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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내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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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1, 2017 00:00에 작성됨.

 

오오하라 베이커리 전편!

 

“오케이! 커트-! 수고하셨습니다!”

 

“냐하하! 이걸로 시키냥 완전개방!”

 

미시로 프로덕션의 아이돌 중 톱을 달리는 아이돌, 립스는 이제 막 사진촬영을 마치고서 조금 지친 느낌의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맘때면 늘 소녀들이 찾는 것은 하나.

 

“뭔가 스위티한게 먹고싶은데~”

 

그녀들은 아이돌이지만 또한 소녀인지 꽉 조이는 체중조절을 언제고 받는 건 무리다. 때로는 이렇게 풀어줄 필요도 있다. 그것을 알고있는-정확히는 말릴 수도 없는-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간단한 권고사항을 카나데에게 전하고는 뒤로 물러난다. 카나데 역시 소녀이고, 한창 들뜨는 기분을 망치고 싶지않아 조용히 입다물고는 스위티를 찾는 대화에 살며시 들어간다.

 

“누구 아는 곳 있어?”

 

“스위티라.....시키냥 특제 스윗-”

 

““““기각””””

 

“마카롱!”

 

“마카롱까지는 너무..”

 

“어디 얼마나 살찔지 한 번 볼까?”

 

성실한 카리스마 갸루, 미카의 우려에 기회를 놓치지않고 시키와 프레가 빠르게 호흡을 맞췄다. 프레가 미카를 잡고 시키는 미카를 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꺄?! 어딜 만져!?”

 

“킁킁...하아 좋구나 소녀의 땀냄새라는거...”

 

“꺄앗!?”

 

시키가 미카의 목덜미로 파고들어 한창 몰입하고 있는 것을 보며 ‘후훗’하고 웃던 카나데는 슬쩍 슈코를 돌아보았다. 평소같았으면 느긋한 표정으로 감상할 법한데 오늘은 계속 어딘가에 파묻힌 얼굴로 고민하고있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계속 저런 얼굴이었네..?’

 

카나데가 살금살금 다가와 코끝이 뺨에 닿을 지경이 되어도 슈코의 고민은 풀릴 줄을 몰랐다.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단어몇개를 연기처럼 입밖으로 중얼거릴 뿐 카나데에게는 안중도 없었다.

 

“슈우코오? 자꾸 이러면 해버릴지도 몰라...?”

 

그리고 그 순간, 슈코의 고민과 카나데의 장난이 한 단어에서 만나버렸다.

 

“키스...”
“키스...”

 

그 소리에 홀연히 이끌리 슈코는 천천히 멍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오빠?”

 

“응?”

 

그리고 나갔던 정신이 천천히 들어와 로딩된다. 멍한 얼굴로 가까이 갔다가, 갸웃하며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인 다음 깨달았다는 듯이 ‘아~’ 하고 입을 한 번 벌린다. 그리고 작게 ‘응?’하고 중얼거린 다음, 눈을 2배로 키우고 얼굴에 색이 돌아오면서 입이 떡 벌어진다. 슈코의 몸이 뒤로 빠지고는 그대로 강렬한 타격음이 복도를 휘려친다.

 

“아프겠다....”

 

“옷호이? 슈코쨩 그거그거 뭐야? 슬랩스틱이라는거? 재밌어?!”

 

시키의 관심이 옮겨가 그대로 덮쳐지기 전에 리더가 한 발 먼저 상황을 정리한다.

 

“아무래도, 슈코가 케이크를 받아오면서 다른 것도 받아왔나봐?”

 

“프레쨩 케이크말고 먹은 건 없었는데?”

 

“다른 냄새 못 맡았는데?”

 

다른 이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슈코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얼굴만 붉히고 있는 와중에, 카나데가 한 가지 묘책을 제시한다.

 

“그럼....직접 가서 물어보면 되겠네?”

 

“오오...! 과연! 기프티드도 못한 생각이야!”

 

“근데 무슨 케이크 말하는거야?”

 

“......”

 

한바탕 소란 끝에 미시로 빌딩을 나와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골목 어딘가, 나무를 있는그대로 옮겨서 만든 듯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빵집에 그녀들은 당도했다. 그 앞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한 온기는 가게 안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따뜻한 빵냄새만은 아닌 것 같다. 옆에 모닥불이 타닥타닥거리고 한쪽에는 푹신한 침대가 놓여있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산 속에 하나 안식을 위한 통나무집을 연상케하는 빵집이다.

