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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메이커 [프로듀서를 만들자.] - 3편

댓글: 7 / 조회: 450 /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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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5, 2017 11:43에 작성됨.

 

 

눈을 떠보니 익숙해지지않는 병원 냄새가 났다.
왜 내가 여기에 누워있는거야?
이런 내 의구심따위는 알바 아니라는듯이 링거주사을 맞은 팔뚝이 보여왔다.
나는 분명히 컵라면을 먹다가..

'아. 그렇구나. 너무 급하게먹어서 체해버린걸까.'

나도참 바보같다니까.
그렇게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이었다.

"어머. 벌써 일어날수 있겠니?"
"에...?"

말 그대로였다. 내 낌새를 눈치챈 간호사언니가 나에게 다가오며 미소지었다.
이렇게보여도 몸이 튼튼한걸 뺀다면 장점이란게 없는 여자아이라고 자부...

'어라?'

거짓말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내 당혹감에 젖은 얼굴에 놀란것을 오히려 간호사 언니였나보다.

"무리하지말아줘. 네 몸은 생각보다 더 심각하거든."
"...."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 이리저리 확인하는듯하시는 간호사 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을때였다.

'가슴 커! 그것보다 이름이.. 야나기 키요라?'

어쩐지 이 병실에 나를 제외한 다른 환자들도 있는 모양인데 남자들은 남녀노소할것없이 이 언니를 바라보고있었다. 나도 어디가서는 못생겼다는 말은 안듣....기는하지만 예쁘다고 들은적도 없다.
이언니처럼 예쁘다면 매일매일이 행복할텐데.

"빈혈에 영양실조. 게다가 과로까지. 혹시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학대당하고 있는거니?"
"네? 아니요! 이런말 하기는 뭐하지만 저는 공부만 하거든요!"
"공부? 부모님은?"
"자취하는 중이라서요. 학교 급식을 제외하면 컵라면으로만 해결하고 있어서-"

싱긋.
어, 언니의 미소가 무섭다.

"어머. 키요라 선배님. 환자분이 일어났나보네요."

이 병원은 미인이 아니면 간호사를 쓰지않는걸까..라기보다 가슴 커! 키요라 언니보다 더 크잖아!
남자들의 인중길이는 두배로 늘어났다.
큿.
이름을 보자 그곳엔 토요카와 후카라고 적혀있었다.

"후카. 선생님이 뭐라고하셨어?"
"네. 일어나면 간단히 영양제를 주사하시라고 하셨어요. 제가 할까요?"
"아니."

싱긋-
왠지 무서운 미소를 지으며 키요라 언니가 주사기를 들어올렸다.

"내가 할께. 그리고 이 아이. 당분간 계속 입원해야할거야. 몸 상태가 엉망이야. 정말이지. 보호자 분께도 연락드려."
"네. 알겠어요."

후카라는 언니는 가림막을 펼치며 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키요라 선배님에게 찍혔구나. 아픈 주사가 들어가겠네. 후훗. 어서 건강해지렴."
"히익."

그렇게 나는 키요라 언니에게 참교육을 당했다.

..
.

그것보다 입원이라니.. 내 몸이 그정도였나.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던도중 후카 언니가 나에게 입원해야 할 기간을 말씀해주셨다.

+1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20이하 5일  21-40 4일  41-60 3일 61-80 2일 81-100 1일]
+2  히미츠는 이일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Y / N]


27

Y
부모님께 안 알리는건 여러모로 큰일입니다! 정신적인 상처로 남을수 있으니깐요!

 

"으응.. 4일정도는 푹 쉬어야할것 같네. 병원식은 맛없겠지만 참아주렴."
"네!? 기말고사에 목전이에요! 이럴때가.."

고개를 갸웃하며 달력을 바라보는 후카언니는 나에게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어라..? 중간고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잖니?"
"그, 그렇긴하지만 성적을 올리려면.."

물끄러미 내 교복을 바라보는 후카언니. 그리고는 내 명찰을 발견한듯 했다.

"히미츠 쨩. 공부를 열심히 하는건 좋지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한다면 좋다고 절대로 말할수 없어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고싶어서.."
"이렇게 쓰러지셨다는 것에 놀라실 아버지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몸을 챙기면서 공부하는건 어떻겠니. 공부 이상으로 부모님은 자식의 건강을 생각하실테니까."

