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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R ETERN@L BLUE』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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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7, 2017 06:36에 작성됨.

이전화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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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하야쨩.

 

바람과도 같이 흘러들러오는 그리운 목소리에, 치하야가 살며시 눈을 떴다. 무너지지 않고 똑바로 서 있는 각진 건물들. 부우웅,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치하야를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여기저기서 가지각색의 말소리가 흘러넘친다.

 

- 치하야쨩?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또 다시 그립고도, 상냥한 목소리가 그녀를 부른다. 치하야는 천천히 옆을 조금 올려다보았다. 자기보다 살짝 키가 더 큰, 부드러운 인상의 여성이 보였다.

 

- 어떻게 된거니? 갑자기 멍하니 서 있고.

 

허리까지 오는 짙은 남색의 긴 머리카락이, 가볍게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에 살랑거렸다. 치하야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단순히 얼버무리기 위해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었다.

 

얼어붙지 않은 땅. 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살. 사람들로 활기 넘치는 거리. 바로 옆에 서있는, 자기를 걱정해주는 상냥한 여성.

 

그 전부.

 

왜냐면, 이건 꿈이었으니까.

 

- 어머, 그러니이이이.......

 

그리고, 하다못해 아름다운 꿈조차로도 남아주지 않았으니까.

 

- 그, 그그그거어어......차암, 안되었구나아아.....꺄하하하하......

 

언제나 그랬듯이, 기괴하게 비틀리기 시작하는 여성의 목소리. 치하야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어딜 돌아봐도 어둠,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는 어둠이 그녀를 맞이했다.

 

소름끼치도록 붉게 빛나는 시선들이, 그 안에서 하나둘씩 피어올랐다. 치하야는 그저 눈을 꼭 감을 수밖에 없었다.

 

- 너에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어어......

 

- 다음에는 또 누굴 불행하게 만들테냐?

 

- 치하야아아.....우린 있지.....네가 싫어!

 

빨리,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

 

"하아....."

 

온갖 책들과 씨름하고 있던 리츠코가 겨우 고개만을 들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치하야 곁을 쭉 지키고 있던 하루카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그 둘에게 번갈아주었다.

 

"리츠코 씨, 치하야쨩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게 있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리츠코가 마지막으로 펼쳐본 책을 아무렇게나 내던져버리고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이마를 짚었다.

 

"진행 속도는 어느 정도 늦췄지만, 푸는 건 불가능해. 신관한테 가봐야할 것 같아."

"그, 그런가요....."

"근데 이 근처에 신관이 있던가?"

 

계속해서 주변을 왔다갔다하던 이오가 그렇게 물었다. 리츠코가 흘러내려간 안경을 고쳐쓰고는 힘없이 대답했다.

 

"호수 건너편에 라파 마을이라고 알지? 언젠가 그 쪽에 기이한 신관, 아니 정확히는 은퇴한 신관인가. 하여튼 그런 녀석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 꽤 실력 있다고 하니, 한 번 부탁해보는 게 어때."

 

리츠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기지개를 쭉 피며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치하야를 슥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조금 정도는 편해졌을 거야. 곧 깨어나겠지. 나는 배를 준비하러 갈게."

 

리츠코가 바깥으로 나간 뒤 조금 있자, 과연 그 말대로 치하야가 눈을 떴다.

 

"윽....."

"정말이야, 눈을 떴어!"

 

이오가 펄쩍펄쩍 뛰며 하루카에게 그 소식을 알렸다.

 

"치하야쨩!"

 

반은 쓰러질 듯이 달려온 하루카가 치하야의 축 늘어진 손을 붙잡았다. 조금 차갑긴 해도, 온기가 아예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긴....."

"우리집이야. 그, 몸 상태는 어때?"

"조금은 편해졌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치하야는 다른 한 손으로 스스로의 목을 어루만져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성난 파도와도 같았던 고통과 발열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정작 중요한 예능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조파가 나타난 지금, 일각이라도 빨리 미우라를 만나러 가야합니다."

"아까부터 자꾸 그런 소리를 하는데,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길래? 위기라고 해도, 난 잘 모르겠고....."

 

이오가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치하야에게 질문했다.

