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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편광렌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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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6, 2017 18:44에 작성됨.

시커먼 짐승이 인간의 살점을 씹어먹는다. 천축의 숲에 나온다는 거대한 고양잇과 괴수를 닮은 그 짐승은, 시커먼 그림자처럼 슬럼가에 녹아들어 사람을 뜯어버렸다. 이빨에 찢겨나간 목뼈가 척수를 흩뿌리며 하늘을 날아다닌다.

 

"돌진해라!! 저걸 막는 자에겐 축복이 내릴 것이니!!"

 

오니기리 교의 광신도가 소리쳤다. 그게 그의 마지막 단말마였다. 그 검은 짐승은, 자길 막으라고 명령하는 자가 이들을 지휘하는 자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죽을 때 까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이 짐승처럼 보이는 것은 왠만한 사람 이상의 지성을 갖추고 있었다.

 

"사격!!"

 

지휘하는 자가 사라졌지만, 오니기리 교의 광신도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괴물을 막는 데 전념하고 있었다. 지휘권을 넘겨받은 듯 한 누군가의 구호에, 거리를 벌리고 대기하고 있던 광신도들이 총을 겨눴다. 직후 파열음이 검은 짐승을 꿰뚫었다. 조준부터 격발까지가 한 동작에 완성되는 데다가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반동까지 조절한 최신 무기가 광신도들 손에 들려 있던 것이다. 검은 짐승이 괴성을 질렀다.

 

"효과가 있어! 2발 준비!!"

 

미리 준비하고 있던 다른 광신도들이 검은 짐승을 향해 총을 쏘았다. 저 강대해 보이는 것을 이리도 쉽게 쓰러트리다니, 신께서 자기들을 가호하고 있다는 찬미가 광신도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신에 대한 감사기도와 함께 방아쇠가 뒤로 제껴졌다.

검은 짐승이 녹아내리며 까마귀의 무리가 되었다.

 

"에?"

 

총알이 까마귀 떼를 가른다. 까마귀 몇 마리가 총에 맞아 바닥에 떨어져 녹아내렸다. 시커멓게 녹아내린 까마귀들이 슬라임처럼 바닥을 기어 도망치는 동안, 다른 까마귀들은 무리지은 채로 광신도들의 얼굴에 달려들었다.

 

"떠, 떨어져!!" "눈을 지켜!!"

 

눈을 지킬 필요는 없었다. 까마귀의 부리가 광신도들의 이마를 정확히 꿰뚫어버렸기 때문이다. 쇠 갑옷도 간단히 뚫어버리는 부리 앞에서, 빈민가 출신의 광신도들이 머리에 쓴 다 헤진 모자나 천쪼가리 따윈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히려, 모자에 새긴 오니기리 교의 문양이 찢어져버리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었다. 구멍 뚤린 문양에서 뇌수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문양이 썩은 뇌수에 더러워졌다. 검은 새들은 기분나쁜 듯, 뇌수와 피가 묻은 부리를 시체의 옷에 대고 대충 닦았다.

 

"안돼!! 문양을 지"

 

까마귀 떼가 웃었다. 약점을 알아서 알려주다니, 아무리 최신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광신도는 광신도일 뿐이다. 검은 새떼는 죽은 시체에서 오니기리 교의 문양을 벗겨내, 이제부터 죽일 예정인 광신도들 눈 앞에서 찢어발겼다. 광신도들의 무리에 공포가 전염되기 시작했다. 마치, 목동에게 버림당한 양떼처럼 불안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차, 차라리 그분께 가겠어!!"

 

광신도가 총을 자기 목에 겨누고 쏘았다. 머리에 걸친 문양이 상할 수도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후, 후퇴!! 후퇴하고 재정비한다!!"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광신도들이 골목길 사이사이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자들을 골목길 사이에서 추격할 방도는 없었다. 이미 퇴로에는 여러 트랩과 매복지점을 마련해두었다. 광신도들은 자기를 놓친 괴물을 비웃으며 달렸다. 죽은 자들은 이미 그들의 마음 속에 없어 보였다.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달려가던 신도들은, 자기들이 설치하지 않은 쇠벽에 부딛혔다.

