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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마「아이돌이 되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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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9, 2017 15:48에 작성됨.

"음...?"

 

회사에서, 나는 가나하를 보았다. 그녀는 레슨을 위해 입는 간편한 체육복 차림으로 자판기 앞에 서 있었다.

 

"여어, 가나...웃."

 

아는 척, 인사를 하려다가 그녀의 옆에 나타난 여성을 보고서 경직된다.

 

적절한 웨이브가 들어간 은발. 아가씨 스타일을 뛰어넘어 왕녀님, 여왕님 같은 도도한 인상.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가나하 히비키와 함께, 프로젝트 페어리의 하나.

 

'시죠, 타카네...'

 

고고한 은(銀)의 여왕. 꽤 오글거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툭 내뱉지는 못하겠지만.

 

"그런가, 미키가 또..."
"그 자유분방함이 매력이지만, 이건 또 난처하신 분입니다."

 

그녀들은 뭔가 고민거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언뜻 들리는 이야기로는, 프로젝트 페어리의 마지막 멤버인 호시이 미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녀에 대해서는, 나도 들어본 게 조금 있다. 금발에 몸매 좋은 미소녀이긴 하지만 심각하게 마이페이스라고 했던가. 직접 만나면 상성이 나빠서 자주 다툴 것 같다.

 

"음? 당신은 누군시기에 저희들을 빤히 쳐다보고 계신지요?"

 

고풍스러움을 뛰어넘어서 문어체에 가까운 말투로 물어오는 시죠. 이크, 너무 쳐다보고 있었나.

 

"...아마가세 토우마다. 먼저 말을 걸어 보려고 했는데, 잠깐 놀라서 굳었던 모양이야. 뻔히 쳐다보고 있던 건 사과하지."
"...그렇다면 됬습니다. 히비키, 저는 먼저 실례하도록 하지요."

 

시죠가 떠난 후, 가나하가 아는 척을 한다.

 

"이야, 또 보네. 이미 다 들었다구? 765 프로덕션하고 경쟁했다며?"
"아아, 그렇지! 비록 쌍둥이 자매 아이돌 중 한 명을 쓰러뜨린 것에 불과하지만...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이 몸 혼자서 그 녀석들 전부 넘어설 테니까 말이야! 잘 봐두는 게 좋을걸? 너희들을 추월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그런가."

 

그쪽도 호승심을 불태우거나, 혹은 먼저 위에 선 자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주길 바랬지만, 돌아온 반응은 의외의 것이었다.

 

"저기, 토우마...너는 왜 아이돌이 된 거야?"
"뭐? 그야, 나는──."

 

이름으로 불린 것을 의식하기도 전에,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꿈을 품게 된 계기를 물어봐와졌기에, 말문이 조금 막힌다.

 

내가 아이돌을 꿈꾸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온 이유. 그건...

 

"동경, 이지."

 

빛나는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그들은, 나의 우상이었다. 자신들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팬들조차 즐겁게 하는 그들에게 동경해버린 것이다.

 

"단순히 빛나는 걸 지켜만 보는 것으로는 부족해. 그래서...직접 뛰어든 거야."

 

나도 그들처럼 빛나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나를 보고 아이돌의 꿈을 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상[아이돌]을 마음 속에 품어, 그 우상과 같은 자리에 서, 똑같이 다른 사람에게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며 이어지는 연쇄. 그것에, 일망의 로망을 품고 있는 걸지도...

 

"그렇구나...좋은 이야기네. 자신은, 너랑 달리 동기도, 뭣도 다 어설프거든."
"......무슨 의미냐."

 

가나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자신, 오키나와 태생이야. 그러다가, 어느날 오빠랑 대판 싸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도쿄에 상경해버렸다는 거지."

 

그녀는 가족 관계에 모친과 오빠 하나가 있으며, 부친은 어린 시절에 고별했다고 말한다.

 

"오빠는 평범한 회사원이고, 엄마는 작은 민박을 하고 있어...그래서, 재미가 없었다고나 할까. 이대로 평범하게 살아서, 평범하게 엄마를 도와 민박집을 운영하다가, 평범하게 누군가와 사귀고 결혼을 해...일생을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청나게 화가 났었단 말이지."

 

평범함에 대한 싫증. 특별함에 대한 동경. 그건 나도 모르는 게 아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질려, 더더욱 아이돌에 매달리게 된 탓도, 없잖아 있으니까.

 

"그래서 가출할 명분으로...톱 아이돌이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다, 라고나 할까. 그렇게 냅다 저질러 버린 채 도망치듯 도쿄에 올라와...한참을 헤메고 있다가 쿠로이 사장에게 낚여서 961 프로덕션에 입사했단 말이지."
"그럼, 지금은 뭐야. 톱 아이돌에 많이 가까운 위치에 올라온 건 아니냐? 왜 그렇게 축 늘어져 있는 건데."

 

사실은 가족들과 화해하고 싶겠지. 그렇다면, 바라던 대로, 톱 아이돌이 되어서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면 된다. 그거면 충분한데. 너는 그 위치에 한 없이 가까운 아이돌인데, 왜 그러고 있는 거지?

 

"타카네도, 미키도 있으니까...혼자인 건 아니지만, 역시 사장이 그러라고 하니깐, 같이 어울려 다닐 시간이 없다고나 할까...지루하단, 말이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지루하다고? 여기까지 와놓고 하는 말이 고작 그거야?

 

"웃기지 마...웃기지 말라고! 너, 아이돌을 그만두기라도 할 생각이냐?!"
"아, 아니...나는, 그런 식으로 말한 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네 말과 태도, 그 모든 게! 지금이 불만족스럽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가나하의 말문이 트이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격정적으로 끓어오르는 마음이 분출된다.

