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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R ETERN@L BLUE』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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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2, 2017 00:16에 작성됨.

이전화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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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이제와서 아닌 척 해봤자 소용 없다!"

 

히비키가 날카롭게 소리치고는 뒤로 손짓했다. 그에 응하듯 병장기를 치켜올리는, 뒤에 서 있던 세 명의 부하들. 히비키도 허리에 찬 검을 슥 뽑았다.

 

"하루카라고 했던가, 네 녀석도 참 제법인데. 이 백기사 히비키에게 한 방 먹일 줄은."

 

천천히, 그러나 주위를 단단히 틀어막으면서 다가오는 히비키와 그 부하들. 하루카 일행은 주위에 정박된 모래선 몇 척을 등지고, 그들을 맞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 어떻게 여기까지.....아니, 그건 둘째치고. 치하야가 마왕이라는 건 또 어떻게 알았지?"

 

이오가 하루카한테 달라붙으며 그리 물했다. 하루카는 고개를 저었다. 그 질문에는 히비키가 몸소 대답해주었다.

 

"그거야, 들어버렸으니까!"

"들었다는 건, 그 혹시....."

"생각한 대로다. 네 녀석들을 쫒아 여기까지 오는 김에, 잠깐 그 녀석의 집에 들렀더니....."

 

그만 좋은 정보가 들어와서 말이야. 히비키는 말을 끝내면서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이, 비겁한 녀석!"

 

이오가 제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히비키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그저 날카로운 검 끝을 치하야에게로 겨누었을 뿐. 치하야는 정면에 시선을 둔 상태로, 조용히 팔 하나를 천천히 옆으로 들어올리는 것으로 당장 그 앞으로 튀어나오려는 하루카와 이오를 제지했다.

 

"치하야쨩!"

"용무가 있는 건 아무래도 제 쪽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하루카가 그리 말하며 치하야를 바라보았지만, 가로막은 팔은 내려가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하루카는 히비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쪽도, 물러날 의지는 전혀 없어보였다.

 

".....저는 푸른별의 치하야. 이 루나에 닥쳐올 멸망을 막기 위해 푸른별에서 왔습니다."

 

치하야의 예리한 눈빛이, 히비키에게 찌를 듯이 도달했다. 히비키는 과시하듯이 입꼬리를 비틀어보였다.

 

"멸망을 막기 위해? 하! 웃기고 있군. 마왕 치하야! 네 놈이야말로 이 세계에 멸망을 가져오는 주범인 주제에!"

"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요? 당신 자신입니까? 아님 다른 누구입니까?"

 

그 질문에, 히비키는 감추는 것 없이 당당하게 답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미우라 님이시다. 덧붙여, 너를 잡아 처형하라고 친히 명령을 내려주시기까지 했지."

"뭐라고요?"

 

치하야의 갈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도 모자라 치하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 입을 달싹거리다가, 겨우 반문했다.

 

"그런, 미우라가.....저를 마왕이라고.....세계를 멸망시킨다고 말했단 말입니까!?"

"감히 미우라 님을 이름만으로 부르는 그 태도부터가, 이미 마왕이라는 증거라고."

 

히비키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리 돌려주고는 또 한 번 뒤에 손짓했다. 그러자 부하들이 우르르 무기를 앞세우며 치하야에게로 달려들었다.

 

"치하야쨩!"

 

하루카가 급히 나이프를 빼들었다. 그러나 그 전에 치하야가 먼저 수를 썼다.

 

"이 이별조차도- 고른 건, 자신이니까♪"

 

그녀의 입에서 노래 가사와도 같은 주문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병사들과 치하야 사이에 반투명한 벽이 생겨났다. 병사들은 거기에 튕겨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녀석.....!"

 

발생한 충격파에 히비키의 앞머리가 조금 흐트러졌다. 치하야는 숨을 가다듬으며, 여전히 물러나지 않는 히비키를 노려보았다.

 

"미우라가 저를 처형하라고 말했을 리가 없습니다."

"아니, 말씀하셨어. 이 귀로 똑똑히 들었다고. 그 분의 판단은 절대 틀릴 리가 없다."