 

"조파를 놔둔다면, 곧 이 세계는 멸망하고 말겁니다. 조파를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미우라의 예능력 뿐. 그러니 저는 미우라와 만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럼, 치하야쨩은 우리 세계를 구해주려고 저 먼 푸른별에서 여기까지 와준거야!?"

 

하루카가 두 손을 모으며 감탄했다. 그러나 치하야는 부정을 입에 담았다.

 

"아니오."

"에?"

"저는 루나가 조파의 손에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왔을 뿐입니다."

"뭐야, 결국은 똑같은 말이잖아."

 

이오의 핀잔에, 치하야는 뭔가 더 말하려고 하다가도 입을 꾹 다물었다.

 

언젠가 올 푸른별의 재생을 위해서는, 미우라와 이 예능세계 루나가 필요하다. 그리고 조파가 다시 나타난 지금, 미우라와 만나 다시 한 번 그 무서운 존재를 봉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조파를 계속 놔둔다면, 이 세계는 멸망. 푸른별은 영영 예전의 그 모습을 되찾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한시가 급합니다. 제발, 저를 미우라와 만나게 해주세요."

 

푸른별의 재생이야말로 자기에게 남겨진 유일한 사명. 그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말을 굳이 입밖에 낼 필요는 없다. 치하야는 밀려오는 현기증을 견디며 바닥에 발을 딛었다.

 

"우선은 저주를 푸는 게 먼저야. 라파로 가자. 거기 신관이 있댔어."

 

조금 휘청이는 그 신체를, 하루카가 받아주었다. 그러고는 이오와 같이 셋이서, 집 바깥 동쪽에 있는 호숫가로 향했다.

 

.....

 

"휴, 겨우 도착했다. 힘들어....."

"참 오랜만에 오네. 별로 변한 건 없어보이지만."

"여기가 라파, 라는 곳인가요."

 

리츠코가 준비해준 조각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절벽을 등지고 있는 사막 마을 라파에 도착한 하루카, 이오, 치하야. 그들은 입구에 서서, 그리 보기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마을 전경을 마주하고는 저마다의 감상을 내뱉었다.

 

리츠코는 자긴 이미 예전에 세계를 충분히 돌아보았다, 그리고 집을 비웠다가 연구자료가 날아가기라도 하면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집에 그대로 남았다. 고로 지금은 셋만이 움직이는 중.

 

"리츠코 씨도 같이 와줬으면 좋을텐데....정말 어쩌지? 여기서 어떻게 그 신관을 찾으라는 걸까."

"제가 비록 이 루나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다고 하나, 이런 곳에 신관 같은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하아, 그러게."

 

이오가 그 말에 동감을 표했다. 여기저기를 떠도는 이들이 마지막에 흘러들어온다는 쓰레기장 같은 곳. 마을 주민들 스스로마저 그렇게 일컬을 정도로 이 마을의 질은 그리 좋지않은 편에 속했다.

 

주민 대부분이 술과 도박에 빠져있어, 제대로 된 일을 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

 

"어이, 거기 예쁜이. 나한테 돈 좀 빌려주지 않을래? 금방 갚을게. 이번에는 꼭 대박 날 것 같다고."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이렇게 멋모르는 이들을 속여먹으려고 하는 자들도 최소 한두명은 돌아다녔다.

 

"됐네요! 하루카, 저런 녀석은 상대하면 안 돼. 빨리 딴데 가자."

"이야, 참 되바라진 꼬맹이구만. 오우야, 그 쪽은 또 누구? 꽤 예쁘장하게 생겼네. 어디서 왔수? 한 번도 본 적 없는 옷인데."

"....."

 

치하야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 하루카는 이오에게 이끌려, 치하야의 뒤를 따랐다.

 

"앗, 치하야쨩! 같이 가!"

"이런 곳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신관을 찾아 저주를 푸는 대로, 곧장 미우라에게 가도록 하죠."

"싫은가보네. 하긴, 나도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그런데 있지, 실은 우리....."

"무슨 일이죠?"

 

치하야가 걸음을 멈췄다. 하루카는 우물쭈물거리면서도, 결국 말해줘야하는 것을 토해냈다.

 

"미우라 님이 어디 있는지 몰라."

"네?"

