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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는 다시 17세로 되돌아간다 - 1,2

댓글: 12 / 조회: 905 / 추천: 7



본문 - 02-08, 2017 16:16에 작성됨.

【시마무라 우즈키는 다시 17세로 돌아간다】

애니메이션 23화에서 아이돌이길 한번 포기하고 십수년간 살아간 실패한 시마무라 우즈키가

다시한번 그때로 되돌아가 아이돌을 시작하는 회귀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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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어느샌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엎드리고 있던 책상과 입고 있던 외투의 팔 부분이 눈물로 흥건하고 얼굴도 축축함이 느껴진다. 요즘 들어서 부쩍 일어나보면 울고 있는 일이 많다. 안 그래도 얼굴이 부어오르면 출근 할때까지 붓기를 빼는 것도 여간 힘든일이 아닌데.


“ 또야 ”


하고 언제나 처럼 손을 더듬어서 티슈를 찾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티슈 같은 건 없고 더해서 자신이 깨어난 방이 자신의 침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 어디지, 여긴? ”


손에 닿는 감각, 얕은 숨을 내쉴때 맡는 냄새, 얼굴과 그외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 어딜 봐도 자신의 집안이 아니었다.

의문을 가지고 고개를 들어보니 낯선 방안에 있었다.

자신이 금방 동요하지 않은 건 아마 그 방이 언젠가 와봤다고 할까, 어디선가 본적 있는 친숙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고 피곤끼에 절여 책상에 같은 것에 엎드린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우니 거기는 마치.


“ 대기실? ”


한편에는 화장을 할 수 있는 거울과 화장대가 나열 되어 있고 다른 한 곳에는 의상들이 주르를 걸려 있는 옷걸이들이 몇줄이나 세워져 있다. 다른 한쪽에는 사무실에서나 쓸법한 딱딱하고 심플한 책상들과 공연에서 자주 쓰이는 플라스틱제 의자들이 놓여 있다. 다른 한쪽에는 큰 소파 두체와 거기에 맞춘 낮은 테이블들이 있고 그 위에는 꽃다발이나 물통들이 어지럽게 나열 되어 있다.

어딜봐도 자신의 방이 아니다. 아마 수십명 정도 왔다간 흔적이 방안에는 남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의 방보다는 깨끗하리라.


“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째서 이런데 내가? ”


이런 "현역의 냄새가 나는 대기실"에 와본지도 얼마나 되었을까. 평범한 상황이라면 그렇게 향수에라도 잡혔을텐데 일어나보니 이런 대기실에서 자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동요해버린다. 나이를 먹으면 인간은 무덤덤해지는 대신 겁쟁이가 된다. 완전히 비현실적인 상황보다는 묘하게 현실감을 풍기는 이상상태에 금방 겁을 집어먹곤 한다.


“ 어라, 어라. 어제 나 너무 마셨던 걸까 ”


아직 잠결에 멍한 머리를 들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제 일을 떠올린다. 아마도 언제나 처럼 회식에 늦게 귀가해서 아이돌 공연이 녹화된 영상을 보면서 캔맥주를 추가로 들이키다가, 그 다음 기억이 없다. 아마도 평소처럼 골아 떨어졌을 거다.

하지만 어제 기억에서는 분명 자신의 집안에 있었는데 어째서 지금은 이런곳에 있는 걸까.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대기실을 둘러보다가 문뜩 자신이 입고 있는 옷도 조금 이상하다는 걸 떠올렸다.

묘하게 풍기는 착염제 냄새. 공장에서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는 듯한 묘하게 어두운 파카를 걸치고 심지어는 머리에 비슷한 디자인의 모자도 쓰고 있었다. 아마 회사에서도 이런 비슷한게 있었지만 나도 다른 직장내 여성들도 그런 것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고 버리거나 방 어딘가에 처박아뒀을 거다.

하지만 나는 왜 이런 걸 입고 있는 걸까.

하고 옷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이런 문구가 보였다.


『346 프로덕션』


“ 엣?! ”


그걸 보고 나는 귀신이라도 본 듯 기겁 하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이 왜 미시로 프로의 작업복? 같은 걸 걸치고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가득 들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 이유를 확실히 알아차리기 힘든 혼란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이미 내 머리는 뭔가를 눈니채고 혼란스러워 하지만 의식이 거기에 따라가지 않는다. 잠에서 막 깨어난 사람이 겪은 그다지 흔지 않은 상황이다.


“ 그러고보니 여긴… ”


겨우 따라잡은 사고는 여기가 346 프로 관련 대기실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더불어서 자신이 묘하게 이 대기실에 친숙함을 느끼는 건 아마도 여기가.

 

“ 아이돌 대기실, 인거야? ”



미시로 그룹은 일본 굴지의 연예, 예능계열의 대기업이고 무수히 많은 예능인들이 소속 되어 있지만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여자가 친숙함을 느낄 곳이라고 하면 예나 지금이나 한 곳 밖에 없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돌려서 이 대기실 한 구석에 있는 벽면을 본다. 거기에 똑같은 것이 여러개 나열되어 붙어 있는 포스터. 거기에 새겨진 것.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했던 그 흰 성곽 모양의 문양. 회사로고.

이제는 유명하디 유명한 346 프로덕션의 그 문양이다.


“ 나, 어째서… ”


자신이 왜 갑자기 미시로 프로의 아이돌 대기실에 있는 건지 모른다. 드디어 아이돌에 대한 집착이 병에 가까워져서 몽유병 처럼 잠자는 사이에 여기에 들어왔다던가. 아니면 누군가가 납치를 했다던가. 어느쪽이건 현실미가 그다지 없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이 상황을 설명할수가 없었다.

어느쪽이건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정보가 없다.


“ …… ”


정보가 부족하면 직접 움직여서 찾아야 한다. 나는 자리에서 벌썩 일어나서 들어간 힘을 살짝 빼고 이 아이돌 대기실의 문으로 향한다.


끼이익 하고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려 문을 살짝 열고 밖을 본다.

밖에서는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그 대신 좀 멀리서 조금식 뭔가가 움직이는 듯한 느껴진다. 위층에서 누군가 쿵쾅쿵쾅 뛰고 있을때 그런 감각.

이걸로는 판단할 정보가 너무 없어서 문을 활짝 열고 나간다. 거기에는 바닥을 초록색, 벽은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복도가 길게 벗어 있고 가끔 문이 균등하게 나열 되어 있었다.


어딘지 모르지만 그 복도 만으로도 자신이 있는 이 건물은 상당히 넓다는 걸 이해했다.

아니 그 시점에서 나는 슬슬 깨달았을 거다. 미시로 프로의 아이돌 대기실, 큰 건물, 어디선가 느껴지는 충격음.


“ 라이브 회장, 뒷편인걸까 ”


벌써 십수년이 흘렀는데도 이런 장소에 대한 느낌은 그대로다. 오히려 그립고 반갑기까지 하다.

그 복도를 향해서 나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복도는 정말 쥐죽은듯 조용해서 조심스럽게 옮긴 발걸음이 복도 끝까지 울려퍼진다.

그리고 발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점점 여기서에서 떠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아올랐다.

