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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는 다시 17세로 되돌아간다 - 5

댓글: 9 / 조회: 671 / 추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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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5, 2017 18:39에 작성됨.

- 5【시마무라 우즈키는 그때와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 시마무라씨, 조금 더 해맑게 웃어 줄 수 있을까. 좀 더 밝게 ”

“ 네, 열심히 해볼께요 ”


오늘은 레슨 후에 프로필 사진을 찍게 되었다.

프로듀서나 회사에서 나에 대한 모습과 이미지를 알게 하기 위해서 보내는 사진이다.

예를 들어서 의상 모델일이 있다고 하면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뽑는다. 면접을 보기 전에 서류 심사 단계에서 프로필이 보내진다. 그때 쓰는 이미지다. 당연하지만 미시로 프로 홈페이지에도 소속 아이돌로서 이 사진이 올라간다.

그렇게 아이돌 일에 가장 중요한 기초라고 할 수 있다.


“ 시마무라씨는 웃는 얼굴이 꽤나 좋은 느낌이네. ”

“ 감사합니다. 감독님 ”

“ 그 미소를 좀 더 살려볼까, 몸에 힘을 빼고 좀더 자연스럽게 내보자고 ”

“ 네엣! ”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막 결성할 시절에는 이 프로필 사진 찍는 것 부터가 어려운 일이였다.

자신의 매력적인 부분을 끌어내는 것. 자신의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들어내는 것. 대중 앞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아이돌로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그것 조차 힘들었다.

나는 무엇을 잘 하는 걸까. 어떤 점이 매력일까.


“ 하아…, …. ”

“ 이런, 조금 힘들었나. 잠시 쉬다가 할까? ”

“ 아뇨, 괜찮습니다. 시마무라 우즈키, 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생각보다 감정 노동은 힘들어진다.

머리가 굳어지기에 희노애락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일이 적어지고 그럴 기회도 적다. 반대로 원하지 않거나 필요를 위해서 웃거나 화내거나 반대로 참거나 하는 일이 많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17세의 시마무라 우즈키고 그런 소녀 시절의 감정을 끌어내야 한다. 지금 나에겐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시절, 희미한 기억들과 매말라 가는 감정을 필사적으로 끄집어 내야 하니까.


“ 시마무라씨, 역시 조금 쉬다가 하자. 한번 검토하고 다시 찍는 것도 나쁘지 않아. 모두, 일단 10분 정도 휴식 ”

“ …………. ”


내가 뭐라고 답변하기도 전에 촬영 감독이 주변 스탭과 나에게 일방적으로 휴식하자고 지시한다. 계속 하고 싶지만 정신적으로 조금 지치기에 내심 고맙기도 했다.


“ 휴우- ”


깊게 숨을 내쉬고, 나는 촬영 스튜디오 무대에서 내려와서 화장대와 분장용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화장대 앞에 놓인 물병을 열어서 물을 마시며 체력적 여유를 되찾는다.

그러면서 시선은 프로듀서와 촬영 감독이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쪽에 쏠린다. 내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프로듀서는 휴식에 들어가자마자 감독과 얘기를 시작했다.

그다지 크게 얘기 하는게 아니라서 잘 들리지 않는다. 과연 저건 프로듀서가 먼저 다가간 걸까, 아니면 감독이 프로듀서를 부른 걸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시마무라 우즈키에게 특기는 미소를 짓는 것 뿐. 잘하는 건 노력 하는 것 뿐이다.

그런 무개성 하고 평범한 자신이 어떤 면에서는 싫긴 하다. 한편 그렇기에 자신의 매력이라는 걸 들어내기 위해서는 드는 수고는 훨씬 적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촬영은 꽤나 길게 이어졌다.

옛날에는 3명이서 번갈아 찍느라고 조금 시간을 끈게 생각 난다. 지금은 혼자서 그 때처럼 그정도 시간을 끌고 있는 샘이다.


“ 스스로 옛날보다 더 능숙해졌다고 생각했는 데, 의외로 그 반대였을지 몰라. ”


아이돌을 그만두고도 한 동안을 제외하면 레슨을 그만둔 적은 없다. 그만둬 버렸는데도 그런 걸 계속하는 건 한심한 짓이지만 결국 끝까지 그만둘 수 없었다.

아이돌이 나오는 방송이나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고, 라이브나 콘서트에 참가하고, 또 그걸 보고 따라하고 따라 춤추고 따라 부르고.

돌이켜봐도 돌이켜보지 않아도 미련 철철 넘치는 아이돌 낙오자 겸 아이돌 오타쿠다.

한 번 그만둬 버린 건 어쩔 수 없는 건지 모른다. 결국 그때 이후로 다시 시작해서 다시 스타트라인에 서야 한다.


“ 다시 시작한다, 라… ”


10대인 나보다 30대인 나에게 그건 더욱 힘든 일이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그 이유, 그걸 원했던 감정들, 열정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서 껍데기만 남았다. 왜 그래야 하는지 왜 그러고 있었는지 이유가 사라지고 단지 그걸 하는 것만 남고, 그 후에는 아예 포기한 후회 조차 외 하는지 모르게 되었다.

그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나에게 힘들다. 한번 왔던 길을 다시 처음부터 걷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 그래서 지친 건가. 고작 프로필 사진을 찍는 일에 ”


체력 배분 이라던가, 노력의 한계 라던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흘러서 감성이 무담담해져서, 자기 자신이 무거워져서 그걸 움직이는데 옛날보다 더욱 많은 힘이 필요해졌다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한번 쯤은 알게 된다. 사물에 만감을 느끼는 것 보다 드라이 한 쪽 훨씬 편하다. 처음엔 지겹겠지만 나중에 가서 익숙해지면 정신이 편해진다.

그리고 한번 편해져버리면 인간은 쉽게 그 편함을 버릴 수 없다.

나이를 먹으면 괜히 머리가 굳는 게 아니다. 괜히 적당한 선에서 안주 하는게 아니다. 단순히 불행한 것과 한번 행복함을 맛 본 후에 그 불행으로 돌아가는게 더 힘들듯, 고통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이돌을 향해서 달리는 것 보다, 아이돌을 그만둔 걸 후회하면서 현실도피를 하는 쪽이 이미 편하다는 걸 알아버렸다.

17세로 돌아와도 한번 알아버린 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


“ 나, 정말로 귀찮은 여자가 되버렸구나. ”


이런 내가 정말로 싫다. 자신에 대한 경멸. 그러는 한편 그게 지금 나라고 어쩔 수 없다며 마음 한 구석으로 타협.

그런 한심한 생각을 반복하며 쉬다가 어느새 10분 이 지나서 휴식이 끝. 감독이 모두를 불러 모우고, 다시 촬영이 시작 된다.

무대에 오르고 촬영용 조명을 향해 걸으며 네거티브한 생각을 지우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에 집중 한다.


