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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R ETERN@L BLUE』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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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3, 2017 19:08에 작성됨.

예능세계 LUN@R.

 

푸른별을 맴도는 이 세계는, 옛날 공기조차 없는 죽음의 대지였다고 한다.

 

아주 먼 옛날, 유일무이한 톱 아이돌 미우라는, 그 강대한 예능력으로 죽음의 대지를 은혜 가득한 녹빛 대지로 바꾸었다.

톱 아이돌 미우라는, 사람들을 푸른별에서 이 LUN@R로 이주시키고, 데뷔(전생)를 반복하면서 세계를 다스렸다.

 

평화로운 시대.....

혼란과 전쟁의 시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단 하나도 변하는 것 없이, LUN@R의 하늘에서 푸른 별은 빛난다.

사람들의, 저마다 다른 마음이 담긴 시선을 받으면서.....

 

그리고, 지금.

푸른별에서

한 소녀가 눈을 뜨려고 하고 있다.

 

.....

 

온통 어두운 방 안에서, 치하야는 번쩍 눈을 떴다. 조금 낡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던 잔잔한 선율은, 어째서인지 뚝 끊겨있었다. 치하야는 조용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일순 밝아지는 방 안. 벽에는 온통 거울투성이. 치하야 혼자 있기에는 너무나도 넓은 방. 그녀는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빛에 이마를 반쯤 찡그리면서도, 단번에 이 방의 유일한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사용감이 남아있는 문손잡이를 무심히 잡아 돌리고, 바깥으로 나간다. 그러자 앞에 펼쳐진 건, 아주 조용하고, 어두침침한 복도.

 

저벅, 저벅, 저벅.

 

치하야의 발소리만이 그 안을 울렸다. 망설임없이 쭉 앞을 걸어가며, 이따금 만나는 계단을 계속해서 내려가던 그녀는 마침내 지금까지 머물고 있던 건물의 가장 1층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휘이이잉-

 

1층의 출입구. 거기 붙어있는 양쪽 문은 아주 굳게 닫혀있었지만, 원체 낡아있던 탓에 바람이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읏."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추위에, 몸을 떠는 치하야. 아마 저 문밖을 열면 더더욱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안으로 들어올 게 틀림없었다. 또한, 자신이 지금 걸치고 있는 옷이 그리 두껍지 않은 파란색 트레이닝 복 한 벌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치하야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바로 양쪽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덜컥.

 

휘이이이잉-!

 

"큭, 추워....."

 

예상대로, 아니 예상 이상으로. 맹렬한 추위가 치하야에게 엄습했다. 세찬 바람에 마구 휘날리는, 푸른 기가 도는 긴 머리카락. 치하야는 이를 악물면서 바깥으로 발을 딛었다.

 

신체를 한바탕 할퀴고 가는 눈보라를 겨우겨우 헤치면서 몇 걸음 더 걷고 있으니, 그제야 조금은 맑아지는 시야.

 

그 안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얼어붙어버린 거리.

 

아니, 거리라고도 할 수 없는, 어느 한 순간의 일부만을 겨우 간직하고 있을 뿐인 폐허였다.

 

"하아."

 

치하야는 두 팔로 온 몸을 감싼 채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조금 파랗게 질리기 시작한 입술로 작게 말소리를 자아냈다.

 

"아직, 때가 아닌데....."

 

그 말대로였다. 아직 그녀가, 푸른별의 치하야가 아이돌로서 데뷔하기에는 너무나도 일렀다. 그 때 이후 꽁꽁 얼어붙어버린 거리는 아직도 생기를 되찾지 못했다. 그녀의 무대를 봐줄, 그리고 팬이 되어줄 존재는 그 무엇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언젠가 푸른별의 아이돌로 데뷔해서, 모든 것을 되돌린다.

 

먼 옛날, 아이돌과 팬, 노래와 춤, 응원으로 활기넘쳤던 그 때로.

 

치하야는 오직 그것만을 위해, 홀로 이 쓸쓸한 곳에 남아 자주 레슨을 계속하며 실력을 갈고 닦고 있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라 이 푸른별을 맴돌고 있는 예능세계 루나에서 아주 조금씩 그를 위한 힘을 받아 모아두고 있었기까지 했는데.

 

치하야는 천천히 어두운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푸른별과 달리 녹빛으로 빛나는 작은 위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느껴져야할 따스한 기운은, 이제는 끊길 듯 끊기지 않을 듯 아주 미약하게 흘러들어오고 있을 뿐이었다.

 

이래서는 정말 얼마가 걸려도 필요한 양을 모을 수 없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그칠 줄 모르는 눈바람 속에서, 치하야는 의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질문에 답해줄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치하야는 자기 스스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푸른별의 재생을 위해 받고 있었던 예능력이, 지금 갑자기 저리 되어버린 이유를.

 

".....설마."

 

생각에 잠겨있던 치하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눈 뜨기 직전, 불현듯이 머릿 속에 떠오른 무시무시한 광경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검고 추악한 두 손이, 저 빛나는 별을 콱 움켜잡아, 그대로 쥐어터트려버린다.

 

그것은 결코 꿈 같은 게 아니다.

