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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코 「낯가리는 바보에게 용서를 고하다」
댓글: 10 / 조회: 711 /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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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0, 2017 21:24에 작성됨.
BGM입니다. 가능하시다면, 함께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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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봐, 사람들은 가끔 스스로 누명을 씌워. 괜히 제 잘못 아닌데도 마치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스스로를 몰아세워선 자책하곤 하더라고. 내가 볼 땐 그만큼 억울한 게 또 없어. 지가 뭔데 스스로 벌을 줘? 니가 그럴 권리가 있어? 웃겨, 세상사람 그 누구도 벌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어. 그것이 제멋대로 판단해서 자기를 심연 속으로 끌어다 놓는 멍청한 일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내가 아는 어떤 바보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혼자서 내가 잘못했겠거니, 하고는 자기를 몰아세워 절벽 낭떠러지 끝에 걸어놓더라고.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는 거지, 내 말은.
스스로 괴로워하건 말건 뭐라도 알고 슬퍼하자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되물어 본 적이나 있냐? 답은 내려 봤어? 그게 정말 날 그렇게 몰아세워다가 채찍질할 가치가 있는 문제였어? 만약 그게 제가 그렇게 잘못해가지고 스스로를 가져다가 후드려 팰 가치가 있는 문제라면은 말을 안 해요. 아마 반의반도 따라와 본 적 없을 걸. 아니, 생각해보자고. 지금 니가 하고 있는 자책이 과연 공정한 거냐고 말이야.
자책을 누구나 하기야 하겠지,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했으면 스스로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게 맞지. 근데 지나치지 않느냐는 얘기지. 너 지금 스스로를 벌줄만하다고 증명할 만한 충분한 증거는 있어? 그 증거가 네 관점에 의해서 과대해석 되거나 하지는 않았어? 있다면 갖고 와봐.
그게 정말 충분하다고 생각해? 개뿔이! 진짜로 못된 인간들은, 정말로 스스로를 자책하고 벌줘야 할 만한 이유가 있는 인간들은, 오히려 제가 벌 받아야 할 이유 자체를 몰라요. 자기합리화하고 지들이 나쁘지 않다고 정신승리하기 바쁘지. 그런데도 넌 정말 스스로를 진짜 못된 인간이라고 생각해? 니가 언제 살인을 했어? 언제 누군가를 이유 없이 칼로 찌르기라도 했냐? 넌 나쁘지 않아, 오히려 착하다면 착했지. 스스로를 그따위 잡것들하고 비교하고 싶어? 동급 취급당하고 싶냐고.
이건 널 질책하려고 하는 말이야. 남이 자기를 공격하는 말에는 그렇게나 피하고 싶다, 혹은 멋지게 받아쳐버리고 싶다고 늘 스스로 말하면서 왜 니가 널 공격하는 말은 멍청하게 우두커니 서서 그대로 받아내고만 있어? 피해, 그 바보 같은 말들을! 너 자신이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논리로 그따위 것들을 받아쳐 버려! 왜 날카로운 화살이 너에게 날아오는 걸 우두커니 바라만 보고 있냐고. 나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어. 좀 똑똑해져 봐,
니가 정말 스스로를 그렇게나 비하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아. 난 그냥 훌쩍 떠나버릴 거야. 너 같은 거 답답해서 정말 신경도 안 쓰고 떠나버릴 거라고. 그러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제발 정신 좀 차려봐,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야. 넌 그렇게 공격 받을 만한 잘못이 없어. 생각보다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너는. 괜히 내가 아직까지 네 옆에서 기다리고 있겠냐고.
나 네가 안타까워서 그래. 안타깝고 불쌍해서 그래. 왜 그대로 맞고만 있냐고, 보고 있는 내 맘까지 다 아프게. 스스로 머리를 벽에다가 찧어 받는 그 꼴을 보고 있는 내 기분은 뭐가 되는데. 손목에다가 커터칼을 가져다 댈까 말까 고민하는 니 꼴을 보는 내 감정은 뭐가 되는데. 대답을 해 봐.
절대 널 질책하려고 하는 말이 아냐, 내가 답답해서 그래.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건 네가 이겨나가야 할 길이니까,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도와줄 만한 게 그다지 있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야. 아까부터 말했지만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고. 왜 그걸 맞고만 있는데... 왜 스스로 그렇게 때리고 있는데. 아프잖아.
있잖아, 아픈데 왜 자꾸 널 때려? 너 지금 무지 아프잖아. 무엇하러 자꾸 자기 자신을 곤경에 몰아넣고는 빠져나오려는 노력도 없이 그 고통스러워하고만 있는 거야? 왜, 왜 자꾸 아파하기만 하는 거야. 왜 자꾸 너 자신을 불행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거야. 난 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정말로. 될 수 있다면 나랑 같이.