“ 시마무라씨, 이번엔 다른 걸 해볼까? 뭔가 다른 이미지는? ”

“ 다른, 이미지, 인가요? ”


시마무라 우즈키에게 그런 게 있다면 아이돌을 그만둘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 아까 까지는 맑은 느낌으로 갔으니, 지금은……쿨 하게 해볼까? ”

“ 쿨, 하게 입니까? ”


아니,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런 장점이 있더라고 해도 그 때 나는 그만둬 버렸을 거다. 과연 그 시절 나에게 다른 재능이 있다고 해도 정말로 린이나 미오, 다른 동료들 처럼 나아갈 수 있었을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프로듀서가 서 있는 쪽에 시선을 옮겼다.


“ …………… ”


프로듀서는 말 없이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그의 지시가 나왔다. 시마무라 우즈키가 뭔가 보여준다면 지금 이때다.

뭔가 하라고.

하지만 지금 나에게 뭐가 있을까. 그 시절 나에게 그런 지시가 떨어지면 딱히 특별한 건 할 수 없었을 거다. 그러니까 그때 나와 린과 미오는 헤매지 않았나.

지금 나는 어떤가.

끓어오르는 불안감을 억누르면서 그때 나와 다른 점을 되짚어 보자.

그때와 달리 나는 아이돌을 한 번 포기했다는 사실과 후회가 있다. 그리고 1년 조금 안 되는 기간 아이돌을 해왔다는 경험이 있다.

아이돌에 미련을 가지고 여러 아이돌의 춤과 노래를 보고 듣고 따라해왔다는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때로 돌아와서 다시 아이돌을 시작한 것도 있다.


‘ 모르겠어 ’


그 사실을 나열해도 알 수 있는 게 없다. 그렇지만 프로듀서는 나에게 뭔가를 시켰다. 그는 그 날 봤을 뿐인 나를 보고 아이돌로 만들어줬다. 원래라면 그게 4달이나 더 필요 했는데 그는 그날 즉시 나에게 명함을 건내준 거다.

그때와 내가 뭐가 다른 걸까.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집착에서 나오는 적극성?

아니, 그게 아니다.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그 후에 나는 프로듀서와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레슨을 하고 대화도 했다. 나는 그에게 뭘 보여주고 뭘 얘기 했지?

그러고보면 그는 내가 17세인 겉표면과 34세인 속을 나누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그건 아마 "코히나타씨"와 같이 레슨을 시켜서 안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나는 니노미야와 레슨을 하기도 했다.

그걸 보고 그는 나의 무엇을 알고 신뢰하게 된거지?


“ ……………. ”


결국 나는 뭘 해야하는지 확실히 결론 내리지 못 했고, 감독이 만족 할만 한 모습도 없어져서 스튜디오는 다시 휴식에 들어가야 했다.

“ 휴우……. ”


촬영이 휴식에 들어 간 후 프로듀서는 뭔가 볼일이 있는지 촬영 스튜디오에서 나갔다. 그와 대화를 하면 뭔가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역시나 바쁜 사람, 일을 하는데 동참 하지 못하는 것도 흔하다.

아마도 자기 스스로 해결 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프로듀서는 스스로 해결하라고 일부러 빠진 걸지도 모른다. 그게 너무 깊이 생각한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 너무 깊이 생각한 건가 ’


그게 정답일지 모른다. 지금 나는 너무 생각해버리고 있는 건지. 네거티브한 생각을 떨쳐버릴려고 했는 데 완전히 심각해져버렸다.

사고를 전환 해야한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더 생각 할 뿐이다.


“ 잠깐 화장이나 고치고 올까 ”


근처 스텝에게 말을 해두고 나는 화장실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 촬영 스튜디오는 미시로 프로덕션 내부에 있는 것으로 어러가지 용도의 촬영 스튜디오가 여럿 모여 있는 건물이다. 밖에서 보기에도 넓은 미시로 프로덕션 내에 있는 건물 들 중 하나다.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서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에서 들어간다.

딱히 볼 일도 없지만 세수라도 할까 생각하다가, 거울 앞에서 지금 자신이 활영을 위해서 살짝 화장을 한 걸 떠올린다.

어쩔 수 없이 옅은 화장이 어딘가 흩어지지 않았나 확인하면서 간단히 손과 귀 정도만 씻는다.

하지만 물로 얼굴을 식힐 수 없어져서 뭔가 꿍꿍한 기분을 풀기 위해 화장실에서 나가서 조금 앞을 걷는다. 물 대신 바깥 바람을 맞기 위해서 간단히 건물 입구까지 간다.

아직 차가운 겨울 바람을 느끼며 몸을 조금 움추리고 기분을 전환 한다.


“ 하아……. ”

“ 하아……. ”


본사 건물인 구관 옆에 있는 신관 건물과 이어진 이 스튜디오 건물. 신관에서 여기로 이어지는 구름 다리가 있는 곳으로 나와보면 부지 안에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내 기억으로 아마 이 근처에 있는 건 벛꽃나무였을 거다.

엣날에 여기에 리카가 자주 올라가서 풍뎅이를 잡거나 한 걸 기억한다. 지금은 한 겨울이라서 벛꽃도 풍뎅이도 보이지 않지만.


“ 혹시나 지금 올라가서 찾아보면 혹시 있지 않을까? ”

“ 엣? 나무에 올라가는 겁니까? ”

“ 엣? ”

“ 엣? ”


문뜩 생각 난 걸 무의식적으로 입에 올리니 옆에서 누군가가 놀라고 있었다. 이쪽도 깜짝 놀라서 몸을 조금 빼면서 고개를 돌려보니 내 또래의 여자가 서 있었다.

게다가 방금 놀란 반응을 보니 그녀도 옆에 내가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듯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놀라고 있었나.

그보다 그녀를 자세히 보니 어깨 까지 오는 단정한 머리에 흰 가디건을 걸치고 그 안에는 푸른색 숏 드레스 같은 의상을 입고 있다. 거기에 추운 겨울인데 맨 다리에 드레스와 같은 색의 반투명한 구두를 신고 있다.

그리고 살짝 선이 있는 인상인 얼굴에 그걸 감추는 밝은 적색의 안경.

나는 머리 속에서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 카미죠 하루나…씨? ”


과거에도 알고 있던 아이돌에, 이 시절로 다시 돌아온 후 매일 미시로 프로덕션에 오면서 걸린 광고 패널에서 보고 알고 있다.

미시로 프로덕션 소속, 블루 나폴레옹의 일원이자 이 시점에서 나에게 선배격이라고 할 수 있다.


“ 넷, 하루나 입니다만. ”

“ 아, 시마무라 우즈키 라고 합니다. 요번에 막 미시로 프로에 정식으로 입사한 신입 아이돌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

“ 블루 나폴레옹에 카미죠 입니다. 잘 부탁해요 ”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

그러고보니 오늘은 블루 나폴레옹의 광고 포스터 촬영이 있다는 걸 들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나 혼자 프로필 사진을 촬영 하기 위해서 스튜디오를 하나 통째로 빌리고 촬영 감독과 스탭들을 모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신인 아이돌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다들 여러가지 일로 바쁘니까 그런 것에 짬을 낼 일은 없다.

