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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8장 - 구세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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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2, 2017 12:44에 작성됨.

" 들었어 ?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문. "

 

" 들었고 말고. 광인들이 곳곳에서 날뛴다면서 ? 벌써 몇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광인들에게 죽었다나 ? "

 

" 서쪽에서 퍼지는 역병이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어버린대요. "

 

" 이쪽까지 퍼지는건 아니겠지 ? 왕도도 그 꼴이 났다는데... "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활발하고 평화로운 시장바닥의 북새통에서 서로 수다를 떨고있다. 대부분 저 너머로 보이는 성벽을 경계로 바깥쪽의 이야기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화' 라는 말에 완벽하게 부합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벽 너머의 상황에 비해서는 몹시 평화롭다고 볼 수 있었다.

본디 카와시마 가문의 영지는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도 영지. 수십만 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정도는 될 것일 터임에도 상점가는 오늘도 인산인해로 걸음 한번 딛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그런 난리통에서도 다툼이나 시비가 벌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니.

 

" 바뀐지 2주 정도 되었다지만... 통 적응이 안됀단 말이지.. "

" 쉬잇- . 입을 함부로 놀리면 잡혀간다고. "

 

왕국의 인장, 그리고 카와시마 영지의 인장이 박혀있는 완장을 찬 이들. 총부리를 높이 쳐들고 북적이는 인파 사이를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행렬에 사람들은 떠드는 소리를 가급적 줄인다. 금속과 쇠사슬로 된 갑옷이 아닌, 두꺼운 천과 질긴 가죽으로 가공한 뒤 진청색 염료로 물들여진 제복. 흡사 제국군의 병사들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바로, 카와시마령 영지의 병력이자 영주인 카와시마 미즈키가 직접 엄선하고 꾸렸다는 신식부대이자 정예군단.

 

" 블루 나폴레옹... 이라고 했나 ? 그렇다 해도 보면 볼수록 제국군 느낌이 나서 나는 별로... "

" 뭐가 어때서 ? 쇠로 된 갑옷을 입고 창과 칼만 쓰면 시대는 이제 끝났잖아. "

 

" 아, 저기 좀 보세요. "

 

청년과 소년의 경계에 있는 듯 적당히 나이어린 남자가 저 너머의 은색일색의 또다른 행렬을 가리킨다. 블루 나폴레옹이 지나가고 난 뒤에 사람들의 이목은 그쪽으로 모두 쏠렸다. 척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백은색으로 빛나는 갑주로 전신을 감싸고, 숨 쉴 틈도 없어보이는 투구를 뒤집어 쓴 중갑병들이 육중한 발걸음을 철그럭거리며 군중 사이를 당당하게 지나는 풍경이었다.

 

" 태양의 젤러시교 성기사들이군. "

" 그러게, 언제 봐도 멋진 분들이라니깐 ? "

 

" 어이 너, 방금 창과 칼 어쩌구 하지 않았.... "

" 쓰읍 - 조용히해... ! "

 

입을 함부로 굴린 이는 입을 꾹 다물고 주변인들의 입 역시 틀어막는다. 자기가 얼마나 경솔한 발언을 한지 깨달으면서.

자기 몸집한만 방패를 일말의 떨림이나 버거움 없이 들고서 지나는 모습은 인간의 범주를 넘은 것만 같다.

그들의 방패와, 갑주의 가슴 부위에는 그들이 섬기는 '영광의 태양' 을 상징하는 문양이 커다랗게 박혀 존재감을 어필하는데 한 몫 했다. 그들이 껴입은 갑주 곳곳에 흙먼지와 긁힌 자국, 그리고 피얼룩이 눌러붙은 그대로였던 지라 일부 식겁하는 사람들도 있다. 눌러붙은 핏자국이 아직 완전히 갈변하지 않은 것을 보니 그들은 성 밖에서 흔히 말하는 '성전'을 치루고 온 모양인 듯 하다.

 

2 주 전.

왕국 전역에 악몽같은 기억만을 남기게 한 왕도에서의 거대한 재앙은 왕국민들의 심리를 크게 바꿔놓았다. 그들은 더 이상 안심하지 못한다. 언제 광인이나 검은 그림자들이 자기들을 도륙할지 모른다는 잠재적인 불안과 공포감을 항시 내재하며, 동시에 강력하며 영향력있는 이들에게 더더욱 의지하게 되었다. 특히나 재앙의 근원지인 왕도에서 살아남은, 소위말하는 '생존자' 들은 더더욱 그랬다.

 

태양의 젤러시교는 '영광의 태양' 을 섬기는 종교이자 왕국의 국교였으나, 재앙 이건까지 해당 종교를 진심으로 섬기는 이는 매우 적었다.

허나, 그 재앙이 더 이상 피해를 늘리는것을 막고, 더 이상 확산되는것을 막은 이의 존재를 인지하고 난 뒤에 그들의 신실함은 더욱 돈독해졌다.

