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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프롤로그Ⅱ - 불나방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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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4, 2017 16:41에 작성됨.

" 흡 ! " 기합소리와 총성이 동시에 하늘에 울려퍼진다.

 

화약과 피의 냄새. 한동안 맡지 않았다고 하여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다. 하라다 미요는 왕국과의 전쟁을 겪은 적이 있는 경험자이다.

비행선에서 내려온 승무원의 숫자는 얼추 스무 명 남짓. 여태까지의 광인과는 소소하게 느낌이 달랐다.
우선 무분별하게 고함을 지른다거나 날뛰지 않는다. 진중하고 조용하게 응사하고 있다. 하라다 미요는 그 점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한 때 같은 군인이었던 이들에 대해 총부리를 들이미는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번 광인이 되어버린 이는 원래대로 돌이킬 수 없다는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그 미쳐날뛰는 목숨을 거두어주는 수 밖에 없다.

 

총구의 열기가 차마 가시기도 전에 광인 둘이 앞에서 죽은 하나를 방패삼아 동시에 습격해온다.

미요는 허리춤에서 착검용 단도를 뽑아들고 아주 짧은 간격으로 두 광인의 쇄골에 칼날을 찔러넣었다. 남은 것은 이제 열 몇명.

 

" 주, 중위님... 대체 무슨... "

 

" 물러나라고 했잖아 ! "

 

어리버리한 수행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녀는 응사하는 광인들의 총부리를 피해 이리저리 구르며 장전을 서두른다.

홀로 처리하기에는 아무래도 수가 많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 있는 처지 또한 아니다. 이대로 혼자 도망친다면, 수행원도 짐도, 말도 전부 다 두고 가야한다. 그렇게 되면 연락도 끊기면서 본토와 연락할 수단도 없게된다. 마경으로 변해가는 이러한 땅에서 홀로 아무것도 없이 남는다는것이 무엇을 뜻하는건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다.

 

" 죽어라 ! 죽어 ! 죽어 ! "

 

필사적으로 그녀는 맞선다.

전쟁 중에 만났던 검은 괴수를 다루는 소녀에게 맞서 싸웠을 때 처럼 전력을 끌어모은다.

고조된 탓인지 몸은 가볍고, 날랬다. 그녀가 예측하는대로 광인들은 습격해온다.

 

이제 더 이상 사격자세라던가 전투요령대로 싸우는것은 불가하다. 이제는 넓게 퍼져 사방에서 달려드는 광인들을 상대로는 이쪽도 격식이나 형식 없이 닥치는대로 맞서야 한다. 하나에게는 총부리를 먹인 뒤 방아쇠를 당기고, 다른 하나는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힘껏 내리치고, 또 하나의 눈에는 용서없이 단검을 쑤셔넣었다.

 

" 중...위... ! "

 

" ... ?! "

 

미요는 죽어가는 광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것은 남아있는 기억의 편린에서 우러나오는 울음소리 같은 것일 뿐이라 여기면서 단단한 군화로 거칠게 걷어찬다. 안면이 박살나서 널부러지는 그의 옷은 분명 비공정 지휘관의 것이었다.

혀를 차면서 그녀는 슬슬 마무리되어가는 광인들의 무리에 쐐기를 박는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것은.. 함께 타있던 걸로 보이는 후임 장교들.

한때나마 사관학교에서 함깨했던 전우들이 눈앞에 붉게 변질된 안구를 띈 채로 다가오고 있었다.

 

 

" 하라다...중위...님... ! "

 

 

 

" 미안해... ! "

 

 

탕 !

 

 

장전을 끝마친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망설임은 이미 없고, 머리에 구멍이 뚤려 꼬구라지는 모습만이 보일 뿐.

 

" 후우... 후우... "

 

약 스무 명의 승무원들... 이었던 광인들의 시체더미를 둘러보고서 미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화약과 피냄새만이 남은 침묵 속에서 그녀의 마음은 평화를 찾고 주저앉았다. 멀찌감지 물러나 있던 수행원이 부랴부랴 뛰어 그녀의 뒤까지 다가온다. 무심코 내려다본 그 어깨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 중위님, 괜찮으십니까 ? "

 

" 괜찮아. 나는... 괜찮아... "

 

제복을 뚫고 찔러 넣었던 총검으로부터 피가 흘러내려와, 끼고있는 장갑에 작게 고여있었다. 미요는 찬찬히 양 손을 펼치니, 가죽의 면을 따라 피가 천천히 흘러내려 제복의 소매 언저리를 붉게 물둘여간다. 순식간에 적으로 돌변해버린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 한가운데에서 하라다 미요 중위는 떨림을 간직한 채 일어났다.