"저와 미우라는, 당신들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 당신이 멋대로 끼어들만한 게 아닙니다."

"어쭈, 이젠 하다못해 스스로를 톱 아이돌과 동등하게 말한다는 거냐!"

 

히비키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치켜든 검을 휘둘렀다. 그것만으로 발생하는 거대한 충격파가, 반투명한 벽을 한순간에 산산조각내버렸다.

 

"큭!"

"꺄악!"

 

벽으로도 전부 상쇄할 수 없었던 충격이 치하야를, 아니 그걸 넘어 곁에 있던 하루카나 이오에게까지 덮쳐들었다. 이오는 필사적으로 치하야의 다리에 매달렸다.

 

"마왕 치하야! 각오!"

 

히비키가 푸르게 물든 검과 함께 비틀거리는 치하야에게 돌진하려는 순간, 하루카가 그 앞에 뛰어들었다.

 

"잠깐, 하루카!"

 

겨우 고개를 든 이오가 소리쳤다. 치하야의 예능력을 동원해도 막을 수 없었던 저 검격을, 하루카 혼자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안 돼!"

 

이오의 처절한 외침에도 하루카는 물러나지 않았다. 실은 물러나려고 해도 이미 늦었다. 이미 히비키의 검은, 하루카의 코 끝에까지 닿고 있었던 것이다.

 

"멈추십시오!"

 

만약 뒤에서 다른 누군가가 소리치지 않았더라면, 그 푸르게 빛나는 칼날이 하루카를 시원하게 베어넘기고 말았겠지. 히비키는 베기 직전에 멈춘 검을 거두지는 않은 채로,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타카네."

 

그러고는 그 소리를 낸 주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타카네, 씨?"

 

꿀꺽.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두 쪽 날 뻔한 하루카도 마른 침을 삼키며 그 쪽을 보았다. 아무래도 둘은 구면인 것 같았다.

 

"저 녀석.....설마?"

 

이오는, 전에 히비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어떻게 해서 이 검은 옷을 입은 여자애가 마왕인 걸 알았냐는 질문에, 엿들어서 알았다고 대답했었지. 그렇다는 건, 설마....

 

이오의 커다란 눈이 타카네 쪽으로 향했다. 아침만 하더라도, 타카네는 갑자기 치하야에 대한 걸 물어보거나 했다. 그리고 하루카는 전부 말해주고 말았다.

 

그 때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타카네! 설마, 너!"

"설마 엿듣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뭐? 따지려던 말이 쑥 들어갔다. 이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타카네와, 하루카와 치하야 그리고 새로운 등장인물까지 상대하게 되어 바빠진 히비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별로,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어. 이런 벽촌에 틀어박힌 너를 설득하기 위해 왔었는데.....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더라고."

"변명은 그만두십시오."

"그러는 타카네야말로, 이 이상 방해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데."

 

히비키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슬금슬금 물러나려는 하루카 또한 놓치지 않았다. 라이트 블루로 빛나는 칼 끝 앞에 하루카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히비키 씨, 들어주세요. 치하야쨩은 절대 마왕 같은 게 아니에요."

"흥, 불쌍한 녀석. 어쩌다 저런 놈에게 홀려가지고는....."

"그렇지 않아요! 히비키 씨는 치하야쨩의 대체 어디가 마왕으로 보인다는 거죠?"

"미안하지만 이 히비키 님은, 겉모습에 놀아날 생각은 없거든."

 

그러니까 허튼 짓은 그만둬. 히비키는 다른 한 손으로 하루카를 팍 밀쳐버렸다.

 

"꺄악!"

"하루카!"

 

우당탕. 하루카가 옆으로 넘어지자, 이오가 바로 그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히비키의 뒷모습을 향해 빔을 쐈다.

 

피유웅! 피슝!

 

"엇차! 위험하잖아. 정말, 변경의 생물이란."

 

히비키는 간단한 스텝만으로도 그걸 피하고는, 물 흐르듯이 제 자리에 서 있던 치하야에게로 접근했다. 치하야는 무언으로 히비키를 응시했다.

 

"용케 도망치지 않았군."

"분명 멈추라고 했습니다."

