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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R ETERN@L BLUE』 -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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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8, 2017 00:11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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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로부터 잠시 후. 잔뜩 지친 표정의 하루카 일행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신전의 문을 나왔다.

 

"아.....정말, 뭐야! 결국 돈만 날리고 말았잖아."

"거기다 이상한 설교까지 잔뜩 듣고.....그래도 리츠코 씨 설교보다는 아니지만."

"그렇습니까? 그 리츠코라고 하는 사람은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겠군요."

 

실은 신전에 발을 딛었을 때부터, 그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곳은 다른 무엇도 아닌 톱 아이돌 미우라를 섬기는 신전. 미우라 신단의 수많은 거점들 중 하나였으니까. 어쩌면 그 쪽의 잘나신 백기사 히비키가 뒤늦게 착각했다는 걸 깨닫고는 이 곳까지 쫒아와 있을 지도 몰랐다.

 

다시 바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게 여러모로 좋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치하야에게 걸린 저주를 풀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예의 '입 다물고 있기 작전' 을 다시 시도했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내가 그 마왕 치하야입니다. 정확히는 당신들이 마왕이라 생각하는 치하야라고요.

 

일부러라도 그리 말할 틈새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설교들이 그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미우라 님이야말로 이 세계의 유일무이한 아이돌.

미우라 님을 존경하지 않는 자에게는 파멸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미우라 님에게 걸맞는 성의를 표하라.

 

듣고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없는 말들 틈바구니 속에서, 하루카는 그나마 가장 괜찮아보이는 신관에게 돈이라는 이름의 성의를 표하고, 해주를 부탁했건만.

 

저주는 풀리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경악하는 그들에게, 신단의 사람들은 재차 더 큰 성의를 요구했다. 좀 아까웠지만 어떻게든 저주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카는 몇 번 더 돈을 주었다. 그러나 저주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 이래서야 몇 번을 해도 돈 낭비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아, 결국 나와버렸다.

 

"이제 어쩌면 좋지."

 

하루카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기한테 저주가 걸린 것만 같았다.

 

"리츠코가 말한 신관은, 대체 어디 있는 걸까요."

"정말, 이름이라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래야 이 쌀쌀맞은 녀석과 시원하게 작별할 수 있을테니까."

 

치하야의 시선이 이오에게 향했다. 이오는 해볼거면 해보자는 투로 똑바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널 도와주는 건, 생색내고자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왜 도와주는 거죠?"

"뭐긴 뭐야, 여기 있는 바보 리본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는 거지."

"에, 나? 아니 잠깐, 리본이라 부르지 말아줘. 내겐 엄연히 하루카라는 이름이 있다고."

 

둘이 또 싸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하루카는, 이오가 자길 지목하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루카는 아무래도 널 정말로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 같고, 나는 하루카가 정말 좋으니까 거기에 협력해주고 있을 뿐."

 

그 말에 치하야의 시선이 하루카에게로 이동했다. 일견 무감정한 듯 보여도, 꼭 그렇지만은 않은 갈색 눈. 하루카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

 

"하루카는 왜 저를 도와주는 거죠?"

"그게, 만약 치하야쨩이 미우라 님과 만나지 못한다면.....그 조파라는 게 이 세계를 멸망시킨다고 하잖아."

"그럼 이 일이 루나의 멸망과 관계되지 않았더라면 도와주지 않았을 거라는 군요."

"아니."

 

이번에는 치하야가 놀랄 차례였다. 하루카는 치하야에게 씩 웃어보이고는 말을 계속 이었다.

 

"나 있지, 곤란해 하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성격이라서."

".....그러다 누구한테 이용당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참 말 잘했네. 안 그래도 걱정이라니까, 하루카는."

 

이오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서로 으르렁거리던 주제에, 이럴 때만큼은 묘하게 잘 맞는 둘이었다.

 

"아하하.....그, 그래도 어쩔 수 없거든. 모르는 척 하기에는 마음이 아파서."

"덕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이 쪽으로서는 좋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요."

"니히힛, 그러니까 고마운 줄 알라고."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하나가 조금은 굽혀준다면 싸움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이오나 치하야나 남에게 굽혀주는 성격이 아니었다. 결국 계속해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둘. 하루카는 또 좀 전과 같은 소동이 일어날까봐 기겁하며 그들의 주의를 자기 쪽으로 끌었다.

 

"있지있지, 더 들어봐. 실은 나도 치하야쨩처럼 미우라 님과 만나보고 싶거든. 그래서 도와주는 것도 있어."

