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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월하미인(月下美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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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5, 2017 01:45에 작성됨.


<프롤로그>

누군가를 사랑했다.

그런 기억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 내가 사랑했던 사람 하지만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말투도 목소리도 떠올릴 수 없다. 기억하려 무수히 머릿속에서 그려보아도 그저 그립기만 했다. 그리움에 찾아 헤맸다. 어떠한것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다녔다. 아이돌들의 사랑 노래 가사 하나 하나가 마음에 사무치게 슬퍼질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프로듀서 무슨 생각해?」

「아...카나데인가」

「그래요 당신의 여친이자 담당 아이돌인 하야미 카나데입니다.」

「방금 한 자기 소개 중 한군데가 틀려」

「아...? 나는 아이돌이 아니었구나」

「그 부분이 아니야」

「그럼 나는 하야미 카나데가 아니었던건가!」

「뭘 놀란 표정을 짓고 그래, 언제부터 네가 내 여친이었냐」

「자자 사소한건 넘어가자구」

「언제부터 남녀간 상열지사가 사소한것이 되었던가...나는 이런 풍조 인정 못한다.」

「시끄러워 조용히해 그 입 확 내 입으로 막아버릴라」

「카나데, 고등학생이면 그런 부끄러운 말은 조금 자중하라고」

「자주하라고? 프로듀서 이런말 듣고 싶었구나...그래도 그렇게 말하니 조금 부끄러운데..?」

「중요한 동그라미 빼먹지마! 의미가 바뀌잖아」

「사소한건 넘어가고 프로듀서 누구 생각하고 있었어?」

「응? 무슨말이야」

「방금까지 프로듀서의 눈동자는 뭔가 슬퍼보였어 누군가를 그리워 하듯이..」

「글쎄...누굴까..」

「그건 무슨 의미일까?」

「뭐..사소한건 넘어가고 꽤 시간이 늦어버렸으니 숙소로 가자」

보통 아무리 지방 로케여도 하루 단위 로케는 숙박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카나데의 로케는 사무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이어서 그런지 도저히 하루만에 왔다갔다 하는게 불가능해서 숙박을 하게되었다. 나는 쫑알거리는 카나데를 두고 성큼 성큼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나데는 종종걸음으로 나를 따라왔다.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고 밤하늘 한켠에 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프로듀서 너무 빠른데 레이디를 두고 가는거야?」

「거 레이디가 레디가 늦어서야」

「그런 아저씨 같은 말 하지마」

나는 카나데가 따라오는 템포에 맞춰서 거리를 유지 하면서 빠르게 걸었다. 카나데는 부리나케 쫓아 왔다. 그렇게 걸어가다 나의 옆을 스쳐 지나간 여자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은발은 달빛에 비쳐 반짝였다. 나는 왠지 모를 깊은 슬픔과 그리움을 느꼈다. 그녀를 불렀다.

「저..저기요」

「응?」

카나데가 대답했다.

「너 말고!」

나는 아무말 없이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닿을 수 없었다. 그녀의 거리가 좁아지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 만큼 떨어져 있는 듯한 거리감을 느꼈다. 골목을 돌아가는 그녀를 따라 골목을 돌았을때...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월하미인>

「그대는 구미호라고 아시옵니까?」

요시노는 P에게 물어왔다.

「구미호? 그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 말하는거야?」

「네 그대가 생각하는 그 구미호가 맞습니다.」

「구미호는 사람의 생간을 빼먹는다지?」

「뭐...보통의 대중매체에서는 그렇게 그려지는지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사오니....하지만 간을 빼먹거나 하지 않습니다.」

「잠깐 요시노 그 말은 구미호가 실제로 있다는 말이야?」

「구미호는 실제로 존재하지요」

「엣..?」

P는 조금의 어이없음과 조금의 놀란 표정으로 요시노를 다시 쳐다봤다. 요시노는 여느때와 똑같이 요시노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이 요시노 그런 농담은 재미없다.」

「농담이 아니온지라...」

「그러면 그 여자로 둔갑해서 남자들을 홀리는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가 실제로 있다는거야?」

「실제로 있는지라..실제로 구미호는 남자의 정기를 빼앗아 가지요」

「정기를 뺏아가서 사람이 되는거지 설화 같은걸로 봤어」

「뭐 그래도 실제로 그렇게 사람이 된 구미호는 볼수 없었지만요..」

「엥.? 그런거야? 그런데 그걸 왜 가르쳐 주는거야」

「그저 그대에게 가르쳐주고 싶은지라..」

요시노는 그 말을 마치고 딱히 아무말이 없었다. P는 어리둥절 해서 고개를 한번 갸우뚱 하고는 다시 업무에 집중을 했다.

「아 참 요시노 내일 지방 로케 가는거 알고 있지?」

「물론인지라...」

「요시노 지방 로케는 처음이지? 조금 걱정되네」

「본인은 그대가 더 걱정되는지라..」

「에엥?」

영문 모를 소리를 해대는 요시노였지만 P는 그래도 "요시노니까"라는 생각을 하니 별로 문제 될것은 없었다. 다시 업무 파일을 보고 있을때 치히로가 다른 서류를 들고 와서 말했다.

「프로듀서 이거 처리해주세요」

「네? 그건 뭔가요」

「이번 아이돌 영입 결과 보고서입니다.」

「아 그건가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프로듀서」

「네?」

치히로는 조금 걱정 내지는 의문을 가지고 P를 향해 물었다.