 

"전에도 내가 말했지. 정점은 고독한 거라고. 그때는, 그냥 넘어갔지만...이번에는 달라. 시작이 어설펐다고 해도, 그 끝이 화려하면 충분한 거잖아! 뭘 그렇게 이것저것 신경쓰는 건데! 한 번 칼을 뽑았으면, 끝을 보도록 해! 어중간하게 있지 말라고! 무대 위에서 빛나는 너를 보며, 아이돌의 꿈을 품었을 사람들에게, 그런 너를 동경했을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 거냐!"

 

그러자, 가나하도 발끈한 듯 외친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냥, 조금이라도 편을 들어주었으면 했던 거라구!"
"어린애 같이 징징거리지마! 울면서 주저 앉으면, 누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도움받기를 원한다면, 직접 도와달라고 외쳐보란 말이야! 그런 것도 아니면서, 그저 다른 사람이 먼저 다가와 손길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면──너는 평생 그 모양일 거다!"
"...!"

 

가나하의 눈가에 눈물 방울이 맺힌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한 번 격앙된 감정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여기서, 이 녀석의 썩은 근성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런 생각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메아리치고 있다.

 

"남의 일이라고, 막말하기는...!"
"그래, 남의 일이지...남의 일이지만, 그런 걸로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네가 그런 식이면, 너를 지켜보는 팬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

너를 넘어서야 할 벽이라고 호승심을 느끼던 나는, 네가 멋진 아이돌이라고 동경하던 나는, 뭐가 되는 거냐고.

 

'젠장...짜증나!'

 

이래서야 나도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우상이, 자신이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고 싫증을 내는 아이와 같다. 그렇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바보 같은 짓은 적당히 해! 어차피, 지금의 너에게, 돌아갈 장소 따위는 없잖아! 이제와서 웃는 낯짝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겠어? 천만에! 이 회사로부터 버려지면, 너는 오갈 곳 없는 외톨이가 될 뿐이라고!"
"...!"

 

아차, 이건 실수다. 그렇지만,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친한 친구라도 있나? 연인은?! 아, 이건 무리겠지. 아이돌은 연애금지니까 말이야! 그럼, 은퇴라도 하겠어? 아이돌 활동을 하며 쌓아놓은 돈이 있다고 해도 어쩔까. 자기가 살 집을 구한다고 해도, 인세 생활을 한다고 해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겠지. 항상 왜 은퇴했는지, 이것저것 캐묻고 싶어하는 파파라치들이 따라다닐 테니까."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는데, 왜 이러는 건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만큼이나 가나하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건가?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정신 똑바로 차려...어차피, 너는 이미 외통수에 몰려 있다고. 도쿄에 상경한 것도, 아이돌이 된 것도, 시작했을 때에는 네 맘대로였을지 몰라도...끝날 때에는, 아니라고."
"......바보 자식!"
"큭...!"

 

가나하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였고, 그녀는 울면서 도망쳐 버렸다.

 

"...제기랄. 나는...크게 잘못한 거 없어. 그저, 사실을 말한 것 뿐이라고."

 

이제서야, 내가 왜 그녀에게 그만큼 화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실망했다. 자신이 믿던 우상[아이돌]이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래서 분노했고, 그래서 몰아세웠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스캔들이 터져 빽빽 고함을 내지르는 극성팬들 처럼.

 

그녀가, 자신이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화를 내버렸던 것이다.

 

*

 

오늘 기분은 잡쳤다. 레슨이고 뭐고, 아직 딱히 이렇다 할 일거리가 잡혀있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안녕 히비키짱.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돌아가던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조금 떨어진 가로등의 아래에서 한 소녀가 보인다. 다른 소녀와 이야기하는 모양인데, 그 소녀는 가로등에 가려진 듯 잘 보이지 않았다.

 

"혹시, 울고 있었어? 아, 미안미안. 사과할게. 그래서...지금은 뭐하는 거야?"

 

가로등 쪽에 모습이 가려진 소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해, 머리에 리본을 매단 소녀는 활기차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뭔가, 익숙한 얼굴인데...'

 

TV나 잡지에서 봤던가? 아니, 우연이 지나가다 본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갈색의 단발머리에, 머리 양쪽에 매단 두 개의 붉은 리본. 일단 외견은 꽤나 예쁘장한 소녀이다. 아이돌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런가...그랬었구나. 그럼 히비키짱, 지금부터 나와 놀러가지 않을래?"

 

내가 왜 이런 걸 보고 있던 건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려고 할 찰나. 화사하게, 마치 태양빛을 받는 해바라기처럼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딱 경직되었다.

 

"딱히 갈 곳이 없다거나, 그런 건 상관없어. 나는 지금, 히비키짱하고 같이 놀러 가고 싶어서 그래...안 될까나?"
"......어쩔 수 없네. 자신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니까."

 

그리고, 가로등에 가려진 소녀의 뒷모습이 드러난다.

 

"하루카가 부탁하니까, 특별히 따라가주는 거라구."
"응! 그럼, 가자! 히비키짱!"

 

아, 이제서야 기억이 났다. 저 소녀야말로, 일전에 가나하 히비키가 말했었던 그 소녀.

 

"765 프로덕션의...아마미 하루카..."

 

잡지에서 본 기억도 함께 떠오른다. 저 녀석이, 실질적인 765 프로덕션의 리더. 아마도...가나하 히비키에게 악영향을 끼쳤을, 그 여자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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