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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pro의 매니저-불안의 모가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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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9, 2017 03:38에 작성됨.

"그럼,이제 슬슬 일을 해볼까?"

방에 있던 아이들도 모두 일을 하러 나가 적막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세토는 기지개를 폈다.

할 일도 없는데 철야를 하는건 역시 멍청한 짓일려나.방금전 까지 있던 아이돌들의 말을 은근히 신경쓰며

세토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아까와 다를 바 없는 하늘 이었지만 그토록 외치고 싶던 '평화롭네~'를 외치고 싶지는 않았다.

쓸데없는 철야로 거의 하루종일 켜 놓은 컴퓨터의 열을 식히기 위한 쿨러만이 세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용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적당한 햇빛과 역시 쓸데없는 철야로 조금 피곤한 상태인 자신.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평화롭네~.'를 외쳐야만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왠지 모르게 허전하네. 그러한 생각이 스쳐지나간 이유는 분명 요즈음 들어 사무실에서 혼자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리라.

일 하러 나가기 전에 우선 이 녀석부터 쉬게 해줘야 겠지.

아직까지는 미미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 같은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그와 동시에 열심히 지탱해준 쿨러도 조용히 잠을 청했다.

 

 

 

"끄응~차!후우,끝났다."

세토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적당히 옷 소매로 훔친 뒤 극장 객석을 뒤돌아보았다. 조명을 키지 않아 자세한 상태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먼지나 쓰레기는 보이지 않았다.그런 상태에 만족하며 꽤나 더러워진 걸레를 비슷한 상태의 양동이에 대충 던져 놓고

바닥에 누웠다.

"하아.역시 혼자서 하니까 오래 걸리네."

3시간이나 걸렸네.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세토는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든 하긴 했지만 역시 힘들긴 힘들구만.어깨를 돌리자 뿌득 뿌득 소리가 났다. 세토는 그것을 피로가 풀리는 소리로 믿고 걸레가 든

양동이를 들었다.

그나저나 설마 매니저가 되서 혼자서 극장 청소를 하게 될 줄을 몰랐네.

이곳 765프로덕션은 원래 50명의 아이돌을 2명 혹은 3명정도의 인원으로 관리한 어떤 의미에서든 대단한 프로덕션이다.

그 중 한명인 세토의 형,프로듀서가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에 전념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데리고 온것이 세토인것이다.

세토는 당연히 나머지 아이돌들의 스케쥴관리나 이것저것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줄 알았지만 이런식으로 시간을 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일없이 스스로 일을 찾아헤매는 꼴이 된것에는 두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프로듀서의 완벽한 스케쥴 관리 능력.자신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전념하기 위해 몇개월 분의 일을 미리 받아 그것을 아이돌 전원에게,

고르면서도 알맞게 일을 분배해놓은 것이다.물론 이렇게 스케쥴을 잘 짜놓은다고 해서 모든일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무리없이 잘만 돌아간다,이것이 두번째 이유,아이돌들의 상황대처 능력이다.

애초에 두세명의 관리로 50명의 아이돌들을 성장시켰다.그곳에는 분명 프로듀서의 엄청난 프로듀스도 한 몫 했겠지만,아이돌 스스로의 대처 능력이

점차 발전한것에도 있을 것이다.게다가 비교적 일이 많이 들어오는 고등학생 이상은 프로듀서가 관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니저랍시고 들어온 세토가 할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세토가 할 일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일을 언제나 자신이 주도해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세토는 철야로 정보를 찾거나 혹시 몰라 스케쥴 관리를 하고 낮에는 어쩔때는 아이돌들을 따라가 적당히 매니저 다운 일을 하지만

평소에는 이렇게 청소나 내려온 잡일들을 하고 있다.

하하,이거 완전 꿀직업 아니냐.하하.하하하.

자조적인 웃음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없애려다 실패한 그때, 끼익, 소리를 내며 극장으로의 문이 열렸다.

반사적으로 뒤돌아 본 그곳에는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푸른색의 긴머리,언제나 단호한 표정을 짓고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는 여자아이.