낯선 상황에 낯선 장소, 그런 상태에서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빨리 여기서 이탈하고 싶은 마음에 든다. 누가 한건지 모르지만 이곳에 있다가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더 일어날 것 같으니까.

그대로 착- 착- 하고 운동화가 매끄러운 복도에 닿는 마찰음이 울린다. 그 음에 막 일어난 몸의 열기도 조금씩 올라가서 자신의 걸음을 서두르게 했다.

어느샌가 나는 그 복도를 거이 달리다 싶이 빠른 걸음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 이거… ”


왜일까 하면 아마도 복도 너머에서 어떤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기에.

아마도 사람들의 환호성이 섞인 뭔가.

이곳에 아이돌 기획사의 라이브 회장 뒷편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마도 그 음은 무대 너머에서 일어나는 관객들의 소리일 거다. 그리고 아마 거기에 섞인 소리는.


“ 라이브, 다. 이거 ”


그렇게 말한 어느샌가 긴 복도를 전부 가로지르고 있었다.


복도 끝에는 유리문이 차가운 서리에 조금 뿌옇게 얼어 있었다.


망설임 없이 그걸 열고 밖으로 나가자.

마치 한 겨울 같은 차가운 공기와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 환호, 인기척, 그리고 음향기기의 잔잔한 노이즈가 섞여 자신에게 확 밀어닥쳤다.


문을 열어 밖으로 몸을 내 빼어 나와 보니 거기에는 아마 예상대로 라이브 회장이 있었다.


그 때 이후로 수없이도 봤던 그 광경. 비슷 비슷하면서도 때로는 전혀 달랐던 그 무대과 관객석의 모습.
자신은 무대와 관객석이 내려다 보이는 무대의 옆의 소위 관계자 통로에 나와 있었다.

수십 미터 앞에는 아마 수백, 어쩌면 수천에 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보고자 하는 거대한 무대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그것에 나는 언제나 처럼 묘한 감정을 느끼다가, 문뜩 뭔가를 눈치챘다.


“ 어, 라? ”


어느샌가 관객들의 환호성이 최대치로 올라가고 조명이 꺼져 잘 보이지 않던 무대가 갑자기 밝아진다. 거기에는 그 조명들이 끝에는 마치 빛바랜 보석처럼 빛나는 푸른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있었다. 아니 아이돌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똑-딱-. 똑-딱.

하고 시계소리가 들린다.

그 시계소리에 맞춰 한 아이돌이 마이크를 들고 살포시, 그렇지만 절대 작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공주님을 동경하기만 하는 평범한 소녀였습니다. 눈부신 성, 반짝이는 드레스, 동경하는 왕자님… 』


알고 있다.

이 어구를 나는 알고 있다.

언젠가 들은 적도 있고 비슷한 걸 자기 자신이 말한 적도 있다.


“ 카에데씨, 미호짱, 미카짱… 모두… ”


멀고도 가까운 무대, 공연한 한편에 설치 된 라이브 스크린에는 무대에 올라선 아이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말할 것도 없이 그녀의 동료'였던' 사람들이다.


미시로 프로가 자랑하는 아이돌들. 언젠가 자신이 올라서 있던 무대의 사람들.


하지만


“ 뭔가 이상해. ”


내가 알던 그녀들은 저렇게 어렸던 거였나?

마지막으로 본 그녀들의 모습은 이미 20대, 30대. 아니 몇 명은 이미 40대까지 도달 했고 아이돌로서도 아마 각자의 정점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저 무대에 서 있는 사람들 중 몇명은 이미 아이돌을 은퇴해버린 사람도 있다.

적어도 저들 중 한 사람은 몇일전 자신과 만나서 밤새 마시고 떠들며 각자의 고생담, 투정을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풀던 오랜 친구도 있을 거다.

벌써 알게 된지 십수년 된 그 친구가 저렇게 어렸던가.


아니, 어딜봐도 아직 10대의 모습…뭐, 한 사람 정도 20대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렇다.


그렇게 자신의 머리속이 다시 혼란 스러워지던 중, 어느새 무대에서는 도입문구를 끝내고 노래가 시작 되었다. 그 오랜 멜로디를. 이제는 아무도 부르지 않고, 가끔 추억에 젖어서 부르는 그 노래를 나는 정말로 간만에 생생하게 들었다.

입가에서 저절로 중얼 거리면서.


“ 부탁해. 신데렐라. 꿈을 꿈으로 끝낼 수 없어… ”


저 노래를 불렀던 건 대체 언제적 일일까. 그리고 그걸 따라 부르고 나는 겨우 지금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 아, 그 때다. ”


그 때.

구체적으로 언제라고 바로 나오진 않는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했던 그 때는 더 잊을리가 없다.

내가 아이돌 준비생에서 아이돌이 되었던 그 해, 그리고 아이돌을 그만두고 그 꿈도 접었던 그 해.

그리고 이 라이브 회장은.

그 해 초.

운 좋게 교습소에서 직접 현장을 체험해보라며 얻은 미시로 프로의 겨울 라이브 준비 아르바이트를 얻어서 나는 그 때 세이부 돔에 있었다.

그 때 일, 하루도 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이렇게 쉽사리 잊었다가 겨우 떠올리다니. 세월이라는 건 무섭고 자기 자신의 부실함에 한숨이 나올 정도다.


“ 그 날이다. 나 그 날로 돌아왔어. ”


어딜봐도 십수년 전 겨울 라이브의 당일.

이 날 조금 멀찍히 미카짱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이돌들의 반짝이는 무대와 관객들의 함성을 직접 느끼고 감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마.

이 날, 이 곳 어딘가에 린짱이나 미오짱이 있을 거다.

그리고.


“ 그리고 아마 그 사람도 ”


'그 사람'도 여기 있을 거다.

어느날 양성소에 찾아와서 나를 아이돌로 만든 그 사람.

험상 굳은 얼굴에 큰 덩치에 묵직한 어감에 묘하게 자상한 그 사람.

나와 린짱을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서 다가온 그 사람.

나와 동료들을 아이돌로 활동하게 만들어준 그 사람.

프로듀서.


“ 시마무라씨-, 어디있었습니까! 들어온 화물 체크 부탁했을 텐데요 ”


멀리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아마도 현장 스텝.

나는 방금 전까지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서 졸고 있었으니 아마도 할 일에 구멍이 생겨서 찾아다닌 걸 꺼다.

현장 스탭 아르바이트로 왔으니 그걸 해야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기 전에 다른 생각이 머리속에 자라집았다.


“ 찾아…다닌다…”


찾아 다닌다.

그렇게 생각한 걸 나는 입으로 다시 곱씹는다.

혼란스럽던 머리 속에서 그 말이 나오자, 뭔가가 싹 바뀌었다.

뭔가를 깨달은 것 처럼 조용히 여러 고민들이 사라진 것 같이.


“ …나, 찾아야해 ”


그리고 나는 걸음을 옴기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걸음. 세걸음. 네걸음 째 부터는 이미 걷는게 아니라 달리고 있었다.