 

그 사이 타카네가 잽싸게 히비키의 바로 뒤에 섰다. 바닥에 엎어졌던 하루카도 일어나 타카네한테 합세했다. 앞뒤로 포위된 형국이었지만, 히비키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왜 막는 거야."

"히비키야말로 왜 저 소녀를 죽이려고 하는 건지요."

"미우라 님의 명령이라고 했잖아."

 

타카네, 설마 그 은혜를 잊었다고는 하지 않았겠지. 히비키는 가만 서 있는 치하야에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대답했다.

 

".....예에. 그렇지요. 잊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야요이가 살 수 있었지요."

 

타카네는 침통한 표정으로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면 왜 방해하는 건데."

"요즘 들어 기이한 소문이 이 벽촌에까지 흘러들어오더군요. 미우라 신단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을이, 모조리 불타 없어졌다던가. 그리고 거기에는 신단의 적신관, 야요이가 관련되었다고....."

"닥쳐!"

 

더 이상 들어주지 못하겠다는 듯 히비키가 휙 뒤를 돌아보았다. 그 얼굴은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맹수와도 같은 눈빛이 타카네를 꿰뚫었다.

 

"타카네! 너마저 그런 헛소문 따위를 믿고 있다는 거야?"

".....글쎄, 과연 어쩌려나요."

 

매서운 추궁에, 타카네는 본심과는 다른 말을 입에 담았다. 그날 밤의 기억을 떨쳐낼 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 야요이는 살았다.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재데뷔해, 몸소 정체불명의 저주에 대한 특효약을 내려준 미우라 덕분에. 그 약을 늦지않게 가져와준 히비키 덕택에.

 

하지만.

 

야요이....타카네는 그 뒤로 돌변해버린 소중한 이의 이름을 중얼거리고는 몸을 떨었다. 타카네는 한 때, 예전부터 흐르고 있던 그 소문의 진위를 본인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다.

 

네가 했냐고. 혹은 네가 저런 짓을 시켰냐고.

 

평상시와는 달리 아주 직접적인 말투였지만, 야요이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언제나와 같은 웃음이었다.

 

- 에헤헷, 그거야 당연한 게 아닐까요? 그게, 그 사람들은 미우라 님을 믿지 않았는 걸요. 불신자에게 천벌을 내리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타카네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마을 전부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니. 다른 누구도 아닌 야요이가, 저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타카네는 앞서, 그 천벌을 받았다는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 때 활기가 넘쳤을 마을은, 새까만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고, 재 섞인 바람만이 이따금 타카네를 흔들고 지나갔다.

 

좀 더 주변을 돌아보자, 거기에는 사람 형상을 한 재들이 보였다.

 

아이를 감싸고 있는 어머니. 다 같이 손을 붙잡은 채 쓰러진 아이들.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어갔을 사람들.

 

한 때는 사람이었던 것들이었다.

 

톱 아이돌 미우라를 믿지 않았다. 신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이 같은 마을이, 정확히는 그 흔적들이 몇 개나 만들어지고 말았다.

 

이게 당연한 것이라고?

 

- 어라, 타카네 씨? 안색이 안 좋아보이는데.....괜찮으세요?

 

야요이가 걱정하는 얼굴로 타카네한데 다가가갔다. 타카네는 어떻게 할 바를 모르고 그저 떨고만 있다가, 자기를 향해 뻗어오는 그 작은 손을 탁 하고 쳐냈다.

 

그 같은 짓을, 눈 앞에 있는 이 작은 소녀가 저질렀다고?

 

그럴 리 없어.

 

야요이가 그럴 리는 없어.

 

- 타카네 씨?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타카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아이 참, 왜 그러세요. 전 다른 무엇도 아닌, 야요이랍니다?

 

거짓말! 타카네는 그 길로 바로 도망쳐나왔다. 그리고는 신단에 돌아가지 않은 채, 이곳 저곳을 떠돌다.....마침내 이 라파에까지 흘러들어오고 말았던 것이었다.

 

친한 친구의 여동생. 자기에게도 여동생이나 다름없던 야요이의 변모. 그것이야말로 타카네가 신관을 그만두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리 너라도 용서 못해!"