그러고보니 아직 아버지에게 연락을 못드렸다.
병원비까지도 말해야하는데 후카 언니 말대로 염치가없다. 불과 몇주전에는 음식걱정은 하지말라고했었는데. 완전히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네..
모처럼 아버지랑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내가 바보같이..

"우으으.."

최근들어 너무 울보가 된거 아닐까.
하지만 모처럼 느낀 아버지의 따스함이 내 실수로 사라질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정이 되지않았다.

조용히 나를 끌어안아주는 후카언니.
그 품속에서 나는 염치없게도 펑펑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

"진정됐니?"
"훌쩍. 네."

간신히 진정하고나자 언니의 가슴쪽은 눈물로인해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큿.

"부모님에게는 잘 연락드리렴."
"네.."

저녁이 되어버린 병실.
전화는 폐가 된다고 생각한 나는 문자를 남기기로 결정했다.

[아버지. 죄송해요. 지금 저는 병원에 있어요. 4일정도만 쉬면 별 탈없이 건강해진다고 간호사 언니가 그랬어요. 저는 지금도 움직일수 있는데.. 정말 죄송해요. 아버지에게 걱정만 끼쳐드리는것 같아요. 다음에 연락드릴께요.]

병원비..
차마 문자에 담을수는 없었다.

"통장잔고에 있는걸로 병원비를 어떻게든 해결하고..그 뒤를 어떻게 버틸지 고민해야할까.'

삐익-

그렇게 나는 문자를 보냈다.
아버지가 크게 화내시면 어떡하지? 답장이 없으시다면?

내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1 당신은 답장을 한다 [ Y / N]
+2 답장을 할 경우의 내용


물론 답장해야겠죠?
딸의 일인데.

난 괜찮단다. 아프면 푹 쉬어야지...아플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부우웅-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왔다.

[그래 아프면 푹 쉬어야지...아플때 같이 있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다행이다.
공부가 걱정이긴하지만 어서 나아야하니까. 지금은 회복에 집중해야지.

입원생활로 느낀것은.. 병원음식은 정말 맛없다는 것입니다.

..
.

"선생님. 여기 진료확인서랑 입원 증명하는 서류들이에요."
"그래. 출석은 걱정하지 말거라."

그렇게 고개를 숙인뒤에 교무실을 빠져나가려는 찰나였다.

"히미츠. 네가 입원하고있는 동안에 진로확인서라고할까. 설문지에 각자 희망하는 직업이나 하고싶은 일을 적었는데.. 집에가서 적어-"
"아니에요, 선생님. 저 프로듀서가 될거에요."
"하지만 보호자와 제대로 상의를-"
"아버지가 제가 하고싶은것을 해도 된다고 해주셨거든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던 선생님은 알겠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 너에게 관심이 많아. 열심히 하고있는것은 잘 알고있지만 더 노력한다면 고3때 좋은 결과가 있지않을까?"
"네!"

그렇게 나는 하교했다.
편의점.
컵라면을 집어들었지만..

'다시 영양실조라던가로 입원한다면 그땐 주사를 더 아픈쪽에 놓을거란다.'

키요라 언니 무서워..

그렇지만 당장 가진돈이라고는..
늘 사던 가장싼 컵라면을 내려놓고 남은돈으로 살수있는 도시락을 집어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도시락을 먹으며 생각에 잠겼다.
병원비가 뼈아팠다.
아버지에게 송금받으려면 아직 2주일은 있어야하는데.
수중에는 돈이 없고.

이미 얼마전에 쓰러졌다는 소식으로 마음을 어지럽혔는데.
다짜고짜 용돈을 달라하면..

'생각해. 생각해. 카미죠 히미츠.'

내가 생각한 것은-

+1 아버지에게 용돈을 요구한다. [ Y / N]
+2  +1이 N 일경우 히미츠가 생각한 방법.  /  +1이 Y일경우에는 용돈을 요구하는 문자의 내용.

Y

으으.... 실은 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어요...
간호사님께서는 그런 식습관은 좋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슬프게도, 컵라면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요...
스스로 돈도 못버는 무능한 딸이어서 죄송해요...
그러니 제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식비만 조금 올려주세요....
으으... 이런 부탁해서 죄송해요..

 

[으으.... 실은 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어요...
간호사님께서는 그런 식습관은 좋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슬프게도, 컵라면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요...
스스로 돈도 못버는 무능한 딸이어서 죄송해요...
그러니 제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식비만 조금 올려주세요....
으으... 이런 부탁해서 죄송해요..]