 

환상 같은 것도 아니다.

 

앞으로 일어나고 말 일이다.

 

만약, 치하야가 이대로 이 곳 푸른별에 남아있기를 선택한다면.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지금 당장, 미우라를 만나러 가야 해. 치하야는 입술을 꾹 깨물며, 예정에도 없던 활동을 개시하기로 결심했다.

 

.....

 

깡, 깡, 깡.

 

온통 어두컴컴한 유적 안에서, 무언가를 두드리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만들고 있는 건, 노르스름한 망토를 걸치고 있는, 푸른 옷의 조금 수수한 소녀.

 

그녀는 달랑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튼튼한 나이프를 쥔 손으로 아주 열심히 뭔가를 찍어내고 있었다. 그 뭔가는, 아주 오래된 용의 조각상. 정확히는, 그 조각상의 눈 역할을 하는 보석의 틈새.

 

"읏, 으으, 조, 조금만 더!"

 

깡, 깡, 깡.

 

소녀는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정말, 대체 언제까지 깡깡깡깡 시끄럽게 할거야?"

"미안, 이오. 지금은 말 시키지 말아줘."

 

그런 소녀의 어깨에 꼭 매달려 있는 건, 이오라고 하는 생물. 크기는 아주 어린 아이보다도 작지만, 제대로 말할 줄 아는 기이한 존재. 덧붙여 놀랍게도, 본인은 자기를 전설의 네 푸치돌 중 하나라고 격렬히 주장하고 있지만, 그다지 신빙성은 없어보인다.

 

"하루카, 이제 그쯤 하고 그만 돌아가자. 여기, 위험하단 말야."

"조, 조금만.....잠깐이면 된다니까."

 

하루카, 라고 불린 그 소녀는 여전히 포기를 모르고 계속해서 틈새에 나이프를 박아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해, 해냈다!"

 

하루카는 정말 뛸 듯이 기뻐했다. 땀을 뻘뻘 흘린 끝에 겨우 얻어낸 물건이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밧줄 하나만을 붙들고 있는 입장에서는 정말 해서는 안될 짓이었다.

 

"으, 우, 우아앗!"

"하루카, 이 바보가!"

 

하루카의 몸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휘청거렸다. 하루카는 이오의 구박을 받으면서 겨우 밧줄을 온 몸으로 껴안아 위기에서 벗어났다.

 

"에헤헤.....사, 살았다......"

 

하루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그 와중에도 용케 떨어트리지 않은 물건을 냉큼 허리에 매달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하루카, 그게 대체 뭐길래 얻으려고 난리를 쳤던 거야?"

"이거?"

 

그것은 방금 전까지 용 조각상의 오른눈이었던 보석이었다. 아직 정확한 용도를 모르긴 하지만, 하루카가 처음으로 발굴하는데 성공한 옛 시대의 유물인만큼 충분히 값어치가 있었다.

 

"고작 그거 하나 얻으려고 여기까지 오다니 하루카도 참 이상하다니까."

"그럴까나.....그래도 난, 기분 좋은 걸. 이대로 어딘가 날아가버릴 정도로."

"그래그래. 좋으시겠네요."

 

하루카는 웃으면서 도로 밧줄을 타고 올라가려고 하다가, 그만 손을 헛디뎠다. 이오와 대화하느라 긴장이 풀린 게 화근이었다. 그녀가 가진 덜렁이 기질도 한 몫 했지만.

 

"꺅!"

 

거기까지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이제는 한 쪽 눈밖에 없게 된 용 조각상을 중심으로, 유적이 아주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으, 으와, 으아아아!"

"키이이이잇!?"

 

결국에는 밧줄을 완전히 놓쳐버리고, 저 깊은 아래로 떨어지는 하루카, 그리고 이오.

 

"하, 하루카.....괜찮아?"

"으, 응. 괜찮.....아야야."

 

하루카는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리 큰 부상은 없이 차가운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오도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끊이질 않고 계속해서 둘을 향해 덮쳐왔다.

 

"괴, 괴물이다!"

"도망치자!"

 

눈코입이 붙어있는 불덩이 같은 몬스터가, 하루카에게 뛰어들었다. 하루카는 걸음아 나살려라하고 무작정 유적 안을 내달렸다. 덕분에 이오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후악, 하아, 핫, 하아......"

 

아주 길고, 복잡하고, 배배꼬인 유적의 통로를 그야말로 숨이 끊어질 정도까지 내달린 끝에야, 하루카와 이오는 겨우 안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루카가 워낙 정신없이 마구 내달린 끝에, 결국은 함정을 밟아버려 굴러떨어지는 돌에 꽉 막혀버린 유적의 통로. 거기서 몇번이고 숨을 고르고 있던 둘은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유적이 있는 곳은 사막의 높은 절벽. 그 곳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던 하루카와 이오. 그런데 그 순간, 유달리 거칠게 부는 바람과 그와 함께하는 굉음에 절로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것 좀 봐 하루카."

 

엄청 큰 배야. 바람도 없는데 저렇게 떠다니다니,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걸까? 이오는 두 눈을 깜빡이며 사막을 횡단하는 아주 크고, 하얀 배를 두 눈 가득히 담고 있었다.