그래서 프로필 사진은 오늘 블루 나폴레옹의 촬영으로 스튜디오를 빌릴때 나도 같이 껴서 촬영을 한 것이다.

촬영하는 스튜디오는 같지만 촬영 부스는 메인 쪽을 블루 나폴레옹, 내 쪽이 옆에 딸린 보조 스튜디오에서 하기에 적어도 마주칠 일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예전에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프로필 사진 촬영때도 실은 메인 스튜디오에서 미카의 촬영에 껴서 하는 거였지. 그때도 미카랑은 만났으니 지금 블루 나폴레옹의 카미죠 하루나와 마주친 것도 생각해보면 별 이상한 건 아닌 거다.


“ 그보다, 정말로 나무에 올라갈 생각이에요? 어째서? ”


그녀는 내가 무심코 한 한마디의 인상이 컸는지 조금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연달아 물어왔다.


“ …어째서, 냐고 한다면…장수풍뎅이를 잡기 위해서? ”


머리속이 어째서 카미죠 하루나가 여기 있는 가에 대해서 해명하기 위해서 돌아가느라 나는 멍하게 그렇게 대답해버렸다.


“ 에엣? 장수풍뎅이? 지금 겨울이에요? 게다가 밖에 바람이 불어요? 치마에요? 정말로? 시마무라씨? ”

“ 에, 그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확실히 오늘은 프로필 사진 촬영 때문에 겨울이지만 꽤나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왔다. 그래서 하의는 비교적 미니스커트는 아니지만 적당히 짦은 갈색 치마를 입고 있다.

이대로 나무에 올라가거나 하면 대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면 리카는 중학교 교복을 입고 어떻게 나무에 올라갔던 걸까. 그녀가 장수풍댕이를 잡고 있는 건 봄, 여름, 가을 3계절을 통들어서 꽤나 자주 봤던 기억이 있다.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로 나간다.


“ 으음, 시마무라씨는 뭔가 천진난만 하다랄까, 별난 분이시네요 ”

“ 천진난만, 별난 ? ”


순진, 평범하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천진난만 하다거나 별나다는 건 처음 들어본다. 아마 난생 처음 들어보지 않을까 확신은 못 해도 거짓말을 더하면 장담할 수 있을지도 모를 레벨로.

아마도 내가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턱에 카미죠 하루나의 머리 속에서 나는 겨울에도 장수풍뎅이를 잡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가는 뭔가 대단한 여자가 되버린 것 같다. 리카 조차 그런 일은……하지 않겠지?


“ 장수풍뎅이가 좋아서 겨울에도 나무에 오르는 소녀, 라고 하면 개성있게 들리니까요. ”

“ 과, 과연 리카라면 장수풍뎅이가 좋아서 겨울에 오를 가능성도… ”

“ 저도 안경에 대한 사랑을 위해서라면 오를 수 있겠지만요. 하핫, 그렇게 생각하니 남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네요 ”


하고 그녀는 자신이 쓴 안경의 다리를 양손으로 살포시 잡고 조금 끌어올린다.

마치 언제 어느 타이밍에서라도 그 동작을 하는게 어울릴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굳이 말하자면 그녀 다움이 잘 베어나는 모습이랄까.


“ 안경,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카미죠씨는. ”


그러고보니 카미죠 하루나 하면 안경을 사랑하기로 유명한 아이돌이었다는 걸 떠올린다. 그녀가 린이나 미오와 같이 공연을 할때도 몇 번 있었기에 기억하고 있다.

블루 나폴레옹 시절에는 단지 맴버들 중에서 자신의 색을 내기 위해서 내세우는 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 다른 아이돌과 같이 활동할때도 그녀만의 안경에 대한 얘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개성이라면 분명 그게 그녀의 개성일 거다.


“ 넷! 이 카미죠 하루나. 안경에 대해서라면 3일 밤낮으로 쉬지 않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안경은 그만큼 멋지고 다양하고 고유의 매력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

“ 헤에. ”


과연 이게 그 카미죠 하루나. 초대면인데도 안경에 대한 애기라면 갑자기 텐션까지 바꿔서 열렬하게 말해오는 아이돌이다. 블루 나폴레옹으로 활동하면서도 입을 열면 안경에 대한 것만 말하는 게 그녀의 최근 이미지지만, 이걸 생각하면 블루 나폴레옹에서 활동할 때 그녀는 다른 맴버들과의 조화를 위해서 오히려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 조차 삼가고 있었던 거라면 진심일때는 대체 얼마나 심한 걸까. 여러모로 솔로 활동이 걱정 된다랄까.


“ 혹시 시마무라씨도 써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안경의 좋은 점을 더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 시마무라씨에게 어울리는 안경이라면… ”

“ 아뇨, 저는 딱히… ”


아직 사양을 표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이미 자신이 가진 작은 백에서 안경집이나 여러개의 안경이 든 장식대 같은 걸 마구 꺼내고 있다.

아무리 안경이 좋다고 하지만 그냥 보기에도 수십개의 안경을 가지고 다니는 건가.

그녀의 안경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았다. 방금 평가를 수정 하자 그녀는 솔로 활동이 걱정되는 아이돌이 아니라, 두려운 아이돌이다.


“ 찾았다. 이 거라면 시마무라씨에게 딱이군요. 자아, 이 안경을 써보세요! ”


하고 그녀는 가지고 있는 수십의 안경 중에서 하나를 꺼내 나에게 거꾸로 쥐고 내민다.

아니 내민다기 보다는 이미 씌울 작정으로 다가오고 있다.


“ 아, 그…… ”


난감하긴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난감한 것 빼고는 딱히 거절 할 이유도 없다. 단순히 안경을 좋아하는 선배 아이돌이 나에게 안경을 하나 추천하면서 씌워줄 뿐 아닌가.

그래서 조금 소극적으로 그 안경을 받아서 써본다.


“ 자아, 어떠신가요? 사이즈도 이거라면 딱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대로 네요. 시마무라씨의 좋은 점을 잘 살려주고 있어요. 그건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네요! ”

“ 글쎄요. 하하하- ”


패션 안경인지 도수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는 건 알았다. 하지만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안경을 써버리면 어떤지 그냥 알 수 있을리가 없다. 그보다 눈 대중으로 나한테 맞는 사이즈를 찾아낸 건가. 오히려 그 능력이 수수하게 무섭다.

어쩔 수 없으니 나는 가지고 있는 블러셔를 꺼내서 거기에 있는 작은 거울로 내 모습을 본다.


“ …어라? ”

“ ?? 혹시 뭔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


마음에 안 들고 뭐고 예상치 못한 디자인이라서 살짝 놀랐을 뿐이다.

그녀가 나에게 씌운 건 노란색 테두리에 안경테에 작은 별이 들어간 귀여운 타입의 안경. 굳이 말하자면 평범한 외모인 나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는 타입이다.