이 문자를 본 당신은..

+1  [돈을 보내준다 Y / N]
+2  [Y 혹은 N. 그에따른 답장.]


Yes! Yes! yes!!!

얼마든지 보내줄테니 걱정말고 좋은걸로 많이 먹거라.

 

[돈은 식비걱정없도록 넣어주마. 얼마든지 보내줄테니 걱정말고 좋은걸로 많이먹거라.]

짧지만 따듯한 아버지의 응원에 차갑던 편의점 도시락도 일품의 요리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마음껏 요리하면서 공부를 해야지!
[영양실조에 걸릴확률이 사라졌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기말고사.
가끔씩 목욕후에 몸무게를 측정할때면 나도 모르게 흠칫놀랄때가 있지만..
아, 아직은 세이프니까?
절대로 비만 아니니까?

'그런 의미로 내일부터 시작되는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힘내자!'

..
.

+1 주사위 [50이상 성적상승  49-21 성적유지 20이하 성적하락.]
+2 주사위 십의 자리와 일의자리를 합한만큼 등락의 폭이 결정.


11

99


내가 받아든 성적표는 44등이었다.

"저, 히미츠. 낙심하지마려무나. 이번에는 1주일정도 학교를 쉰적도 있었고. 컨디션의 문제라고 선생님은 생각한단다."
"....네."

무려 저번보다 18등이나 떨어졌다.
넋이나간 나를 안쓰럽다는듯 바라보던 선생님은 결국 그 이상 아무런 말도 건네시지 않으셨다.
아마, 내 침울한 표정에 섯부른 위로보다는 조용히 혼자 추스리길 바란다는 이유에서 그런것일테지.

그렇게 노력했는데. 2학년 초와 크게 다르지 않다..인가.
그래도 10등정도는 올렸으니까. 뭐 괜찮나.

"선생님께 경례!"
"안녕히계세요!"

시험의 끝. 겨울방학의 시작이라지만 나에게는 두려웠다.
노력해도 밀려난다.
아버지는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나를 대견스러워 하고 계셨다.
이런 등수.. 통보할수 있을리 없다.

'절대로.'

아버지가 화내는 것보다도. 아버지가 실망을 하는것이 두려웠다.
지금의 나는 다시 예전의 겁쟁이로 되돌아와있었다.

"아버지는 식비걱정도 줄여주시려고 무리하게 돈을 붙여주셨을텐데.."

속상한 마음에 나는 집에 있는 공부책상에 앉아서 서럽게 울고말았다.
44등이라고 적힌 성적표는 내 눈물덕분인지 쭈글쭈글해져 형체를 알아볼수 없게 되었지만 뇌리속에 선명히 각인된 숫자를 쉽게 떨쳐버릴순 없었다.


....
..
.

"히미츠의 성적은 어떻지?"
"네. 이번에는 조금 많이 떨어졌네요. 44등입니다."
"그런가."

학년주임인 선생은 1학년때의 히미츠 담임이었다.
그녀의 환경과 더불어 그녀의 아버지와 통화를 해본 유일한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런만큼 그는 학교에서 히미츠의 움직임과 성적을 주시하고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힘껏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려온 아이가 이렇게 무너지는것은 원하지않는데 말이지. 선생이란것들은 이런 상황속에서도 학생의 성적을 바탕으로 갈수있는 대학 및 진로를 저절로 떠올리고 있다네."
"직업병이겠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대로 전교 10위권을 지속할수 있었다면 나쁘지않은 대학교를 갈 실력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낮은곳에서는 등수가 빈번하게 움직이지만 높아질수록 성적을 올리기는 어렵다.
등수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그녀가 이번 1년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선생인 그들이 제일 잘 알고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성도 바르고 근성도 있는아이라서 바로 취직할 생각이었다면 내가 어떻게 소개라도 해볼까 했는데.."

역시 그것도 지금보다는 성적이 더 나와줘야 그로서도 추천을 해줄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다른것도 아닌 직업에 관한 추천은 해주는 입장에서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부담되는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아무튼 이 아이에게는 가혹하겠지만 이대로 무너지지않았으면 좋겠군.."
"정말 그렇습니다."

그들은 말없이 커피를 마시며 창밖에 쌓이기 시작하는 눈보라를 바라볼 뿐이었다.