 

“여기가...오오하라..?”

 

슈코는 이 집이 부담스러운지 끝까지 멤버를 말리고싶어했다.

 

“저기,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까..”

 

그러나 슈코의 우물쭈물하는 보기드문 발언이 신호탄이 되었다.

 

“돌격!!!!!”

 

기세 좋게 시키쨩이 선두가 되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통나무집에 사는 귀여운 다람쥐가 있었다.

 

“어서오세요~”

 

머리를 예쁘게 묶은 미치루가 카운터에서 일어나며 밝게 인사를 건낸다. 하지만 상대는 립스의 이치노세 시키! 그런 단정한 인사는 아랑곳하지않고 당장 미치루에게 달려들어 조사라도 해보듯 위아래로 이곳저곳을 훝으며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한참을 맡고도 시키의 얼굴에는 불만족과 풀리지않은 의문이 앉아있었다.

 

“흐응.....수상하지않아. 맑고 순수한 소녀의 냄새...그렇다면!”

 

그녀는 다른 냄새를 찾아 더 뒤쪽의 깊은 곳, 철문을 열어젖혔다.

 

“아, 저기요!!!”

 

미치루는 기겁했다. 빵이 매진되었을 때보다도 새파랗게 얼굴이 질리며 땀이 목을 타고 아래로 떨어진다. 손을 뻗어 시키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시키는 그 철문을 열고 그 발을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 발이 바닥에 닿을 때, 시키는 보았다. 보울에 손을 집어넣고 전신의 근육을 팔에서 손끝으로 그리고 반죽으로 전하고 있는 남자를. 그 남자는 보라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상대가 이치노세 양이고,”

 

보울에서 손이 떨어지고 손을 감싸고 있던 장갑 한 번 늘어더니 힘없이 늘어져서는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다.

 

“제 동생은 참을 수 없이 귀여우니까”

 

휠체어가 이치노세의 정면을 향해 돌고서 천천히 바퀴를 앞으로 굴린다.

 

“그건 넘어가볼 만 한데...”

 

흉하게 비틀어진 손가락이 마스크를 천천히 내린다. 뜨거운 공기가 가득한 주방이지만 왜인지 말을 내뱉는 입에서는 말과 함께 시리디시린 입김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천천히 보라색 눈동자가 시키를 바라본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가 그 눈동자를 흔들지 않는 것처럼, 히이라기의 눈 또한 같다.

 

“감히 그 더러운 몸으로 주방에 들어와?”

 

“저어기이...저는 그냥....”

 

설명할 수는 없으나 사람의 감각을 압박하는 기괴한 프레셔를 발산하면서 빵을 반죽하던 손이 사람을 붙잡는다.

 

“그냥....잊어버리고 앉아계세요.. 커피라도 드릴까요?”

 

그리고 이 상황은 자신이 100명 있어도 못 말릴 것임을 아는 미치루는 그저 남아있는 다른 소녀들의 충격을 덜어주고자 최선을 다해 화제를 돌리고 있었다.

 

약 30분이 지나고서, 히이라기는 탁자 위에 천천히 빵을 올려놓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과연,과연, 슈코 양의 일로 찾아왔던 거군요.”

 

“방해해서...미안해..”

 

히이라기를 제법 잘 알고, ‘명인’이라는 것을 가까이서 봐온 슈코는 일의 심각성을 알고 사과했다, 립스의 다른 멤버들은 그저 공포에 떨고있었지만. 히이라기도 실수했다며 한 번 사과를 건내었다.

 

“방금전, 무례에 대한 사과가 될 수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제가 드릴 수 있는 재주는 이런 것 밖에 없어서요.”

 

동시에 탁자 위에 올려둔 빵, 커피번을 천천히 립스 쪽으로 밀어넣었다.

 

“에에...”

 

당연히 선뜻받지 못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슈코지만, 히이라기 다만 빙긋 웃으며 권할 뿐이다.

 

“어차피 미치루랑 같이 먹으려고 했으니까요. 같이 들어요”

 

“잘 먹겠습니다!”

 

프레데리카가 먼저 빵을 들고 슈코를 마지막으로 한 입 씩 커피번을 베어문다.