“ 정말 이런 안경이 저한테 어울리나요? ”

“ 네. 시마무라씨한테 딱인 걸요? 쾌활하고 적극적인 이미지가 그대로 살아나는 걸요? ”


쾌활하고 적극적인 이미지라.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다면 기껏해야 밝고 순진한 이미지, 다시 말해서 웃는 얼굴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 평은 정말로 예상치 못 했다.


“ 어째서…그렇게 보신 건죠? ”

“ 엣? 그렇게 보이기에 그렇게 생각한 건데…, 호, 혹시 그 안경이 마음에 안 드신다던가? ”

“ 아뇨, 그렇진 않아요. 이 안경 마음에 들어요. ”


하지만 왜 이 안경이 어울린 다는 걸까. 그녀는 왜 이 안경이 어울린다고 한 걸까.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카미죠 하루나는 어느새 자신의 짐을 뒤져 다른 안경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몇 초도 걸리지 않고 다음 안경을 찾아낸다.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주홍색에 안경테 옆이 구불구불하고 독특한 디자인이다.

지금 쓰고 있는 거랑 다르긴 하지만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일단 바꿔 쓰고 다시 거울을 확인 해보지만 뭔가 그대로인 점이 있다.


“ 혹시, 장난끼? ”

“ 아니, 장난 치는게 아니에요. 저는 안경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니까요? ”

“ 으응, 그게 아니라. ”


혹시나 하는 거지만 그녀는 나를 장난끼 있는 소녀 라는 이미지로 보고 있는게 아닐까?

그런 건 평소 시마무라 우즈키의 면모가 아니다. 내가 드물게 장난을 칠때, 예를 들어서 미호에게는


『너, 역시 속은 무진장 시커멓잖아- 네츄얼 축생- 』


라는 소리를 듣곤 하지만 그런 쪽의 장난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안경들, 나에게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차라리 나보다는.


“ 리카. ”


그래. 차라리 리카 혹은 키라리한테 어울리는게 아닐까.


“ 리카? ”

“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역시 이런 느낌인가요. 카미죠씨가 느끼는 건 ”


이전의 리카를 떠올리면서 그녀를 연기 해본다.

자신 있는 얼굴로 눈가에 손을 올려 세 손가락으로 별을 연상시키듯 한 포즈를 취한다. 소위 말하는 갸루 같은 이미지를 내면서.


“ ―――☆ ”

“ 으음? 방금 전이랑 조금 다르네요. 의외로 평범 하다랄까―――아니, 시마무라 씨는 멋진 안경이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분이지만 뭔가… ”

“ ?? ”


이쪽이 아닌 걸까.

내가 리카와 같은 소리를 하자 리카에게 어울릴만한 안경을 추천한 그녀.

하지만 리카를 흉내내는 것만으로는 단순히 흉내를 낼 뿐인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걸까.

그보다 어째서 그녀는 그걸 아는 건지 모르겠다. 그녀는 지금 막 나를 본 것 뿐인데. 어찌보면 그녀도 내 프로듀서와 비슷한 타입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혹시.


“ ………역시. 나무, 올라가볼까요? ”

“ 엣? 정말로?! ”


내친 김에 나는 아예 밖으로 나갔다.

혹시 지금 나는 네거티브한 생각이랑 촬영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서 조금 이상해진 건지 모른다. 그러니 딱히 이상한 일을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적어도 복잡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간단히 운동을 해버리고 싶다.

기껏 입고 온 상의를 벗어서 팔 부분을 허리 감는다. 이걸로 치마 안쪽은 적당히 보이지 않지만 역시나 조금 춥다. 몸을 떨면서 나는 아까 본 나무에 다가간다.

건물 밖에 있는 나무는 겨울 한참이라서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곧게 자란게 아니라 조금 해가 뜨는 쪽으로 가지가 집중해서 자라서 조금 기울어져 있다. 이거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나무 굵기는 그냥 눈으로 봐도 내가 껴앉아서 양손이 서로 안 맞는 정도로 크다. 그렇지만 이쪽도 촬영하고 나서 땀을 닦이 위해서 가져온 타올이 있다.

그걸로 나무 너머로 해서 양손으로 잡고 최대한 당긴다. 그리고 팔다리를 몸 가까이 최대한 모아서 발을 차례대로 나무 위에 올린다. 나무를 등반한다기 보다는 수건과 팔을 의지해서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는 느낌.


“ 간만에 하는데 생각보다 편하다. 역시 몸이 젊어서 그런 걸까. ”


이렇게 나무를 타는 방법은 사치코의 무인도 생존 프로그램에서 보고 한번 따라해본적 있다. 그땐 맨 정신으로 한게 아니긴 하지만.

나무를 탈때는 몸을 나무에 가까이 붙게 하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팔 근육의 힘으로 몸을 당기면서 반대로 다리의 힘으로 몸을 밀면서 발판을 삼아 몸을 점점 올린다. 팔의 힘과 다리의 힘이 딱 맞아 떨어져야 나무를 탈 수 있다.

때문에 어린 아이는 몰라도 팔 힘이 꽤나 부족한 성인 여성은 맨손으로 올라가기 좀 힘들다. 별 어려움 없이 맨손으로 나무를 타는 리카는 어떤 의미로 아직 어린 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 정도의 체격이면 보조해줄 도구가 있다면 요령껏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내가 가진 타올은 그 도구 대신.


“ 으영차, 으영차 ”


조금 한심한 구호를 입으로 내면서 위로 두걸음 걷고 다리로 나무를 밀면서 수건을 위로 건다. 그리고 수건 가까이 다시 발을 두걸음 걷고 다시 수건을 위로 올린다. 그걸 수차례 반복해서 어느 정도 위로 올라가 큰 가지에 도달.

도달하기 전에 수건과 몸의 방향을 조금 돌려서 가지 밑까지 최대한 가까이 가서 몸을 최대한 붙인 후에 다리로 걷는게 아니라 양 다리로 나무를 휘감아서 버티며 수건에서 한 손을 놓고 나무 가지를 잡는다. 최대한 눌러서 몸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고 이번엔 다른 팔을 수건 채로 가지에 걸어 휘감아 버틴다.

그대로 다리를 풀고 허리 힘으로 발로 걸어올라가서 마찬가지로 가지를 휘감아서 버틴다. 이걸로 가지에 거꾸러 매달린 것 처럼 됐으니 한 팔을 때서 가지를 누르면서 몸을 돌린다. 초등학교 시절 철봉에 거꾸러 매달려서 위로 올라갈때 하던 방식대로다.

겨우 가지 위에 기어 올라와 두 발을 가지위에 올려 균형을 잡은 후에 일어나 겨우 양손으로 이것 저것 더러워진 옷을 털어낸다.


“ 지금이라면 리카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


겨울이고 나무 위라서 무척 춥긴 하지만 그래도 올라오니 뭔가 달성감이 느껴진다. 열심히 올라온것 치곤 아직 2층 높이 정도지만 그래도 고양이도 평범하게 올라오는 높이니 딱 적당하긴 하다.