「프로듀서는 아이돌 스카우트를 안하는겁니까?」

「아이돌 스카우트라..」

「프로듀서 스타일을 보면 아이돌 스카우트를 별로 하지 않는거 같아서요」

「그런가요...아이돌 오디션을 보러 오는 아이들로 충분하지 않은가요? 그중에 좋은 아이들도 많고 말이죠」

「그렇긴 하지만 정말 엄청난 아이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걸 찾아내는게 프로듀서의 역할중 하나에요」

P는 애매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 옆 부서 타케우치 선배만 봐도 꽤나 보석들을 많이 찾는걸 보면 그게 맞긴한데 그만큼 경찰서에도 자주 가지 않습니까 하핫」

「그분은 인상이 그래서...프로듀서씨는 꽤나 호감형이라고요? 별로 월 1~2회 정도 밖에 경찰서에 안갈거에요 그리고 저 신변 인수인을 해줄 의욕이 충만합니다!」

「그런 의욕은 좀 참아주시는게 좋아보이는데요...것보다...스카우트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요...」

「하고 싶지 않으시다뇨..?」

「아이돌에 관심없는 녀석들을 힘들게 스카우트 하려고 하기 보다는 하고 싶어서 직접 오디션이라도 보는 아이들을 키워주고 싶거든요 아이돌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에 더 정이간다고 할까..나?」

「프로듀서씨 생각이 그러시다면..」

「뭐 딱 확하고 끌리는 아이를 만나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아이를 못만나서 말이죠 하하」

다음날 요시노의 지방로케가 무사히 끝나고 요시노는 숙소에 있을때 P는 지방의 정취라도 즐길 요량으로 어스름한 저녁이 되기 전 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어제 치히로와 나눴던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다.

「스카우트라...」

아이돌이 하고 싶어서 직접 면접을 보러 오는 아이들은 재능이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아이돌이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온 아이들이어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키우는것을 P는 선호했다. 굳이 안하고 싶다는 아이들 질질 끌고와서 갈등을 겪으면서 스카우트를 하는것을 사실 이해 못했다. 물론 그런 수고로움을 겪으면서까지 아이돌을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것도 있지만 말이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공원을 어슬렁 거리다 보니 해는 이미 저물어 있었고 달은 환하게 떠있었다.

「이런...너무 어슬렁거렸나」

다시 숙소로 돌아가려 발걸음을 돌렸을때 공원의 다소 큰 바위 조형물 위에 한 소녀가 올라가 있는걸 보았다. P가 그 소녀를 잠시 바라보고 있자 소녀는 고개를 돌려 P를 바라봤다. 소녀는 달빛에 어울리는 은발의 머릿결과 백옥같은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P는 달빛 아래 그녀를 보고 있으니 심장이 두근 거렸다. 그녀도 P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사람은 잠시동안 서로를 향해 아무말 없이 보고 있었다. P는 자신도 모르게...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저기」

「응?」

「그...그게」

P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었다. 사람을 대하는데 별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는데 왜이리 말이 안나오는지 몰랐다.

「그..그...저....너 이름은?」

「하아?」

그녀의 시원할정도로 "뭐지 저녀석은?"하는 표정에 P는 조금은 당황했다.

「그게 말이지....너의 이름을 알고 싶은데..」

「어스름한 저녁에 그렇게 수상한 태도로 이름을 물어보면 조금은 위험한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

「아! 나는 이런 사람인데」

P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명함을 건네 받았다.

「응 그런데」

P는 말을 할수록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너를 스카우트 하고 싶어서..」

「스카우트? 그게 뭐야」

「아이돌이 되볼 생각 없어..?」

「아이돌은 뭐하는건데」

「음...뭐라고 할까 노래와 춤 춰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직업?」

P는 그녀의 질문에 내뱉은 자신의 대답에 당황했다. 정말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응..? 무희같은건가」

오히려 그녀는 잘 이해한 모양이었다.

「그래..그런거야.」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응...그게..」

P는 다시한번 말문이 막혀버렸다. 왜지? 자신이 왜 이 아이에게 느닷없이 말을 걸고 스카우트를 하는걸까..?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말했다.

「너가 너무 이뻐서....」

P는 그런 말을 내뱉고는 자신의 언어능력에 절망했다.

「하핫 그런건가.. 하하」

그녀는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P는 그녀의 웃는 모습은 심장에는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알았어 흥미가 생기면 나중에 이 사무소로 찾아가볼게」

「그...그래」

그 말을 하고는 그 소녀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리를 떴다. P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을때 숙소의 로비에서 요시노가 P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시노..?」

「그대는 어딜갔다 오시는것입니까」

「잠시 산책을....」

「별일 없으신가요」

「딱히 별일은..」

요시노는 P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뭐...일단은 알겠사오니..」

요시노는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P는 여전히 요시노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요시노니까" 라는 생각을 하니 문제될것은 없었다. 요시노와 지방로케를 다녀온 뒤 며칠이 지났다. 외근을 나갔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치히로가 말을 걸었다.

「프로듀서 무슨 바람이 부신거에요?」

「무슨말입니까 그건?」

「프로듀서가 스카우트한 아이가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아..?」

P는 며칠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 아이 꽤나 좋아보이던데 프로듀서도 하면 하시는군요」

「그러게요..저도 모르게 아이돌 제의를 해버려서」

「프로듀서의 제1호 스카우트군요! 이후로 많은 스카우트도 있었으면 하네요」

「글쎄요 하핫」

P는 그 소녀를 만나러 갔다. 소녀는 화과자에 차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우물거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음..오랜만인가?」

「오랜만이야~」

「그래봤자 불과 며칠전이지만 먼길 오게해서 미안」

「미안할것까지야 여행하는것 같아서 좋았지」

「음 그때 못들었는데 너 이름이 뭐지?」

「시오미 슈코」

「자 그럼 아이돌일이란 어떤것인가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P는 아이돌일에 대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했다. 슈코는 대충 대충 흘려 듣는거 같아서 간략적 이야기가 끝나고 P는 슈코에게 물었다.