천천히 시작해서 점차 속력을 올려서 평생 이만큼 전력으로 달린 적 있었을까 생각할 정도로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

라이브 회장 한 구석의 스탭들이 지나가는 길목을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 시마무라씨-!? ”


“ 죄송합니다-! 지금 절대로 해야할 일이 있어요-! ”


나를 다시금 부른 스탭을 스쳐지나가면서 그렇게 큰 소리로 대답한다.

그리고 그 큰 소리에 자신도 깜짝 놀란다.

내 목소리, 이렇게 높았던가.

마치 자신의 입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나오는 듯한 기분.

아라사가 된 이후로 매해 지날때 마다 점점 목소리가 낮아진다. 아라포를 바라볼 나이가 될 시점에서는 아마 옛날 그 목소리를 내는 건 생각보다 힘들 꺼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시절 목소리를 내보니 무척이나 어색했다.

그래, 어색할 정도로 옛날이었다.

 

“ 나, 그때. 17살인 그때로 되돌아 와 있어 ”


그렇다. 내 머리속의 사고가 그 한 마디로 지금 상황을 모두 정리해냈다.


나는 17살, 고2가 되려던 무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어떻게 어째서 그때로 되돌아온 건지, 이건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건지. 그런 건 전혀 할 수 없지만 단지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히 인지했다.

그리고 그 때는 아마.

내가 아이돌이 되었던 그 해.

나는 어느샌가 달리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 어디라기 보다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라이브 콘서트 장을, 꿈에 그리던 무대가 저 너머에서 시작 되었는데도 그걸 보지 않고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 무대 뒷편을 달리고 있다.


'누구를 찾는거야?'


라고 물으면 그야 한 사람 밖에 없다.

아마도 그때, 우리 세 사람이 말하고 있을때 그 사람도 가늘게 웃고 있었다.

그 사람도 이 날, 이 라이브 회장에 와 있다.


'그렇다면 왜 달리고 있어?'


그거야 그 사람과 만나고 싶어서다.

그 사람과 만나서 해야하는게 있어서다.

그 사람에게 해야할 말이 있어서다.

전력으로 질주 한지 한참 지나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소랑 다르게 다리에 들어간 힘이 풀리진 않는다.

아이돌 준비생인 주제에 묘하게 저질 체력인 그때 당시 나지만, 역시 10대의 젊은 몸은 다르다. 멋대로 근육이 풀리거나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뻣어버리거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체 포텐션에 놀라움 마저 느낀다.

아니, 더욱 놀라운 건 수 분째 전력 질주로 무대 뒷편을 달리고 있는데 그걸 이악물고 달리게 하는 자신의 정신이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게 있다.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이정도는 아니다. 생각할 틈 같은 거 없이 당장 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다.

그런 마음이 가슴 안 쪽에서 흘러나온다.

언제나 잠에서 깨고 일어나면 밤새 펑펑 온 눈물의 흔적과 함께 남아 있는 그 가슴의 아픔. 그 아픔이 느껴지는 자리에서 지금은 들끓는 뭔가가 나와 나를 필사적으로 만들고 있다.

미련, 집착, 후회, 두려움, 도피, 응어리, 망설임, 욕망, 염원, 기원, 바램.

그런 것들과 같으면서도 조금 다른.

자신이 살면서 버려왔던 그런 것들이 이제와서 내 마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뽐내는 듯한 그런 기분.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 찾았, 다 ”


마침내 나는 음향팀이 자리잡은 뒤쪽 계단을 내려가는 한 남자를 발견 했다.

지금와서 보면 묘하게 비싸고 수수한 슈트와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

아직 20대 후반, 정도일까, 아니면 조금 젊게 보이는 30대 초반일까.

어쩌면 그것도 넘겨서 지금 나와 같이 10대 후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세고 그러면서도 그 사이로 따뜻하고 고요한 양지와 같은 분위기는 나이에 상관없이 여전했다.


“ 프로듀서, 씨 ”


나는 무척이나 간만에 그 호칭을 입에 담는다.

프로듀서.

그 사람.

이 남자.

대체 몇년 만에 재회하는 걸까.

그리고 이 때 나에게는 이날 처음 만난, 원래라면 잠시 스치고 지나갔을 그 사람이다.


“ ……당신은… ”


프로듀서는 나를 보고 뭔가 떠오르는게 있는지 잠시 말을 멈춘다.

그 사이 나는 계단을 내려와 지친 다리를 양손으로 간신히 받치고 섰다. 한참을 전력 질주한 걸로 마비 될 것 같은 폐를 최대한 움직이도록 허억-후-하-후-하- 하며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거칠게 숨을 내쉰다.

심장소리가 쿵쾅-쿵쾅-거리다 못 해 목구멍까지 올라올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지금 나에게는 중요한게 있었다.

지금 이 말을 하지 않고서는 나는 참을수가 없었다.

우연이 찾아온 기회.

상식적으로 있어선 안 되는 상황.

하필이면 많고 많은 과거 중에서 이 날에 돌아와 있는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설사 그것들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고 단지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달렸을 거다.

나는 말하고 싶었을까.

나는 십수년간 후회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다시 기회가 찾아온다면 이번에야 말로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설사 프로듀서가 나에게 묻는 질문에 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을 지라도.

나는.

나는 다시.


“ 프로듀서…씨. …저를…아이돌로 만들어주세요…이번에야 말로…이번에야 말로…아이돌에… ”


“ …당신은…”


“ …시마무라, 우즈키. 당신이……아이돌로 만든, 아이돌이게 한 사람이에요 ”


그 두 마디를 하고 나는 전신에 힘이 쏵 빠지는 걸 느꼈다.

이 걸 말하기 위해서 달리고 달려서 드디어 말했다. 이걸 말하기 위해서 십수년을 후회하고 울고 집착해왔다.

하지만 막상 말하고 보니 이 상황에서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소리다.

아무런 설명없이 거두절미하고 아이돌이 되게 해달라니, 당신이 만든 아이돌이라니.


해버린 후에는 뒷맛없이 시원하기 까지 했지만 사고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니 좀 더 제대로 된 말이 있지 않을까 하고 다시 후회해버린다.

나란 여자는 어째서 이렇게 말을 능수능란하게 잘 정리할 수 없는 걸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온 것들에 대해서 알수 없는 허무함이 감돌아, 맥이 빠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말이 있었다.


“ 알겠습니다. ”


“ …네? ”


“ 시,마무라 우즈키씨. 제가 당신을 아이돌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


거두절미한 당황스러운 말에 응답하는 그 말은 또한 가차없는 의지를 느끼게 했다.

이 사람. 이정도로 단칼에 뭔가를 베어낼 듯한 뭔가가 있는 사람이었던 가.

새삼 수십년 만에 이 남자에 대한 평가를 다시금 바꾸게 된다.

그렇지만 그 다음 이 남자가 한 행동에는 나도 무심코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나도 평정을 유지할 수 없는 말을 해버렸지만

그에 대해서 프로듀서도 상당히 이를 악물고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나에게 양손으로 내밀고 있었던 거다.


“ 일단 명함부터 ”


예나 지금이나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


“ 후훗―♬ ”


그 모습에 나는 아이돌을 그만두고 난 이후, 정말로 간만에 뭔가 걸리는 것 없이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그래.