장수풍뎅이를 잡는 것도 이렇게 나무를 탈 수 있으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미쿠가 리카에게 위험하다고 그만두게 하지만 계속 리카가 나무에 오르는 건 단순히 장수풍뎅이를 잡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할 수 있으니까 오르는 것 뿐이다.

어른에게는 거이 불가능한 활동범위. 그야말로 아이에게만 허락 된 특권이라고 할 만하다. 역시 해보지 않고는 완벽하게는 모르는 법인가.


“ 그러고보니 장수풍뎅이는 왜 나무 위에서 잡히더라? ”


장수풍뎅이가 나무에 올라오는 이유는 나무의 수액을 먹기 위해서였던가. 리카가 언젠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몸을 돌려서 나무 위에서 껍질이 듣껴나간 틈이라던가 꽃이 필 것 같은 곳을 찾아보지만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미도 딱 여름철에 다 자라서 나무에 올라오는 것 처럼 장수풍뎅이도 비슷한 건지 모른다. 그렇다면 겨울에 보이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매미가 그렇 듯 아직 땅속에서 다 자라지 않고 있거나 땅속으로 돌아갔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애당초 평소 나라면 장수풍뎅이가 가까이 있어도 만지려고 하지 않겠지만 지금 "이 기분"이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 하지만 그냥 봐서는 아마 찾기 어려울 것 같네…. 그만 내려 갈까. 언젠가 리카랑 만나면 한 번 물어보자 ”


추운 덕분에 그다지 땀은 흐르지 않지만 그래도 운동을 한 덕에 가볍게 답답한 기분이 풀린 기분이다. 장수풍뎅이를 찾는 건 그만두고 슬슬 나무에서 내려가기로 한다.

아래를 슬쩍 보니 밑에서 나를 따라 밖에 나온 카미죠씨가 혼자 떠뜰석하게 뭔가 떠들고 있다. 아니, 나를 보고 말하니까 나에게 하는 말이겠지만 혼잣말 같은 것도 섞여서 알아듣기가 힘들다.

그러고보니 나 지금 촬영 도중에 밖에 나온 거지. 살짝 위기감이 느껴져서 빨리 내려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려가는 건 올라가는 것 보다 쉽다. 조심할 것만 조심하면 그만이니까. 다시 나무몸통을 양팔과 수건으로 휘감아 당기고 가지에서 나무몸통 쪽으로 다리를 옮긴 다음 조금 방향을 틀면서 천천히 걸어내려간다. 중간에 가지에 걸릴 때는 잠시 한 팔과 다리로 가지와 몸통에 걸쳐 몸을 고정하고 수건을 다시 밑으로 잡는다.

그 다음은 거꾸러 걸어 내려가면서 가볍게 착지. 역시 10대의 몸이라는 건 좋다. 전혀 괴롭지 않다.


“ 휴우, 다녀왔습니다. 그러고보니 겨울에 장수풍뎅이가 나무 위에 있을리가 없네요. 생각해보면 간단한 거였어요.”

“ 에, 그. 그렇네요. 한 겨울이고 아마… ”


지상에 돌아온 나를 카미죠씨가 반겨준다.

하지만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다. 뭐, 처음 만난 후배격 신인 아이돌이 갑자기 한 겨울에 나무를 타거나 하면 놀랄 만도 하다. 적어도 어느날 갑자기 나무에 올라가서 사슴벌레를 잡던 걸 본 나도 마찬가지 기분이었겠지.


“ 그보다 나무에 올라갈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

“ 아이돌이니까요. 아이돌 중에는 평범하게 올라갈 수 있는 아이돌도 있다구요. 그러니까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에요 ”


리카라던가 사치코짱이라던가. 평범하게 나무 탈 수 있다. 타사라면 키쿠치 마코토군이라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신체능력적으로 포텐션이 뛰어난 걸로 정평이 나 있고. 나는 평범하게 따라한 것 뿐이다.


“ 시마무라씨의 아이돌에 대한 기준, 너무 엄격하지 않습니까? ”

“ ……에? 카미죠씨 정도의 선배 아이돌이면 이 정도는 간단할 것 같은데요. 자아. 한번 해보실래요? ”


나도 했으니 그녀도 요령만 알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다. 하고 나는 수건을 그녀에게 내밀었다만 그녀는 조금 몸부림 치듯 손을 최대한 내저으며 거부한다.


“ 에에에엣?! 저는 좀 무리에요. 저는 안경을 좋아하는 것 빼면 평범한 소녀라고요. ”

“ 후훗. 장난이에요. 단순한 장난. 저도 웃는 걸 빼면 평범한 소녀니까요 ”


하고 나는 조금 장난끼 있는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조금 즐겁게 그리고 천진난만한 느낌으로.

지금이라면 나는 리카와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괜히 들 정도로.


“ ―――――――――――――아아, 그런 거였네. ”


그리고 그제서야 뭔가를 알았다.

나도 리카도 눈 앞의 카미죠씨도 어딘가는 다 같구나.

나에게 『미소』와 『아이돌』은 카미죠씨에게 『안경』과 같다. 그리고 리카의 『자기다움』이나 다른 뭔가도 같다.

단지 연기 하는 걸로는 그런 매력이 나타날리가 없다. 매력을 이끌어내려면 좀 더 필요한게 있다.

예를 들어서.


“ 실은 카미죠씨가 주신 이 안경. 나무를 탈 수 있는 아이돌이 되게 해주는 마법의 안경이었답니다. ”


하고 나는 아까, 그녀가 안경을 고쳐쓰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걸 따라한다. 정확히 어떤지는 알 수 없기에 나는 최대한 그럴듯하게 그녀『다움』을 내보인다.


“ 정말입니까?! 이 불초 카미죠 하루나 조차도 안경에 그런 힘이 담겨 있다고는 아직 깨닫치 못 했습니다만! 시마무라씨는 혹시 저를 초월한 안경 아이돌의 극의를!? ”

“ 아뇨, 농담이에요, 농담. 카미죠씨에 비하면 저는 아직 평범하게 따라하는 수준이에요. ”


원래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그녀는 내 말에 그렇게 반응 한다.

그게 그녀의 좋은 점이자 매력이다.

안경에 관해서라면 정말로 물불 안 가리고 이런 농담에도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소녀.

그녀에게 안경을 빼놓으면 당연히 평범한 소녀일 수 밖에 없다. 그게 카미죠 하루나 라는 소녀이자 아이돌을 관통하는 가장 큰 요소니까.

그러니까 그녀는 무대위에서건 아래에서건 빛날 수 있는 거다.

그래, 나는 그걸 멋지다고 생각해버렸다.


“ 카미죠씨는 역시 안경을 좋아하시네요 ”

“ ? 넷! 그건 두말 할 것도 없이 진심입니다. 안경의 매력은 그 숫자에 만큼 무한대. 그리고 쓰는 사람에 따라서 더욱 무한대. 따라서 안경의 매력은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


뭘 하건 어느 순간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진심이 될 수 있는 이 모습.

나는 그녀의 그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이 카미죠 하루나"가 무대에 서는 모습을 한번도 본적 없다. 그렇지만 그걸 본 순간 나는 그녀의 팬이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든다.