「그래서 할 수 있겠어?」

「뭐 편하게 말해서 춤과 노래로 보는 사람을 홀리면 되는거네」

「그 표현...좀 이상하긴 하다만 결론적으론 맞는 이야기네」

P는 슈코의 표현에 미소를 지었다. 아이돌은 남을 이끄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결과론적으로 슈코의 말이 맞다. P는 슈코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어때?」

슈코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P는 그녀의 웃음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홀리는건 내 특기니까」

 

이후로 두사람에게 바쁜 나날이었다. 슈코는 레슨을 하며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고 P는 슈코의 데뷔를 위해 이런 저런 많은 업무를 처리 하고 있었다. 오늘도 P가 매우 바쁜 업무를 처리 하고 있었을 때 요시노가 알게 모르게 P의 옆에 와있었다. 잔뜩 불만 어린 표정으로

「무슨일이야 요시노?」

「그대는 어떻게 된것이에요」

「뭘?」

「새로온 아이」

「아 슈코를 말하는건가?」

「네 그녀는 어떻게 된거에요」

「어떻게 된거냐니?」

「언제 만난겁니까」

「음...그때 요시노랑 지방로케 갔을때 만났어」

요시노의 목소리가 조금은 높아졌다.

「저한테 그런말 하지 않았잖아요」

「별로 중요한건 아니라서」

「그대가 직접 아이돌의 제의 한건가요」

P는 그때 달빛 아래 슈코를 생각했다. 매혹적이었다.

「응」

「그대는...정말」

「왜 그래? 슈코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어?」

「하아..」

요시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쪼록 조심하세요...그대」

언제나 요시노의 화법은 이해 할 수 없지만 오늘은 더 더욱 이해 할 수 없었다. P는 의문을 뒤로하고 슈코의 레슨을 보러갔다. 슈코가 마스터 트레이너의 지도 아래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레슨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움직임이었다. 마스터 트레이너에 다가가 물었다.

「저 아이 어떤까요」

「아 프로듀서님 시오미 말이죠? 네...뭐랄까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해요」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춤 노래 다 좋아요 하지만 그 무엇 보다도....」

마스터 트레이너는 대단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요. 슈코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요」

「마스터 트레이너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기대가 되네요」

「프로듀서님은 어디서 저런 아이를 데려 오신건지..」

P는 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고 있는 슈코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힘들지?」

「아 P씨 헤헤 뭐 그렇지 요새 춤은 되게 격렬하구나 싶어」

「요새 춤?」

「아냐 신경쓰지마 하핫」

「조만간 데뷔 날짜가 잡힐거 같아」

「그렇구나 후후」

「꽤나 기대되는 표정이네」

「기대되지 날 보러오는 남자들도 많아지겠네?」

슈코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응..? 그렇겠지」

「맛있겠네..」

슈코는 작게 속삭였다.

「뭐라고?」

「아냐 P씨」

P는 자판기로 향하는 슈코의 뒷모습에 살랑이는 무엇이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대」

「왓 놀래라」

P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 와있는 요시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인기척 좀 내줘 요시노 놀라잖아」

「저 아이는 위험한 아이인지라..」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그대...」

요시노는 조금은 진중한 모습으로 P를 보고 말했다.

「저 아이가 사람을 이끄는 힘이 그저 외견적인 모습에서 나오는거라 생각하지 마시길」

P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요시노였다.

 

P는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키운 유명 아이돌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슈코의 데뷔는 폭발적이었다. 데뷔곡이 높은 순위의 차트에 오르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길거리에는 슈코의 포스터들이 넘쳐났고 슈코의 노래가 들려왔다. 슈코는 여기저기 방송에 불려다녀서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더불어 슈코의 담당 프로듀서인 P도 격무에 시달리게 되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모든 스케쥴이 끝나고 꽤나 어둑어둑해져서 두사람은 사무실로 들어왔다.

「피곤한거 같기도 하고...」

「조금만 더 고생해줘....」

「아이돌은 생각보다 힘든거구나」

「다 네가 인기가 있으니까 그런거지」

슈코는 매력적인 미소를 흘리면서 말했다.

「말했잖아 홀리는건 자신 있다고」

「하핫 정말 그 표현 재밌는데 맞는 표현인거 같아 지금 많은 사람이 너한테 홀려있어」

P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슈코는 묘한 미소를 흘리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렇지...나한테 홀려있지」

그러고는 사무실 밖을 나갔다

「어디가? 슈코」

「이제 집에가서 쉬려고」

「바래다줄게」

「아냐 바로 앞인데 혼자 갈게」

「괜찮겠어?」

「DON'T MIND」

P는 슈코가 나가는걸 보고 사무실에 티비를 틀었다 슈코가 출현한 티비프로의 모니터링을 위해 틀었지만 다른 누군가가 이전에 티비를 틀어서 본것인지 뉴스 채널이 설정되어 있었다. 뉴스에서는 최근에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네..다음 소식은 요새 사회를 떨게 하는 사건 사고 소식입니다. 최근 남성들이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사 당국에서는 노약자나 아동, 여성들을 상대하는 범죄가 아니라 성인 남성들에 대한 범죄여서 동기를 밝히기 힘들 뿐더러 사건 현장에 증거는 항상 불충분하게 철저하게 이뤄진 범행이며 저항이 심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임에도 비교적 변사체의 상해가 적은 점을 들어 약물에 의한 범죄를 추정하고 있었지만 부검 결과 어떠한 약물에 흔적도 밝혀지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수사 당국은 남성혐오에 의한 범죄에 초점을 두어 단체에 의한 범행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P는 뉴스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무섭네...이제 남자도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도 못하겠어..」

그런 말을 하면서 혼자 보낸 슈코가 걱정되었다. 전화를 걸어 보았다. 전화는 받지 않았다.