 

검은색에 가까워 보이지만 검은 색은 아닌, 깊은 갈색이 둥그렇게 앉아서 투박하고 거친 표면을 드러내고 있다. 식빵을 막 꺼냈을 때 느낄 수 있는 살짝 탄듯한 향 속에 그윽한 커피향이 느껴진다. 커피 그자체보다는 섬세한 열과 회전 속에서 오묘한 향과 풍미를 살짝 머금은 커피콩 그 자체가 연상된다. 깊이는 있으나 과하지는 않아 사람을 어지럽게 하지 않고 다만, 빵속에 젖어들어간 커피를 연상시켜 침샘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살짝 끈적이는 표면을 잡아 늘이자 ‘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분명 하얗지만 그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그 오밀조밀한 조직.얕디 얕은 막들이 서로 엉기고 성겨 치밀한 구멍들과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있다. 어떤 화려한 심포니도 아니다.

 

사실 식빵과 다를 것은 없다. 조금 끈적거리면서 커피향을 시나브로 내놓는 겉면만 아니면.

 

다만, 그 얕은 막하나로 맛은 변한다. 쫄깃함 위에 얹어지는 커피의 향과 빵의 풍미. 속 안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순한 흰 색 빵을 죽이지않고 다만 커피향이 얹어진다.
매끈하게 치댄 반죽의 힘이 느껴지는 쫄깃함. 이로 누르는 힘에 쉽게 잘리지않고 하나로 뭉쳐가며 더 깊은 하나가 된다. 침에 섞이고 눌려 밀가루의 은연한 단맛을 내놓는다. 그런 쫄깃함과 단 맛위에 은은한 커피향이 슬며시 얹어져 자극을 더한다. 강하지는 않아도 깊이 들어오는 맛과 향. 빵을 씹고 감각을 유지해주면서 동시에 그것이 지루해지지않도록 커피향이 살며시살며시 도와줄 뿐이다. 커피향을 베이스로 하는 단맛이 입안을 천천히 자극하고, 씹는 힘에 맞추어 그 맛의 깊이가 춤을 춘다. 한 번 씹는 순간, 가루가 바스러지고 빵이 지익-하며 눌리고, 빵의 단맛과 커피의 향이 서로 만난다. 다시 이빨을 벌리는 순간, 맛이 옅어진다. 어찌보면 능숙한 여자 같기도 하다. 넘어올듯 넘어오지않고, 그 깊은 맛 전부가 조금 더 조금 더 하면 나올것같은데도 나오질 않는다. 그렇게 커피번의 맛을 찾으며 빵을 우물거리다보면 어느새 이미 넘어가버릴 때이다.

 

그러다가 빵이 불 속에 녹아 흘러 떨어지듯이 넘어가면 그제서야 순간, 스치는 목구멍을 통해 느껴진다. 커피를 머금은 진한 단맛이. 마치 클래식과 같다. 진행중에는 잔잔한 여운을 느끼면서 채워지지않는 욕구가 있다가도 강렬한 클라이막스에 감동받고 그 여운에 몸부림친다.

 

클래식곡이 연상되는 커피번의 맛을 따라 씹어가며 삼키고, 남은 조각을 천천히 뜯어간다.

 

“응....”

 

프레쨩부터 카나데까지 전부 얌전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슈코 또한 천천히 맛을 즐기면서 마음이 편해졌는지 전보다는 얼굴이 한결 편해져있었다.

 

“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후고......곳쿠리. 더 주세요~!”

 

그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감과 귀여움을 자랑하는 미치루를 보며 히이라기는 미소짓다가 주방으로 돌아가 빵을 더 들고왔다. 예상대로 테이블에는 미치루의 입가에 남은 빵가루를 제외하면 남은 빵은 없었다.

 

“후옹~ 미치루 쨩! 그거 어떻게 하는거야? 빵이 사라졌어!”

 

“음..이걸 손으로 잡고 이렇게 입에 넣고 후고후고....하면”

 

“안 되네!!”

 

“어라..?”

 

쟁반을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히이라기가 프레데리카를 제지한다.

 

“그건 미치루니까 가능한 일이랍니다”

 

“우우....”

 

미치루를 한 번 쓰다듬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슈코가 이런 멋진 남자를 알고있는지는 처음알았네”

 

“빵도 맛있고!”

 

“미치루랑도 잘 이야기 안 하는데 말이야~”

 

“아하하하....그게 살다보니까...”

 

메마른 웃음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슈코는 어느새 자신의 마음에 놓인 무게를 자각했다. 여기까지 오는 걸 망설이고, 지금도 불편하다. 그건...비단 키스를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야. 그날 홧김에 저지른 키스....그건 사에가 끼어드는 게 싫었기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다시 슈코는 깨달았다.

 

‘나 진짜 아무것도 모르네....’