 

성기사 행렬의 끄트머리에 세련된 백마를 타고 성기사가 아닌 젤러시교 사제들의 호위를 받으며 오고있는 모습은, 그 누구라도 감탄하고 찬미할만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미려한 후광과 미소. 그 영광스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영광의 태양' 이 현현했노라고 실감한다.

 

한 때 태양과 같이 아름다운 미소를 가졌다 불리웠던 소녀는, 정말로 태양이 되어 사람들 앞에 나타났노니.

 

" 태양이시다... "

" 태양께서 지나가신다. "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하나같이 감동한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녀에게서 나오는 빛을 쬐는 것 만으로, 아까까지 불온한 소문에 대해 수군대던 이들의 불안은 식어버리고 의심하던 이들은 의심을 지운다. 자신의 모든것을 감싸는 따스함에 몸을 맡긴다.

이윽고 태양과 사제들의 행렬이 지나고, 진정으로 행렬의 끝을 담당하는 핑크 일색의 제복을 입은 ' 핑크 체크 스쿨' 이 마지막으로 군중사이를 지나간다.

 

코히나타 미호.

사제들의 뒤, 부대의 앞을 담당하며 지나고 있던 그녀는 주변의 시선에 흘끔흘끔 둘러보다가 사제 중 하나에게 말을 건다.

 

" 우즈키짱.... 이 아니라, 태양님께 이야기해 드릴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 "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어보는 미호의 물음에, 그걸 들은 사제 하나가 고갤 획 돌린다.

 

" 안됀다. " 대답은 단호했다.

단칼에 말을 잘려버린 미호는 몇걸음 물러서 본래의 걸음걸이대로 행렬에 맞춘다.

 

상점가를 관통하는 두 개의 행렬이 지나간 뒤에, 사람들은 빠져있던 감동의 호수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게 해나간다.

블루 나폴레옹은 상점가를 지나 군사지구로, 성기사단과 핑크 체크 스쿨은 영주성 인근으로 향한다.

본디 영주의 별채로서 쓰이던 건물을 개수하고 보완한 거대한 궁궐같은 저택 앞에서, 성기사단의 행렬은 멈춰선다. 기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2열 종대 좌우로 갈라서고, 뒤편에서 따라가던 사제들과 함께.. 백마 탄 소녀는 건물의 입구까지 다다른다. 입구에서 내리는 그녀가 혹여라도 다치지 않을 까 하여 조마조마하는 손녀를 보는 할아버지의 기분이 느껴진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 접근하지 않도록 신경쓴다.

 

신성한 아우라에 싸인 소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맞이하는것은 메이드들이 아닌 태양의 젤러시교 수도녀들.

그리고 번뜩이는 백은의 갑주를 입고 동상처럼 미동없이 서있는 덩치 큰 성기사들 이었다.

 

태양의 젤러시교 마크가 세겨진 상징물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이고, 소녀의 발걸음 외에는 일절 아무 소리도 없는것은 말 그대로 절대자를 섬기는 전당.. 신전 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였다. 고금유래 통틀어 호노카 대제를 제외하고 이토록 신성시 되며 숭상받으며 대접받는 존재는 없을 것임이라.

 

수도녀들 가운데에 유독 나이들어 주름이 많은 얼굴에, 햇빛이 연상되는 옅은 주황빛 문양이 들어간 수도복을 입을 이가 수도녀들의 사이에서 나오며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입을 연다. 소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 저택을 관통하는 계단에 오르기 직전이었다.

 

" 오늘도 여지없이 감축드리나이다. 자, 몸에 걸치신것을 부디 저에게. "

 

" ....부탁드릴게요. "

 

소녀는 멋쩍은 표정으로 차마 거절은 하지 못하고 입고있던 어깨갑주와 망토를 돌돌 말아 늙은 여자에게 건넨다.

만일 그 문양세겨진 수도복을 입은 여성이 단순히 그저 늙은 신도였다면 감히 소녀에게 말을 걸고 그녀의 옷을 받으려는 순간 성기사들의 철퇴에 맞아 곤죽이 되었을 것이었다.

늙은 여성은 그대로 옷을 받들은 채로 뒷걸음 친다.

 

이윽고, 소녀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서서 보이지 않게되자 망토를 든 채로 아까까지와는 사뭇 다른 엄중한 분위기를 내며 입을 연다.

 

" 따라오너라. "

 

" 네, 아이 대주교님. " 옆에 있던 수도승이 깊게 고갤 숙이며 답하였다.

 

히다카 아이.

태양의 젤러시교의 대주교이자 서열로 따지면 깊은 곳의 교단의 우두머리인 그 '엘드리치' 와 동급. 외적인 방향으로 치면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성.

한 때는 태양의 젤러시교에서 가장 위대한 성기사이자 성녀라고까지 불리웠던 이.

