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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wanna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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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2, 2017 11:15에 작성됨.

비어버린 공간,

흘러나가버린 감각,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빛.

 

아름답고 귀여운 여자아이들을 프로듀스하다보면 어느 샌가 동료 이상의 감정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나는 그녀들과 결코 연인이 될 수 없다. 

그것이 나의 입사 조건이자 내가 이 곳에 있는 이유.

그래서 나는 감정을 가끔은 억누르고, 가끔은 긴 심호흡을 하며 나를 달래며 그녀들을 프로듀스한다.

그렇게 프로듀서 일을 하던 어느 날, 새로운 아이돌 후보생이 들어왔다는 사장님의 말에 후보생들이 모여있는 커다란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첫눈에 반한 한 명의 아이돌 후보생.

이름은.... 아니다,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이 낫겠지.

아이돌 후보생들에게 회사에서의 주의사항을 약간 주지시킨 후 각자의 출신지에 따라 집에 돌아갈 아이들은 집으로, 회사에 있는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는 아이들은 기숙사로 보낸다. 

꽤나 괜찮아 보이는 아이돌 후보생이 많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의 소매를 누군가가 잡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내가 첫눈에 반했던 아이돌 후보생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질문이라도 있냐고 물어보자 그 아이돌 후보생이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젓고는 기숙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때, 내 얼굴에는 무슨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을까.

 

아이돌 후보생들의 정기 점검 레슨.

춤에 재능이 있는 후보생과, 노래에 재능이 있는 후보생과,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비주얼과 몸매가 뛰어난 후보생들이 내 수첩 위에서 분류된다.

이 아이는 노래를 잘 부른다, 그룹의 보컬을 할 정도의 재능이군.

아 아이는 춤을 매우 잘 춘다. 솔로 댄스 아이돌로 나가면 꽤나 괜찮은 재목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후보생들을 한 명씩 점검하던 중에 다시 마주친 그 아이돌 후보생.

꽤나 그녀에게 흥미가 있기에, 그녀를 평소 아이돌을 쳐다보는 그 눈빛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내 눈빛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그 후보생이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나를 쳐다본다.

옆에서 어서 점검을 하라는 독촉 아닌 독촉이 들려온다.  

그 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에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라고 해본다.

그녀는 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세를 잡은 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냉정히 말해 뭐든지 평균. 비주얼도, 춤도, 노래 그 어느 하나도 특출나다고 말할 순 없었다.

하지만 왜일까, 그녀에게는 그 무엇인가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뭘까, 설마 내가 그녀에게 반해있기 때문에?

나는 잠시 수첩에 기록하는 것을 멈추고 그녀를 다시 한 번 쳐다본다.

나의 날카로운 눈빛에 아이돌 후보생이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의 시선을 피한다.

내가 그녀의 표정에 풋, 하고 한 번 웃고는 다음 아이돌 후보생의 점검을 한다.

왜 그럴까, 그 다음 후보생의 점수는 조금 짜게 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돌 후보생과 아이돌의 차이는 단 한 가지, 레슨으로 보인 자신의 잠재력을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의 차이다.

많은 아이돌 후보생들이 긴 후보생 기간을 견디다 못해 프로덕션을 빠져나간다.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은 두 가지 부류의 아이들.

엄청난 잠재력이 있어 후보생 시절이라고 할 것도 없는 채로 방송가에서 실전을 쌓는 부류와, 길고 긴 기간을 인내하여 마침내 데뷔하는 부류가 있다.

내가 첫눈에 반했던 후보생은 후자였다.

그다지 특출난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신비한 분위기가 풍기는 아이돌.

그것이 그녀의 능력이라면 능력.

앨범의 표지사진을 찍고 있던 그녀가 살려달라는 듯이 애절한 눈빛을 나에게 보내온다.

나는 그런 그녀의 표정에 다시금 그녀에게 반하면서도 겉으로는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내 표정에 그녀가 조금은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촬영에 임한다.

촬영 컨셉의 일종으로 부케같이 생긴 꽃다발을 품에 한아름 안고 있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왠지 전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온 것 같은 남자의 기분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안 그래도 수명이 짧은 신비주의 아이돌은 은퇴할 준비를 서두른다.

톱 아이돌 근처까지 갔던 신비주의 아이돌은 은퇴식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이며, 곧 결혼할 상대라며 꽤나 잘 생긴 배우 지망생을 데리고 온다.

장막 속에 가려진 프로듀서인 나는 기자들이 그녀에게 던지는 질문을 내 마음속에서도 똑같이 던지며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본다.

처음에 아이돌 후보생으로 볼 때만 하더라도 자신감 없어보이고 기운 없어보였던 소녀가 어느새 자라 이 많은 기자들의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복잡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내 쪽으로 다가온 그녀가 인사를 하고는 나에게 작은 청첩장을 내민다.

이게 뭐야? 나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여 그녀에게 질문한다.

그녀는 내 속도 모르고 너무나도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결혼식 청첩장이라고 말한다.

꼭 결혼식에 참석해 주세요! 라는 부탁과 함께.

나는 그런 그녀의 환한 미소를 모른척 할 수가 없어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선가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는, 기자회견에 그녀와 함께 앉아있었던 배우지망생이 있었다.

그녀가 너무나도 밝은 미소로 그에게로 뛰어간다.

나는 그녀에게서 받은 청첩장을 열어 내용을 읽는다.

직접 꾸몄는지, 화사한 그녀의 손글씨체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주머니 속에 청첩장을 넣고는 그녀가 사라진 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의 결혼식에는 가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그 곳에 가지 않아도 행복하겠지.

그래도 나는 어차피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을 말이라, 한 마디 중얼거려본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후기

차인 것 같으면서도 차이지 않은 프로듀서글입니다.

아이돌 후보생은 여러가지 아이돌들의 컨셉을 합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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