겨울방학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연락은 오히려 간간히 아버지쪽에서 오는 것정도가 전부.
아버지도 짧게 답장을 할뿐인 나를 배려해주시는 것인지 최근에는 그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건데. 화풀이는 아버지에게 하고있다니..'

정말 나는 최악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자축하는동안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5..
4..
3..
2..
1..

와아아~

바깥에서의 환호성을 바탕으로 1년이 지났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이번 1년.
고등학교 3학년은 정말로 이를 악물고 노력할수밖에 없다.

핸드폰으로 바라보는 연말콘서트에서는 화려한 무대속에서 모두와 함께 빛나는 미소로 춤을추고 노래하는 아이돌이 나오고있었다.

내 꿈을 위해서라도!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
.

"아아, 주목. 이번에 너희들의 담임을 하게되었다. 이번 1년동안 힘들겠지만 노력해주길 바란다."

운이 좋게도 3학년 담임선생님은 모두가 호랑이 선생님으로 부르는 선생님이었다.
다행이다. 저 선생님과는 1학년때 담임을 해주신적이 있었기에 여러가지로 복잡한 내 환경을 알아주고 조언해 주실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한번 진로상담을 할거다. 순서에따라서 다르겠지만 남자먼저한 후에 여자 순서가 될테니.. 1학기 중간은 남자. 기말쯤에 여자순으로 해보도록하자."

짧은 HR이 끝나고 곧바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래 나에게는 공부뿐이다.
힘내자...

[히미츠가 스스로 당신과의 거리를 벌립니다. 관계도 하락 80 -> 70]
[히미츠가 더욱더 공부에 박차를 가하는것 같습니다. 성적 상승 최저치 50 -> 40]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날.
학교에서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도중이었다.
뒤쪽에서 급우들이 하는말이 들려왔다.

"너 대학교 갈꺼야?"
"글쎄. 딱히 하고싶은것도 없고. 담임이 말로는 성적도 애매하다고 하던데."

킥킥킥. 그게 그렇게 재밌는건지 웃음을 터트리는 남자들.

"아, 그런데. 나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컴퓨터쪽에 자격증이나 관심이 많아서 준비를 해놓은 덕분에 아예 그쪽으로 취업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던데. 물론 대학교 나온 사람들에 비하면 나중에 결국 연봉은 밀리겠지만 말이야. 먼저 회사를 다니면서도 나름대로의 준비를 할수도 있는거 아니겠냐? 아무튼 잘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

"그렇구만. 아.. 쫄리네. 나도 조만간 상담할거 같은데."
"킥킥킥. 너 나보다 공부 못하잖냐. 수고해라."
"이 쉬끼가~! 거기서!"

우르르 몰려가며 사라졌지만 그래도 한번은 생각해볼 문제다.
과연 내가 대학을 가는것이 최선인지.
아니면 다른것도 착실히 준비를 해놔야하는건지.

'너무 막연히 프로듀서라는 꿈만 바라보고 공부만 한걸까.'

그런 생각을 하기엔 눈앞의 중간고사가 문제였다.
3학년의 첫단추. 잘 꿰차지않으면 안돼!

..
.

그렇게 시험은 끝났다.

+1 주사위 [40 이상으로 성적 상승 39 - 15 성적유지 14이하 성적하락]
+2 주사위 [일의 자리와 십의 자리를 더해서 폭을 결정합니다.]


19

72

 

"42등인가.."

나는 더 안되는 아이일지도.
지난번 26등은 모든것이 운이었던 모양이다.
아버지에게 연락도 자주 못하면서 공부했는데 2등 올랐다니.
예전처럼 연락조차 하지 못해야만 성적이 오를 수 있는걸까?
아버지가 나를위해 식비를 넉넉히 보내주지않고 아끼고 아껴서 컵라면으로만 한달을 버텨내고 쓰러질때까지 공부를 해야 성적이 오르는걸까?

'모르겠어. 모르겠어요..아버지.'

그래도 이 이상 떨어질수는 없는일이다.
넑이 나간 사람처럼.
마치 로봇처럼 공부를 하는 도중이었다.

"카미죠. 이제 네 차례래."
"응?"

평소 말걸지도 않던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아, 그랬지.
나는 담임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는 상담실에 들어갔다.

"어서오너라."
"네. 안녕하세요."

방안에는 각 대학교별 점수 및 평균 점수와 반 애들의 점수도 프린트가 되어있었다.

커피를 마실 생각이셨는지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던 선생님이 문득 물으셨다.