"그렇습니까?"

"응! 아주 전부터 만나고 싶었어. 나, 미우라 님을 정말로 존경하고 있거든. 예쁘고, 상냥하고, 거기다 노래도 무척 잘 부르시잖아.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그 분을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

 

치하야는 묵묵히 하루카가 신나게 떠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앞서 만나본 미우라 신단이라는 이들과 달리, 하루카가 마구 쏟아내는 말에서는 미우라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존경심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그냥 저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흘러나오는 말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간지러워진다. 치하야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앗, 치하야쨩!"

 

갑자기 하루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치하야가 고개를 갸웃하자, 하루카는 환한 미소와 함께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방금 웃었어!"

".....네?"

 

치하야가 당황하며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러자 하루카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괜찮아. 오히려 좋아. 치하야쨩, 지금까지 웃은 적 한 번도 없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있지, 나는 치하야쨩이 좀 더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닌가. 하루카가 그렇게 덧붙이고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치하야는 헛기침을 한두번 하고는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렸다.

 

"방금 그 말의 의미는 제 저주가 풀리고 나서도 동행할 의사가 있다, 라는 거로군요?"

"으, 응. 그게 치하야쨩에게 있어서도 좋지 않을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와핫! 고마워!"

 

고마움을 표해야하는 쪽은, 오히려 이 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치하야는 그 말을 속으로 삼키고는, 잔뜩 못마땅해하고 있는 이오를 슬쩍 돌아보았다.

 

"언제까지 수다만 떨고 있을거야. 이래서는 언제가 되어도 저주는 풀리지 않는다고."

"아, 그렇지 참. 미안해, 치하야쨩. 빨리 풀어줘야 너도 편할텐데."

"목숨이 위험해질 정도는, 면하고 있습니다."

"그래그래. 적어도 너랑 말할 기운은 펄펄 나는 것 같아."

".....표현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예 틀린 건 아니니 그렇다고 해두죠."

"자,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글쎄....."

 

하루카는 리츠코의 말을 상기해보았다. 신관. 라파에 있는 신관. 기이한 신관. 실력있는 신관. 그리고.....

 

"아앗!"

"왜 그래 하루카. 설마 저 쪽에 뭐 두고 오기라도 했어?"

 

이오가 신전 쪽을 가리키며 뱉은 말에, 하루카는 그 쪽은 이제 질려버렸다는 듯이 맹렬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고는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던 사실을 끄집어내었다.

 

"우리가 찾아야할 사람은......신관, 이었던 사람이야."

"으에? 뭐라....."

 

이오는 반문하려는 걸 그만두었다. 정말 하루카 말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오직 치하야만이 말 뜻을 모르고 어리둥절했다. 하루카는 거리를 지친 눈으로 둘러보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전했다.

 

"이 마을을 샅샅이 뒤져야만 저주를 풀 수 있는 신관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아, 물론 저긴 빼고."

"그런....."

 

치하야는 곤란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좀 전에 하루카에게 붙어오는 이도 그렇고, 이 곳 사람들은 신전 쪽 이들과는 다른 의미로 대면하고 싶지 않은 족속들이었다.

 

그래도,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동의를 표했다.

 

.....

 

"뭐어? 신관이었던 녀석을 찾는다고? 그런 녀석이 이런 데 있을까보냐!"

"신관을 찾는다면 저어기 미우라 신전이나 가보라고."

"귀찮은 짓 하지말고, 우리랑 한 판 놀아보자고. 어때?"

"이봐~ 혹시 돈 있다면 좀 빌려줘! 따면 10배로 갚을테니까 제발!"

 

도박에 쓸 돈을 받아보려고 수작 거는 녀석들을 쫒아버리고, 느물느물 추파를 던지는 이상한 자에게도 단호한 거절을 표하고. 마을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며 은퇴한 신관에 대한 걸 수소문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들은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런 녀석은 여기에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이 되어서도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한 셋은, 마지막으로 술집을 눈 앞에 두고 걸음을 멈췄다.

 

"이제 남은 건 여기밖에 없어."

"정말로 들어가도 되는 걸까? 나 아직, 17세밖에 안됐는데."

"아직이 아니라, 벌써 17세겠지. 이제 곧 있으면 성인일텐데 그냥 들어가도 되지 않아?"

