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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히로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P 「네?」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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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8, 2017 13:58에 작성됨.

[카스가의 말]

 

치히로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P 「네?」 시리즈입니다.

꽤나 오래 전에 쓴 글이기에 다시 읽어보시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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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프로듀서 씨, 너무해요~~」

P 「으어어!!」

 

조용히 승강장 벽쪽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있던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내 왼쪽 팔목을 꽉 붙잡으면서 큰소리를 내자, 깜짝놀란 나는 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승강장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버린건 덤이다.

 

P 「누, 누구세요?!」

여학생 「그렇게까지 몰라보시면 오히려 놀라는건 저라구요?!」

 

그리고 그 여학생은 서둘러서 교복 겉옷의 주머니에서 리본 두 개를 꺼내 자기의 머리 양쪽에 예쁘게 달았다.

 

음......

이 모습은 어디서 본 거 같긴한데......

 

P 「어디서 본 거 같긴 한데요......」

여학생 「역시 저는 무개성인건가요오......」추우욱

P 「아니, 저기, 그렇게 말씀하셔도......」

타카네 「아마미 하루카. 여긴 여러 사람들이 보고 계시므로 다른 곳으로 가시지요.」불쑥

P 「커어읍!!」

 

또다시 갑작스럽게 옆에서 튀어나온 사람 때문에 형편없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타카네 「귀하, 일단 놀라게 해드린건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일단 여기서 벗어나는게 좋을 것 같군요.」

하루카 「타카네 씨의 얘기가 맞는거 같아요.」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를 구심점 삼아 커다란 원이 되어 둘러싼 인파가 보였다.

아무래도 퇴근 및 하교 시간이다보니 회사원이나 학생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여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때, 내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내 눈앞에 있는 아이들은 아이돌마스터의 캐릭터들이다.

근데 나를 알고 있으며, 상당히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오늘 센카와 치히로 씨와 사쿠마 마유 양과의 만남이 있었다.

둘 다 내가 살고 있는 조그마한 집으로 오려고 했다.

그리고 거절했지......

 

그럼 여기있는 하루카와 타카네, 이 둘은......?

 

P 「안돼! 내 집은 내가 지킨드아아아아아아아!!!!!!!!」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승강장을 벗어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절대로 안된다.

우리집에 여성을 들여선 안된다.

원룸이니까! 나는 여성을 배려해야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렘이니까 좋지 않냐고?

무슨 소리입니까?! 그녀들에게 삐뚤어진 남성성에 찌든 제 모습을 보여줄리가 없잖습니까아!!

퀴퀴한 내 방은 절대로 보여줄 수 없어!!!

 

그리고 집에서 편하게 있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아니아니,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어쨌든 달리자!!

 

하루카 「앗! 프로듀서 씨이~!!」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무시하고 인파를 뚫고 오로지 전진할 뿐이다.

 

그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단 집에 가서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지 않으면 머리가 터질것 같다.

하지만 달리기 시작할때 슬쩍 본 시죠 양의 표정이 뭔가 묘한 미소였다는게 왠지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데......



서둘러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나와, 좀 더 계단을 올라가서 드디어 지하철역을 나가 바깥공기를 쐬게된다.

분명 추운 겨울날씨라 매우 차가운 공기일텐데도 상쾌하게 느껴지는건 분명 기분탓이겠지.

 

개찰구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출구가 여러개이기에 여기서부터는 굳이 뛰어갈 필요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P 「후우... 왠지 지치는 하루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집에 가는 길에 맥주나 사가자.」

 

약간은 붐비는 시내를 걷다가, 이내 원룸이나 빌라들이 가득찬 동네로 들어섰다.

해가 벌써 넘어가서 주황색 보안등만이 드문드문 켜지는 골목길.

 

혼자서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서 숨을 정돈하니, 머릿속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든다.

 

음.

생각해보니 아까 지하철역에서 마주친 아이들에게는 조금 못 된 행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점원 「어서오세요.」

P 「수고하십니다.」

 

편의점으로 들어가 점원에게 수고인사를 전한 뒤, 오늘 집에서 마실 맥주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뭘로 정할지 탐색해본다.

 

P 「간만에 수입맥주 마실까......」

 

원체 술을 잘 안 마시기도 하지만, 수입맥주는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만 원에 4캔이라는 할인 행사를 하긴 하지만, 4캔이나 사서 마실리도 없으니.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역시 국산 맥주를 골라야하나.

 

치히로 「저도 같이 마실거니까, 만 원에 4캔인 수입맥주 쪽이 훨씬 가격대비 이득일거 같은데요?」

P 「그런가요? 하긴, 두 명이 마시는거면 4캔도 괜찮지-」

 

이변을 깨닫고, 목소리가 들려온 뒤쪽을 바라보자 방글방글 웃고있는 치히로 씨가 서있었다.

