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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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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2, 2017 02:05에 작성됨.

우리는 모두 안다. 그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언젠가 입학하고,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퇴사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늙고 죽는다.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내일 그것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않는다. 내일은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여자친구를 새로 사귈수도 있고, 아니면 교통사고로 죽을 수도 있지. 그러나 누구도 내일, 그것이 일어날거라 기대하지않는다. 그저 오늘 보낸 하루가 내일과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제에 기대어서 내일을 기대한다.

 

나도 그렇다. 나 또한 그런 평범하고 평범한 사람이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와서 세수를 하고 몸을 씻은 다음, 어제랑 별 다를 게 없다면서 투덜거리고 동시에 어제 한 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내일 또 출근해서 지겨운 잔소리와 작업에 시달려야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일어난 사건은 그런 것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내가 쌓아올린 모든 것, 그리고 내 일상과 같은 것들. 그 모든 것들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끝내는 주저앉는다. 모든 것이 불탔다. 침대도, 집도, 서류도, 심지어는 친구나 가족도. 일부는 아예 목숨도 잃어버렸다. 다행히도 나는 몇몇을 건져내었지만, 그것은 턱없이도 부족했고 우리가 가장 많이 그리고 온전히 건져올린 것은 하나 뿐이었다. ‘절망’. 아무것도 없이, 전부 다 잃어버렸다. 그것이 우리가 맞이한 ‘내일’이었고, ‘오늘’이었다.

 

뜨겁다. 숨이 막힌다. 울고, 비명지르고, 괴로워한다. 둘 밖에 없다. 죽은 자와 상처입고 살아남은 자. 그 외에 모든 것은 그저 ‘어제’가 되었다. 다시는 돌아오지도 않을 ‘어제’.

 

우리는 살아야했지만, 살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나 또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길바닥에 나앉아 눈물을 흘리며 우는 어린 아이를 보고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슴아파하는 일. 그리고.....

 

“괜찮아. 괜찮아....”

 

없는 힘으로 꼬옥-안아주며, 나조차도 긍정하지 못할, 그저 달콤하기만한 거짓말을 속삭이는 것이었다. 괜찮다고, 잘 될거라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더 서럽게 나에게 매달리며 울었다. 난생 처음보는 아저씨에게, 그 소녀는 머리를 파묻고서, 그 불길도 꺼질만큼 울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꼬마는 정말 아무것도 남지않았던 아이였다. 아무것도 없는 아이. 가족도, 친구도, 그리고 기억도......혼자서 길바닥에 나앉을수도 없는 나이의 소녀였다. ‘작을 소’자를 쓰기에도 작은 아이였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우는 것밖에 하지 못한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누군가한테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하지 못한다.

 

누가, 이 소녀에게 손을 뻗어 이 소녀를 잡아줄 수 있을까? 일단, 사람이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으려면 그 손에 있는 것을 모두 바닥으로 떨어트려야만 한다. 그렇지않으면 잡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누가 그래주지? 누가. 먼저. 자기가 가진 걸. 버려? 없어. 특히나 그 대상이 황금도 아니고 정말 아무런 가치가 없다 못해 짐이나 되는 더럽고 쬐쬐한 어린 아이라면 없어. 제 손에 쥔 그것들을 버려가면서 잡아 줄 그런 사람은 없어.

 

........근데, 그런데 말이야. 또 ‘잡아 줄 사람’은 있을지도 몰라. 왜냐하면, 처음부터 가진 게 없으면 잡아 줄 수 있잖아? 가진게 없어서 진짜, 버릴 것도 없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가진 게 없어서 그 소녀를 양팔벌려 가슴으로 안아줄 수도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또 있을 지도 몰라. 그건 그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 소녀가 더 빨랐다. 그 날 그냥 한 번, 지켜주지도 못할 말을 속삭여준 이상한 아저씨를 붙잡고 그 소녀는 서럽게 울었다. 내가 가는 것이 마치, 그 날 모든 것을 잃어버린 화마의 재앙과도 같았는지 소녀는 울었다.

 

“같이 갈래?”

 

방법도 없고, 목적지도 없는 여행길에 나는 무책임하게 소녀를 끌여들어버렸고 그 무책임한 소리에 소녀는 웃었다.

 

“이름이 뭐니?”

 

“리사, 응.....리사야!”

 

“그럼 넌 이제, ‘마토바 리사’다.”

 

너도 나도 남은 것은 텅빈 손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서로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너도 나도 서로 손을 맞잡았다. 그 맞잡은 손은 따뜻해서, 세상이 기울어져...잠깐 기울어져? 왜? 야!!! 악!!

 

“아빠-!!!!!”

 

소리가 더 먼저인지 고통이 더 먼저인지.....결과는 훌륭하다. 나는 지금 침대에서 떨어진 채 잠에서 깼으니까....

 

“아빠!!!!”

 

“아파.....”

 

“아빠!!!”

 

앙칼지지만 귀여운 목소리가 들린다. 크흐....근데 행동하나는 끝내주게 안 귀여운 것 같네....

 

“리사, 오늘은 아빠가 너무 졸려서....”

 

“오늘은 간다고 했잖아! 데이트!!!”

 

“.....우웅....”

 

..............오늘 약속했구나, 손 잡고 같이 간다고. ‘놀이공원’. ‘데이트’는 약속한 적 없으니까 어겨도 되는 거 아닌가....아아...딸아, 이 아버지는 피곤합니다.

 

“얼마나....기대..했...는데...”

 

우는 아이, 우는 소녀. 그럴때마다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둘.

 

“괜찮아, 괜찮아....”

 

“뭐가 괜찮아! 이 멍청파파야!”

 

“갈 거니까, 놀이공원”

 

꼬옥 안고서 해줄 수 있는 약속을 해주는 것, 그리고 진짜로 이루어주는 것. ‘데이트’는 모르겠고, ‘놀이동산’은 가능할 것 같다.

 

“같이 가자, 리사”

 

우리들의 일상은 그 날 전부 타버렸다. 아무것도 남지않았다. 도와줄 이도 한 명 없어서, 우리는 서로 손을 잡아야만 했다. 그리고 우리는 만들었다.

 

‘새로운 일상’을.

 

=====

 

 

마토바 리사의 (양)아버지, 그의 이야기입니다. 리사가 사랑에 빠지려면 이런 건 있어야지.

근데 이걸 신데마스 소설이라고 분류해도 괜찮은건지는 모르겠네요. 아이커뮤 대회 상으로 막 1kb 감소권 주면 좋겠습니다. 여기다 좀 쓰게.....하.....

독백형 단편은 넘나 어려운 것입니다. 힘들어힘들어....

다음 이야기는 없습니다. 왜냐면 말이지......생각을 안 했거든요!!!!!!! 아 몰랑. 이것도 지금 분량 맞추는 중인걸.

전 이렇게 프롤로그 같은 느낌으로 쓰는게 재밌더라구요.

리퀘 쓰고...편지 쓰고....아이고 힘들어....

빝으-슡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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