 

루나 세계에서는, 18세부터 성인 취급을 한다. 그리고 고작 한 살 차이 가지고 째째하게 굴지도 않는다. 덧붙여 하루카 일행은 술을 마시려는 것도 아니다. 잠깐 사람을 찾으려고 할 뿐. 그러니 특별히 출입을 꺼릴 필요는 없었다.

 

"솔직히 어떤 질 나쁜 것들이 있을까 두려워지지만.....여차하면 빔이라도 쏘고 도망치면 되겠지."

 

하루카 품 안에 안겨 있던 이오가 폴짝 뛰어내리고는, 앞장서서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루카는 놀라서 이오를 서둘러 쫒았고, 치하야도 주춤주춤 그 뒤를 쫒았다.

 

"와하하하!"

"어이, 이봐! 여기 맥주 한 잔만 더 줘!"

 

주민들이 주민들인 만큼 낮부터도 술집은 시끌벅적했지만, 밤이 되어가자 더더욱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셋은 술에 취해 마구 떠드는 자들, 도박에 열중하는 이들을 숨죽여 지나치며, 그나마 말이 통할 것 같은 이들을 찾아나섰다.

 

"이봐, 잠깐 물어볼게 있는데....."

"으응? 뭐야아. 꼬맹이가 여기까지 왔냐? 얌마아, 아무리 여기가 라파라도 그렇지, 애들한테는 술 같은 거 안 팔아. 그쵸오, 주인장?"

"으하핫! 그렇고 말고."

"우리는 술 마시러 온 게 아니라, 사람을 찾고 있는 거라니까!"

 

이오가 카운터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술집 주인장은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재밌다는 듯 호탕하게 웃더니, 그 투박한 손으로 이오의 머리를 멋대로 쓰다듬었다.

 

"키이이이....."

"이오, 조금만 참아줘."

 

뒤따라온 하루카가 이오에게 그리 속삭이고는, 최대한 밝은 웃음과 함께 주인장을 불렀다.

 

"이 애 말대로 사람을 찾고 있어요. 혹시, 이 근방에 신관이었던 사람이 있거나 하진 않나요?"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능글능글 웃고 있던 주인장의 얼굴이 조금 딱딱하게 굳었다.

 

"으음, 그것 참 미안하군.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못 들어서 말이야. 그건 그렇고, 아가씨는 마셔도 될 만한 나이로 보이는데. 한 잔 줄까?"

"아, 아뇨!"

"괜찮아 괜찮아. 아가씬 귀여우니까, 특별히 공짜로 줄게."

"아님 이 쪽이 사줄까? 볼에 뽀뽀라도 해주면 그 꼬맹이 마실 우유도 한 잔 쏠게."

"아, 안해요 그런 거."

 

하루카는 서둘러 이오를 데리고, 치하야를 찾았다. 구석에 반쯤 숨어 몸을 기대고 서 있던 치하야는, 이 술집의 가장 구석탱이에 있는 테이블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질문이 있습니다."

"응?"

"루나에서는 술을 저리 마시는 사람도 있는 겁니까?"

 

그 말에 하루카도 이오도 치하야와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오직 한 사람밖에 없는 테이블. 그 위에는 술잔이라 하기에는 무척 커다란 그릇이 몇 개정도 겹쳐진 채 맞은 편 빈 자리에 쌓여있었다.

 

"저건, 그, 술이라기보다는....."

"식사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럼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겠군요. 루나에서는 저렇게 많이 먹는 사람도 있는 겁니까?"

 

으, 응. 있기는 한데. 하루카는 그렇게 답하면서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저 그릇의 동산을 만든 장본인은, 흔히 생각하는 뚱뚱한 먹보하고는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은발. 새하얀 피부. 조각상을 생각나게 하는 단정한 이목구비.

비록 옷차림은 이 곳 라파의 주민답게 허름한 복식을 하고 있었지만,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기품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딱 봐도 뭔가 좀 달라보이네."

"어쩌면 저 사람이야말로 우리가 찾던 전 신관일지도 몰라."

 

하루카와 이오가 눈 앞에 기이한 인물을 두고 속닥거리는 사이, 치하야는 조금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그 쪽까지 걸어갔다.

 

"실례합니다."

 

앗, 잠깐. 하루카가 쫒아갔을 때는, 치하야가 이미 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흐음? 못 보던 분이로군요."

"당신이 전 신관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금 제게는 신관이 아니면 풀 수 없다는 저주가 걸려있으니, 부디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후후, 글쎄요."

 

치하야의 너무나도 직설적인 요청에, 그 사람은 옅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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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기이한 전 신관의 정체는......뭐 실은 너무 뻔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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