 

어두운 밤, 달빛만이 유유히 대지를 비추는 시간이었다. 골목길에 한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도와주세요..」

가녀린 목소리에 이끌려 남자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했다. 이쁜 여성이 쓰러져있었다. 남자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무슨일이세요」

「빈혈...빈혈때문에 어지러워서...」

「괜찮으신가요..119에 신고라도..」

「괜찮아요 잠시 기대게 해주세요」

여자는 남자의 몸에 기대었다. 남자는 자신의 몸에 밀착하는 여자의 체온에 안절 부절 못했다. 부드러웠고 좋은 냄새가 나는것 같았다. 슬며시 내려본 여자의 얼굴은 매력적이었다. 넋을 놓고 들여다 보았다. 여자는 슬며시 웃더니 남자의 얼굴에 다가갔다.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남자는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너무 두근거려서 그런지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여자의 등뒤에서 꼬리가 살랑거리는게 보였다.그 순간이었다.

「정신차리시길..」

누군가 남자의 뒷덜미 잡아 홱하니 낚아채 멀리 던져버렸다. 여자는 누군지 확인하려 쳐다봤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작고 조그마한 사람이 있었다.

「쳇...훼방꾼인가..」

「꽤나 오래 조용히 살고 있어서 얌전해졌나 싶었는데 아직 단념을 못했나요」

「역시 너인가...그동안은 네 녀석때문에 제대로 쓸 힘이 회복 안됬었거든..그 이후로 꽤나 시간이 지났잖아?」

「....여기까지 온건 무슨 속셈이죠」

「딱히 여기 올 생각은 아니었지만...권유를 받아서 말이지」

「조용히 사는게 좋을거에요....오래전에는 힘을 뺏은걸로 그쳤지만...두번은 용서하지 않으니..」

「신님께서..너무 무섭게 구시는거 아닐런지...저는 그저 인간이 되고 싶은것일 뿐인데..이 남자가 마지막인데 말이죠..」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이미...꽤나 저질렀나 보군요...제 불찰입니다. 여기서 그치세요...저의 자비는 여기까지 입니다.」

「어머 무서워라....하지만 알아 당신은...당신의 피조물을 죽일 수 없잖아..」

「죽음이 최고의 벌이라 생각하지 마시길...그리고..더욱이나...그 사람을 건드리면 용서치 않을것이니..」

여자는 슬며시 웃었다.

「신님께서 사랑에 빠지시기라도 한건가..? 하핫 어쩐지...신님께서 한군데 오래 머물러 있을리가 없는데 여기 꽤나 오래 계신것 같더니~」

「....아무튼 제 경고는 여기까지..」

달이 서서히 기울고 아침 동이 터오고 있었다...

 

다음날 슈코는 아침부터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스케쥴을 진행했다. 걱정되어서 몇번이고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야릇한 미소로 괜찮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모든 스케쥴을 마치고 오늘도 여전히 꽤나 어두워진 시간에 두사람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정말 바쁘네..」

「그러게...이런게 아이돌이라니..」

P와 슈코는 많은 스케쥴을 소화하고 어둑어둑한 밤에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창밖에서 달빛이 비추어 들어왔다.

「너무 바쁜거 같아 자는 시간 말고는 전부 스케쥴이라니」

「물들어 올때 노저어야지」

「그래도...힘들어」

슈코는 휴식이랍시고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도 서류를 보고 있는 P에게 다가가서 칭얼거렸다.

「조금만 더 고생해줘 휴식기 들어가면 휴가 길게 줄게」

「....이럴려고 아이돌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미안 미안」

슈코는 초점이 살짝은 흐려진 눈으로 말했다.

「목적이 눈앞인데....요새 훼방꾼때문에..」

「응 무슨말이야..?」

「스케쥴은 점점 바빠지기만 하고..시간은 없고..」

「스케쥴 조정이라도 해줄까..?」

P는 슈코도 아이돌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신인인데 너무 일정을 힘들게 잡아 놓은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어서 걱정스레 물어봤다.

「이제...참기가 힘들어 P씨라도..」

슈코는 P에게 과하게 밀착해서는 안겨 들어왔다. 슈코가 내쉬는 숨이 목에 닿았다. 그녀를 바라봤다 긴 눈꺼풀이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자신에게 다가 오는것 같았다.

「저기 슈코...뭐하는거야」

「못참아...」

「이러면...안돼.. 너랑 나는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

하지만 P는 슈코를 밀쳐내지 못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슈코가 거의 P의 위에 올라탈때까지 거부할 수 없었다. 몸에 힘이 빠져나가려고 하는것 같았다.

「P씨..고마워...당신이 내 마지막...남자가 될거야...」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상황에서 슈코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등뒤로 9개의 꼬리가 보였다.....그녀의 입술이 P의 입술에 거의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그 남자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었을텐데요...」

분노가 담긴 서슬퍼런 목소리에 슈코는 놀라서 P에게서 떨어졌다. 요시노가 슈코를 쳐다보고 있었다.

「쿨럭..쿨럭 요시노..?」

「그대는 괜찮으신가요..」

「이게 어떻게...된거지?」

P는 슈코에 눈을 돌렸다. 슈코는 9개의 꼬리를 살랑거리며 흔들고 있었다.

「슈...슈코? 뭐...뭐야..그건...」

「하핫 결국 들켜버렸네」

「그대는 당장 그 여우에게서 떨어지세요」

요시노는 P를 자신의 옆으로 끌고 왔다.

「신님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오는거야?」

「....당신 같은 요물들은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요물이라니...너무하네 신님, 당신의 피조물한테 말이야..」

요시노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 같은 구미호들은....저의 실책입니다..」

두사람의 대화를 P가 끼어들어 끊었다.