 

키스를 저질렀지만, 아무것도 모른다. 다른 멤버들보다도 히이라기와 하는 말이 적다.

 

‘......이런 주제에 잘도 내 자리니 어쩌니 한 걸까...’

 

결국 괜시리 포크로 푹푹-빵만 찔러본다. 히이라기와 마주칠 자신이 없다. 멋대로 그런 짓을 했고, 잘 찾아오지않는데....

 

‘생각해보면 처음 도쿄에 올라왔을때도 무작정 히이라기 오빠에게 민폐만 끼쳤지.’

 

“하아......”

 

그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나오고 그것은 참......눈에 띈다.

 

전부다들 슈코의 로우텐션에 의아해하며 시선을 옮긴다.

 

“어어..? 아니, 그,그냥..”

 

먼저 미카가 생각났다는 듯이 히아리기에게 물었다.

 

“아, 그러고보니 슈코한테 케이크를 줬다면서?”

 

“아, 그랬네요. 같이 드셨나봐요?”

 

슈코가 화들짝 놀라는 순간, 프레쨩이 입을 막고 카나데가 말을 이어나갔다. 환상의 조합같으니

 

‘말하면 안 돼!’

 

“그런데 말이야...슈코는 왜인지 기운이 없어져서...뭔가 했나 궁금하네?”

 

“읍으브으븜!!”

 

슈코가 손사래를 쳐가며 부정해보지만 질문은 이미 던져졌고, 성실한 히이라기는 답한다. 슈코는 두렵다. 만약, 저 둘이 뭔가 아팠다는 말을 하면, 그런다면......

 

‘둘을 잃어버리는 건 싫어...!’

 

달라져버린 자신과 격차를 느끼고 부담스러워할까 가지않았다. 전에 해버린 민폐를 또 저지를까 무서웠다. 그 막무가내 키스가 상처되진않았을까 두렵다. 미치루는 왜 자신을 싫다라고 한걸까...

 

그 생각이 슈코를 짓눌렀다.

 

“아....설마 그것 때문에 오지않은건가요?”

 

“으브?”

 

“에에~~? 설마....그냥 언니 바빴던 것 아니에요?”

 

미치루와 히이라기는 의외라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생각외로 심심한 반응 탓인지 립스의 반응도 한 발 물러난다.

 

“별로 슈코에게 상처가 될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그냥, 제 소중한 사람과 같이 겪었던 소중한 추억일 뿐인데요. 그게 슈코에게는 상처였나요?”

 

“....아....이러면 더 이상 파고들수도 없는 걸...”

 

진지하게 되묻는 히이라기의 기색에 눌려 장난을 치려던 소녀들이 기가 죽고만다.

 

“말해주지 않을거에요. 둘이서만 가지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니까..”

 

“나도 있었어~?”

 

“그러네요.”

 

입을 풀고서 겨우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 슈코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저기 그건.....내가 홧김에...그런..”

 

“오랜만이었어요. 그런 건...”

 

히이라기는 턱을 받치는 팔을 탁자에 올려두고 아련하게 먼곳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적신다.

 

“슈코랑 이야기하고, 웃고, 그런 추억도 쌓는 건.....오랜만이었어요.”

 

“그러니까 자주 놀러와라 언니~!”

 

미치루가 기습적으로 안는다. 고개를 돌려 미치루를 봤을 때, 미치루는 웃고있었다.

 

“어어...? 저번에 미치루가 나 싫다고..”

 

“그거야~그냥 자꾸 안 오니까 화나서 한 소리고...”

 

멋쩍게 웃으면서 미치루가 눈치를 본다.

 

“그래...?”

 

“또 오면좋겠어요. 오늘은 새로운 친구도 왔잖아요.”

 

“....응.”

 

 

많은 게 변하고 서로 실수해버리고 상처줘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치루와 히이라기는 여전히 즐겁게 웃었다. 옛날에 슈코를 즐겁게하고 안심시켰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미소다. 그 추억이 지금과 겹친다. 슈코도 그 생각에 조금 안심했는지 그제서야 편안한 미소를 한 번 띄우고는 미치루를 꼬집어본다.

 

한번 시계를 돌아보니 이미 많이 돌아가버렸다. 거리는 이미 한산하고 고요하다. 창문의 색이 발갛게 물들고 가게 안에는 음영이 진하다.

 

“슬슬 가봐야겠네...”

