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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아베 나나 『17세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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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5, 2017 00:03에 작성됨.

"나나? 뭐하고 있어?"

 

"아, 미즈키 씨..."

 

"오늘 카에데가 오랜만에 술자리 만들자고 그러던데, 안 갈 거야?"

 

"아, 나나는 17세니까...안될 것 같은데..."

 

"정말, 그러지 말고 가자니까? 어차피 우리들 사이인데~"

 

"죄, 죄송해요. 나나 정말로 고민할 게 있어서..."

 

"어머...그러면 알았어. 대신 고민이 해결되면 그땐 나나가 쏘는 거야?"

 

"네...가, 아니라! 나나는 17살이라 술자리는..."

 

"아하핫, 수고해~"

 

"아, 네!"

 

 오늘도 하루가 거의 끝나갈 무렵, 조용해진 사무소에 남은 아이돌 아베 나나는 생각에 잠긴다. 얼마 전 친가에서 온 연락의 내용 때문이다. 세간에는 우사밍별이라고 알려져있는 자신의 본가. 알고있는 사람도 몇 없는 그 비밀의 장소에서 자신의 부모가 연락을 해온 것이다. 내용은 결혼 적령기가 얼마 남지 않은 여성에게는 당연한 얘기였다.

 

'결혼...나나는 영원의 17살인데...'

 

 우사밍별에서 온 우사밍인 자신은 영원히 17살을 유지하는 아이돌이라고 세상에 알렸다. 당연하게도 컨셉이다. 영원한 17살? 초등학생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우사밍을 자처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이돌이 되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빛나는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서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꿈이란 너무도 무력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17세의 소녀는 성인이 되었고, 이제는 결혼 적령기가 아슬아슬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세상에는 17살이라고 말하지만 조금만 무리하면 허리를 삐끗해 파스 신세를 져야 할 정도다.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지만 그녀 스스로가 언젠가는 자신도 무대에서 내려와야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토록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나나...마음에 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베? 여기서 뭐하고 있어?"

 

"꺄악!?"

 

 무심결에 혼잣말을 하다가 돌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나나는 그만 비명을 질렀고, 뒤늦게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프, 프로듀서..."

 

"그, 그래. 왜 그렇게 놀라?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뇨...그것보다 프로듀서 벌써 퇴근하시는 건가요? 사무실에서 잔업을 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아...급하게 저녁 약속이 잡혀서 말이야. 술 마시러 가게 됐거든. 아베는?"

 

"네? 아, 아뇨! 나나도 이제 막 집에 가려던 참이었어요. 오늘도...수고하셨어요."

 

"응, 고마워."

 

"..."

 

 덩치도 제법 있고 평소 무뚝뚝한 인상이지만 특유의 중저음으로 말을 건네주거나, 이따금 보이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볼 때면 나나는 자신의 프로듀서를 보며 넋을 잃는다.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아이돌들을 프로듀스하면서도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자기 사람들에겐 상냥하지만 엄격할 땐 엄격하고 책임감도 강하다. 거기에 성실하기까지 하니 이런 사람이라면 분명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자신 역시 그 중 한 명이니까.

 

'프로듀서와의 결혼...나나는...'

 

"프로듀서, 저..."

 

삐리리릭-

 

"앗, 빨리 오라고 연락이 온 것 같네...나 먼저 갈께! 아베, 내 대신 문 좀 잠그고 가줘!"

 

"앗, 네에..."

 

 말을 건네려던 찰나 하필 휴대폰이 울리며 프로듀서가 급하게 사무소를 나서버리고, 예비용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그녀는 힘없는 움직임으로 열쇠를 찾아 사무소 문을 잠그고 집으로 향했다. 언제나 일했다. 마음을 전할 용기도 없으면서, 전하려고만 하면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이대로는 안돼...'

 

 업계 관계자와 스캔들이 터져서 돌연 은퇴하는 아이돌들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도 그런 아이돌들 중에 한 명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아닐 거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지금 이 순간 까지는.

 

'그래, 프로듀서에게 마음을 전하는 거야...프로듀서와 가까워져서, 나나를 이성으로 보게 만드는 거야...'