아프면 옆에서 돌봐줄게. 죽도 끓여다 먹여줄게. 괜찮냐고 매일 물어봐줄게. 그러니까 스스로 자책만 하지 마. 또 내가 간호해줘야 하잖아, 진짜. 아프지 않아도 맨날 옆에서 괜찮다고, 아무 일도 없다고, 별 일 없을 거라고 안아줄 테니까 굳이 아프지 마. 부탁이야.
니가 슬프면 나도 슬퍼. 진짜 이기적이야, 넌... 그런 너 모습 보면서 아파할 나는 생각도 안 해. 미워. 너 싫어. 짜증나.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이 자식아. 아프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냐구. 내 속 그렇게 썩일래, 얌마. 내가 슬퍼하는 걸 그렇게 보고 싶었냐. 너 때문에 이렇게 슬퍼하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리냐. 미안, 난 니 웃는 얼굴 보여주기 전까지 화 안 풀 건데. 알아들었으면, 알아들었으면 그만 울고 웃어달란 말이야. 나까지 울게 하지 말고.
미안해, 못된 말해서. 그치만 말이야, 그냥 요즘 너 너무하지 않냐고. 맨날 슬퍼하고 우울해져만 있고. 힘들다는 말만 입에 붙어가지고 그냥, 어?! 난 눈에 보이지도 않지, 짜샤.
내 눈에 그렇게 눈물 고이는 꼴을 보고 싶냐고. 그거 아니면 슬퍼하지 말라고... 넌 아무런 잘못 없으니까 부디 자책하지 마. 누구에게도 잘못한 거 없으니까 자책하지 마.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고, 그 짐을 모조리 니가 다 질 필요도 없어. 여태껏 니가 잘못한 건 딱 하나뿐이야: 이 지경 될 때까지 널 방치해놓은 것, 그거 하나.
그치만 그건 내가 용서할게.
그러니 그만 울어. 내가 안아줄게. 등도 쓰다듬어 줄게. 괜찮냐고 물어줄게. 아프지 않아도 매일 사랑해줄게. 그러니까 울지 마. 나 아파. 너 우는 얼굴 볼 때마다 내 가슴이 아프니까. 울지 마. 괜찮으니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으니까, 자책하지 마. 널 슬프게 만들 수 있는 건 나 하나뿐이야. 그러니까 그 외의 것은 모조리 무시해주라. 응?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만 해준다면 난 영원히 너한테 상처주지 않을 테니까. 행복하기만 하자. 그러기만 하자.
우리, 행복하기만 하자.
응?
있잖아, 제발.
나 너 많이 좋아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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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얘는 자책이랑은 거리가 조금 있어 보이죠. 생각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편한 마음으로 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부럽다고 생각할때도 있습니다.
글의 주제는 자책에 대한 질책이네요. 으음...조금 찔리는데...하지만 난 잘못 없이 자책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슈코는 아무 말 없이, 적당히 다가와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옆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있을 것 같았어요.
그게 너무 좋았습니다. 별 거 아니라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단편을 쓸 때, 항상 제가 우울해서 어떻게든 그걸 풀어보려고 글을 씁니다.
그러다보니 단편은 대개 정리되지 않고, 제멋대로에, 오류 한가득인 글이 나옵니다. 그냥 제 할 말 하는구나, 하시면 됩니다. 적어도 이번 글은 그게 답니다.
어느 누구도 이유없는 자책을 하지는 않습니다만, 그게 심하고 또 부당하다면 보는 사람 입장에선 답답할 거에요. 슬퍼질 거에요. 뭔가 말하고 싶어지고, 왜 그렇게 있냐-고 물어보게될 거에요.
그런데 그렇게 되는 걸 어떻게 해야할까요? 자기 자신의 본의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레...그렇게 자책하게 되고, 자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저는 역시, 모르겠어요...어떠한 위로를 해도 들리지 않는 상대에게, 그 상대를 바라보는 자기 자신의 슬픔을...전해주는 것이, ...아아, 싫다, 이런거
라는 글이었습니다. :).
이 이상으로 잘 함축할 만한 문장이 없길래 한 줄 겨우 남기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슈코가 저에게 저런 말을 해주길 원해서 그렇게 적은 것뿐... 여러분 모두에게 강요하고 싶은 맘은 업읍니다...헤헤
뭐랄까, 오묘한 느낌이...
마지막 대사는 찡하고...
허어...
역시 생각이 깊은 아이...마지막 말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