 

히비키가 성을 내며 타카네한테 달려들었다. 작정하고 검을 휘두르려는 것은 아니고, 우선은 따지기 위해서였지만, 그게 더 나쁜 쪽으로 발전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히비키! 당신도 야요이처럼 무고한 이를 죽일 셈입니까!"

 

타카네는 지지 않고 소리쳤다.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던 히비키였지만, 곧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무슨 소리야! 이 녀석은 마왕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마왕 같은 게 아니라니까요!"

 

하루카가 급하게 끼어들었다. 히비키는 이 이상 접근하지 말라는 듯 크게 검을 휘둘렀다.

 

"꺄악!"

 

후웅!

 

그 주변에 확 일어난 날카로운 검풍으로 인해, 하루카의 뺨에 피가 살짝 배여나왔다. 하루카는 손등으로 대충 닦아내며 후다닥 치하야 앞에 버티고 섰다. 히비키는 타카네와 하루카를 번갈아 노려보다, 마침내 우선순위를 정했다는 듯 일 보 전진했다.

 

"비키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

 

하루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오는 그런 하루카가 걱정스럽다는 듯 쪼르르 달려가 찰싹 달라붙었다.

 

부웅, 훙!

 

"원래라면 감히 이 히비키 님을 속인 것에 대해 죄를 물어야하겠지만.....특별히 불문에 처해주지. 순순히 비켜준다면 말이야."

 

하루카는 더욱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히비키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크게 발을 굴렀다.

 

"대체 뭔데! 왜 그렇게 저녀석을 감싸려고 안달인거냐고! 쟤도, 너도!"

"그거야.....마왕이 아니니까요."

"우갸아~! 닥쳐!"

 

히비키가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버리려 결심을 굳힌 때였다.

 

".....가라!"

 

불꽃보다도 뜨겁게, 얼음보다도 날카롭게! 지금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치하야가, 꾹 다물었던 입을 열어 주문을 노래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푸른 빛덩어리. 그것은 치하야의 머리 위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곧 몇십개나 되는 조각으로 쪼개져 하나하나 뜨겁고 날카로운 탄환이 되어 히비키에게 쏟아져내렸다.

 

파바바박!

 

"치잇!"

 

히비키가 쇄도하는 탄환들을 쳐내고 피하느라 정신없는 사이, 치하야의 입에서는 박자도 높낮이도 다른 여러 구절들이 차례로 흘러나왔다. 단순한 주문이 아닌, 그 자체로도 절묘한 메들리. 하루카는 그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굉장하다....."

"감탄하고 있을 떄가 아니야! 어떻게든 해야한다구!"

 

이오가 하루카의 망토를 잡아당겼다. 확실히, 선제를 취한 덕분에 지금은 치하야가 조금 유리하지만, 히비키를 완전히 끝장내기에는 무리였다. 그리고 지금 이 상태도 그리 오래갈 수는 없어보였다.

 

"크윽....."

 

치하야가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목을 부여잡았다. 노래 자체는 무리없이 해낼 수 있지만, 거기에 실어보낼 예능력이 부족했다. 원래 치하야는 오랜 단련으로 인해 보통 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예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저주를 받은 탓에 한순간에 흩어지고 말았다.

 

그걸 다시 채워넣기에는 최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우랴아아!"

 

히비키가 마지막 탄환 하나를 두 쪽으로 갈라버리며, 아직 멀쩡한 위용을 과시했다.

 

"겨우 이 정도냐, 마왕!"

"어, 어쩌지!?"

 

하루카와 이오가 치하야에게 시선을 보냈다. 치하야는 남은 한 번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다는 신호로 답했다. 그렇다면, 그 한 번을 위해서! 하루카는 나이프를 앞세우며 히비키한테 달려들었다.

 

"이 바보 리본이! 죽으려고 왔냐!"

 

히비키가 포효하며 파랗게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하루카의 나이프가 앗하는 사이에 바닥에 떨어졌다. 그래도 하루카는 지체없이 히비키한테 달려들었다.

 

"우왁!"

