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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 「고독, 은연중의 쓸쓸함, 그 가운데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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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2, 2017 22:26에 작성됨.

 

 무엇이 사람을 슬프게 만들까. 넌 그 이유에 답해본 적 있어? 대체 왜 세상은 이렇게 부조리하고, 또 끔찍하게 만들어진 걸까. 세상은 마치 일부러 우리에게 고통을 주기라도 하려는 듯 내 약점을 파고들고 집요하게 파헤쳐서 안팎을 뒤집어놓지. 그게 왜 그런지 생각해본 적 있어?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진지하게 알아들을 수 있어?

 들어봐, 내가 그렇게 불행하고 또 못난 사람은 아냐. 굳이 말하자면 난 그래도 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행복하게 자랐다고 자부할 수 있어. 난 내 부모님이 좋아. 굳이 말하자면 가끔 싫기도 한데 그걸 지금 말할 필요는 없지, 안 그래? 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 나쁘지 않았어, 내 삶은! 우리 엄마 아버지 모두 자상하시고, 어렸을 땐 같이 드라이브도 자주 갔었지. 비록 비싼 돈 들여서 가는 해외여행 따위의 사치는 아녔지만 난 기찻길에서 까먹는 도시락의 계란 한 덩이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 간장으로 간을 맞춘 계란말이를 먹어본 적 있어? 없다면 아쉽네, 꼭 한 번 먹어보길 바라. 내게 있어서는 추억의 맛이니까 너도 한 번 쯤 맛봤으면 좋겠어.

 아이돌 활동, 나쁘지 않았어. 멋진 친구들, 동료들도 만날 수 있었고, 잘 이끌어주는 선배들과 그들에게서 받은 가르침을 다시금 가르쳐줄 후배들. 난 그들이 좋았어, 그 안에서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무척이나 빛나보였어.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 뿐 아닌 그 모든 게 행복이었지! 너는 행복에 대해서 진정으로 스스로 되물어본 적 있어?

 나는 네게 행복이 뭔지 답을 알려줄 수는 없어. 오히려 그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그치만 난 이렇게 생각했어, 행복은... 행복은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불어가는 하나의 바람과도 같다. 인생이란 여정에서 잠시 만났다 헤어지는 여행자들에게 또다시 하나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만큼 기쁜 것도 없겠지! 떠나는 여행길, 다시 한 걸음 내딛는 발자국 속에 들려오는 새소리와 그 낯선 타향의 내음, 심지어는 급하게 내린 소나기에 서둘러 카페로 들어가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왜 오늘은 비가 오나 하고 한탄하는 것조차도. 누군가는 행복이 마치 집안일 같은 거라 말했어. 누구는 여행이라고, 누구는 더운 여름에 솔솔 불어가는 바람이라고, 그치만 또 누구는 새로 산 헤드폰이라고도 하겠지. 새로 산 헤드폰은 정말 멋져.

 늦은 밤 샤워를 개운하게 마치고서 보드라운 이불 속에 들어가 그 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따스하게 몸을 맡기고서 한가로이 뒹굴뒹굴 굴러대는 것도, 비 오는 창밖을 구경하며 내리는 빗소리에 편안히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도. 함께 밥을 먹는 거, 아플 땐 돌봐주는 거, 울 땐 위로해주는 거, 힘들 땐 도와주는 거, 그렇기 때문에 아프고 슬프고 힘든 순간들도 행복이 될 수 있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응.