되돌아온 그 해의 프로듀서와 첫 만남은 그런 식으로 조금 황당하고 조금 진지하게 시작 되었다.


어째건 간에 이 한 가지는 변함 없다.


나, 시마무라 우즈키는 후회를 머금고 다시 한번 아이돌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17년이나 늦어버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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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는 다시 그리운 옛날로 되돌아간다】


“ 제 번호는 ―――――네. 그렇게 입니다. 메일 주소 교환은 어플로. 아, 있으신가요? ”

“ 네, 직업상 사용하시는 분과 자주 만나다보니 ”


먼저 명함교환. 그리고 추가로 번호와 메일주소 교환. 현대사회에 중요한 절차.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오랜만에 만난 옛 지인과 다시 번호를 주고 받는 동창회 적인 뭔가를 느낀다. 더불어 상대가 남자라는 것으로 묘한 감정도 더한다.


“ 그렇지만 양성소에 다니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진행 요원 차림을 하고 계셨기에 분명 같은 회사 분이나 협력 업체 분이라고 생각했기에 ”

“ 현장을 한 번 보는 것도 아이돌 후보생에겐 나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애매한 꿈을 쫓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알아버렸으니까요. 좀 더 구체적인 걸 보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본래는 양성소의 원장님에게 추천 받아서 한 일이다. 방금 한 말은 거짓말이지만 한편 이 일에 대해서 자기 자신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마디 더 붙인다면 아마 양성소의 원장님도 방금 내가 말한 이유와 비슷한 이유로 나에게 이 일을 권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시절 나는 단순히 눈 앞에 애매한 우상을 보고 단지 저돌적으로 달릴 뿐이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자신이 되고 싶은게 무엇인지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시절 나는 이 라이브 콘서트의 현장보조요원이라는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나. 아마도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바램이 더욱 강해지고 쫓고 있던 애매한 우상이 미호에게서 미카로 조금 바뀌었다. 좋게 말하면 한 걸음 더 나아갔고 나쁘게 말하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


“ 그렇지만 도중에 일을 땡땡이 친 건 반성해야할 일입니다. 프로듀서씨도 같이 진행담당분한테 사과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

“ 아뇨. 프로듀서로써 당신을 아이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당연히 제가 해야할 일입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는 그러한 것이기에 ”


그러한 것. 인가.

카에데씨를 비롯한 미시로 프로의 아이돌 9명. 소위 오네신 맴버들의 겨울 라이브 콘서트에 진행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나는, 자신도 모르게 대기실에서 숙면+도중에 현장 진행의 지시를 무시하고 어딘가 가버렸다. 이걸 프로듀서와 만난 직후 돌아와 고개 숙여 사과하게 되었다.

당장 그대로 돌아가라라고 들어도 아무 말 할 수 없지만 나를 따라온 프로듀서가 나와 같이 현장진행자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해준 덕택에 나는 그대로 일로 복귀하게 되었다. 물론 그 후 바쁜 일을 생각하면 바쁜 나머지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해서 용서해준거지 단지 저 사람의 아량이 넓어서 그런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몇일 이어진 아르바이트도 이 날 일이 다 정리되면 끝이기에 양쪽 다 그다지 오래 신경쓸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제대로 사과하고 일을 끊맺음 해둬야 하는 게 옳다. 여기는 아이돌의 라이브 콘서트,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일이다.


“ 프로듀서씨는 프로의식이 확실한 분이시네요. 저도 되도록 주의하겠습니다 ”

“ 아뇨, 당연한 일이니까 심려하지 마세요 ”


하지만 역시나 프로듀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아니 그때나 이 시절이나 변함이 없었다. 실제로도 시기 상 그다지 차이는 없지만.

기본적인 일이지만 이 당연한 걸 지키는 사람은 의외로 많이 없다. 업종에 따라 지키지 않으면 자리에 있을 수도 없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태반이 그런 사람 천지인 곳도 있다. 아이돌 업계라면 어떨까, 하지만 이 바지런하고 기본적인 걸 제대로 지키며 일하는 그는 아마 천성적인 면모라고 생각한다.

새삼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을 프로듀서로 가졌었다는 걸 알았다.


“ 그렇지만 …시마무라…씨도 상당히 예의 바른 분이시군요. 아직 고교생이라고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

“ 아, 예에. 그렇게 봐주시면…기뻐요. 프로듀서씨-”


아차. 그러고보니 아라포 직전인 자신과 10대 후반의 자신은 사고 방식이 생각보다 다르다. 생각 하는 주축이 다르고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방향성도 다르다. 학생과 사회인의 차이도 있고 아이돌을 동경하는가 아니면 집착하는가에 대한 차이도 있을 것이다. 개인 적으로는 경험에 따라 성장했다고도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 싫은 경험을 많이 해버려서 이 시절 순수한 나에 비해서 성격이 꼬였다는 걸 피할 수 없는 사실 일지 모른다. 모난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감정을 달아버리고 인격은 가시가 돋혀버렸다. 살아가기 위해서 성질을 내고 죽이는 걸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남아 있는 그 시절 감성을 꺼내서 소녀 다운 말과 미소를 짓는 건 필요하다. 이 시절 나는 그런 소녀니까.


“ 프로듀서씨에게 기대 받은 만큼 이 시마무라 우즈키, 17세. 열심히 하겠습니다 ”

“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다행이다. 아직 낼 수 있다. 아마도 지금 느끼는 기분은 아직 그 시절 나의 기쁨 그 자체니까 가능한 걸까.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아직 유효가 남아 있다는 사실에 안심을 느낀다.

그리고 라이브 콘서트의 종료와 그 후 뒷정리. 그게 겨우 끝나고 겨우 다시 얼굴을 마주해서 연락처와 서로에 대한 애기를 잠시 나눈 우리는 다시금 각자의 일로 돌아갔다. 그 후 그대로 돌아가서 내일부터 필요한 것들을 논하기 위해 다시 만나고 계속 연락 하기로 서로 애기해서 정했다. 랄까, 일단 그 사람 쪽이 필요한 절차를 생각해서 만날 방식을 정하고 내가 거기에 조금 의견을 더하는 정도였지만.


“ 다시 아이돌이 될 수 있는거야, 우즈키. ”


필요한 작업이 끝나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 아르바이트가 귀가 하게 되어 밤 공기를 느끼며 귀하는 도중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겨우 자신의 행운을 자각한다.


“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꺼야.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을꺼야. 이번에는 좌절 하지 않을 꺼야 ”


자기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짐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자각한다. 나는 이 길을 걷가 실패햇고 포기했고 좌절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시간이 흘러서 자신을 좀 더 잘 볼 수 있게 된 후로 조금이나마 겨우 자각 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같은 소릴 들어도 그만두지 않을 꺼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실제로 하지 않으면 맹세한 의미가 없고 직접 하면서 실제로 부딛쳐보면 또 뭔가 다르다는 걸 자각하고 흔들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서 십수년 이후 나에게는 자기가 살던 집이 있다만 지금 나는 아직 학생이고 친가에 얹혀 살고 있다.