 

퍽. 몸을 생각하지 않은 돌격에 한 방 얻어맞은 히비키가, 그만 검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히비키는 자기를 붙잡아 세우려고 하는 하루카를 억지로 떨어트리고는, 빨리 검을 주으려고 했다.

 

하지만.

 

"크윽, 타카네.....!"

 

검은 이미 친구의 손에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되는 작자는, 빛을 잃었다곤 해도 여전히 위협적인 칼 끝을 자기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마왕 편에 붙어 배신할 작정이야!?"

"당신은 여전히 제 친구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친구니까 더더욱, 말려야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히비키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타카네를 노려보았다. 빈틈을 노려 칼을 빼트리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타카네가 워낙 경계하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적이 무섭다면, 새기는 거야 리듬을."

 

얼마없는 예능력을 쥐어짠 끝에 겨우 내놓을 수 있었던 푸른 빛들이, 히비키의 주변을 둘러쌌다.

 

".....젠장."

 

히비키는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렇게까지 몰린 이상 남은 승산은 없었다. 남은 건,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

 

"쳇, 이걸로 안심하지는 말라구. 자신 다음으로 미우라 님의 명을 받들 이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치하야는 그리 일축하고는 하루카를 바라보았다. 한참 긴장하고 있던 하루카는 안도했다는 듯 힘없는 미소를 지었다.

 

"히비키 씨, 부탁이에요. 치하야쨩이 마왕이 아니라는 걸 믿어주세요."

".....그럼 증거를 보여봐."

 

망설이던 히비키가 아주 조금은 양보하는 말을 뱉었다. 어쩌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카의 간절한 시선이 치하야에게 향했지만, 치하야는 그 기대에 응답하지 못했다.

 

"그럴 의무는 없습니다."

"거봐, 역시 마왕이라는 거지. 됐어. 빨리 죽이라고. 그래봤자 곧 다른 녀석들에게 잡히겠지만."

 

히비키가 마른 웃음을 지었다. 치하야는 한숨을 쉬며 히비키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푸른 구체들을 조작했다.

 

"치하야쨩!"

 

하루카가 치하야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하나로 합쳐진 구체가, 히비키의 상반신에 퍽, 하고 파고들고 말았다.

 

"쿠헉!"

 

쿠당. 히비키가 그 자리에서 하늘을 보고 쓰러졌다. 깜짝 놀란 하루카가 히비키를 살피자, 다행히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으윽, 이 자식.....!"

 

그리고 의식도 남아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는 없기는 해도. 타카네는 히비키의 검을 손이 닿지 않을 저 멀리에 던져버리고는, 하루카와 치하야에게 붙었다. 조금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이오도 서둘러 하루카의 등 뒤를 타고 어깨에 올라탔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성도 펜타그리아로 향할 작정이죠?"

 

타카네가 빠른 말소리로 물었다. 타카네를 제외한 다른 이들 전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저도 마침 그 곳에 볼 일이 생겼지 말입니다. 그러니 같이 동행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네? 타카네 씨도?"

"네. 저는 한 때 거기서 도망치고 말았기에."

 

이번에는 도망치는 일 없이, 반드시 마주하고 말겠습니다. 타카네는 스스로의 결의를 입에 담으며 하루카와 치하야의 팔을 각각 붙잡았다.

 

"저, 저기....."

"가는 길은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에, 어, 어라랏!?"

"이게 제가 여러분께 하고자 했던 이야기입니다. 부탁이니 지금은 잠자코 따라주십시오. 히비키가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법이니까요."

"걱정 마,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까."

 

쿨럭, 쿨럭. 기침과 섞여들어오는 말에 타카네가 그 쪽을 급히 돌아보았다.

 

"이번만큼은 너희들의 승리다. 편히 보내주도록 하지. 하지만, 다음에 만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모조리 붙잡아, 처형해줄거라고."

 

상반신만을 겨우 일으키고 있던 히비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도로 바닥에 몸을 뉘었다. 타카네는 쓴웃음을 지으며 알았다고 한 뒤, 조금 느린 속도로 셋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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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가 하루카 일행에 합류! 우선 목표는 미우라 님이 있다는 성도 펜타그리아, 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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