 

P 「어... 어떻게......」

 

내 목소리가 이렇게도 떨릴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깨달았다.

어쨌든 중요한건 내 앞의 이 여성이 어떻게 날 쫓아올 수 있었냐는 건데......

 

치히로 「일단 이 편의점에선 맥주만 사는걸로... 아, 저는 여기 아사히 맥주가 좋더라구요.」

 

나의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냉장고에서 아사히 맥주 네 캔을 꺼낸 뒤, 계산대에 갔다.

 

곧 점원이 바코드를 찍었고, 만 원이라는 금액이 계산대 모니터에 표시되었다.

 

치히로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제가 사도록 할게요?」 후후

 

그녀는 무엇이 좋은 것인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물론 나는 그저 그녀의 페이스에 휘둘린 나머지, 조용히 그녀를 따라 편의점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치히로 「흥흐흥~♪」

 

맥주캔이 들어있는 비닐봉투를 들고서는 신나는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치히로 씨.

 

P 「뭐가 그렇게 기분 좋으세요?」

치히로 「네? 당연하잖아요. P 씨랑 이렇게 단 둘이 걷고 있잖아요~」

 

순간 내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렇게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회사에 그냥 내팽겨치고 달려나온 것.

 

아무리 내 입장이 난처했더라도, 그냥 그렇게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다.

잘 생각해보면 그녀들이 의지할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그래.

나는-

 

P 「미안해요, 치히로 씨.」

치히로 「네?」

 

그녀는 얼굴에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P 「회사에서 도망쳐 나온거 말이에요. 그러면 안 되는건데-」

치히로 「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요. 애초에 저희들이 너무 P 씨한테 들이댄 것두 있고......」

P 「그래도 정말로 죄송합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였다.

 

P 「죄송합니다.」

치히로 「어, 어머...... 부디 고개를 들어주세요. 저희는 정말로 괜찮으니깐요.」

P 「그, 그래도......」

치히로 「제가 회사에서 P 씨의 상사한테 화를 냈었던거, 기억하세요?」

P 「... 기억합니다.」

치히로 「제가 그렇게 화를 냈었던 이유...... 그건 P 씨가 저희에게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P 「......」

치히로 「이 세계에서는 당신만이 저희들을 이해해줄 수 있어요. 당신만이 저희들을 포용해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들을 사랑해주세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치히로 씨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그 목소리에는 무거운, 그렇지만 온화한 그 무언가의 감정이 담겨져있었다.

 

다시 한번 나의 경솔한 행동을 자책해본다.

그녀들이 나온 이 현실세계는, 그녀들에게는 얼마나 낯선 곳일까.

그리고 자신들이 한낱 게임 속 캐릭터라는 사실과 함께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세계의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녀들의 불안감을 다독여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불안감을 부추긴 행동들을 오늘 한 것이다.

 

P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 폰에서 나왔다고 하는 그녀들.

그리고 나만 바라보았다고 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나는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하는지 깨달았다.

 

그렇게 계속 허리를 숙이고 있던 내 몸에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치히로 「저희를 이해해주신다면-」

마유 「저희도 당신을 이해해줄게요.」

하루카 「저희를 사랑해주신다면-」

타카네 「저희도 귀하만을 바라보겠습니다.」

 

그녀들은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치히로 「그러니까 이제부터 잘 해주셔야해요?」

P 「... 알겠습니다. 여러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 타카네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타카네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마유 「우후훗~ P 씨는 항상 옳은 사람이라구요?」

하루카 「근데... 프로듀서 씨?」

P 「네?」

 

나의 말에 조금 어색한 듯이 웃는 아마미 양.

 

하루카 「아하하... 치히로 씨는 성인이니까 그렇다고 해두, 저희 세 명은 아직 소녀들이니깐요... 존댓말은 써주지 않으셨으면 한달까......」

P 「아... 흠흠. 그럼... 하루...카? 로 괜찮을까?」

하루카 「네! 저는 그걸로 만족이에요!」

P 「그, 그렇구나. 원래 내가 반말은 잘 안하는 사람이라서...... 그나저나 무슨 일이니?」

하루카 「저희들이 추워서 그러는데... 어서 집으로 들어가면 안 될까요?」

 

아.

까먹고 있었다.

 

P 「저기...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타카네 「아마 귀하께서 생각하시는게 맞을겁니다.」

 

나는 한숨을 쉬고 그녀들을 내 원룸으로 안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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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가의 말.

간만에 설탕을 엄청나게 퍼먹고 싶어서 써보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아마 저의 기분에 따라 올라가는 비정기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참고로 한데마스는 이미 서비스 종료되었지요 ㅠㅠ

그만큼 오래 전에 쓴 글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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