여러가지 일들에 머리 속이 한 가득 하면서 귀갓길을 걷고 있다보니 어느샌가 자신의 집이 있는 근처 역 앞까지 와버렸다는 걸 눈치챘다.


“ 아, 여기가 아니지. ”


이 앞에 있는 작은 맨션 아파트의 12층은 이 시절에는 자신의 집이 아니다. 그 맨션의 공용 주차장의 오른쪽 1,2 줄을 아무리 뒤져도 자신의 차는 존재하지 않는 다. 그 보다 이 시점에서 아직 이 맨션 아파트는 건축 중이라서 물건이 시장에 나올려면 2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이다.


“ …그래, 간만에 돌아가자. ”


집에 돌아가는 건 조금 수고가 들긴 하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친가가 있는 곳을 잊거나 하진 않는다.

미츠코시마에 역 앞의 하얀 벽돌 쪽으로 나아가서 차선이 나뉘는 곳에서 중간쪽을 골라 그 안 쪽을 쭉 따라 올라가서 15분.

2층 붉은 벽돌 사이에 흰 대리석이 조금 들어간 주택에 도착했다.


“ ……여기 이 시절은 이렇게 생겼었구나. ”


이제는 낯익다랄까, 그립다랄까 그런 것 까지 넘겨 한 바퀴 돌아 오히려 낯선 집 주변 풍경을 보고 조금 묘한 감성에 젖는다.

그리고 무심코 현관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다가, 뭔가 눈치채고 잠깐 움찔. 혹시나 하고 가지고 온 핸드백을 뒤져보니 그 안에 살짝 달은 열쇠가 있었다.

당연하지만 이 시절 나는 현관 열쇠를 제대로 가지고 다녔구나.

새로 집을 산 후에는 살짝 두꺼운 카드키를 쭈욱 사용했기에 제대로 쇠붙이로 된 열쇠를 가지고 다닌다는 감각에 꽤나 정취를 느꼈다. 새로운 것이 들어서면 예전에 당연한 것들이 그렇지 않게 된다. 시골이라던가 아니라 도심가에서 그런 걸 느낄 줄은 생각치도 못 했다.


“ 그렇다면 아마, 집에는…있는 거구나 ”


그리고 그 감각의 연장선으로 지금 자신이 열쇠로 현관을 열고 친가에 들어갔을 때 일어날 일을 생각해본다. 그걸 생각하니 쉽사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조금 몸이 굳어버린다.

하지만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아서 금방 그 상태에서 벗어나, 힘껏 현관에 열쇠를 꼿고 문을 연다.

철컥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 꽃이 가지런히 피어 있는 아담한 마당을 지나서 주택으로 들어간다.


“ 우즈키짱, 어서오렴 ”

“ 어머, 돌아왔니. 오늘 라이브에서 일한 건 어땠어? 조금은 꿈에 가까워졌을까? ”


내 감각으로 아마.

8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그리고 1년 전부터 병원에 쭉 입원해 있었던 어머니가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셨다.

할머니는 노환에 의한 합병증. 아마도 젊었을 적에 고생한 여파가 돌아와서 몸이 많이 상한 상태로 어떻게든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 입원하는 것이 싫어서 통원생활을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쓰러지셔서 그대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1년 반 전에 암이 발견 되어서 수술을 한번 거쳤지만 그래도 남아서 항암 치료를 해도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모를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무리해서라도 어머니를 설득해, 항암치료를 받게 해서 반 투병생활 하듯 병원에 쭈욱 입원 중이었다. 두 달전, 상태가 심해져서 담당의가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들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친가에 돌아가면 두 분다 멀쩡히 살아계신다. 그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겨주신다.

나는 어느날 갑자기 이 시절로 돌아와버린 이 상황에 조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건강한 어머니와 할머니와 다시 재회한 지금 나는 이 기적에 단지 감사하게 되었다. 두분과 다시 만나서 나는 정말로 기뻤다.


“ 다녀왔습니다. 엄마. 할머니. ”


기운 차게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정말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다. 1시간 후에 무척 젊은 아버지의 귀가를 맞이하여 거이 울다 싶이 했지만 그건 일단 접어두자. 조금 창피하기 까지 하니까.

하여간 가족의 평온한 시간으로 나는 나에게 놓인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친근 했던 그 사람들 후회했던 그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 적어도 그 사실에 감사하며 나는 다시금 내가 17세가 되던 이 해를 다시 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도록.

나는 아이돌이 된다.

“ 시마무라씨. 선약이 없다면 내일 미시로 프로의 본사에 오실 수 있겠습니까? ”


그 날, 프로듀서가 만나 다시금 아이돌이 되었다. 라는 것도 단순한 얘기는 아니고 단지 명함만 받고 아이돌이 될 수는 없는 거다.

아이돌로서의 계약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서 일단 적당한 카페에서 만나서 서로 가지고 온 서류들을 전부 꼼꼼히 체크하고 미시로 프로 소속 아이돌로 입사하기 위한 서류를 작성한다.

거기에 그것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허락과 학교의 허락도 필요하기에 먼저 집에 프로듀서가 찾아와 부모님과 상담. 그 다음 프로듀서와 부모님과 학교에 찾아가서 상담. 그리고 이걸 1회씩 더 반복해서 겨우 밑작업이 끝난다.

여기에 다른 미시로 프로의 사람들과 만나서 몇 가지 확인과 일단 절차상의 대면 오디션(이라고쓰고 면접)을 보고 그걸 통과해서 일단 임시로 입사 허락이 떨어진다. 정식 계약이 체결 될려면 이런저런 조사저 절차가 필요해서 좀더 걸리지만 일단 여기까지 몇 일 걸리지 않은 걸 보면 역시 프로듀서는 꽤나 유능한 사람이다.

물론 나는 원래 아이돌 양성소에 다니고 있었고 그건 부모님과 학교의 허락을 이미 받아 놓은 거라서 정식으로 아이돌이 되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그 덕분에 좀더 시간과 수고가 줄지 않았을까 한다. 한편 나도 놀고만 있는 건 아니고 양성소를 그만두로 미시로 프로로 들어가기 위해서 이것 저것 해야할 건 있었다.

그런게 끝나고 겨우 정리가 되서 프로듀서는 드디어 나를 미시로 프로의 본사에 부른 것이다.

가물 가물하지만 당시에는 아마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한 거였을 거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더니


“ 아뇨, 프로필 사진은 좀 더 이후에 찍도록 합시다. 먼저 회사 내부에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익숙해진 후에 바깥 영업을 위해서 준비하는 쪽이 오른 수순이겠죠. 서둘러서 마냥 좋은 건 없는 법입니다. ”


그런 답변이 돌아왔다. 단지 나 혼자 프로필 사진을 찍자고 기재와 스튜디어를 준비하는 것도 돈이 드니 어딘가 촬영이 있을때 껴서 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제대로 된 이유다.

하지만 이 답변을 뒤집자면, 예전에 첫 방문 하면서, 신데렐라 프로젝의 전원이 처음 모이고, 그 기새로 프로필 사진을 찍는 그 과정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빡센 스케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당시 프로듀서는 상당히 시간에 쫓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후에 일어난 참사도 나름 원인이 보인 건지도 모른다.