그 멋짐이 매력이구나.

나는 겨우 이해했다.

나무에서 내려오니 어느샌가 시간이 한참 흘러서 다급히 스튜디오로 돌아가야 했다. 카미죠씨도 촬영으로 돌아가야하니까, 잠깐의 휴식과 만남은 여기서 끝.

헤어지면서 카미죠씨는 그 "나무에 오를 수 있는 아이돌이 되는 마법의 안경"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 이건 시마무라씨에게 어울리는 안경이니까요. 부디 받아주세요. 이 안경도 그걸 원하고 있을 겁니다. 』


하지만 그냥 받는 건 좀 그렇기에 나도 가지고 있던 것 중에서 급히 원통형 초콜렛 사탕을 그녀에게 주었다. 패션 안경과 싸구려 사탕을 교환하기에는 조금 가격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받기만 할 순 없다.

물건의 가치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군가 베풀면 나도 베풀어야 한다는 게 중요한 거다.


“ 시마무라씨. 어디갔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

“ 늦어서 죄송합니닷! ”


보조 스튜디오로 돌아가보니 어느새 스탭들이 다시 다 모여 있어서 나를 찾으려고 하는 단계였던 모양이다.

다급히 허리를 숙여서 사과를 하고 몸을 빠르게 정돈 한 다음 스튜디오 무대에 오른다.

나무에 오르느라 옷이 이래저래 더러워졌기에 빨리 옷을 털어버리고 스튜디오에 와서 벗어둔 코트를 껴 입는다. 다행히 허리에 상의를 묶어서 지키고 있던 치마는 더러워 지지 않아서 그나마 살았다.

기왕 촬영을 위해서 기합을 넣고 좋은 옷을 입고 왔는데, 그걸 빼고 수수한 외출용 코트를 걸치게 되니 조금 아쉬웠지만 현장은 언제나 변명 이전에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의미 없는 법.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익숙해진, 급할때 겉보기나마 깔끔하게 보이는 정리법으로 옷을 다듬은 후에 조명이 있는 곳에 선다.


“ 시마무라씨. 빨리 끝내게 됐으니까. 이번에는 부탁합니다 ”

“ 넷,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하겠습니다 ”


촬영 감독의 목소리 톤이 조금 조금 높아진 걸 보면 정말로 급하게 끝내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당장 뭔가를 내놔야 한다.

프로듀서의 지시는 이미 떨어진 상태다.

프로필 사진에 필요한 내 모습. 나의 이미지가 묻어나는 사진.

그걸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이것 저것 있었지만 결국 그것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 했다.

그렇지만 뭔가 나타내야 한다면 지금 알게 된 것 외에는 당장 낼 수 있는게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해보자.

리카의 행동을 이해한 지금, 카미죠 하루나의 멋짐을 이해한 지금. 내가 나타낼 수 있는 건.


“ ――――――――――――――후우. ”


숨을 깊게 들이 쉬고 조금 다리에 힘을 뺀다.

허리를 좀 더 앞으로 밀어내 무게 중심을 바꾸고 가슴과 어깨도 편다.

좀 더 당당하게 선다는 느낌으로 몸을 들어내고 양 팔을 살짝 벌린 상태에서 양 손을 코트의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작게 한 마디를 입가에서 울린다. 아니 부른다.


『 어디까지도, 어디까지도 뒤쫓아 갈테니까. 』


그건 내가 아이돌을 은퇴 한 후, 린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른 곡의 한 구절이다. 그리고 그 곡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이 곡은 린이 아이돌로서 무대에 서서 가장 빛났을때 불렀던 그런 곡이니까.

그녀의 라이브를 보러 갔을때도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이기도 하다.

그때 그 린 처럼, 멋지고 당당하고 열정적이고 빛나고 싶다.

아주 잠시동안, 지금 아주 당장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의 옆에 서고 싶다. 마음 속으로 뭔가 뜨거운 것이 천천히 끌어올라 목을 타고 흘러 나오려고 한다.

그것을 느끼며 나는 눈을 뜨고 앞을 본다.

어느 샌가 눈가에 힘이 들어가 있고 몸이 멋대로 앞으로 나온다. 마치 나를 비추는 카메라와 조명을 이미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내가 바라보는 건 단지 정면 너머 어딘가의 장소. 나는 거길 향해서 가고 있다.

그리고 머리 속 어딘가에서 니노미야의 모습이 떠오른다.


“ ……………………. ”

린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 다음 니노미야를 생각해낸 건 우연이 아니다.

요 근래에 니노미야 아스카의 곡을 소화하기 위해서, 아마 그녀에게 가까운 린이나 란코에 가까운 느낌을 떠올리면서 하고 있다.

나는 그 곡을 소화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린이 니노미야 아스카의 "공명세계의 존재론"을 부르는 모습을 상상하고 그걸 따라한다.

그렇기에 린을 떠올린 순간 최근 반복된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옆에 니노미야가 서 있는 걸 느낀다.

그럼 거기서 더 생각한다.

니노미야와 린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면 어떻게 될까.


『적당히는 안 할 거야.』

『그렇다면 나도 질수 없는 노릇이지, 정면승부다』


그런 얘기를 서로 주고 받지 않을까. 둘 다 자기 자신을 걸고 노래를 해내기 위해서 한 무대 위에 선 이상 밀릴 생각은 없을 거다. 그런 점에서 린과 니노미야는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런 점에서 니노미야를 조금은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어느샌가 걸음은 멈추고.

나도 모르게 별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왼손을 허리 쯤에서 조금 펼치고 오른팔을 어께와 평평하게 들어서 팔으 접고 오른손 바닥을 정면으로 보인다. 공명세계의 존재론을 시작할때 니노미야만이 취하는 독특한 자세다.

그리고 살짝 미소.

어쩌면 니노미야, 어쩌면 린이 누군가와 경쟁을 할 때 짓는 그 독특한 미소를 짓는다.


“ OK. 꽤나 좋잖아. 시마무라씨. 아까도 좋지만 이건 확실히 좋아. 응. ”


감독이 나를 칭찬하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그거에 대답할 여유는 없다. 린의 늠름함과 당당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겨우 할 수 있는 건 감독을 향해서 고개를 한번 끄덕 이는 정도다.

이런 느낌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여유롭게 대답을 하는 린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반대로 그렇기에 린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데 상당히 힘들었구나하고 깨달았다. 백조가 물 위에서는 우아해도 수면 아래에서는 발을 힘차게 저으며 노력하고 있는 것 처럼, 린도 자신 답기 위해서 속으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게 시부야 린이라는 소녀다.

시부야 린에게서 이러한 점을 빼면 나와 같은 평범한 소녀인거다.

평범한 소녀가 이걸 가지고 여기에 자기 자신을 걸고 노력하고 있다면 그거야 말로 시부야 린 처럼 언제나 조금 드라이하고, 무언가에 쉽게 동요하지 않고 전력을 다하는 것에 조금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이 있을 곳을 찾고 있을 거다.