 네가 만약 내 말을 들으며 눈물이 눈가에 고이거나, 혹은 조금이라도 코끝이 찡해진다면 난 너무나 행복하겠어. 헤매는 길 속에서 나와 같은 사람을 한 명 더 발견한 것이니까, 만약 내 말을 듣고 조금이라도 감상적인 눈물이 흐를 조짐이 있다면 난 정말로 행복하겠어. 왜냐면 난 지금까지 그런 사람을 찾고 있었으니까- 응, 난 행복하고 싶었어. 내가 설령 지금 행복하더라도 행복하고 싶었어. 누군가 날 알아줬으면... 누가 날 알아줬으면 했어. 누군가 내게 괜찮다고, 아프지 않아도 된다고, 금방 지나갈 거라고... 다들 그런 때들이 있잖아, 그렇지, 단지 지금 내가 그 때일 뿐이야. 네가 만약 서러움에 못 이겨 울고 있는 나를 본다면 그냥 지나쳐주길 바라, 아니, 역시 내 등을 토닥여주길 바라. 아니, 아니.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가던 길 가고, 울도록 내버려 둬. 그 우는 시간은 온전히 내 거야. 내 감정에 빠져있을 시간도, 빠져있을 권리도 모조리 내 거야. 그러니 굳이 울고 싶어서 우는 내 눈물을 억지로 집어넣을 생각은 하지 마. 대신 울음이 그치고 나면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적당히 문자나 한 통 보내줘: “너 괜찮냐,” 고. 보답은 착실하게 할 거야, 나도 네가 분에 지쳐 울고 있을 때 옆으로 가서 앉아있을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그냥 좀 힘들었나 보다, 조금 울고 싶었나 보다, 할게. 걱정하지 마, 나 손수건 항상 챙겨 다녀. ...오늘도 많이 힘들었니?

 

 난 힘들었어.

 

 말했지만 날 불쌍한 시선으로 보려는 시도는 그만둬. 내겐 멋진 부모님과 좋은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회사의 동료들이 있어. 난 불쌍하지 않아, 단지 지금이 조금 힘들 뿐이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재보려는 시도도 하지 말아줘. 그냥 옆에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 그 과정에서 네가 핸드폰을 하건, 혹은 책을 읽건, 난 신경 쓰지 않을게. 네가 날 정말 좋아한다면 할 일은 간단해. 내가 울음을 그치면 등을 조금 토닥여주거나 머리를 조금 쓰다듬어 주는 정도면 돼.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도 외롭고 쓸쓸할 때가 있어. 힘들고, 괜히 지치고 피곤하고, 세상이 나만 괴롭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 아마 너도 알 거야- 왜냐면 내가 그걸 아니까. 힘들었지, 너도?

 지금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무슨 의도로, 무엇을 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엄살 부리고 싶지 않아. 애초에 그렇게 약하지도 않아. 이 정도쯤 가뿐해, 난 강해... 난 충분히 강하다구.

 

 -사실 난 약해.

 

 미안해, 거짓말해서. 엄살 부려도 돼? 나 힘들고 외로웠던 거 다 너한테 어리광부리면서 풀어도 돼? 난 그냥 누군가 내 옆에서 등이나 토닥거려줄 사람을 찾고 있어, 자연스레 내 귀나 머리를 쓰다듬어줄 사람을 찾고 있어. 아픈 아이라고 해도 좋아, 난 아픈 아이가 맞아. 그래,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 한참 전부터 조금씩 울고 있었어. 왜 우는 건지 모르겠고 그냥 왠지 눈물이 났어. 왠지 서러워서, 내가 이런 말을 할 사람을 겨우 찾아냈다는 게 벅차올라서 조금 눈물지었어. 있잖아, 난 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무엇을 하고 있든 상관없어. 아무것도.

 미안해, 우는 게 보기 싫다면 좀 이따가 괜찮아진 후에 와도 돼. 그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말리지 않아. 아냐, 내가 생각해도, 어쩌면 조금 민폐일지 몰라. 날 싫어할까 봐도 있지만, 그냥 순수하게 네가 기분이 나쁠까 봐서. 그냥... 그냥 뭐랄까, 진짜 그냥, 제발 그게, 진짜, 그러니까, 그냥,

 응.

 

 

 있잖아,

 

 ...나 눈물 멈췄어.

 

 

 ...

 

 ...괜찮으면,

 응, 아냐. 아무것도.

 

 

 ...

 ...

 

 있잖아.

 

 사실,

 

 ...민폐가 아니라면 말야, 정말로,

 

 

 

 

 ...등 조금만,

 쓰다듬어줄 수 있을까?

 

 나, 조금만 더 울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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