 

" 움직이자. "

 

" 어디로 말입니까... ? "

 

미요는 대답 대신에 손가락으로 비행선을 가리킨다. 수행원의 얼굴에는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 옙?! "

" 비행선 운전은, 배웠었으니까. "

 

" 아, 알겠습니다.. "

 

수행원은 더 이상 군말 없이 상관의 말대로 짐을 실은 마차를 이끈다. 수행원이 마차를 비행선으로 유도하는 사이, 그녀는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을 하나 둘 끌어다가 한 곳으로 모은다. 다들 망연한 얼굴로 차마 눈조차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이렇게 추락시켰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미요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행동으론 착실하게 시체들을 한곳에 모았다. 모인 사체들로부터 군번줄과 계급장을 떼어내고 횃불을 피워 그들 가운데에 던진다. 단백질 타는 기분나쁜 냄새와 함께 승무원들의 몸뚱아리가 연기를 내며 불타오른다. 지금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것은 그것이 전부임이라.

 

어느정도 소각이 진행되어갈 무렵에, 마차를 비행선 안으로 옮긴 수행원은 도로 상관의 앞까지 뛰어왔다.

 

" 다 실었습니다.... 이, 이건.. "

 

" 제대로 장례를 치뤄줄 수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기리려고. "

 

" ..... 중위님. "

 

"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었다고... "

 

미요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든다. 수행원과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동시에 동공이 떨린다. 놀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그녀의 눈 앞에 벌어져 있었다. 미요의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방금 전의 자기처럼, 양 손에 끼운 장갑을 피로 물들인 채로 수행원이 싱글벙글 웃고있는 모습.

핏방울이 손가락 끄트머리에서 뚝뚝 떨어지고 갈변하여 눌러붙는 발자국은 비행선 안에서 무엇을 한지 짐작조차 어렵게 했다.

 

결정적으로 그의 두 눈은.

 

" 너.. 눈동자가 ? "

 

" 무슨 말 하셨습니까 ? 중위님. "

 

그가 영문모를 미소를 짓는다.

미요는 반사적으로 라이플을 집어들어 그의 심장을 향해 내질렀다. 그는 한결같이 웃으면서도 양 손으로 총검을 붙든다. 장갑 가죽이 베이고 손바닥으로부터 피가 세어나와 날을 적심에도 일말의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같이 동행해온 수행원인 그는 오히려 이런것에 섣불리 맞서거나 칼을 손으로 부여잡으면서 미소짓는 이상한 인간이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 그가 이렇게 변한건지 미요는 알 도리가 없다. 여지껏 숨겨왔던 건지도 모른다.

 

" 왜이러십니까 중위님. " 평정심을 담은 것 같은 어투로 그는 말을 건넸다.

 

" 몰라서 물어? 너... 언제부터... ! "

 

" 중위님이야 말로 아까부터 뭘 하시고 계신건지 ──  "

 

 

".... 흐아압 ! " 미요는 수행원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더 힘껏 밀어넣었다.

움켜쥔 손아귀를 넘어서 칼끝은 그의 제복을 서서히 뚫고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수행원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부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위화감과 동봉되는 두려움은, 군인으로서 교육받은 그녀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었다.

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 중위님은 매사에 착실하고, 성실한 분이죠. 책임감도 강하고. "

 

 

그렇게 말하며 그는 손을 놓는다. 힘껏 들어간 압력에 따라 칼끝이 제복 너머 살집을 뚫고 깊게 빨려들어간다. 심장을 꿰뚫고, 피가 솟구친다.... 라는 전개가 되었어야 했을 터. 찔리고 솟아나오는것은, 피가 아니라 시커먼 타르같은 액체의 분수. 비정상적인 압력으로 사방팔방에 뿜어지는 검은 액체는 미요의 얼굴을 뒤덮는다.

 

 

" 하하.. 중위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짐도 내려놓으십시오.. " 

 

 

가슴에서 액체가 솟구치면서도 그는 떨림 하나 없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구원의 때 가. "

 

 

 털썩.

 

 

수행원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로 나자빠진다.

 

두 눈을 부릅 뜬채로 숨을 거둔 걸 보자.. 미요의 얼굴은 당혹감과 필사적임에서.. 허탈함으로 바뀌어간다.

 

 

곧이어 쥐고있던 총에서마저 손을 놓고 자빠진 그의 시체를 앞에 두고 주저앉는다.

 

 

순식간에, 동기들과.. 몇 개월 뿐이지만 그동안 나름 정을 붙였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버렸다는 죄책감이 눈시울을 붉혔다.

 

 

하염없이 뺨을 타고 눈으로부터 흘러내린다.

 

 

 

 

 

 

 

 

 

 

 

 

 

 

 

 

 

 

 

 

피눈물이.

 

 

 

 

" 어 ? "

 

 

미요는 뺨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눈물보다 짙음에 이상함을 느끼고, 손가락을 대어본다.

분명하게도 그것은... 물이 아니었다. 이어서 문득.. 피가 들러붙지 않은 깨끗한 부위에 뭔가 비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수행원의 가슴을 뚫고 들어간 검을 뽑아내었다.

 

칼끝에 비추어지는 것은, 자신의 얼굴.

 

웃고있다. 웃고있었다.

 

흘러내리는 피처럼, 새빨간 눈동자를 띈 자신의 얼굴이.