 

하나 둘 빵부스러기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히이라기가 건내주는 빵을 붙잡고 손을 흔들고 하나 둘 문을 열고 나간다. 미치루도 꽤 아쉬운지 울적한 얼굴로 빵을 깨작거린다. 마지막으로 슈코가 나가게 되었다. 하늘의 색이 이미 아련한 붉은 색이 되었다. 길게 늘어져서 점점 흐릿해지는 붉은빛이 슈코의 아쉬움을 깊이 자극한다. 그러다가 이내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불러본다.

 

“어, 오빠..!”

 

“아? 무슨 일 있나요 슈코?”

 

그러나 부르기만했을뿐,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전처럼 웃으면서 편안하게 말할수가 없다. 할 말도 없다....다만, 그저 뭔가 하고싶은데 턱-하고 막혀서 나오질 않는다. 너무 많은 말이 하고싶어서 정리되지않는다. 진짜...

 

‘바보같다.’

 

방금 그렇게 용기를 얻었는데도 바보처럼 우물거리고만 있다. 그렇게 기회가 날아가버린다. 사과 한 줄도 못하고...

 

“슈코오~ 와서 이것 좀 거들어줘~! 세명이서 기절한 시키 옮기는 거 무리라고~! 와서 다리하나 들어줘~!”

 

어느새 저만치 나아간 립스의 3명(+1)이 슈코를 부르고 있었다. 아련하게 석양을 흩날리며 지는 해 또한 그 늦은 시간을 알리고있었다.

 

“아...”

 

결국 아무말도 하지못한채 기회가 흘러가버렸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단 둘 만의 시간인데... 슈코는 아무것도 하지못한 답담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야 가볼게....”

 

천천히 발이 떨어지고 결국은 뉘엿뉘엿지는 해를 따라 그녀도 멀어져간다....이렇게 오늘이 그대로 져버린다....서서히 점이 되고 다만 보이는 것이 오늘하루의 지나간 추억이 될 즈음, 한가지 목소리가 들린다.

 

““슈코오오~!!!””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인지 한껏 들뜬 소녀의 목소리인지 둘다 섞여서 잘 들리지가 않는다. 그런데도 너무도 익숙해서, 그리워했던 소리다.

 

““즐거웠어~ 또 와~~!””

 

짤막한 인사이자 내일을 기다리는 목소리가 거리를 뚫고 슈코에게 닿는다. 그리고 저먼치 멀어져서 보이지않는 둘을 보며 슈코는 느꼈다. 옛날, 즐거웠던 셋이 그것을 기약하며 했던 말이라는 걸. 서로 다 하지 못하는 많은 말을 담은, 그리고 내일을 기약하는 말. 가능할 거라고 믿었고,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유년. 먼 옛날이다. 너무도 많은게 바뀌었다.

 

소녀는 아이돌이 되었다.
남자는 명인이 되었다.
둘을 기다리던 슈코는 이제 스스로 다가가는 상황이 되었다.
슈코에게 늘 놀러왔떤 둘은 이제 슈코를 기다린다.

 

삶은 흐르고 많은 것은 변한다. 새로운 만남이 생기고 기존의 만남은 짙어지나 옅어지기도 한다. 마음이 짓눌러 기대가 줄어버리고 어려워지기도 한다. 많은 게 바뀌어서 옛날로 돌아갈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우물쭈물하지. 그런데 말이야. 하지만-

 

-슈코는 아직도 즐겁다. 만남이 기다려진다.
-찾아보면 변하지않은 것도 있다. 적어도 그 본질은 변하지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린 날, 지루한 일상의 낙. 그것이 끝나는 게 아쉬워 꼭 하곤 했던 말을 슈코도 되돌려준다.

 

“그래~~~! 또 갈게!!”

 

변하지않은 만남을 또 기약하며 그녀는 새로이 만난 친구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내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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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번드세요 커피번, 꺗하! 번은 원래 그냥 식빵처럼 주식용 빵입니다. 다만, 버터와 우유 등의 유지가 많이 들어갔다네요. 지방이 많아요. 하지만 맛있는데!!!

참고로 식빵의 겉면은 탄게 아니라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해서 환원당과 아미노기를 가진 화합물이 열과 만나 생기는 갈변 반응입니다. 재료 본래의 풍미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는 기술이지만, 열을 미세하게 다루는 일이니 쉬운 스킬이 아니라는군요. 고급 요리사의 척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월피스카터가 부른 나팔꽃 질 무렵에

중간에 조금 뜯어고친거라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띌겁니다.

한가지 비밀, 시키가 어떻게 됬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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