「대..대체 어떻게 된거야...슈코가..구미호라니? 그리고 슈코...왜 요시노를 신님이라고 부르는거야..」

「자세한건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그대..」

요시노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알 수없는 기운이 요시노를 감쌌다.

「신님...이제 한명이면 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신님이 그렇게 아끼고 좋아하는 인간 말이야..」

슈코는 여전히 초점이 흐린 눈으로 요시노에게 말했다.

「.....」

요시노는 섣불리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슈코는 계속해서 요시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니...그 남자를 넘겨줘...신님이 자랑스러워 하는 인간이 될게...」

「저는 당신네들 같은 구미호와 인간에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다만.....당신들을 위해서 인간이 되는걸 막는겁니다...」

「어째서야...도대체 어째서..!!」

슈코는 소리를 질렀다.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는거 같았다.

「나도...나도 사람이 되고싶다고...!!」

슈코는 요시노에게 달려 들었다. 정확히는 요시노가 아닌 요시노의 뒤에 있는 P에게 달려 들었다. 요시노는 슈코를 막아섰다. 두 사람 사이에 이질적 기운이 부딪쳤다. P는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은 CG를 입힌 액션영화 같다고 느꼈다. 멍하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슈코가 힘에 있어서 밀리고 있었다. 요시노의 일격에 슈코는 쓰러졌다. 쓰러진 슈코에 앞에 요시노가 서있었다.

「....마지막이에요..저의 자비는 끝입니다...」

P는 쓰러져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슈코를 바라봤다. 그리고 요시노를 봤을때 요시노는 슈코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눈을 감고 무엇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슈코가 위험해 보였다. P는 저도 모르게 몸을 날렸다.

「안돼!!」

P는 요시노에게 뛰어들어 요시노를 안고 굴렀다. 알수 없는 기운의 P의 몸안에 파고들었다.

「커헉..」

요시노는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P를 보았다.

「그대...그대는 대체 왜!」

슈코는...눈을 뜨고 P와 요시노가 멀리 넘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몸을 일으키더니 잽싸게 도망갔다. 요시노는 괴로워하는 P의 어깨를 잡고는 말했다.

「그대여...대체 왜 이리 무모한 짓을.....」

「그냥 두고 보고 있으면 슈코가...사라질것 같아서..」

「그 아이는 구미호입니다...그대」

「...그래도 사라지면...슬플거 같아...」

「그대...!!!」

요시노는 P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이내 P의 품에 고개를 파묻었다. 눈물을 흘리는것 같았다.

「이제 진정이 됬어..?」

「그대가 정말 싫습니다.」

「미안 미안..」

「...그대는 괜찮으세요?..」

「응 조금 힘이 없는거 말고는 괜찮아..」

「그대는.....」

요시노는 말하기를 주저 했다.

「응..?」

「그대는 슈코, 그 아이를 사랑하고 계십니까..?」

P는 요시노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았다. 시오미 슈코....그녀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첫만남...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떠올려보더니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마...첫눈에 반한게 아닐까..?」

「그대는...너무 합니다..」

요시노는 P의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P는 요시노에게 물었다.

「구미호에게 홀린걸까..?」

「그랬으면 차라리 좋았을것인지라...」

「아니라는거구나..」

요시노는 자리에서 일어나..창문으로 다가갔다. 밖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무쪼록..조심하시길」

그리고는 창문에서 훌쩍하고 뒤어내렸다. P는 놀랐지만 "요시노니까"라고 생각하니 걱정은 되지 않았다. P는 힘이 쭈욱 빠진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인기척이 있었다.

「인(人)기척이라고 해야할까..사람은 아닌거 같은데」

「유감스럽네 그건 구미호 차별이라고」

「인(人)격적 대우를 받고 싶으면 사람답게 행동하라고」

「나처럼 사람다운 구미호가 어딨어?」

「사람은 일단 다른 사람의 정기를 뺏아가지는 않아」

「P씨가 사무소 임원회의에 정기보고 갔다오면 기가 다 빨려서 오는것 같은데?」

「그런거랑은 달라」

「다르기는 인간들도 서로의 정기를 뺏는건 마찬가지라고」

「어이가 없네 대체 무슨 낯짝으로 내 집에 있는거야 불과 1시간도 채 전에 나한테 해코지 하려 했으면서」

「해코지라니 P씨를 인생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한건데」

「방법이 잘못되었잖아....그건 그렇고 어떻게 집에 들어온거야」

「그냥 창문으로」

「그건 방범이 잘못되었네」

P는 방에 불을 켰다. 새하얀 피부에 긴 눈썹, 아름다운 눈을 가진 슈코의 모습이 보였다. 윤기나는 입술은 P를 보면서 쫑알 거리고 있었다. P는 슈코를 보더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구미호 처음봐?」

「그냥...너가 날 덮치려고 한게 생각나서」

「더..덮치려고 하다니 아니거든」

슈코는 왠지 모르지만 얼굴이 붉어져서 두손을 흔들면서 부정했다.

「뭐 어찌되었든 그래서...다시 내 정기를 빼앗아 가기 위해 내 집으로 쳐들어 온거야..?」

「그런거 아냐...이제 힘도 없고...」

슈코는 쭈그려 고개를 무릎에 파묻으면서 말했다.

「...네 정체가 뭐야 요시노는 뭐고」

「나는...구미호....요시노는 신님이야..」

P는 슈코의 옆에 앉았다. 슈코는 흠칫 놀라는것 같았다.

「뭘 놀라는거야」

「아니..그냥..」

「내가 너한테 해코지 할까봐?」

「...」

슈코는 아무말 없이 P의 눈치를 살폈다. P는 그런 슈코를 보니 겁에 벌벌 떨고있는 새끼 여우가 떠올랐다. 슈코는...잔뜩 움츠린채 P에게 말했다.

