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천하제일] 숲의 동화

댓글: 11 / 조회: 899 / 추천: 4


관련링크


본문 - 02-15, 2017 02:40에 작성됨.

동화…라는 건 정말로 꿈이 가득한 이야기에요. 공주님과 왕자님이 역경을 딛고 맺어져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그런 행복한 이야기들, 꿈의 이야기들이지요.

모리쿠보는 어렸을 적부터 동화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늘 동화를 읽으면서 모리쿠보도 그렇게 왕자님이 위기에서 구해주고 맺어지는… 그런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보다도 더 어린, 진짜 어린이일 때, 모리쿠보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산산이 부서졌어요.

 

그때는 아마 모리쿠보가 2학년일 때쯤이었어요. 아, 중학교가 아니라 초등학교요. 아까 말했듯이 진짜로 어릴 때에요. 그때 모리쿠보는 다른 애들한테 괴롭힘을 조금 받아서… 자리에 앉아서 동화책을 읽던 저에게 다가와서 책을 뺏어가고는 동화 같은 걸 읽는다고 놀림당한다든가… 어디선가 벌레 같은 걸 잡아 와 보여줘서 놀라게 한다던가, 모리쿠보가 말 더듬을 때마다 놀리고… 그래서 이런 건 무-리-…라고 하니까 그때부턴 아예 모리쿠보를 무리쿠보라고 부르면서… 그 뒤에도 온갖 일로 놀리고, 괴롭힘당하고… 그래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어요… 왕자님은 와주지 않았어요… 동화 속에서 늘 공주님을 구해주던 왕자님은, 모리쿠보 따위에겐 와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다행이랄지 다음 학년으로 넘어가면서 괴롭히던 애들과는 따로 떨어지면서 더는 괴롭힘을 받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때부터 모리쿠보가 네거티브하게… 무리쿠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해요… 결국 모리쿠보에게 왕자님 같은 건 무-리-…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지만, 그래도, 여전히 동화는 좋아했어요. 행복하고 따뜻한 이야기… 현실에서는, 적어도 모리쿠보에게는 무-리-… 다른 사람들에겐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을지도 몰라요. 누군가는 공주님이 되어 왕자님과 맺어질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그런 건 무리쿠보에게는 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동화를 읽고 있으면 꼭 모리쿠보라도… 안될쿠보라도 공주님이 된 것 같아져요… 위기에 처했을 때 왕자님에게 구해지는 공주님처럼… 하지만 동화가 아닌 곳에서는 모리쿠보 같은 걸 봐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늘 구석에서 조용히 있었어요. 조용히 동화책을 읽으면서 있었어요. 모리쿠보 따위를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적어도 방해는 하지 않게끔 조용히…

 

 

 

그 날은, 일어날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날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숙부님께 부탁받아서… 모리쿠보는 정말로 별 볼 일 없는 아이니까… 그런 부탁을 들으면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정말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프로듀서 씨랑 만나서 아이돌이 돼버리고… 모리쿠보 같은 건 아이돌은 무리… 아무도 좋아해 주지 않을 텐데도 그래도 아이돌 일을 시키셔서… 안될 거란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역시 아이돌 일들은 무-리--… 그래서 일이 생겨버리면 항상 숨어버렸어요… 그런데도 프로듀서는 언제나 모리쿠보를 찾아서 무대에 나가게 했어요… 숨어있는 걸 찾아냈을 때 모리쿠보가 귀축, 귀신, 악마라고 말해버린 적까지도 있는데도… 모리쿠보는 이렇게나 내성적이고 소심하고 네거티브한 무리쿠보인데도… 그렇게까지 해도 프로듀서는 늘 숨어있는 어둡고 침침한 모리쿠보를 끌어냈어요. 계속 아이돌을 하게 했어요.

 

처음 아이돌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무-리-라고… 무리쿠보에게 이런 건 안 될 거라고… 할 때마다 괴롭고 싫었어요… 하지만 프로듀서에게 이끌려서 계속 아이돌을 하게 되면서… 이런 못난쿠보도… 무리쿠보도… 늘 구석진 곳에 덩그러니 있는 하찮은 모리쿠보라도…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아니 지금도 역시 무리라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조금은… 즐거워졌달까… 아이돌 일은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고… 조금 기쁘기도 해요…

 

 

말했지만, 동화 같은 일은 모리쿠보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프로듀서가 처음 나타났을 때는 틀림없이 악마라고 생각했어요. 모리쿠보 따위가 아이돌을 한다는 건…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모리쿠보를 괴롭히려는 것뿐일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늘 숨었어요… 피했어요… 그렇지만 프로듀서와 함께 아이돌 일을 해나가면서… 여전히 부끄러워도… 무리여도… 그래도… 예전에 구석에서 조용히 동화만 읽으면서 공기처럼 되던 때보다, 이런 모리쿠보를 많이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이 정말로 행복해요… 모리쿠보에게는 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마치 동화처럼, 마치 공주님이 된 것처럼 행복해질 수 있었어요… 역시 조금 무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프로듀서 덕분에, 모리쿠보에게 동화 속 같은 이야기는 무리라고 생각했었던 때는 사라졌어요. 이젠 모리쿠보도 많은 사람들이 봐준다는 걸 알아서… 많은 사람이 그… 좋아해 준다는 걸 알아서… 부끄럽지만 기뻐요… 이런 일은 아이돌을 하지 않았더라면… 프로듀서가 모리쿠보를 이끌어주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절대 무-리--…