"대학교에 진학할생각이냐?"
"..."

대답을 할수 있을리 없었다.
생각해본적도 없었고 지금도 이러는 내가 과연 대학교에 가서도 잘 공부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으니까.

"조금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네.."

"그래. 아버지는 잘 계시니."
"네."
"다행이구나."

간단히 부모의 안부를 물었던 선생님은 습관처럼 담배를 찾으셨다가 나를 바라보시더니 다급히 갈무리하셨다. 허둥지둥 답지않게 말을 꺼내는 그는 그런 행위에서 온 부끄러움을 숨기기라도 하려는듯 보였다.

"흠흠. 그래도 다른 애들과는 다르게 확실한 꿈이 있어서 좋더구나. 진로담당이 되면 그저 성적에만 맞춰서 일단 진학하고보자..라는 케이스가 대다수라서 말이야. 카미죠 너처럼 확고한 꿈이 있는 아이에게는 오히려 더욱 더 그 꿈에 다가갈수있는 여러가지 길을 제시해주고 싶어진단다."

평소 쓰던 인상이 아니라 미소를 짓자 그의 나이를 짐작케할수있는 눈가의 주름이 생겨났다.

"뭐. 나도 젊었을적에는 모두의 꿈을 찾아주자. 모두에게 가장 최적의 학교를 찾아서 보내주자. 그랬었지만 어림도 없었지. 이상은 높고 현실은 냉담했으니까."
"...."

굳게 닫혀있던 내 입을 열게 만든것은 너무나도 간단한 그의 질문. 단 하나였다.

"공부. 힘들지?"
"네.. 너무 힘들어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지?"
"선생님 말씀대로에요.."

선생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모습은 언뜻보기에 추억을 회상하는듯 보였다.

"선생님도 그랬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힘을 빼라는 말정도뿐이구나."
"하지만, 선생님!"
"물론 이해는 되지 않겠지. 하지만 네 마음도 충분히 알것도 같단다. 있는힘껏 발버둥치는데도 점차 몸이 가라앉는것 같고. 주변의 모두는 있는힘껏 보트며. 튜브며. 구명조끼며. 제각기의 것들을 바탕으로 여유롭게 떠있는것 같겠지."

그의 말에 마치 알몸으로 서있는것 같은 창피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어쩌겠니. 우리는 그런 환경이 주어지지않았는것을. 그렇다고해서 주변을 원망하고, 환경을 원망하면서 밑바닥에 가라앉으라는 말이 아니다."

그는 느지막히 숨을 내쉬고, 들이마쉬고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네가 하는 생각이상으로 말이지. 몸에 힘을빼도 물에 쉽게 뜬다는 사실. 알고있느냐."
"...!!"
"너는 선생님과는 다르게 똑똑하니까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가자꾸나. 대학진학에 대해서 아직 생각해보진 않은거구나."
"네. 그저 눈앞의 시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어요. 프로듀서라는 높은 이상만 가진채 무작정 달리고만 있었다고 생각해요."
"프로듀서라.."

그는 내 눈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싱긋 미소지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생각은 없느냐?"
"네? 하지만 이런 저를 써줄 회사가 있을리.."
"뭐. 잘난 스승이 있다면 원서정도는 낼수 있겠지. 가서 면접은 너의 몫이겠지만 말이야."
"선생님..!"

순식간에 들떠버린 나를 진정시키듯이 선생님이 말했다.

"진정하거라. 다만 조건이있다. 앞으로 남아있는 시험을통해서 20등 안에는 들어줘야겠구나."
"20등인가요.."
"물론 20등 이내로 들어오면 나름 이름있는 대학교에도 충분히 도전할만하지. 그때에 따라서라는걸로. 어떠니."
"네. 제 우선 목표는 일단 20등 안에들고서 취직을할지 대학교를 갈지 결정하는거네요."
"그렇단다. 1학기 기말과 2학기 중간. 힘내렴."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90도로 인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 괜찮다."

아버지를 기쁘게한다는 목표 말고도. 조금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가 놓여졌다.
저런 좋은 은사님의 기대까지 업고서 실망시켜드릴수는 없지.

'공부! 또 공부야!'

나는 각오를 다졌다.

[졸업후 취업과 대학교 진학이라는 분기점은 2학년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타납니다. 아버지, 어머니들은 히미츠의 장래에 대해서 잘 고민해주세요. 최중요 이벤트입니다.]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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