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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x346] 어느 겨울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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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1, 2017 00:47에 작성됨.

어느 겨울날의, 기적같은 그녀들의 만남-

(시죠 타카네 x 아나스타샤)

 

“... Да,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봐요, 미나미.”

전화 종료를 누르는 그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모처럼 둘의 식사였는데.

아나스타샤, 홋카이도에서 온 이국적인 소녀.

프로듀서에게 스카우트 되어 낯선 땅, 도쿄에 온 지도 이미 수개월이 지났다.

처음 도쿄로 왔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휘황찬란한 도심의 스카이라인이나, 낯선 거리, 새롭게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

하지만 갑자기 바뀐 환경 속에서 그녀는 많은 외로움을 느꼈다.

사무치는 외로움과 향수(鄕愁)를 잊기 위해 그녀는 별을 보곤 했다.

언젠가,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바라보던 별.

그걸 보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다행히, 좋은 동료, 친구들도 잔뜩 생겼다.

모두가 친절하였지만, 그 중 특히 자신보다 4살 연상인 소녀, 닛타 미나미는 항상 그녀에게 먼저 다가오곤 하였다.

2인조 유닛이었던 ‘러브 라이카’ 활동을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가끔씩 미나미의 집에 초대 받아서 가정식을 대접받기도 하였고,
자신 또한 미나미를 기숙사에 초대하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유닛과 더불어 개개인들이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둘이 함께하는 시간은 필연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녀 자신은 새로운 프로젝트였던 ‘프로젝트 크로네’의 일원으로서, 미나미는 솔로 활동에 전념하면서 서로 얼굴을 보기도 힘든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오늘은 마침 둘의 로케이션이 비슷한 곳이었고, 간만에 둘이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먼저 일이 끝난 그녀는 프로듀서도 먼저 보낸 후에, 즐거운 마음으로 어디에 갈지, 간만에 둘이서 무엇을 할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등의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런 행복한 기분도 잠시, 방금 전 온 미나미의 문자에는, ‘라디오 레코딩 시간이 예상 보다 길어져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아냐쨩.’ 이라고 되어있는 것이었다.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그녀는 미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둘이서 함께 갈 식당의 위치를 알리는 지도 앱도 끄고, 그저 정처없이 도쿄의 도심 한 복판을 걷기 시작하였다.

 

“타카야마 라멘, 하나 부탁드려요?”

점심시간이 한창 이라 그런지 가게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한참을 도심을 헤매던 그녀는, 슬슬 배도 고프겠다. 눈앞에 나타난 라면집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맛집’이라는 곳일까, 가게는 인파로 문전성시였다.

마침 벽 쪽에 빈 자리가 낫기에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니, 온갖 종류의 라면들이 있었다.

잠시간 고민하던 그녀는, ‘기본적인 메뉴를 고르면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도쿄에서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지식을 떠올리고는, 가장 위의 ‘타카야마 라멘’을 고른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점심 시간에 끼니를 때우러 온 직장인들, 맛 집을 찾아온 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옆 자리로 눈길이 간다.

한 여성이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막 주문을 마친 참이었다.

옆 모습을 살짝 보니 대단한 미인.

웨이브와 함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풍성한 은발은, 이국적인 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을 바라보고 살짝 웃음 짓는다.

일본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힘든,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미녀상이다.

그윽한 심홍색의 눈동자.
그 한켠에 깃든 왠지 모를 애수에 그녀는 마음이 가는 것을 느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그제서야 자신의 결례를 깨닫고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저기, Извините, 죄송합니다.”

“외국 분이신가요?”

“...Нет, 아닙니다. 하지만 Да, 맞습니다. 아냐는 러시아 하프, 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니,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고 생각한다. 특히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라면 더더욱.

그러나, 이 여성에게서 왠지 모를 친밀감과 동질감이 느껴졌기에, 거부감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역시 그랬군요. 그대에게서 낯선 이방인의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또한 북해(北海)의 정취도.”

“맞습니다. 아냐, 홋카이도에서 왔습니다. 하지만 как, 어떻게 아신 겁니까?”
의아해하면서 묻는다.

“후훗, 톱 시크릿 이랍니다?”

입에 살짝 손을 가져대며,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한다.

그 모습, 그 미소에 더욱 이끌려, 그녀는 정식으로 인사한다.

“아나스타샤, 입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홋카이도에서 왔습니다. 도브라예 우트라(Доброе утро)! 저... 잘, 부탁드려요!”

“아나스타샤... 346 프로 소속이시군요.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도 정식으로 답례하는 것이 인지상정. 765 프로의 시죠 타카네 라고 합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765프로라면 이 업계의 대 선배와도 같은 존재.
자세히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정도 만큼은 알고 있다.
그런 엄청난 사람이, 자신을 알아봐준다니. 그 사실만으로 무척 기뻐지는 것이었다.

“앗, 만나 뵙게 되어 слава, 영광입니다. 시죠 씨?”

“후훗, 타카네라고 불러주세요?”

찬바람 부는 겨울날, 한 라면집에서 만난 기이한 인연.

