에 잠깐 들렀더라고. 그 때 마유 너도 여기 있었을텐데? 커피 타서 준 거 너 아니었어?"

 

"그랬나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유가 운명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습니다. 어머니가 말했던 것 처럼, 머리에 번개가 꽃히면서 가슴이 찢어지고 불타오르기 시작한 그 운명을, 마유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습니다. 아마, 사무원 씨가 뭔가 착각을 한 거겠죠. 이 이상 추궁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응. 그럼 슬슬 일 준비해. 오늘 좀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

 

"괜찮아요. 아 맞다. 그 사람, 성실한 사람인가요?"

 

"성실해 보이던데?"

 

역시.

그 분께서는 성실한 분이 맞았어요. 마유는 알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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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다 올리니까 중간에 잘리네요. 다시 분할업로드합니다. 메모장 기준 53kb라 한번에 올라갈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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