 

"서프라이즈, 마더퍽커."

 

쇠벽이 아니었다. 이단심문관이 데리고 온 성기사였다. 그제서야 그들은, 최근 깊은 곳의 교단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어째서? 이단심문관은 오지 않았을 텐데? 일개 광신도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더 이상 생각도 못 하리라. 자기 몸만큼 긴 플랑베르쥬가 머리부터 항문까지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깔끔하지 못한 상처에서 똥과 오줌이 솟구쳐 나와 시체와 슬럼가를 더럽힌다.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똥이 광신도의 썩은 뇌를 약간이나마 깨끗하게 만들어 주었다. 비어버린 위장에도 조금 흘러들어갔다. 성기사가 갑옷 속에서 욕지기를 하였다.

 

"ㅆ, 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기사가 방패를 들었다. 가까이에서 쏜 총알이 방패에 박혀버렸다. 방패를 앞세우고 돌진한 성기사가, 총을 든 광신도 하나를 방패로 밀쳐 벽에 박아버렸다. 그리고 또 한 번 박았다. 그리고 또 한번. 쿵. 콰직. 콱. 묵직한 방패가 수십 번쯤 찍혀내렸을 때, 성기사는 사람이 아니라 벽을 찍는 중이었다. 벽과 일체화가 된 광신도가 솜씨 좋은 장인이 칠한 도배장판처럼 멋지고 깔끔하게 발라져 있었다. 뼈 같은 부산물은 이미 분쇄당한 뒤었다.

 

다른 한 명은, 또 다른 성기사에 의해 목이 따인 뒤였다.

 

"구호소 쪽은 어떻게 됐지?"

 

 

 

---

 

 

 

게릴라나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점조직이다. 그래야 꼬리가 밟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하나의 큰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렵다. 단발적인 테러와 전쟁은 규모와 개념이 다르다. 아직은 그런 시대다.

진짜 신의 인도를 받는 광신도 조직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한 듯 싶었다.

 

"훈련된 병사들이네요. 그리고, 지휘관도 있고."

 

급히 나온 하라다 미요가 상황을 냉정히 평가하였다. 조금 부족하다고는 하나 훈련된 병사들이다. 보통 광신도라고 하는 것들은 제 신앙심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드는 오합지졸들이다. 그래서 광신도들은 최강의 전사는 될 수 있어도 최강의 군대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오니기리 교의 광신도들은 광기 속에서도 질서정연함을 갖추고 있었다. 마치, 광기를 누군가에 의해 통제당하는 듯 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더 한 공포일지도 모르리라.

 

"곤란한 상대.... 퇴각도 신속...."

 

사죠 유키미가 미요의 발언에 동의하듯 대답했다. 성기사들을 미리 길목에 풀어두긴 했지만, 도망치는 모든 광신도를 잡거나 죽일 수는 없었다. 일단 페로를 보내 추척하고 있긴 하지만, 이 광신도들은 길을 완전히 꿰고 있는 건지 페로의 추적조차 피하고 있었다. 지리적 우위를 확보한 상대에게 시가전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왜인지 훈련된 듯 한 움직임이 가해져 전선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총류탄 발사!"

 

그나마 다행인 건, 쉽게 근접전을 걸어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광신도들이 최신 무기를 가지고 있다곤 해도 화력은 교단과 제국군 쪽이 우위다. 근접전으로 간다면 그 화력도 쉽게 쓰지는 못할 테지만 붙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성기사와 근접전으로 붙어서 이길 수 없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거, 완전히 농성전이구만."

 

"동의.... 농성전.... 익숙하지 않아...."