나는 저녀석의 이름을 알고 있다.모가미.모가미 시즈카가 평소와는 다른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문앞에 서있었다.

 

"모가미?"

내가 말을 걸자 모가미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는지 놀라며 나를 보았다.

"아.....매니저씨 였군요. 안녕하세요.....후우.."

찾는 사람이라도 있는것인가?자신을 보며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태도에 이상하게도 화는 나지 않고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특히나 마지막의 한숨과 처음에 보여준 불안한 표정.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움을 줘야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모가미 같은 타입은 개입하는걸 좋아하지 않는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어 망설여 졌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영부영하고 있었다.

모가미는 그런 나를 잠시 처다본 후 "그래,매니저씨에게라도 물어보자.."라고 조용히 중얼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다가오는 모가미의 표정은 역시 평소에 당당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아닌 어딘가 불안에 찬 모습이었다.

"저,매니저씨. ....청소하고 계셨던 건가요?"

"어?어어...극장을 조금..."

그런 내 대답에 모가미는 '흐응~.그러시군요.'하고 적당히 대답했다.극장을 청소했다는 사실에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3시간 동안 혼자 고생한 보람이 없어질 뻔하고 조금 허탈감이 들었지만 평소답지 않은 그녀의 태도가 더 신경쓰였다.

모가미는 신중히 말하기 위해서 인지 조금 뜸을 들였다.어쩌면 말을 고르는 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더욱 귀를 기우렸다.

"저...매니저씨.혹시...프로듀서의 핸드폰 번호,알고 계신가요?"

"어?형의 핸드폰 번호?어..알고 있긴 한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던 지라 조금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형의 핸드폰 번호가 없나? 형에게 물어볼 것이라도 있나?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진지하고 불안한 얼굴의 모가미를 보고 일단은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00XX야.어...형에게 뭐 물어볼거라도 있니?"

"....맞아..."

맞아?어?지금 반말한건가?모가미 너 그런 캐릭터(?)였냐? 갑작스러운 이상행동에 당황하였다.

"...전화번호가...맞아..."

그렇게 말하며 모가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움켜쥔 채 안을 뚫어져라 처다보았다.휴대폰의 화면에는 내가 방금 불러준 번호가

적혀있었고 '프로듀서'라고 저장되어 있었다.모가미는 이미 형의 전화번호를 알고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왜...왜 전화를 안받으시는 거예요,프로듀서. ....어째서....."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이거 뭔가 일이 생긴건가.불안한 느낌을 받은 나는 일단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모가미? 형에게 뭐 물어볼거라도 있니?"

".......네."

모가미는 괴로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며 대답하였다.무엇일까.무엇이 모가미를 이런 이상상태로 만든 것일까.

모가미에게는 이미 형의 전화번호가 있었다.그런데도 굳이 다른 사람을 찾으며 형의 전화번호를 확인하려 했다.

형이 전화를 받지 않는것인가.그렇다면 무언가 사정이 있을것이다.형은 지금 비밀리에 대규모 라이브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 사이에 이 녀석들을 관리하기 위해 내가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나에게 왔으면 되지 않았나?

"저기...뭐 모르는 거라도 있냐?형은 지금 바쁜것 같은데 일단은 나한테 물어보지 않을래?"

".......무리예요."

"에?"

여전히 괴로운 표정으로 모가미는 단호하게 말했다.나로서는 도울 수 없다는 뜻인가?모가미는 어째서 그렇게 판단한거지?

"아니,혹시 모르잖아?내가 도움이 될수도..."

".......무리예요."

"아니....어째서 무조건 무리라고 하는거야?"

답답한 마음에 물은 내 물음에 모가미는 내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그 얼굴속에는 답답해 미칠것 같은,불안해 죽을것 같은,

그런 감정이 담겨있는듯 했다.모가미는 내게 소리쳤다.

"무리라고요!당신은...프로듀서가 아닌 당신은....제 사정도 모르는 당신은...저를 모르는 당신은! 저를 도울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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