하여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십수년 만에 미시로 프로의 본사 건물에 찾아왔다.

이 시간대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미시로 프로 본사 건물은 한번 큰 화재가 일어나서 건물이 통째로 타버렸다. 그 후 새롭게 본사 건물을 짓게 되었고 한번 탄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고집할 이유도 따로 없기에 새로 지어진 미시로 프로의 본사 건물은 예전과 꽤나 달라졌다.

그러니까 묘하게 성인가 교회인가 햇갈리는 디자인이의 미시로 프로 본사에 간만에 찾아오니, 나는 여러모로 감회가 새로웠다.

본사 건물 1층 현관 로비. 무도회장 처럼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뻗어 있고 그 위로 커대란 시계가 붙어 있다.

신데렐라의 성. 아름다운 성이라는 의미인 미시로(美城)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 재투성이인 채로…인가”


언젠가 마지막으로 이 미시로 프로 본사에 왔을때 우연히 스쳐지나간 그 여자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저 계단을 오를 자격이 없다. 그녀는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떨까. 아직 나는 빛날 수 없는 걸까.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여자. 그때 그런 말을 한 건 그야말로 마지막 자비가 아니였을까. ”


정말로 잘라 버릴려면 그대로 치우면 된다. 굳이 시간을 들이고 그렇게 한마디 더 하는 건 마냥 차가운 사람이 할 행동은 아니다. 적어도 동정심은 가졌을지도 모른다.

십수년, 이미 그런 동정심을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싫증내거나, 피하거나, 화를 내는 것도 지쳤다.

차라리 받아들이는 쪽이 편할 거다.

그렇다면 미시로 상무(예정). 나는 오기로라도 그 계단을 올라가 보일 거야, 라고 말해보이자.

기껏 기적 처럼. 알 수 없는 이유라도 다시 아이돌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더 이상 놓고 싶지 않다.

자신이 빛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 나는 절대로 빛나보이겠어요. 그러니까… ”


문뜩 간만에 그 시절의 기분을 떠올리면서 나는 입구에서 받은 게스트 패스를 목에 걸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가 부른 곳은 29층도 아니고 좀 더 아래층이다. 아직 그 부서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니 어쩔수 없다.

그보다 카운터에서 전화로 프로듀서에게 들은 그 층의 그 장소는 나도 이전에 자주 가본적 있는 장소다. 346프로의 아이돌이라면 절대로 한번씩은 거처갈 수 밖에 없는 귀문.

레슨 룸이 모인 곳이다.

그리고 거기에 가는 이유는 또한 하나 밖에 없다. 연초 겨울이 한창인 이 시절에 갑자기 아이돌로 발탁 되어 들어오게 된 나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당연히 레슨이었다.

아이돌의 하루는 레슨에서 시작해서 레슨으로 끝난다. 나는 정말 간만에 그런 생활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제와서는 정말 그립기 까지 한 그 미시로 프로 레슨 2,3실에서 나는 두번째 아이돌 인생의 스타트를 끊는다.

“ 시마무라? ”

“ 네. 준비 됐습니다. ”

“ 그럼 지금까지 보여준 걸 순서대로 그대로 해보도록”


CD플레이어에서 바이올린과 드럼이 중심으로 된 중간 템포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거기에 맞춰서 방금 까지 베테랑 트레이너씨가 보여준 안무를 그대로 따라한다.


『첫눈에 반한 후부터 시작 된 매일이 꿈만 같아요 좀 더 좀 더 함께 있고 싶어-♬』


처음 팔 들어올려 새끼손가락만 치켜든 상태에서 리듬에 맞춰서 양팔 다리를 흔들고, 그 다음은 허리, 그 다음은 원투 스탭.

화려한 조합을 두고 단조롭게 진행 되는 곡에 어울리도록 안무도 수수하지만 생각보다 제자리 걸음이나 허리 혹은 몸 전체를 흔드는 게 많은 안무다.


『운명의 만남 같은 건 딱히 믿지 않았는데, 랄까. 신님 미안해요-♪』


이 곡과 안무의 무서운 점이라면 한번 리듬을 타면 그 다음부터 미스 없이 전부 이어지지 않으면 그대로 안무가 엇나가 버린다는 거다. 난이도가 높은 곡이지만 그만큼 잘 만든 안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 곡 자체가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춤추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연습때도 운동화라고 할지라도 발목을 들고 살짝 몸을 띄워서 추기에 무게 중심이 불안정하게 된다.


『눈꺼풀의 안쪽까지 당신 뿐, 그정도로 좋아해도 돼죠? 네에, 당신-♬』


왼쪽 투 스탭, 오른쪽 투 스탭, 중앙 스탭 하고 앞으로 한 스탭 나가서, 팔을 벌리고 다시모아 뒤로 한 스탭. 그 다음 제자리에서 투 스탭. 여기에 얼굴을 손으로 감추며 한 스탭 더. 그 다음 좌우 한 스탭씩 한 후에 반바퀴 돌고, 반박자에 다시 완전히 돈다.

여기서 다시 반에 반박자 쉬고 다시 한 걸음 나간-


“ 읏. ”


역시 엇나가버렸다.

차라리 연습부터 구두를 신고 무게 중심을 기억해나가면 좋을테지만 그랬다가는 구두가 몇 켤레라도 부족할테니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알아서 해야한다.

그보다 다시 안무의 리듬으로 돌아오자. 다음 자리에서 발을 두번 앞으로 차는 동작을 한번 크게 차는 걸로 줄이고 논 타임으로 본래 틈으로 돌아왔다.


“ ……. ”


연습 하면서 실수를 적당히 흘려 넘겼지만 본 무대를 보는 관객이라면 모를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트레이너씨한테는 먹히지 않는다. 벌써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엄청 날카로워져 있다.

그 시선을 따갑게 맞으며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2분 30초 분량 안무를 겨우 겨우 끝냈다.


“ 저기, 어떻습니까? ”

“ ………시마무라라고 했나? ”

“ 네, 이번에 미시로 프로 아이돌부분에 들어온 시마무라 우즈키 입니다 ”


살짝 긴장해서 나도 모르게 회사원 같은 어투로 대답해버렸다.

17세의 나는 아마 이렇지 않았을 터. 자기도 모르게 푹신 푹신함 같은 걸 담는 아이였을 거다. 나란 아이는. 하지만 지금 내가 그런 게 가능할리 없으니 적당히 모든 행동에 원쿠션 두기로 하자.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건 매력이기도 하지만 어색하기만 할뿐이다.


“ 정말로 양성소에서 배운게 맞나? 쓸데 없는 버릇이 들어 있는 것 같은데 ”

“ 아……에헤헤…조, 조금 그런 면이 있어요. 체력에는 조금 자신이 없어서, 저기 죄송합니다. ”


체력이 없는 건 사실이다. 양성소 시절, 양성소가 문을 여는 시간부터 닿는 시간까지 있는 힘껏 스탭을 연습해왔었는데 그다지 실력이 늘지 않는 건 아무래도 체력 자체를 기를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사람의 몸이라는 건 똑같은 일을 무한정 반복한다고 빠르게 최적화를 이루거나 하지 못 한다. 외부의 전제조건을 하나씩 조율 해나가면서 몸에 맞춘다. 그 쪽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 하지만 아침에 계단 오르내리기 하는 시간을 좀 더 늘렸으니까, 금방 필요한 만큼 만들어 낼께요.…… 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


비유하자면, 발에 직접 가죽을 대고 눈 앞에서 구두를 제작 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즈를 꼼꼼히 재고 사이즈에 딱 맞게 재료를 짜집기 하는 것에 가깝다.