 

그 말에 치하야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루카는 어설픈 웃음과 함께, 톱 아이돌 미우라가 최후의 아이돌 마스터 P 시대 이후 데뷔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과, 지금와서야 겨우 재데뷔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상하군요. 그 쪽은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미안, 모르겠어. 아마도 그 때 이후로는 이 세계가 평화로워져서 그런게 아닐까나- 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아이돌을 은퇴한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거기다 그 사람이라면....."

"아, 아,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니까, 사실과는 다를 수 있어."

 

어딘가 화난 듯한 치하야에게, 하루카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러고보니 치하야는, 미우라 님하고 어떤 사이? "

 

혹시 또 이상한 사람들이 접근할까 노심초사하며 몇 번이고 주위를 살피고 있던 이오가 그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그 사람이라면, 이라고 했잖아. 거기다 지금 보니 쭉 이름만을 부르고 있고. 뭔가 수상한데."

"그걸 알려줄 의무는 없습니다."

"뭐야, 치사하게. 좀 알려주면 어디 덧나? 기껏 도와주고 있기까지 하는데."

".....도움을 받는 건 이번 한 번뿐입니다. 저주가 풀리는 즉시, 저 혼자서라도 미우라를 만나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거기다, 당신들도 루나와 같이 멸망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저를 도와주고 있는 게 아닌지요?"

"뭐어?"

"선심쓰듯이 구는 것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군요."

"키이이! 이게 정말!"

 

이오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개졌다. 그와 동시에 우우웅, 하고 천천히 모이기 시작하는 분홍색 빛. 놀란 하루카가 급히 그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우와아, 잠깐, 멈춰! 치하야쨩, 아직 저주에 걸려있다고. 그런데 맞기라도 하면 큰일 나!"

"하루카는 가만히 있어!"

"어, 뭐야. 싸우나?"

"누구하고 누가 싸우는데?"

"이상한 꼬맹이하고, 역시 또 이상한 검은 옷 아가씨."

"헤에....."

 

거리에서 벌어진 소동에, 할 일 없던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기 시작했다.

 

"누가 이기는 지 승부해볼까?"

"그거 좋지! 난 저 꼬맹이에 50s 걸겠어."

"꼴랑 그거 가지고 되겠냐? 난 저 여리여리한 아가씨에게 72s."

"어이, 잠깐만. 저기 머리에 리본을 맨 아가씨도 보이는데. 저 애도 싸우는 거 아냐?"

"삼파전인가. 캬, 이것 참 볼만한 캣파이트로군."

 

삼삼오오 모여든 구경꾼들은 도박에 빠진 이들 답게, 바로 즉석에서 내기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당황하는 셋.

 

"뭐야 이 사람들!"

"큿, 이 이상 있다간 무슨 화를 입을 지 모르겠군요. 어디든 좋으니 다른 곳에 가 있는 게 좋겠습니다."

"저, 저기가 어때?"

 

하루카가 급히 손 끝으로 가리킨 방향에는, 이 라파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크고 깔끔한 신전이 자리잡고 있었다. 치하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라? 저런 데가 있었던가?"

 

못 보던 건물에 이오는 어리둥절했지만, 그렇다고 하루카의 제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관이라면 당연히 신전에 있을테니까.

 

"비켜! 우린 지금 바쁘다고!"

 

피유웅!

 

"우와악!"

 

이오가 모으던 빔을 대각선 방향으로 발사했다. 거기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는 사람들. 그 틈을 타, 하루카가 냉큼 이오를 한 손으로 끌어안고, 또 다른 손으로는 치하야의 팔을 잡아끌며 그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뭘 어떻게 하면 저런 짓을 할 수 있다냐."

"아무래도 승자는 그 꼬맹이가 확실하겠구만."

"진짜 싸웠다면 말이지. 아깝네."

"그거 말고 다른 걸로 내기해보자고."

 

사람들은 셋의 뒷모습이 그 쪽으로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 거리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저 신전으로 가버린 이상, 별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저긴 이 마을 안에서도 가장 지독한 장소로 유명했으니까.

 

"저것들이 쫒아오기 전에 빨리 들어가자!"

 

그런 라파 사람들의 마음을 알 리가 없었던 셋은 신전의 문을 단번에 박차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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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쓸 말이 없지만 글만 있음 허전하니 일부러 적어보거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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