 

유키미가 시커먼 수정 구슬을 하늘로 던졌다. 수정 구슬이 공중에서 가느다란 바늘처럼 깨져나가 광신도들의 머리 위에 꽃혀나간다.

 

"천막!!"

 

광신도들이 두텁고 질긴 천막을 친다. 천막을 관통하느라 힘이 약해진 바늘이 광신도들의 몸에 꽃힌다. 하지만, 치명상이 될 정도는 아니다. 급소만 대충 보호한 광신도들이, 다시 공격을 시작해온다.

 

"우와, 아이돌에 마법사인 주제에 화력이 이렇게 개판이야?'

 

"....페로가 없으면 화력이 부족해....."

 

하라다 미요의 조롱에 유키미가 조용히 반론했다. 반론하면서도, 흑수정 결정창은 꾸준히 던지고 있었다. 포위진을 굳힐 수 없도록 계속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증원은 더 없는 겁니까?!"

 

총알이 머리 위를 스쳐지나가는 동안, 성기사 한 명이 미요에게 따지듯 물었다.

 

"나도 받고 싶어요!! 아유나 이 자식 뭐하는 거야!! 이제 합류할 시간이잖아!! 걔네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아니, 가문 빠와로 끝장낼 거야!!"

 

하마카와 아유나가 들으면 졸도할 소리를 하고 앉아있었다. 아유나를 위하여 변명을 해 두자면, 기병이 복잡한 슬럼가로 들어가는 건 빽빽한 숲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제국 귀족들이 즐겨 쓰는 깔끔한 도로라면 호버크래프트도 무리 없이 지나가겠지만 여긴 사람 하나 들어가면 꽉 차버리는 골목길이 산재한 더러운 슬럼가이다.

 

"영주님은 뭐 땜시 이리 늦는다냐?!"

 

남바 에미가 유키미에게 불만을 터트렸다. 사죠 유키미와 카미조 하루나가 일종의 밀약을 맺고 있다는 것은 이미 눈치채고 있기에 한 행동이었다. 유키미가 대답했다.

 

"카나코랑 함께 공단 안쪽 진압중. 난 기동성을 살려 슬럼가를 제압하는 중이고. 아이카와 치나츠도 그곳에 있어."

 

"망할..... 잠깐, 공단에서도 일 터진 거야?"

 

"정답."

 

영주 일행이 공단을 방문한 동안 슬럼가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노렸다는 듯이 공단에서도 광신도들이 들고 일어났다.

 

".....저쪽이 대포를 끌고 왔습니다!!"

 

".....마법 준비 완료. 제압 개시."

 

이것은 단순한 폭동이 아니다. 단순한 이교도의 준동도 광신도의 테러도 아니다. 카미조령에서 만든 최신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시점에서 의심할 수 있는 일이다. 영주가 공단에 방문한 그 때를 노릴 수 있어야 한다. 광신도들을 구식 대포를 쏠 수 있을 정도로 훈련시키고, 그걸 제국에게조차 들키지 않고 몰래 진행한 시점에서 얼마나 준비가 철저한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내부에서 정보를 뿌린 사람이 있다. 유키미와 같은 결론을 낸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

 

 

 

"망할!!"

 

영주란, 영지민을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부류와 조금은 신경 써 주는 부류, 그리고 영지민을 아끼는 부류로 나뉜다. 말할 것도 없이 맨 마지막 부류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종이며 카미죠 하루나는 그 희귀종에 속하기로 유명하다. 지금처럼 영지민의 턱을 주먹질로 날려버리는 모습을 보면 믿기 힘들겠지만 말이다.

 

"그, 그분을 맞이하러 갑...."