옛날부터 요령없다는 소릴 많이 들었고 특히 미호에게 그런 소릴 귀가 따갑도록 들어봤다. 요컨데 나는 요령없는 아이였던 거다. 요령이 있었다면 매번 열심히 하겠다는 소린 하지 않는다.


“ 흐음. 마음에 안 드는 군. 처음부터 다시 잡아주지 한 동안 마음 편히 퇴근할 생각 하지마라 ”

“ 에에- 정말인가요- ”


쓴 웃음을 지으며 스스로 한심한 소리를 낸다. 예전에 나라면 단순히 눈 앞의 벽을 하나 하나 넘는 게 장난이 아니라서 정말 곤란했다면 지금의 나는 회사에서 상사가 뭔가를 던지면 거기에 리액션을 취하는 소위 직장인의 버릇 같은 거다.

이럴 땐 스스로도 참 재미없는 여자가 됐구나, 자각 해버린다. 감정의 굴곡과 마음이 마모 되서 어디에 가던 둥굴게 문제없이 굴러다닐 수 있게 되버린 거다. 하지만 평범한 사회라면 모를까, 아이돌의 세계에서 평평한 곳은 없다. 누구나가 험난한 산지를 올라야한다.


“ 생각보다 잘 따라와서 안 하려고 했지만. 기초 댄스 훈련 100회다. 끝나면 5분 휴식 후 다시 100회. 200회. 알았나? ”

“ 네, 넷!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하겠습니다 ”


베테랑 트레이너가 언니에게 빌려왔을 죽도로 바닥을 툭툭 치는 걸 신호 삼아 기합을 넣고 대답한다. 첫날 댄스 레슨으로는 상당히 과한 느낌 일까. 하지만 버릇을 고치려면 그 정도 수고는 필요하다.

그리고 힘든 레슨이라도 체력 배분만 잘 한다면 그다지 문제 없다. 신데렐라 걸즈에서도 유독 체력이 부족 했던 건 란코와 미나미씨였지만 미나미는씨는 수영이라던가를 하면서 그런 체력 배분을 하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고 그걸 란코가 보고 배운 후에는 지치는 일이 없었다.

반대로 나와 치에리 같은 경우에는 그 둘 보다는 체력이 좀 더 붙어도 그 해 내가 아이돌 활동을 접을때 까지 그런 체력 배분을 하는 요령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단체 곡 레슨때 금방 지치고 배우는 것도 느렸다.

지금이라면 안다. 나는 아마 그때 아이돌로 남았다면 평생 자신이 요령 없다는 걸 자각 못 했을 거다. 그리고 린도 미오도 이런 걸 처음부터 알아서 해내고 있었다. 미오는 타고난 체질과 감각으로, 린은 스스로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모이는 성격이니 태생적으로.


“ 어이, 거기서 동작 틀렸다. 팔을 좀더 크게 뻣지 못할까. 다시 200회 ”

“ 넷-! 열심히하겠습니다 ”


나와 치에리에게 다른 사람이 가르쳐주지 않았을리도 없다. 그보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열에 스물은 그런 걸 의식하며 하고 있고 아니라도 그 두배 정도는 무자각적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내가 그걸 눈치챈 건 내가 은퇴하고 난 후 우연히 치에리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다.

철인 3종 경기 선수를 따라잡으면서, 치에리는 어느샌가 자신의 체력을 계산하면서 그걸 하고 있었다. 같이 나오던 사치코짱은 하지 않으면 몸이 못 버티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경험상 페이스를 배분 하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한 거다. 또한 카나코는 평범하게 그런 배분 없이 자기 체력을 키워서 커버해버릴 수 있기에 그런 걸 할 필요도 없었다.


“ 시마무라-. 기본을 다지는 레슨에서 요령을 피우지마라 ”

“ 넷, 명심하겠…열심히하겠습니다 ”


그 후로는 정말로 생각 하지 않고 하염 없이 나쁜 버릇이 드는 동작의 연습을 한다. 이럴 땐 깊이 생각하지 말고 하염없이 몸에 그 동작을 익혀 넣는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그걸 계속해서 반복 하다보니 그날 하루는 그대로 끝나버렸다.


“ 수고하셨습니다. 시마무라씨 ”

“ 프로듀서씨도, 고생하셨습니다. 베테랑 트레이너씨도 고생하셨습니다.”

“ 응, 고생했다. ”


레슨을 마치고 돌아갈때 쯤 프로듀서가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이 시점에서 그는 아직 신데렐라 걸즈 프로젝트를 아직 기획하지도 않은 건지 모른다. 아직 연초에 미시로 프로 아이돌 부문의 대형 이벤트인 겨울 라이브를 겨우 끝낸 시점이니까.

나를 아이돌로 받아들인건 좋지만 그 후 아무 대책도 없이 일단 레슨 실에 집어넣은 걸 보면 아마도 그렇다. 처음에는 먼저 미시로 프로의 아이돌이 어떤 것을 할지 어떻게 활동해나갈지 얘기를 하거나 의논하는 것부터 일텐데 그건 건너뛰고 있다. 그의 입장에서도 내 방침을 정하는 건 조금 걸리는 거겠지.


“ 어떻습니까, 그녀는 ”

“ 양성소 출신이라고 조금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일려나. 잔 버릇이 많아서 교정하려면 애좀 먹을 거다. 하지만 그것만 넘기면 문제 없다 ”

“ …흐음. '문제 없는' 겁니까 ”

“ 그래. '문제 없고' '터치할 부분도 없어' ”


단점, 장점, 단점.

예를 들어서 이런 대화도 대놓고 신인 앞에서 할게 아니다. 신인에게 자기 한계를 객관적으로 눈앞에 들이대고, 그 다음 아이돌로서 해야할 기획을 던져줘버리면 자신감 부족으로 금방 무너진다. 만약 여기 내가 아니라 미오가 있었다면 그녀는 무너졌을 거다. 반대로 린의 경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적정선을 못 잡게 된다.

이런 부분은 조절 하기 꽤 힘들다. 이걸 하고 있는 것부터가 좋은 부서라는게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 그럼 프로듀서씨, 딱히 다른 일이 없다면 오늘은 퇴…돌아가 보겠습니다 ”

“ 아, 시마무라씨. 차로 바래다 드리죠 ”

“ 아뇨, 괜찮습니다. 여기서부터 런닝 삼아서 까지 뛸 생각이니까요 ”


첫날이니까, 이런 기특한 부분을 보여줘도 좋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는 2인3각의 파트너. 파트너가 바지런 하다면 다른 한쪽에도 자신감이 붙는다. 라는 이유를 붙었지만 실은 하루 종일 똑같은 동작만 잔뜩 반복해서 조금 짜증나기에 달리고 싶은 것 뿐이다.