「난 이제.. 아무 능력이 없어..신님한테 뺏겨서...그래서 연약한 여자아이일 뿐이야...남자들을 홀릴수도 없고..」

「그래도 내가 널 어떻게 하지는 않아..슈코」

「.......」

「아이돌로서 성공한것도 네가 가진 사람을 홀리는 능력 때문이야?」

「응..」

「그렇구나..」

P는 씁쓸한듯이 대답했다. 슈코는...주저하다 P에게 말했다.

「저기..P씨..고마워...」

「뭐가..」

「아까전에 신님으로부터 날 구해준거...그거 아니었으면 난 소멸되었을지도..」

「뭐..그거야....네가 사라지는건 싫으니까..」

「P씨..」

슈코는 P을 올려다 보았다. P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다시 물어볼게 내집에 온 이유는?」

「그게 말이지..」

슈코는 맑고 고운 두눈에 눈물이 맺힌채 이야기했다.

「겁이나서...내가 어딜가든 신님이 날 쫓아 올거 같아서....」

「슈코...」

「그래서 P씨가 생각났어...날 지켜줄거 같아서..」

「...」

P는 울먹이는 슈코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나..정말 뻔뻔한년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P씨의 정기를 뺏으려고 했으면서...」

「왜 그렇게 인간이 되고 싶은거야..?」

「인간으로 살고 싶으니까..」

슈코는 글썽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지금 내 모습도 얼마 안남았어...힘이 있을때는 인간으로서 외형을 유지 할 수 있는데 힘이 사라지면 다시 여우로 돌아가버려...이제 다시 힘이 돌아올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할지 몰라...그때 되면 P씨도 죽고 없을거야..」

「그런거였냐..」

「모든 구미호들은...인간을 동경해...그래서 외형을 변신시켜 인간의 사회에 몰래 스며들어 살아가지..하지만 결국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많은 좌절과 시련을 겪고는....구미호들의 사회에 돌아와......」

P는 슈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슈코는 가만히 P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걸 느꼈다.

「나도 인간처럼 살고 싶어...인간들처럼 일하고 싶어, 인간들처럼 사회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어,」

슈코는 P의 손을 잡았다. 다시 올려도 보았다.

「인간들처럼 사랑하고 싶어....」

「...」

「여우들처럼 종족번식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서로를.. 마음 깊히..사랑하고 싶어...」

「하아..」

P는 한숨을 쉬며 글썽거리는 슈코를 안았다. 슈코는 폭 하고 안겼다.

「여우인채로...P씨 앞에 나타날수 없어...」

P는 슈코의 등을 토닥였다. 슈코가 진정 되었을 무렵 P는 슈코를 번쩍 들었다.

「꺄악」

들어서 자신의 방에 들어가 침대에 내려놓았다.

「오늘은 여기서 자」

「나..여기 있어도 되는거야?」

「그래 편하게 자」

P는 방문을 닫고 나가기 전에 말했다.

「그리고 이제 힘을 쓸 수 없어서 남자들을 홀릴수 없다고 말했는데 나한테는 그런 걱정 안해도 될거야..」

「...?」

「널 처음 만날때부터 홀려있었으니까..」

P는 그말을 하고는 부끄러운지 재빨리 방문을 닫고 나갔다. 슈코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마침 휴일이었던 다음날 P는 하루종일 슈코와 집에 있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티비를 보고, 같이 비디오게임을 하고....같이 하루를 보냈다. P도 슈코도 즐겁다고 느꼈다. 

「슈코 내일도 쉬는날인데 뭐할까?」

「그러게..내일은 뭐하지」

「뭐 먹고 싶은거라도 있어?」

「파스타?」

「좋아 솜씨 한번 발휘해주지」

「오오 P씨 파스타도 할줄 알아?」

「물론이지 엄청 맛있다고」

두 사람이 떠들썩하게 내일 뭐할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P가 현관으로 나가서 문을 열었다. 문앞에는 요시노가 서있었다. 

「요시노..?」

「그대.....」

「무슨일이야..」

「혹시...그 아이랑 있지 않나요」

「그..아이...라니?」

P는 몸이 굳었다..시치미를 뗐다. 요시노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시오미 슈코를 말하는거에요」

「...자..잘 모르겠는데..?」

「그대..」

요시노는 한숨을 내쉬었다. P를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수없이 죄없는 이들의 정기를 빼앗았습니다....」

「...」

「그대는 정기를 빼앗는게 뭘 의미하는지 아십니까?」

「...알고 싶지 않아」

「정기는...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원천이 되는 기운 또는 생기 있고 빛이 나는 기운...즉 한 개체의 생명력을 의미합니다...모든 근원 생명의 원천을 뺏는 다는것은...그 사람의 생명을 가져오는일...」

「요시노...」

「그 아이가 저지른 죄의 업은 셀수 없이 많습니다....그런 아이를 감싸시겠나요...그대는..」

P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요시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난...슈코를....사랑하고 있어..」

「그대...」

「슈코가..여우가 되버린다면 나는 내 정기를 슈코에게 주어 인간으로 살게 할거야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그건...제가 받아드릴 수 없어요..」

요시노의 눈에 눈물이 맺혀왔다.

「그대는 어째서...그런 선택을 하시나요」

「첫눈에 반해 버렸으니까..」

「그대는 죄없이 그녀에 의해 생명력을 잃은 희생자들의 원한이 들리지 않나요...」

「슈코가...죄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니야...」

「그러면 그대는...어찌하여..」

요시노의 눈물은 이미 볼을 타고 흘렀다. 