 

 먼저 마음을 전하는 것을 두려운 법이다. 혹여나 거절을 당해버리면 자기 자신이 다시 설 수 있을지 어떨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에게 마음을 품게 된다면?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상사상애이니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프로듀서는 나나보다 어리...아니, 젊은 애들과 친하시니...'

 

 '젊은 애들'이라는 단어부터가 이미 아웃이었지만 나나는 애써 아니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좋아하던 술도 마시지 않고, 일찍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누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그녀는 나름대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네? 프로듀서님과 친하게 지내는 법을 알고 싶다구요? 17세만의?"

 

"네! 나나도 물론 영원한 17세지만...그, 지구 사람들의 친해지는 방식이 있잖아요? 나나는 그걸 알고 싶어서..."

 

 그렇다. 젊은 아이들이 프로듀서와 가까워지는 방식을 알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스타일이 결코 어리고 젊은 애들에게 뒤쳐진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어른의 매력과 아이의 매력을 모두 쓸 수 있으니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매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좋아하고 있는 상대에게 무작정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남자가 글래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한 방향으로 취향이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 사람의 취향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야 말로 퍼펙트 플랜이네요!'

 

"으음...저에게 물으셔도...저, 프로듀서님한테 하는 말은 열심히 할게요! 이 말 밖에..."

 

"아뇨, 그 밖에 다른 얘기도 하고 있잖아요? 거기다 궂이 대화가 아니더라도 그...스킨십이라던가..."

 

"에엣..."

 

 첫 번째 목표는 시마무라 우즈키. 사무소에 제법 오랫동안 있었던 아이돌이며 프로듀서와 사적으로도 몇 번의 만남을 가졌던 소녀다. 비록 프로듀서와 이성이라는 관계를 느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프로듀서와 가깝게 지낸다는 것부터가 그녀의 목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 거라면 카나코는 어떤가요? 카나코는 프로듀서님에게 간식 같은 걸 주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나눌 테니까..."

 

"아, 하지만 카나코 양...저번에 체중 관리 잘못했다고 프로듀서한테 혼나는 걸 봐버려서..."

 

"앗..."

 

 같은 17세로 처음에는 목표에 뒀었지만 이내 그녀가 프로듀서와 그렇게까지 가까운 관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나는 미무라 카나코를 타겟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결국 시마무라 우즈키고 크게 도움이 되어주지는 못했기에 그녀는 다른 17세를 물색했다.

 

'안즈 양은...늘 일을 빼먹는다고 프로듀서를 곤란하게 하니 패스...미호 양은 일 때문에 당분간 순회 이벤트...'

 

 귀여움을 매력으로 밀고 가는 아이돌 라인에서 달리 더 조언을 받을 만한 17세가 없었기에, 그녀는 이번엔 우아함을 매력으로 미는 아이돌 라인에서 조언을 받을 사람들을 물색하기로 했다. 굳이 17세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더욱 많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는 17세의 소녀들이 가지는 특유의 미묘한 거리감과 저돌적인 당당함을 배우고 싶기 때문에 17세에 집착했다.

 

"에, 그래서 나한테 온 거라고?"

 

"네, 나오 양은 프로듀서랑 여러가지 주제로 얘기를 나누니까 좋지 않을까 해서..."

 

"아니, 나도 프로듀서라 얘기하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할까..."

 

'주로 프로듀서가 내 얘기를 들어주는 쪽이라...'

 

 카미야 나오. 그녀는 타고난 응석쟁이다. 그녀와 같은 유닛 트라이어드 프리무스의 멤버들은 그녀가 어리광이나 응석을 잘 받아주기 때문에 줄곧 장난을 걸곤 하지만, 사실 그녀는 타인을 받아주기보다 자신이 기대는 쪽을 선호한다. 다만 선천적인 선한 성격과 책임감이 그러한 부분을 감추고 있을 뿐.

 하지만 그런 그녀도 프로듀서에게는 솔직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창피해서 말 못하겠고...'

 

"이, 일단은 여러가지 이야깃거리를 찾는 게 좋지 않을까? 애니메이션이라던가...영화나 드라마 같은 기호의 대중적인 이야깃거리나, 평소엔 잘 모를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재밌는 그런 소재. 그거라면 프로듀서 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한테도 잘 먹힌다고 보는데..."