“ 다음 좀 더 멋지게. 쿨 하게 한 장. 부탁할께 ”


감독은 그렇게 주문 하지만 이쪽은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그런 걸 따로 생각해서 할 여유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린은 이럴때 아마 태평한 척 하면서 힘껏 뭔가를 했을 거다.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가 없다. 기껏 해야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정도.


“ 흐-응-. 별로 그런 거 관심 없지만―――. ”


내 속에 있는 조각을 모아서 재정립 해낸 린이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한다.

이게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전력. 그 이상으로 쿨한 이미지 같은 건 불가능하다.

린이 할 법한 평소 자세로 돌아오면서 양손을 다시 코트 주머니에 넣는다.

마음이 무겁다.

시부야 린이라는 소녀가 가진 마음은 이만큼이나 무겁다. 내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힘든 사람이다. 그녀의 사고가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다.

그녀가 강한 이유는 아마 이런 것이 일상이고 당연한 것이니까, 그런 것일 거다. 강하지 못하면 진작에 그녀는 무너져 내렸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때, 돌아와서 아이돌을 계속 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아이돌이란 그런 그녀가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니까.


“ 으음, 좋아. 딱 좋은 걸. 이거 시간만 더 있었으면 계속 더 해보고 싶은데 말이야 ”

“ ……. ”

“ 하지만 이쯤 할까. 모두. 일단 프로필 촬영 1명 째는 종료. ”


감독의 말에 촬영이 종료되고 스탭들이 모두 긴장을 푼다. 다들 내가 서 있는 무대에 집중 하다가 다들 각자의 일에 돌아간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아직 긴장을 풀수 없었다.

무대에서 내려가 구석에 있는 대기용 의자에 앉을 때까지 나는 린으로서 있었다.

그녀라면 아마 끝날때까지 쉬지 않았을 거다.

쉽게 남을 믿지 못한다. 최후의 최후까지는 마음을 놓치 않는다. 그게 그녀니까.


“ …………………하아. ”


그런 그녀에게서 빠져나와 다시 화장대 앞 의자에 앉은 후에야 나는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전신에 힘이 빠지고 급격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 한 머리 속이 핑 돈다.


“ 하우―――――. ”


그런 꼴사나운 소리를 내면서 겨우 산 하나를 넘기는데 성공했다.


“ 수고하셨습니다. 시마무라씨 ”


“ …………수고했어, 프로듀……아니, 프로듀서씨도 고생하셨습니다. ”


무심코 린 처럼 대답 해버릴 뻔 한 걸 바로 잡고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프로듀서에게 고개를 숙인다.

평소에는 조금 무서울지 모르지만.

굳센 바위 같이 한결 같은 그의 앞에 서니까. 겨우 안심하고 평범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

린도 프로듀서 앞에선 이런 느낌이었던 걸까.


“ 저기, 어떠셨나요? 오늘 일. ”

“ …………흐음. 특별히 이렇다 할 건 없습니다. ”


예상외로 평가가 짜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가다가, 중간부터 감독의 이런 저런 주문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후반엔 갑자기 다른 사람 흉내를 내면서 폼을 잡고 있던 걸로 어찌어찌 통과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게다가 중간에 프로듀서의 지시가 있었는데도 당장 뭔가 할 수 없었고.

바로 대처 할 수 없었던 시점에서 프로 실격이라고 해도 좋다.

시작부터 꽤나 나쁜 상태지만 그는 아직 신인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는 걸까.


“ 중간에 감독님과 얘기 해서 블루 나폴레옹 쪽과 이쪽의 촬영 시간을 조정 했습니다만 딱히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 같군요 ”


으음. 역시 내가 카미죠씨와 만난 건 프로듀서의 배려 였나.

일이 잘 안 되서 스트레스가 쌓인 걸 저쪽 일정을 바꿔서 나랑 만나게 한건지도 모른다.

티나지 않게 배려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역시 그는 젊은 데도 꽤나 노련하다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그의 노력에 감사를 하자. 지금은 그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 감사합니다. 프로듀서씨. 덕분에 카미죠씨랑 알게 됐어요. 이것도 다 프로듀서씨 덕분이에요 ”

“ ? ”


아마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쯤 프로필 사진을 찍느라고 아직도 헤매고 있었을지 모른다.

나무를 탄다는 꽤나 괴상한 선택을 해버렸지만 그것 외에는 그녀라는 아이돌을 조금 알게 되서 기분이 좋다. 어째건 간에 아이돌을 포기한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여자는 중증의 아이돌 매니아니까.


“ 어째건 다음 순번이 있으니 시마무라씨는 여기서 좀더 대기 해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신관에 갔다오겠습니다. 저쪽에서 의외의 요청이 와서 아마 직접 이쪽의 사무원들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 ”

“ …아, 그런 거라면 부디 ”


프로듀서는 또 뭔가 있는 것 같다.

그가 바쁜 건 확실히 알겠지만 그 전에 다음 순번이라는 건 뭘까.

라고 지친 상태로 머리만 굴리고 있으니 프로듀서는 천천히 스튜디오에서 나가고.

그 쯤 해서 감독이 스텝들을 향해서 말한다.


“ 그럼 프로필 사진, 다음 사람 준비에 들어간다. 모두 하드 할지 모르니까 알아서 쉬엄 쉬엄 하면서 가라고 ”


어라? 다음 사람인가?

물론 나 혼자 프로필 사진을 찍는데 스튜디오 하나의 설비 준비를 하는 건 번거러운 일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블루 나폴레옹에 껴서 촬영 하는 건 아마 나 하나라고 생각 했는데, 그 뒤에 더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도 신데렐라 프로젝트 14명이 한번에 촬영 했으니 이상할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프로젝트 같은데 들어가지 않았고 같이 촬영 해야하는 사람도 예정도 없다.

우연히 오늘 스케쥴이 맞는 신인 아이돌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뒤에서.


「실례하겠사옵니다」


하고 정중하고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면 꽤나 이 스튜디오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소녀가 있었다.


“ 허어―――이런, 이런. 또 특이하신 분과 만나게 되었는지요. 맺읍를 거슬러 올라간다라, 드물디 드문 코토와리이기에. ”


흰색과 녹색의 된 옷감에 붉은 동백꽃의 무늬가 놓여 있는 호우몬기(기모노의 일종)을 입고 있는 소녀였다.


첫 인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신성"하다.


연황색 머리카락은 단정히 정리해서 뒷머리는 길게 허리 아래까지 내려 모왔다. 얼굴과 피부에는 한치의 티끌도 없이 하얗고 이목구비가 작고 손과 얼굴도 작아 마치 일본 전통 인형 같다.

거기에 조신하고 깨끗한 몸가짐을 보면 예절 교육까지 완벽하게 받은 온실의 화초 같은 소녀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니, 전통 예술품 같은 이미지니까. 고원에 있는 깨끗한 호수에 난 한 포기 난과 같다고 해야할까.