 

영광의 태양, '진짜' 성녀가 나타난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좋을 일이지만.

 

그녀가 망토를 받든 채 저택의 옆문으로 몇몇 이들과 함께 물러나자, 수녀들과 성기사들은 각자의 본분을 위해 저택 곳곳으로 흩어져갔다.

 

 

 

소녀, 시마무라 우즈키는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맞이하는 두 명의 수녀에게 자신의 몸을 맡긴다.

수녀들은 사근사근한 미소를 보이며 천천히 그녀의 옷을 하나씩 하나씩 탈의시켜가는 도중, 우즈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런 생활을 하게된지 벌써 2주 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잘 적응되지 않는다. 뉴 제네레이션 기사단에 있을 때도 궁정 메이드들의 봉사도 거절하고 대부분 혼자 했었고, 심지어 요양생활 중에도 미호에게 식사나 간호 외에 대부분 일상적인 것들은 스스로 했었으니 말이다.

 

" 오늘은 혼자 씻을게요. "

 

 

" 네. 저희에게 이러한 영광을 주시는것에 감사를. "

" 저희는 그럼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태양이시여. "

 

우즈키의 옷을 챙겨든 두 수녀는 60도 까지 허리를 깊게 숙이면서 방 밖으로 뒷걸음처 나간다. 실오라기 한장 걸치지 않은 모습이 된 채로 주변을 둘러본다. 몇걸음 앞 침대 위에는 새하얀 가운이 곱게 접혀 놓여있었다.

 

문을 열고 욕실로 들어선 우즈키는 욕조에 김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물을 응시한다. 아마도 자기가 오는 시간에 딱 맞추어 미리 받아놓은 것이리라 짐작하고, 천천히 발끝부터 담궈간다. 

 

 

 

 

" 살려.. 살려ㅈ - "

 

차마 구걸이 끝나기도 전에 철퇴에 짓뭉게진다.

한 때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거리에 속속들이 불이 번지고 불타는 하늘 사이로 총성이 울려퍼진다.

 

북서부 역병지대에 걸친 마을.

사람들을 광인으로 만드는 역병이 퍼져 사람들 전체가 안구가 붉게 물들어 이성을 상실하여 날뛰는 마경이 되어버린 장소가, '정화' 라는 이름 아래에 불타오르고 있다. 깊은 곳의 교단의 문양을 세긴 성기사들과... 흡사 까마귀가 연상되는 가면을 하고 군청색 제복으로 몸을 꽁꽁 싸맨 이들이 총과 철퇴로 미쳐버린 이들을 가른다.

 

" 대장님.. 저흰 괜찮은건가요 ? "

 

중장갑주를 온 몸에 두른 성기사 하나가 우물쭈물 하며 그곳 성기사들의 대장에게 물음을 던진다. 물음을 던지는 쪽도 받는 쪽도 모두 무기와 갑주에 자신의 것이 아닌 피를 잔뜩 두르고 있었다.

 

" 태양께서 우리를 지켜보는 한, 이런 변질된 것들에 옮겨지지 않는다. 믿음을 가져라. " 

 

단호하게 대원의 말을 자르며, 쓰러진 광인의 머리를 메이스로 때려부쉈다.

그와 동시에 까마귀 가면을 쓴 이 하나가 대장에게 다가왔다.

 

" 슬슬 정리가 끝나갑니다. 성기사 나으리. "

" 음, 정화가 전부 끝나면 다음은 동쪽으로 이동한다. "

" 네에네에. 기꺼이 그러지요. "

 

성기사 대장의 명령에 공손하게 예를 표한 뒤 불길한 발걸음을 뒤로 돌린다.

 

" 흥. 영주의 정예부대라고 기고만장해 있군. 신앙심도 없는 무례한 놈들.. "

" 그치만 성전에 지원하다니.. 블루 나폴레옹의 적극성은 에인헨야르와는 확실히 다르던데요 ? "

 

아까 물음을 던졌던 신참 성기사가 까마귀인의 뒷모습을 보며 그리 말했다.

 

" 뭐, 그건 인정할 수 밖에 없군. 에인헨야르 녀석들은 꽉 막혀있었단 건 인정하지. "

 

짓뭉개진 머리에서 메이스를 뽑아내고 들러붙은 내용물을 털어내며 대장은 옆에있는 대원과 함께 광인들이 날뛰는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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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시작 !

연재 주기는 대략 3~5일에 한 화씩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숭상받는 우즈키와, 북서부로 올라간 역병을 싹쓸이하는 부대가 나왔는데.

이건 프롤로그 (미요의 그 사건) 으로부터 다음 날 부터 시작된 소탕입니다. 즉, 역병이 이미 북서부에서 동남쪽으로 퍼지려는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죠.

 

기타 설정은, 추후에 창작이야기판을 통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신데판을 봐주시는 여러분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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