 

"아아...대화를 이어나갈 소재가 필요하단 거군요. 메모..."

 

'나나, 스마트폰이 아니라 수첩에 메모하는구나...'

 

"음, 그 밖에는 더 없나요?"

 

"어, 어어? 아니...그 이상은 역시 나라도 부끄럽달까...나 그렇게 프로듀서랑 가까운 사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러니까..."

 

"으음..."

 

 나나의 질문이 계속되면 자신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나오는 미안함과 곤란함을 드러냈고, 그런 그녀의 사정을 배려한 나나도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다음 타겟을 찾기로 했다.

 

"어머, 나나. 요 며칠 동안 바쁜가보네?"

 

"아, 미즈키 씨. 나나는 요즘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있어서요!"

 

"그래?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된다잖아? 과유불급이야. 오늘 정도는 쉬고 술자리에 나온는 게 어때? 이번에도 카에데가 쏜다는데!"

 

"죄송해요! 나나는 꼭 계획을 실현해야만 해요!"

 

"어? 어어...그래. 그거 혹시 저번에 말했던 고민거리의 연장선이야?"

 

"네!"

 

"으음...알았어."

 

 술자리의 제안도 거절하고 열심히 하는 나나를 보며 미즈키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고는, 이내 그녀에게 응원의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그렇게 미즈키에게 대략적인 사정을 말해 술자리 제안을 거절한 나나는 다음 타겟을 찾아갔다.

 

"어머나, 그래서 나를 찾아왔다는 거네?"

 

"네, 듣기로는 프로듀서 한테 키...키스...도 했다고 해서..."

 

'뺨에다 했다고 들었지만.'

 

"아, 그거..."

 

'뺨에다 한 거지만...'

 

 그녀가 다음으로 찾은 대상은 프로듀서와 미묘한 듯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소녀, 하야미 카나데였다. 제법 키도 있고 그에 따라 체형 같은 부분도 상당히 발군이다. 거기에 프로듀서랑 가장 가까운 스킨십을 했다고 알려져 있으니 어찌 보면 요주의 인물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라이벌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니까...'

 

'알려준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으음...그렇네. 우선은 데이트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나?"

 

"데이트요?"

 

"응, 카페나 영화관 같은 곳. 처음에는 별 생가 없이 동행하다가도 점점 거리를 좁혀 가고, 일부로 커플의 기분을 의식하게 만들다보면 이성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을 거야. 뭐, 우리 프로듀서는 워낙 고지식한 면이 있으니 어지간하면 넘어오지 않겠지만."

 

"으음, 역시 그런가요?"

 

"그래. 저번의 키스도 내가 기습적으로 한 거였고...그런 무방비한 모습도 잘 보기 힘드니까. 프로듀서는 의외로 무방비할 때는 평소랑 다르게 심하다 싶을 정도니까, 그런 빈틈을 만들어내는 게 좋을 거야. 뭐, 나도 지지 않을 거지만."

 

"우읏...알았어요! 아베 나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 방금 그건 격려가 아니었는데...것보다 지금 우즈키 흉내?"

 

 카나데에게도 나름대로 그녀다운 조언을 들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그녀가 라이벌이라는 인식도 분명하게 가져야 했기에, 나나는 조금 긴장감을 가지면서도 다음 멤버를 찾아갔다. 하지만 일정의 조정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어쩌다보니 그녀는 목포료 두고 있던 이들 중 세 명을 같은 날 만나게 되었다.

 

"프로듀서와 친해지는 법 말인가요!!"

 

"잠깐, 아카네 양 목소리가...!"

 

"정말~아카네는 조심성 없다니깐~"

 

"뭐, 그게 아카네의 장점이니까. 그런 것보다 왜 그걸 우리한테...?"

 

 히노 아카네, 오오츠키 유이, 죠가사키 미카. 17세 멤버들 중에서도 프로듀서와 거리낌 없이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엄선되고 엄선된 인물들이다. 특히나 이성이라는 의식이 없는 아카네나 장난기 넘치는 유이는 둘째 치더라도, 대놓고 이성으로 의식하게 만들려 노력하는 죠가사키 미카의 경우는 상당히 위험인물인 것이다.