“ '요리타'와 '요시노'라고 하옵니다. 근래에 이 곳에서 『미시로뿌로』에서 『아이도올』을 하게 되었사오니, 모조록 지도편달을 부탁하기에―― ”


“ …………. ”


어라, 이런 사람 있었던가?

아이돌을 그만 두고 17년 동안 나는 그녀와 같은 아이돌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아마 아이돌 활동을 오래 하지 못하고 끝낸 사람이라고 하면 간단히 생각 되지만 이 소녀는 뭐랄까, 아이돌로서 이미 너무 확립 되어 있어서 그녀가 아이돌을 포기한다랄까 그런 이미지가 안 떠오른다.

아니, 아이돌로서 확립 된게 아니라.

좀 더 다른.

뭐랄까, 아예 차원이 다른 뭔가에 가깝다랄까.


“ 후후훗――――. ”


“ !? ”


어느 샌가 그녀가 눈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분명 그녀는 발도 작을 것 같다. 그러지 않고는 걸음 걸이의 소리나 작은 기척 조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 뭔가 고민 하시는 것이라도? ”

“ 아, 그……시마무라 우즈키 라고 합니다. 저도 이번 달에 정식으로 미시로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어머. '례'에 정성을 다해 응하는 분이신지요. ”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 내 인사에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천천히 숙이며 받는다.

그런 동작 하나만으로도 뭔가 정성이 담긴 듯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보기에 나이는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어째서 이런 느낌이 날 수 있는 걸까.

말 그대로, 상상이 안 되는 영역에 있는 그런 사람이라는게 체감이 된다.


“ 후무. 아마 시마무라양가 생각하시는 그것이 어쩌면 옳을 수도 있겠지요 ”

“ ……엣? ”

“ 허나, 연이란 쉽게 풀고 끊을 수 없는 것이기에. 단순히 재어 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도 있지 아닌지―. ”


사고정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내 머리가 나쁜 건지 아니면 그녀가 나와 얘기할 생각이 없는 건지 그것 조차 알 수 없다.


“ 그리 어렵게 생각 할 필요 일은 아닌지요. 대화란 단지 언어의 률을 전하는게 아닌지라. 서로가 내고 싶은 목소리를 내어 그것에 응답하여 마음을 느끼는것이 올바른 것이라 하옵지요 ”


“ …진심을 말해하는게 차라리 났다고, 하는 건가요? ”


“ 후훗―. ”


그녀는 내 말에 단지 작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 미소는 설령 내가 그녀를 알게 된다고 해도 절대로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미소다.


“ 후훗. 이미 자신의 대답을 찾은 것 같기에―. 저는 저의 일을 치루기 위하여 이만 있어야 할 자리에 향하겠사옵니다. 그러면 시마무라양. ”

“ 아, 네. ”


그녀는 거기까지만 마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나서 스튜디오의 무대로 간다.

가는 도중에 스튜디오의 스타일리스트 분들에게 잡혀서 뭔가 얘기 하면서 이것 저것 다듬어지게 되버리지만 왠지 그것 조차 뭔가 그림이 되버린다.

뭐랄까, 신악무를 추기 전에 무녀가 몸가짐을 가다듬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녀를 보니 뭔가 조금 목이 말라온다.

방금까지 힘껏 전력을 다하고 있었기에 그런 걸까.


“ 왠지 알딸딸하게 데운 쿠로키리시마를 마시고 싶어졌어. 온천에 푹 들어가서 땀을 푹 빼고 시원하게. ”


마시고 적당한 고민 같은 건 다 잊고 싶다.

17세로 돌아와서 술을 전혀 입에 못 대고 있기에 꽤나 괴롭다.

옛날에는 술이라면 질색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입에서 때놓을 수가 없게 되버렸으니까. 지금은 한동안 금주 하고 있는 거라 다름 없다. 그때 처럼 입에 뭔가 걸리는 듯한 불안감은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역시 조금 그렇다.

오늘 처음 정신을 한참 쓰게 되면 탈력감이 심해서 뭐라고 마시고 싶어진다.


“ 뭔가 카에데짱 같은 소리를 하는 아이가 있는 걸. ”


아차. 들렸다.

정식으로 절차가 끝나서 겨우 아이돌이 됐다고 하는데 첫날부터 꽤나 곤란.

하고 뒤를 돌아보니 푸른색 숏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있었다.

카미죠씨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디자인인 의상이다. 그러면서도 이 목소리.


“ 카와시마…미즈키씨? …저기 방금 건 그게…. ”

“ 응, 내가 피치피치-하고 영-한 아이돌. 카와시마 미즈키야? ”


깨끗하고 세세한 곳까지 잘 관리 된 마스크, 룩스와 그걸 180도 다른 방향에 내던져 낭비 하고 있는 여성이 나타났다. 겉만 해도 그정도인데 속사정을 까면 기껏 쌓아올린 세상 여자들이 부러워 할 커리어를 내던지고 꿈으로 질주하는 말도 안 되는 여자다.

절대로 나랑 같은 여자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랄까, 그런 걸 넘어서 한바퀴 돌아 존경에 가까운 마음까지 있다.


“ 그래서――――, 헤이! 묘하게 취양이 아저씨 같은 깜찍한 아기고양이짱. 잠깐 이쪽으로 와줄래? ”

“ 넷? 저, 저기 무슨… ”

“ 언니의 간단한 볼☆일―. 잠깐 들어줄래? ”


그리고 그 대답에 유무에 관계 없이 그녀는 내 뒤로 돌아가서 내 등을 거이 밀다 싶이 하면서 나를 데리고 간다.

처음부터 아마 나에게 거부권은 없는 일 같다.


“ 카와시마씨? ”

“ 시마무라 우즈키짱? 이였지? ”

“ 네, 시마무라 우즈키 입니다만. ”

“ 아까 사진 찍을때 멋진 모습. 꽤나 괜찮았어. 응. 후일이 기대가 돼. ”


그녀, 실은 아까 내가 있는 힘껏 촬영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단지 그건 정말로 내가 아니라서 칭찬을 들어도 그다지 기쁘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린이 칭찬을 받는 것 같아서 기쁘다고 할까. 친구가 띄워지는 걸 들은 기분이다.

뭐야, 결국 기분 좋은 건가. 나.


“ 그래서 말이지. 마침 좋은 생각이 났거든. ”

“ 좋은 생각? ”


마음 어딘가에서 불안을 감추면서 나는 옛날에도 혹시 이런 식이 아니었나하고 기억을 더듬는다.

하지만 그걸 떠올린 것은 너무 늦었는지.

카와시마씨에게 떠밀려 가게 된 메인 스튜디오에는 신관 건물에 돌아가겠다는 내 프로듀서가 있었고. 왠지 모르게 내 아이돌로서 두번째 일이 멋대로 정해지고 있었다.

단지.


“ 버라이어티? ”


어째서 백댄서라던가 그런게 아니라, 몇 단계 뛰어넘어서 예능 쪽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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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쉬고 다시 보니 마음에 안들어서 갈아 엎고 다시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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