 

영지민의 단말마는 그녀의 귀에 닿지 않았다. 부숴진 이빨만 하늘로 튀어올랐다가 피조차 묻지 않은 그녀의 예복 위로 떨어졌다. 이빨이 튕겨나가고, 마침 궤도 위에 있던 다른 광신도의 얼굴이 주먹에 부숴짐과 동시에 같이 부숴졌다. 영주를 죽이기 위해 옆에서 달려든 광신도 하나가 팔과 목을 잡혀서 찢겨나가고, 정면에서 달려들던 광신도는 박치기에 면상이 주저앉았다. 뇌까지 주저앉았는데도 운 좋게 살아서 잠시간 허우적대다, 그녀에게 잡혀 동료들에게 강제 귀환을 당했다. 날아온 동료에 맞고 쓰러진 광신도들 위로 영주가 뛰어내렸다. 손날로 찍어내듯 휘두른 목 세 개가 동시에 바닥을 굴렀다.

 

"우, 우와아....."

 

성기사가 무심코 감탄성을 내었다. 참교육의 카미죠 하루나의 이름이야 들어봤지만, 이 정도로 호쾌한 인물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철제 기둥에 대가리를 찍어버리고, 대가리 두개를 잡고 강제 키스를 시켜 부숴버리고, 낭심을 걷어차서 알 두개에 몸통까지 터트린다. 광신도들에게서 빼앗은 총을 배에 칼처럼 박아버리고 쏴서 임시 방패로 만들어버린 하루나가, 시체에 난 공기 구멍을 통해 총알을 발사한다.

 

"이게 최신식 볼트 액션이란 거다!! 피 좀 먹어도 잘 움직일 정도로 안정적이지!!"

 

시체에서 총을 뽑아내고, 뜨거운 총열을 장갑도 없이 잡은 그녀의 모습 앞에, 광신도들조차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누가 봐도, 아직 살아있는 광신도들의 운명은 뻔했다. 대가리가 터져나간 시체들이 공단 곳곳에서 결말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잔당 처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더 뒤지기 싫으면 꺼져!!"

 

"퇴, 퇴각하라!!"

 

"에, 에?! 자, 잠깐만요!! 성기사대 돌격! 잔당을 처리한다!!"

 

이단심문관 아이카와 치나츠가 다급히 성기사대를 돌진시킨다. 적이란 기회가 있을 때 죽여둬야 하는 법. 하물며 갱생의 여지가 없는 광신도라면 기회가 없어도 삼족을 멸해야 한다. 그런데, 이 영주님께서는 광신도들을 그냥 놓아주신 것이다.

 

"됐어. 쫓지 마."

 

"하, 하지만...."

 

"어차피 슬럼가에 있는 지들 소굴로 기어들어갈 테지. 사죠 유키미를 먼저 보내놨으니 알아서 놈들 소굴을 찾아줄 거야."

 

논리적으론 올바르다. 이곳에 온 건 잡졸들 뿐이라는 건 명백하다. 차라리 잡졸을 보내준 다음 뒤를 밟는 게 전술로서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남겨두는게 아닌지요?"

 

아이카와 치나츠가 이상하다는 듯 재차 물었다.

 

"....괜찮아... 후우, 그것보다, 여기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요."

 

카미죠 하루나의 상태가 이상하다. 성기사들이 아이카와 치나츠를 감싸듯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카미죠 도마."

 

"아, 아 예! 지금 당장 추적대를 보내, 아니지 공단을 정상화시키겠습"

 

결과적으로, 가로막을 필요는 없었다. 말도 끝나기 전에 하루나의 주먹이 공단 대표의 면상을 날려버린 것이다.

 

"네놈은 우선 체포입니다. 잘도 신무기를 유출하셧겠다? 아, 그리고..... 마침 잘 왔어."

 

카미죠령의 병사들이 보고를 위해 달려왔다.

 

"종교인 분들도, 당분간 신병을 구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협조해 주시길."

 

환자를 치료하던 미무라 카나코의 양 어깨가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잡힌다. 카미죠 하루나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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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운동 가야지..... 

그나저나 신데판 다 읽어놔야 하는데 이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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