두 사람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아... 정말로, 맛있는 라면 이었습니다♬”
처음 오는 가게였지만, 꽤나 만족스러운 맛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집은 사골을 우려서 만든 육수의 깔끔함과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진 것이 참으로 훌륭하군요. 가히 칭찬할 만 합니다.”
그녀 역시 만족스러운 듯이 시식 평을 내린다.

“타카네 씨, 라면, 좋아하십니까?”

“제게 있어 라면은 수 많은 재료들과, 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들어간 하나의 세계. 그 진정한 맛을 찾고 음미하는 것은 저의 소소한 기쁨 중 하나입니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

“Да! 저도, 조금이지만 알 것 같습니다. 라면은, 세계입니다!”
그녀 역시 활짝 웃으면서 말한다.

“후훗, 또한 라면은 별과 같지요.
삭막한 우리네 인생을 비추는, 한줄기의 뜨거운 별. 그것이 바로 라면...”
그녀가 라면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려던 그 순간.

“아... 즈베즈다(Звезда), 별, 이로군요...”
별안간 그녀의 얼굴에서 쓸쓸함이 묻어나온다.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하는 표정.

“아나스타샤 씨는 별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가요?”
갑작스러운 그녀의 변화에 약간은 동요하며 말한다.

“...Нет, 아닙니다. 아냐, 별, 좋아한답니다?
그저... 고향의 가족들이 생각났을 뿐입니다.”

북방의 밤을 수놓는 아름다운 별들의 향연을 떠올린다.
곁을 보면 사랑하는 가족들. 친숙한 거리. 아름다운 자연.

동시에 도쿄의 기숙사에서 홀로 보는 별을 떠올린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어딘가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풍경.

“고향에서는 밤 중에 가족들과 함께 별을 보곤 했답니다?”
그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 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쿄의 겨울밤, 차갑습니다. 아냐, 외로울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는 살짝 눈물까지 맺히려고 한다.

이야기를 듣던 그녀의 반응이 없다.
하긴,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하면서 눈물까지 보였으니,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황급히 눈가의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날 딱하다는 듯이 쳐다볼까?아니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볼까?’ 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그녀 역시 하늘의 먼 곳, 저쪽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 아름다워, 시선을 빼앗긴다.

얼마간을 그렇게 있었을까, 이쪽을 바라보면서 말을 건넨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은 낯선 이곳의 생활에서 많이 외로웠습니다.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함께 바라보던 별이,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혼자 보는 별이나, 가족들과 함께 보는 별이나, 결국 같은 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마음만 이어져 있다면, 언젠간 꼭,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만큼은, 그것으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마지막에는 그녀를 향해서 상냥하게 웃으면서.

그 미소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너무나도 따스해서, 자신도 모르게 울어버리고 만다.

그런 그녀를 따스하게 끌어안는다.

그동안 얼마나 울음을 참았던 것일까?
낯선 대도시에서의 생활, 지금까지와는 다른 아이돌 생활을 겪으면서 즐거운 일도 분명 많았지만, 힘든 때도 많았다.

그럴수록 그녀는 고향이 그리웠다. 가족들이 그리웠다. 북방의 하늘에서 보던 별이 그리웠다.
울고 싶었다. 눈물이 저절로 났다.

하지만, 참아야만 했다.
멀리서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믿고 여기까지 이끌어준 프로듀서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나름대로 슬픔을 삭히면서 지금까지 씩씩하게 걸어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서, 동시에 잊으려던 감정이 다시금 생각나버려서, 그녀는 저절로 눈물이 났다.

“... 힘내세요, 아냐쨩. 주변을 둘러보면 소중한 동료들이 있답니다. 프로듀서도. 물론, 저도 있답니다.
그러니...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마지막에는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나지막히 속삭인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두 사람은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눈다.
솔직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오늘 오후에도 레슨이라던지, 레코딩이라던지 여러 가지 일이 많다.
다시 만나는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할 뿐이다.

“저기... 오늘, 여러 가지로 신세 많았습니다. 정말로, 감사 드려요?”
고개를 꾸벅 숙인다.

“아닙니다. 저 역시 오늘 아나스타샤 씨를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동향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앗, 그렇다면, возможно, 혹시, 타카네 씨도...?”

“후훗, 그건 톱 시크릿 이랍니다?”
역시나 마지막에는 살짝 장난기 어린 웃음이다.

때마침 전철의 진입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할 시간이다.

개찰구로 뛰어가는 그녀.

하지만 다시 돌아서서 약간은 큰 소리로 외친다.

“타카네 씨,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 기다려주세요!
목표는...!”

“탑 아이돌. 이니까요. 후훗.
정상에서 다시 만나요. 아냐쨩.”

기적처럼 만나서 다시 각자의 길을 가는 그녀들을, 오후의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FIN

 

 

안녕하세요. 간만에 찾아뵙습니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짧은 작품을 가져와봤습니다.

본분가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들중에서, 가장 잘 통할 것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나름 끄적여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르겠습니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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