 

그런 점에서… 프로듀서는 꼭 마법사 같았어요…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가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처럼… 모리쿠보가 동화 속 이야기처럼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던 것을 프로듀서가… 마법사가 바꾸어주었어요. 그래서 모리쿠보는 무도회에 갈 수 있었어요… 행복해질 수 있었어요… 꼭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그래서 정말로 고마워요. 늘 숨어버리는 모리쿠보를 이끌어준 프로듀서가, 무-리- 라고 외치는 모리쿠보를 할 수 있다며 격려…라기보단 반강제였지만… 그래도 계속 아이돌로 있게 해준 프로듀서가 정말로 고마워요…

그리고… 좋아해요… 네거티브하고 내성적이고 소심한 모리쿠보를 처음으로 바라봐주셨던, 처음으로 좋아해 주셨던 프로듀서를 좋아해요… 아으… 부끄럽지만… 그래도 정말 좋아해요. 항상 안 보이는 데 숨어버려도 모리쿠보를 찾아내주는 프로듀서를 좋아해요. 모리쿠보가 사라져도 항상 모리쿠보를 믿고 기다려주던 프로듀서가 좋아요. 항상 무-리-라고 외쳐도 할 수 있다고 말해준 프로듀서를 좋아해요… 동화는 동화일 뿐이고 모리쿠보 따위에겐 무리라고 생각했던 모리쿠보에게 동화 같은 이야기를 겪게 해주신 프로듀서가 좋아요… 프로듀서가 아니었다면 모리쿠보는… 동화를 좋아하기만 하고 동화 같은 삶은 겪지 못했을 거예요. 모리쿠보(森久保)라는 성처럼 오랫동안 숲을 지키듯이 동화를 보고, 기껏해야 쓰기만 하고 동화 같은 일은 전혀 겪지 못했을 거예요… 프로듀서가 아니었다면 모리쿠보는 그냥 동화를 좋아만 할 뿐인, 별 볼 일 없는 안될쿠보였을 거에요. 프로듀서 덕분에 모리쿠보는 동화 속 이야기에 들어갈 수 있게 됐어요.

 

아까 모리쿠보가 프로듀서는 마법사 같았다고 했죠… 저뿐만이 아닌, 다른 아이들도 모두 빛나는 아이돌로 만들어주시는… 그런 마법사에요… 하지만 모리쿠보에게는 달라요. 프로듀서는 모리쿠보에게 그저 마법만 주신 게 아니에요. 그야 모리쿠보는 그 마법을 받고도 숨어버리고, 피해버린 걸요. 이런 마법은 소용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이런 마법은 결국 사라져버릴 신기루 같은 거라 생각하면서… 이런 건 더 큰 괴로움을 주려고 하려는 짓일 뿐일 거라 생각해서… 그래서 모리쿠보는 마법에 걸렸다고 해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결국 모리쿠보에게 걸린 마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프로듀서는 마법이 걸리고도 숲속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으려 한 모리쿠보를 깨워주었어요. 모리쿠보가 가시덤불을 치며 숨어버려도 파헤쳐서 와주었어요. 그렇게 프로듀서는 모리쿠보를… 모리쿠보에게 걸린 저주로부터 구해주었어요. 모리쿠보가 무-리라고 생각한 일들도 가능하게 해주었어요. 이런 건 마법사가 하는 일이 아니에요. 이런 건… 이런 건 왕자님이 해주는 일이에요… 그래서 모리쿠보는 프로듀서가 정말로 좋아요. 저주에 걸리고, 마법도 소용없던 모리쿠보를 구해준 프로듀서가 정말 좋아요. 악몽에 갇혀있던 모리쿠보를 깨워서 동화 속의 해피엔딩을 보여준 프로듀서가 정말로 좋아요…

 

 

그래도… 아직은 이 마음을 전할 수 없어요… 프로듀서는 저의 왕자님이지만, 모두의 마법사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모리쿠보는 조금 무리기는 해도… 아이돌이니까요. 동화 속에서도 공주님과 왕자님이 맺어지는 건 이야기의 막이지요. 하지만 프로듀서도, 모리쿠보도, 그리고 모리쿠보를 봐주는 팬분들도… 지금 이야기가 막이 내리는 건 바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모리쿠보는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을게요. 언젠가 프로듀서가 마법사가 아니게 되는 그 날까지… 언젠가 모리쿠보의 이야기가 끝나는 그 날까지… 그리고 모리쿠보의 동화… 숲의 동화가 끝이 나는 그 날에는 이야기할 거에요.

 

모리쿠보를 구해준 프로듀서에게, 정말 좋아한다고요...

4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