“ 그럼 시마무라 우즈키, 내일도 열심히하겠습니다! ”

“ 조심해서 돌아가주세요. ”

◆ Side:P

“ 그래서 시마무라씨는 어땠습니까? ”


시마무라 우즈키가 돌아간 후, 미시로 프로 아이돌 부문에 소속 된 프로듀서는 오늘 그의 담당 아이돌이 될 그녀의 레슨을 담당한 베테랑 트레이너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다. 자신의 아이돌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를 아는 건 담당 프로듀서로 필수니까.

그리고 베테랑 트레이너는 프로듀서에게 조금 예상치 못한 대답을 돌려준다.


“ 어쩌고 저쩌고 타케우치씨도 꽤나 위험한 걸 주워왔네요 ”

“ 위험? ”


프로듀서는 예상치 못한 단어가 베테랑 트레이너의 입에 나온 걸 듣고 눈을 조금 치켜뜨고 그녀에게 되묻는다.


“ 혹시 지하 아이돌 출신이라던가 그런 쪽입니까? ”

“ 아뇨 그럴리는 없습니다. ”


베테랑 트레이너가 조금 어째서 확답하는지 무언으로 요구하자, 프로듀서는 잠깐 버티다가 한숨을 쉬면서 이유를 말해주었다.


“ 시마무라씨는 프로필 상으로는 시나가와 여학원에 재학 중입니다만 이런 명문고라면 아마 불가능하겠죠. 그나마 아이돌 활동을 하도록 허락 해준 것도 음악 쪽에서 강호교인 면이 있으니까. 라고 생각합니다만. ”

“ 요컨데 카톨릭계 아가씨 학교? ”

“ 교풍은 평범한 학교 같습니다만 ”


하지만 그 대답을 듣고 베테랑 트레이너의 얼굴을 썩 밝아지지 않는다. 아마도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니었던 것 같다.


“ 그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

“ 타케우치씨. 아마 아가씨 학교나 명문고라면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라던지 꽤나 성실히 해야하는 거겠죠? ”

“ 네. 아마도 그렇겠죠. 아마도 가정형편도 포함되겠지만요. ”

“ 딱히 부자 라던가는 아닌 것 같지만? 그런 명문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를 병행하면서 죽도록 아이돌의 안무를 연습했다면 대체 얼마나 노력해야하는 걸까요. ”

“ ……. ”


프로듀서가 자신의 말을 그다지 이해하지 못하자, 베테랑 트레이너는 좀 더 자세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참고로 해달라고.

시마무라 우즈키는 딱 보건데 그다지 아이돌을 할만한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는 아니다. 그건 한눈에 알았다.

아직 확신하진 못하지만 그녀의 정서는 왠만한 사회에 찌든 어른 같이 건조하다. 하지만 간간히 보이는 표정이나 웃음에는 사람을 끌어당길만한 매력 같은 흔적이 소소히 보인다.

체질과 신체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못 하고 쓸만한 물건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렇지만 몸에 베어든 댄서로서의 자기만의 기량과 버릇은 무진장 고집스럽게 박혀 있다.


“ 정리하자면 그녀는 한 동안 아이돌과 비슷한 것을 필사적으로 했었고 한 동안 그걸 관둔겁니다. 그래서 기량과 몸이 따로 노는 거겠죠. 성격이 묘하게 드라이한 것도 사람들과 많이 부딛쳐서 달아진 거고, 그 전에는 귀여움이나 미소 같은 걸 주력으로 삼는 거죠 ”

“ 그러니 지하아이돌, 이군요. 그 조건에 전부 부합하니까요 ”

“ 마침 우리 부서 쪽에도 그 쪽 출신이 한명 있으니 아마 딱 그렇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정말로 17세에 명문교 출신이라면 아마도 아니겠죠. 아역배우라던가, 연극을 지망했다던가… ”

“ 아직 만16세 입니다. 시마무라씨는. ”

“ 그, 그렇습니까? 올해로 고교 졸업이라던가, 나이를 속이고 몰래, 라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


프로듀서는 베테랑 트레이너의 얘기를 듣고 조금 머리가 복잡해졌다. 담당 아이돌에 대해서 최대한 빠르고 자세하게 알아두는 건 좋은 일이지만 나중에 어떤 아이돌로 방향을 잡을지 여러모로 곤란하게 된다.

하지만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소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 하지만 에브리데이드림의 안무에 대해서는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저렇게 될려면 아마 이 안무를 수천번 반복해서 췄던 거겠죠 ”

“ 네? ”

“ 시마무라는 딱보기에도 재능도 요령도 그다지 없어 보였습니다만, 구체적인 곡이 나오자 그걸 외우는 낌새도 없이 그대로 해보였습니다. 듣기로는 765프로의 호시이 미키라면 한번 본 댄스를 그 자리에서 그대로 출 수 있는 천재라고 합니다만, 시마무라의 그건 그런게 아니겠죠 ”

“ 양성소에서? ”

“ 양성소에서 했다면 누군가 버릇에 대해서 지적을 했겠죠. 저건 오로지 혼자서 계속해서 연습한 겁니다. 그것도 꽤나 전에 ”


미시로 프로의 아이돌 사쿠마 마유는 데뷔 한지 아직 1년 정도다. 에브리데이드림이라는 개인곡을 들고 나온 건 겨우 반년.

그 곡이 나온 후 얼마 안 되어서 시마무라 우즈키는 그녀의 곡을 요 반년간 끝없이 연습했다고 했다는 걸까.


“ 즉, 아오키(트레이너의 성씨)씨는 시마무라씨가 무척 노력가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군요 ”

“ 광집(狂執)이라고 덧붙여도 좋다면요. 아마 에브리데이드림 하나 뿐이 아닐 겁니다. 이 곡은 오늘 우연히 눈에 띄여서 제가 들고 온거니까요. 우연히 들고 온 연습곡이 신인 아이돌이 무한정 파고 들고 있을 가능성은 조금 낮겠죠 ”

“ ………. ”


방금 전까지 시마무라 우즈키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감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1분도 안 되서 그 생각을 다시금 고치게 될 것 같았다. 하고 그는 속으로 조금 한숨을 내쉬었다.


“ 혹시 시마무라 앞에서 아이돌에 대한 걸 거론 할때는 주의해주세요. 다른게 아니라 사쿠마에게서 "프로듀서" 같은 걸 수도 있으니까요 ”

“ ……조언 감사합니다, 되도록 주의해보겠습니다. ”


그건 그의 동기와 그 동기의 담당아이돌에 대한 걸 잘 아는 그 이기에 누구보다도 무시할 수 없는 조언이었다.

아마도 그는 꽤나 위험한 걸 아이돌로 주워와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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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 LCTP님이 번역하시는 시마무라 우즈키, 역행 합니다의 3차 창작 같은 것입니다만 보지 않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좋은 작품이었습니다만 다 읽고 나서 아쉬운 부분이나 제가 생각하던 전개방향이 아니라서, 이것 저것 찾아보다가 결국 자가생산 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자기만족용 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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