 

"이것저것 사정이 있어서..."

 

"개인 사정이라면야 우리가 파고들 수는 없지만...우리한테 딱히 배울 수도 없을 것 같은데..."

 

"네? 어째서..."

 

"아니, 우리들...갸루니까."

 

"전 아니지만요!"

 

"그렇네~나나 미카는 갸루다보니까, 나나랑 프로듀서가 가지는 거리감이랑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아..."

 

"나나가 이제부터라도 갸루의 길로 들어선다면야 우리도 나름 협력은 하겠지만..."

 

"괜찮겠어? 갸루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구~?"

 

"전력으로 노력한다면 불가능은 없습니닷!!"

 

"아니, 그건 아카네한테만 해당되는 얘기니까..."

 

"으음..."

 

 진지하게 설득하는 미카와 유이의 말을 듣고 생각의 시간을 갖게 된 나나는, 결국 두 사람에게서 조언을 듣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나이의 차이를 떼놓고 얘기하더라도 서로가 가지는 방향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 히노 아카네는 그저 전력으로 노력하는 것이 최종적 장점인 소녀였기에, 배울 것이라면 마음가짐 정도 밖에 없었다.

 

"으음...그럼 이제 남은 건 키라리 양 뿐일까요...미호 양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나나? 뭐하고 있어?"

 

"앗, 미즈키 씨!"

 

"수첩을 뚫어져라 보고 있고...공부 중?"

 

"아, 그렇다고 할까 아니라고 할까...아하하~"

 

"으음...그래? 아, 그것보다 그 얘기 들었어?"

 

"네?"

 

 앞으로 남은 사람은 한 명 정도. 그녀에게서 남은 노하우를 들으면 지금까지 모은 정보들을 정리하고 종합해서 프로듀서와 거리를 좁히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가까워지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 그녀의 최종 플랜이었다.

 하지만 카와시마 미즈키에게서 소식을 전해 들은 그녀의 계획은 무너졌다.

 

"...네?"

 

"못 믿겠지? 나도 설마했지만...어쩐지 카에데가 계속 기분이 좋아 보인다 했어..."

 

"그, 그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부정하고 싶었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현실은 잔혹했다.

 

"프로듀서도 시인했으니 어쩔 수 없지...나도 처음엔 이 얘기 듣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지금은 순응했어."

 

"그럴 수가, 나나는...아직..."

 

"나 뿐만 아니라 미유나 하트도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더라. 그래서 오늘은...그 둘만 빼고 술자리를 갖자고 하던 거 있지? 그러고보면 여태 카에데가 술자리를 열었던 것도..."

 

"마음을 전하지..."

 

"프로듀서를 계속 끼워서 했던 것도 다 그런 속셈이...어? 나나? 나나! 어디로 가?!"

 

 나나를 앞에 두고 이것저것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던 미즈키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걸음으로 자리를 떠나는 나나를 보고 걱정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나나는 그런 미즈키의 부름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계속해서 걸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거짓말, 나나는 아직 프로듀서한테...'

 

 넋을 놓고 정신 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익숙한 장소에 도착했다. 언제나 출근했던 일터인 사무소. 마음에 품었던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

 

"프로듀서...프로듀서..."

 

끼익...

 

"너무 성급했어."

 

"...?"

 

 막 사무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 안쪽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머, 하지만 이대로 숨기고 있다가 배신감 느끼게 하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저한테도...프로듀서한테도."

 

"그래도...하아, 그래. 어떻게 하든 결국 결과는 같았겠지. 그래도 카에데, 반성하도록 해."

 

"네~당신의 카에데는 당신 카(Car)에서 반성할까요~?"

 

"..."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깝다는 걸 알 수 밖에 없었다.

 

'카에데라고...불렀어...'

 

 단 한 번도 자신을 나나라고 불러준 적이 없었던 그가.

 

'성이 아니라...이름으로...'

 

 같은 사무소 아이돌 모두에게 평등했었던 그가. 오로지 타카가키 카에데, 단 한 명을 특별하게 대해준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아아..."

 

 여자가 절망에 빠지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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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늘 달달한 엔딩만 내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하셨나요? 재밌으셨다면 추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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