 

"어이! 그 쪽의 수수한 리본 소녀!"

"에, 에엣?"

 

하루카도 덩달아 그 배를 구경하고 있는 사이, 돌연 불호령이 들려왔다. 하루카가 놀라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얀 배에서, 툭 튀어나와있는, 삽을 닮은 뾰족한 뱃머리. 거기서 정면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하루카와 동년배로 보이는 검은 포니테일의, 화려한 제복차림을 하고 있는 소녀.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는 듯 위풍당당한 그 소녀는 하루카를 향해 덜컥 삿대질부터 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 너말야, 너!"

"뭐야 그 쪽은. 쓸데없이 잘난 척이나 하고!"

"그러는 그 쪽이야말로, 대체 뭐냐? 헤에~ 이거 본 적도 없는 생물인데. 역시 변방은 다르다는 걸까나?"

 

하루카가 대답하기도 전에, 대화는 이미 소녀와 이오 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서로를 무례한 녀석, 이상한 생물이라 지칭하며 옥신각신하던 그들은 이젠 지쳤다는 듯이 서로에게서 완전히 정반대로 고개를 돌렸다.

 

"에.....그래서, 그 쪽은? 뭔가 엄청 대단한 사람 같긴 한데....."

"흐흥, 그 쪽은 그래도 좀 이야기가 통하는구나? 어흠! 듣고 돌라지 말라고? 자신은, 히비키! 미우라 신단의 백기사 히비키라고 한다!"

"그, 그래....."

 

자기를 히비키라 소개한 그 소녀는 자신의 소속과, 가지고 있는 직위까지 기세좋게 떠들어댔다. 그렇지만 하루카에게는 별로 와닿지않는 것들이었다.

 

"하루카,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그, 미우라, 라고 한다면 그 미우라 님 아니야? 하루카가 정말로 좋아하는 전설의 톱 아이돌."

 

어깨에 들러붙어있던 이오가 하루카의 귓가에 슬쩍 속삭였다. 에, 진짜? 하루카는 초록 눈을 깜빡였다. 정말 그 미우라 님이라고? 하루카는 믿겨지지 않았다. 그녀는 톱 아이돌 미우라를 정말로 좋아하고, 기회가 있다면 꼭 만나고 싶어했지만 그와 동시에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후의 아이돌 마스터, P.

 

한 때 이 루나를 수호했던 그의 시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톱 아이돌 미우라는 이 루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많은 유적을 뒤지고, 문헌을 접한 끝에 얻어낸 결론.

 

물론 하루카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이오와 함께 유적을 뒤지고, 꼭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정말로 그럴 수 있을까, 이젠 틀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미우라 신단이라고?

 

톱 아이돌 미우라는 오랜 시간을 넘어 다시 데뷔- 즉, 전생했다는 것인가? 정말로?

 

"뭐야아, 너도 모르는 거냐. 쯧, 이래서 시골은 안된다니까."

 

하루카가 잠깐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히비키는 혀를 차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시 하루카를 향해 라이트블루로 빛나는 두 눈을 들이대고는 이렇게 전했다.

 

"이봐, 그 쪽.....하루카라고 했나? 잘 들어라. 이제부터 여기는, 전장이 된다."

"에, 저, 전장이라고요?"

 

있어봤자 오래된 유적, 그 외에는 온통 모래. 굳이 숫자를 더 헤아려보자면, 약간의 호수와 선인장, 그리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몬스터밖에 없는 이 황량한 사막이 무슨 전장씩이나 된단 말인가. 하루카는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히비키에게 반문했다.

 

"누, 누구하고 싸우는데요?"

"이 루나를 파괴하러 나타날 치하야라는 나쁜 마왕과 싸우려는 거다."

"마왕? 치하야, 라고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

"하핫! 그야 그렇겠지. 너 같은 애송이가 뭘 알겠어. 어쨌든, 여긴 위험해질테니까, 냉큼 가버리는 게 좋아!"

 

히비키는 하루카에게 선심쓰듯 그리 전하고는, 부하들에게 푸른탑으로 이 커다란 배, 용기선 바르간을 발진시킬 것을 명했다.

 

부우우웅!

 

왔을 때와도 같이, 커다란 굉음을 동반하며 저 멀리 떠나가는 바르간. 하루카와 이오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야. 빨리 돌아가자. 여기 위험하대잖아. 거기다, 리츠코도 기다리고 있을테고."

"으, 응. 그렇네. 그러자."

 

하루카는 조금 내키지 않는 듯 머뭇거리다가도, 이오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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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 결국 저지르고 마네요.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실버스타부터 할까 이터널 블루부터 할까 참 고민 많이 했지만 결국 이터널 블루로 하기로. 무덤은 지손으로 파야 제맛이지. 하여튼 아주 굉장히 느~긋하게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완결은 대체 언제 할 수 있을련지, 본격 아무도 모르는 그런 크로스오버, 아니 AU라고 해야할까요. 쨌든 그런 소설입니다.

 

아 그렇지 일단 푸치돌은 말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했습니다. 일일히 번역달기는 귀찮아서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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