 

 

 

 

" 아... 아아아... ! "

 

 

 

 

미요는 칼을 내던지고 소스라쳤다. 뒷걸음치는 그녀의 발 뒤꿈치에 타서 딱딱하게 말라붙은 사체들이 걸렸다.

아직 덜 타서 멀쩡한 안구를 가진 것들은, 붉은 눈동자가 하나도 없었다.

 

분명히 쏘아서 꼬구라진 걸 볼때엔, 모두 빨갛게 물든 눈이었다고 여겼지만.

아무도 그런 눈을 하고있지 않았다. 미요는 온 몸의 떨림을 애써 참아가며 자빠져있는 수행원에게 다가간다.

아니냐 다를까.

 

 

 

" 아니야... 아니야아니야.... ! "

 

 

검은 액체.. 라고 보였던 것들은 모두, 선혈이 되어 흩어져 있었고.. 경악과 공포 속에서 숨이 끊어진 수행원의 뜨인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 중위님 ... 중위님... ! 대체 왜... ! '

 

' 살려주십시오.. 저, 죽고싶지 않습니다... ! 제발... !! '

 

 

들었을 리 없었을 절규와 구걸소리가 미요의 귀를 파고들어가 머리를 휘젓는다.

 

" 그럴 리 가... 나는... 나는... ! " 숯덩이가 된 시체더미를 돌아본다.

 

 

' 중위님. 눈이... ! '

 

' 모두 전투태세 ! 하라다 중위를 구속해라 ! '

 

' 하라다 중위 ! 정신 차리게 ! '

 

 

" 으....아아아아아.... ! " 깊은 속에서 터져나오는 탄식섞인 비명이 울려퍼진다.

자기가 죽였다. 모두 죽여버렸다.

한 명도 남기지 않고.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목숨을 빼앗을 때엔 그들 모두가 광인이었다.

 

 

그렇게 보였다.

 

 

그렇기에 목숨을 빼앗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어쩔 .....................

 

 

 

 

 

 

었.......................................................................................................................................................................................................... .

 

 

 

 

 

 

 

 

 

 

 

「 모든 짐을, 내게 맡기어라. 」

 

 

 

 

피로 물든 땅 위에서, 살과 피가 타들어 메말라가는 가운데에서, 마음의 소리가 이끄는 대로, 그녀는 행한다.

 

 

 

 

" 안.............해....... "

 

 

 

영문 모를 미소를 머금은 채, 노리쇠가 당겨진다.

 

 

 

 

 

 

 

 

 

 

────────────────────────────────

 

 

몇 시간 후.

 

황량하고 메마른 땅에 먼지를 실은 바람이 몰려온다. 그 지저분한 바람을 맞으며 누군가가 걸음을 옮겨간다.

그러던 중 걸음이 멈춘다.

 

멈춰선 두 발끝의 앞, 고작 한 두 걸음 전방에 놓인것은. 시뻘건 피가 농밀하게 스며든 권총형 머스킷 한 자루 였다.

그걸 앞에 둔 채, 걸음의 주인은 눌러쓴 누더기 안쪽으로 손을 빼내었다.

삐져나온 손길은 허공을 춤추듯이 허공을 훑어내려가다가, 머스킷을 집어든다. 총신에는 피얼룩을 용케도 피해 '하라다' 라고 세겨져 있었다.

 

머스킷을 만지작 거리다가, 그녀는 바닥에 눌러붙은 핏자국 가운데에 솟아있는 '주황빛 수정' 을 보았다.

 

" 저건.... "

 

 

동시에, 바람에 눌러쓰고있던 후드가 벗겨져 펄럭거린다.

아무렇게나 중구난방으로 뻗어나가는 볼륨진 머리카락, 그 양 옆에 이질적인 뿔을 단 여성.

그녀는 뻗었던 손을 도로 거두며 무언가 중얼인다.

 

 

보이지는 않는 것이랑 이야기라도 하는 듯.

 

 

 

그렇게 뭔가 말을 마친 뒤, 여성은 뿔을 후드로 눌러써 가리며 머스킷을 쥔 채로 건너편의 숯더미를 지나 걸음을 서둘렀다.

 

 

진로는 막연히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음이라.

 

 

 

 

 

 

 

- 본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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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끝 입니다.

 

 

다른 내용은 없고, 밑밥입니다.

말 그대로 전조.

프롤로그라는 뜻에 적합하도록 간단하게 썻습니다.

 

 

Q. 미요는 어떻게 되었나요 ? 

A.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그 결말은 어떻게 된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대강).

 

 

 

※ 미나미의 과거사 편은, 지금 중간에 진행이 막혀서 올라오는데 좀 더 걸릴 것 같네요.

※ 그리고 아마도 다음주 중으로 본편이 시작됩니다 !

 

 

신데렐라 판타지는 여러분의 관심에 대해서 언제나 감사를 표합니다 ! 고맙습니다 !

 

그러면 본편과 미나미의 과거편 그 2화에서 뵙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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