「슈코의 죄를...같이 안고 가겠다는거야...」

「그 앞길은 지옥입니다 그대여..!!」

P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앞길이 지옥이어도... 같이...걸어가겠어...」

「그대....」

요시노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엉망이었다. 이내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아내었다. 

「...언제까지 프로듀서의 뒤에 숨어 있을 생각인가요..」

요시노는 모든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집안에 있었던 슈코를 향해 말했다.

「....」

슈코는 요시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는....사람이 된 구미호를 보거나 들은적 있나요.」

요시노는 언제 눈물 흘렸냐는 듯이...얼굴에 노기가 서렸다...그런 요시노의 태도에 슈코는 떨면서 대답했다.

「...아니 없어..」

「왜...못들어 보신거라고 생각해요..?」

「...잘 모르겠는데..」

「너무 사회에 잘 적응해서일까요..」

요시노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충격적인 말을 했다.

「인간이 된 구미호가...모두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하고...죽음을 택했다면...어떨까요...」

「!」

슈코는 충격을 받았다. 요시노를 쳐다봤다. 요시노는 요시노다운 표정으로 슈코를 보고 있었다. 

「당신은 인간이 되고 싶은거죠..」

「...」

「소원을 이루어 드리죠...」

「그게..무슨 말이야..신님..」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는거에요..」

요시노는 슈코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쳤다. 슈코는 휘청하고 쓰러졌다. 

「슈코!」

P가 슈코가 걱정되어 부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요시노가 P의 앞을 막아섰다.

「그대는...가만히 있으세요」

슈코는 잠시 뒤 무릎을 꿇고 땅을 짚으며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그중에...죄책감이 가장 강하게 밀려들어왔다. 죄책감은 슈코의 마음을 갈갈히 찢어놓았다. 슈코는 채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 앉아버렸다.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인간은...당신과 같은 동물들과 다르게 많은 감정을...가지고 있지요..그중 가장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는 감정....죄책감...약육강식인 동물의 세계에서는 존재 할 수 없죠..죄책감이란건....당신이 모르는 감정입니다....당신이 지금껏 저지른 악행에 몸부림치세요」

「흐...흑흑흑...흑....크흑...컥컥」

슈코는 눈물이 쉴새 없이 나왔고 숨이 넘어갈 정도로 울음을 토해내었다. 요시노는 그 앞에서 이야기 했다.

「인간이 되기위해 많은 사람들의 정기를 빼앗은 구미호들은....인간이 될 수 있었죠... 하지만 인간이 된 구미호들은 전부....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목숨을 포기했어요..」

「엉엉....우우...」

P는 슈코에게 다시금 달려가려 했으나 요시노는 비켜주지 않았다.. 슈코에게 다가 갈수 없게 막았다. 

「당신이 첫번째로 정기를 빼앗은 남자를 기억하나요? 그 남자는 결혼한지 얼마 안된 신혼부부였어요...그날 밤 아내는 남편이 퇴근하길 기다렸지만 밤이 새도록 오지 않았고...당신에 의해 그 남자는 변사체로 발견되었죠...」

「그만...제발 큭...흑흑...크윽....」

슈쿄는 절규했다...

「두번째로 정기를 빼앗은 남자는 부부금실이 좋았지만 결혼을 한지 꽤 오래동안 아이가 없었죠...하지만 모처럼 부인이 임신을 하게 되고 부인은 그걸 알게 되어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을때 알려주려고 했었어요...남편이 기뻐할걸 기대하면서요....그리고 두사람은 다시 만날수 없었죠...바로 당신때문에..」

「크헉...헉헉...부탁이야...그만둬...으으.」

「괴롭나요?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죠...당신이 생명을 빼앗은 사람들이 아직 한참 남았어요...그 사람들이 느낀 슬픔...괴로움을 느끼도록 하세요..」

「요시노!」

P가 요시노를 붙잡았다. 하지만 요시노는 곧 뿌리쳤다. P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대...제가 말했잖아요...이 앞은 지옥이라고..」

「부탁이야...내가 부탁할게..제발..슈코를....」

「그대여.....쌓인 죄업은....용서 받을 수 없습니다...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겁니다.」

P는 요시노의 말에 반박 할 수 없었다... 모두 슈코가 쌓은 죄이기 때문이었다. 슈코의 죄는 용서 받을 수 없다..정당화 할 수 없다.. 그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 P는 슈코의 손을 잡았다. 슈코는 P의 손을 꽈악 잡았다. 

「세번째....는 다음 날 여자친구에게 청혼을 하려고 하는 남자였어요....그날 저녁 반지를 사서 여자친구에 줄 생각을 하고 기뻐했죠...물론 그 반지는 전해주지 못했어요....당신에게 희생당했기 때문에..」

「네번째는...」

「다섯번째..」

「여섯번째..」

.

.

.

요시노는 밤이 새도록 슈코가 정기를 빼앗아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 슈코는 하나 하나 들을때마다 죄책감에 뼈저리게 괴로웠다. 새벽 동이 틀 무렵 통곡을 하다 지쳐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슈코에게 요시노는 말했다.

「당신이..인간이 되지 않게 하는것이 제 마지막...배려였어요..」

그리고...밤새 같이..슈코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은 P에게 다가가 말했다.

「많은 사랑을 하던 사람들에게 이별의 슬픔을 안긴 자가 평범하게 사랑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요..」

「.....어떻게 할 셈이야...」

「두 사람도 평생 서로를 그리워 하며...살게 하겠어요...그것이 저의 마지막 벌...」

요시노의 주변에...푸른 빛이 모여들었다.

「두사람은 이제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잃게 될겁니다..그리고....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떨어뜨려 놓겠습니다.」

요시노 주변의 빛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두사람은 서로를 기억하지도 못한채 보고싶어 하겠죠...그리고 찾아 헤메겠죠...어떤 날 아침에 눈을 떴을때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왜인지 모르겠죠.....평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서도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그리워 할겁니다...」

푸른빛이 슈코와 P를 감싸 안으려 했다. 슈코가..눈을 떠 P를 바라봤다..

「P씨...미안해...」

「슈코!..」

「나 때문이야..내가...저지른...죄때문에...나는 P씨를 사랑할 자격이 없어..」

「슈코...흐..흑...」

「....그래도 사랑해 당신을...」

빛이 두사람을 감싸 안았다. 일순간에 번쩍하고 섬광이 일었다.

 

 

<에필로그>

누군가를 사랑했다.

그런 기억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 내가 사랑했던 사람 하지만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말투도 목소리도 떠올릴 수 없다. 기억하려 무수히 머릿속에서 그려보아도 그저 그립기만 했다. 그리움에 찾아 헤맸다. 어떠한것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다녔다. 아이돌들의 사랑 노래 가사 하나 하나가 마음에 사무치게 슬퍼질때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눈을 떴을때 배게는 눈물로 젖어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무엇을 나는 그리워 한것일까... 알수 없었다. 어제일이 문득 기억이 났다. 카나데의 일을 마치고 같이 숙소로 복귀하는 도중 한 여자를 쫓아갔다. 계속 쫓아갔지만 잡을 수 없었다....결국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숨을 고르고 망연자실하게 그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을때 카나데는 나의 뒤를 쫓아 왔었다.

「대체 뭐야 프로듀서 누굴 그렇게 쫓아가는거야 아는사람이야? 헥헥」

카나데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아니야...잘못봤나봐..」

나는 다시 카나데를 데리고 숙소로 들어왔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조용히 슬픔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우울한듯 있으니 카나데는 말했었다.

「오늘 프로듀서 굉장히 이상해」

「뭐가..」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처연하다고 할까..?」

「...뭐 남자도 가끔씩은 그날이 오기도 한다고..」

「에엑..?」

이후 카나데를 자신의 방에 보내고 나는 내방에서 잠이 들었다.

「프로듀서...나는 나 혼자서도 돌아 갈수 있어..」

아침밥을 먹는 와중에 카나데가 말했다. 

「뭔 말이야 그건」

「프로듀서가...찾는 사람을 찾고 오는게 어때..?」

「....」

「여자의 직감은 예리하다고.....프로듀서가 내 담당 프로듀서가 된지 1년인데 프로듀서의 표정 정도는 읽을 수 있어...」

「...아니야 같이 돌아가자..」

「뭐...프로듀서는 내 남자친구이긴 하지만 남자의 바람기를 용서해주는것도 여자로서 덕목이겠지...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도 간다는 말이 있으니..」

「....나는 네 남자친구 아니라고...」

「뭐 어찌 되었든 나는 혼자 돌아갈수 있으니까....찾는 사람 찾길 바래..」

나는 카나데가 자기 멋대로 돌아가버린뒤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리고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는 그녀를 찾아 헤맸다. 마을을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찾을 목표를 명확히 알아도 찾기 힘들지 모르는데...나는 누구를 찾는지 알 수 없었다. 해는 이미 저버렸고...어두운 밤하늘에 덩그러니 보름달이 외로히 홀로 떠있었다. 밤길을 오로지 보름달이 비추는 대로 따라 걸었다. 걷다가 한 여자 아이가 헐레벌떡 뛰다가 와서 부딪쳤다.

「어이쿠야..」

아이는 나뒹굴었고 나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줬다. 아이는 일어났으나 제대로 걷지 못했다.

「괜찮아? 어디 다친데는 없어?」

「괘..괜찮아요...」

「발목 삐인거 아니야?」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이는 절뚝였다.

「자 어디까지 가? 엎어줄게..」

「괜찮은데..」

나는 아이를 엎고 아이가 말하는 목적지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아이는 보육원에 산다고 말했다...거기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들이 모여 산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보살펴주는 언니가 있다고 했다. 보육원은 멀지 않았다. 이내 도착했다.

「네 여기에요 오빠」

「그래 그래」

보육원에 들어서자 누군가가 밖으로 나왔다. 여자였다.

「언니~!」

「너! 어디갔다 이제 온거야...걱정했잖아...」

「죄송해요...어두워지는질 모르고..놀다가..」

「혼난다!」

혼난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모습은 한없이 아이들에게 자애로워 보였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물었다. 

「이분은..?」

「아 뛰어오다가 이 오빠랑 부딪쳐서 발이 아팠는데 오빠가 여기까지 엎어줬어요...」

「아..」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감사해요...여기까지 바래다 주시고..우리 아이가 실례를..」

「아...아니에요..」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볼수 있었다...나는 알 수 없는 그리움과...슬픔이 다시금....밀려들어오는거 같았다.

「어떻게 사례를 해야할지..」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들렸다...마음이 뭉클해진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알수 없는 감정을 뒤로한채 몸을 돌려 보육원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내가 나가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밤하늘에 뜬 달빛이 그녀를 비추었다. 그녀는 달빛에 어울리는 은발의 머리카락와 백옥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저..저기..」,「저기..」

두사람이 동시에 말을 꺼냈다.

「아..먼저 말하세요..」

「아니에요 그쪽이 먼저..」

나는 엉겁결에 그녀를 불렀지만...하려고 한 말은 없다... 그저 그녀를 부르고 싶었을 뿐이었다.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달빛 아래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 이뻤다.

「미인이시네요...」

「...그...그런가요..?」

그녀는 나의 말에 쑥스러워 했다.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말을 한 나도 얼굴이 빨개졌다. 서로를 멋쩍게 쳐다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달을 가리려 했던 구름은 알아서 비켜 지나갔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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