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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마「아이돌이 되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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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8, 2017 20:06에 작성됨.

"데뷔 무대의 형식은 일종의 대결이다. 평소와 다른 방식이지만, 다른 프로덕션의 아이돌과의 경쟁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매력을 뽐내보도록. 그게 짧은 시간에 인지도를 잔뜩 끌어모으기에는 최적의 방식이니까."

 

어느날 갑자기 아저씨가 나를 불러 데뷔의 관한 일을 이야기했다.

 

"벌써 그렇게 정해진 건가. 그래서, 상대는?"
"765 프로덕션이다. 3류 프로듀서와 겁쟁이 사장 그리고 사무원 하나가 뭉쳐서 만든 프로덕션이라고 할까."
".......765 프로."

 

가나하 히비키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다 같이 힘을 모아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아이돌들이라고.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그 녀석들이 키운 아이돌은 높게 평가한다고 해도 2류. 그 중에, 노래는 1류일지 몰라도 아이돌로서는 3류 이하인 녀석도 끼어 있다.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다나고 해도, 그게 어울릴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지. 너 혼자서 가뿐히 박살낼 수 있을 거다."

 

아저씨의 말에는 동감한다. 그렇지만, 다르게 보면,

 

"그야말로 왕도(王道)적인 조합이로구만. 보통 만화에서는 그런 녀석들이 우정 파워로 똘똘 뭉쳐 잠재력을 뻥! 하고 터뜨려 파죽지세로 위를 향해 올라가지."
"......토우마?"

 

그런 녀석들이 주인공이라면 홀로 왕자(王者)가 되기를 추구하는 나는 경쟁자. 게다가 이제 막 데뷔하는 입장이니 중간보스조차 되지 못 할 거다.

 

"──아아, 마음에 안 드는구만."

 

반발심이 든다. 경쟁심이 불타오른다. 호승심을 자극받았다.

 

"아저씨. 나 혼자서 그 놈들 전부하고 부딪히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네 경쟁 상대가 될 터이다. 아니, 되게 만들거다."
"그쪽에 썩 좋지 못 한 감정이라도 있는 모양이야?"
"흥...네가 신경쓸 바 아니다. 과거에 악연이 조금 있는 정도니까."

 

가나하 히비키도, 그리고 쿠로이 아저씨도 765 프로덕션에 얽매여 있다.

 

본인들은 자각하지 못 하더라도, 사실상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정면에서 화려하게 부딪혀 박살내주는 수 밖에 없겠군."
".......훗,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녀석이 자신감 하나만큼은 아주 하늘을 찌르는군. 세레브한 이 몸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자만하다가 한 방에 훅 가버리는 수가 있다."

 

자만이라니, 아저씨는 아직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만.

 

"착각하지 말라고, 아저씨. 이건 자만이 아니라 여유라고 하는 거야."
"...흥, 뭐 좋다. 쫄아서 겁 먹은 것보다는 낫겠지. 트레이너에게 미리 지시는 해두었다. 너는 데뷔 무대의 준비를 하고 있어라."

 

해야할 일은 알았다. 부딪혀야 할 경쟁자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뿐.

 

'반드시 이긴다.'

 

그리고, 이 아마가세 토우마의 이름을 똑똑히 각인시켜 주겠어.

 

*

 

"상황은 최악이다."

 

주륵주륵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생각보다 굵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꽤 길게 내릴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조건은 상대방도 마찬가지. 경쟁 상대는 765 프로의 후타미 아미라는 꼬마다. 본래는 쌍둥이 자매인 후타미 마미와 함께 무대에 서는 일이 많지만, 이번에는 홀로 나섰다는군. 즉, 네가 이제 막 데뷔하는 햇병아리라고 해도 둘이 아닌 혼자인 꼬마 상대로는 나쁘지 않다."

 

다만 문제는 외부적인 요인에 있다.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면 보통 공연이 취소되고는 하지. 게다가 스피커는 고장난 상태. 이 상황에서 열창을 한다고 해도 들을 수 있는 관객의 절반 정도일까."

 

빗소리에 노래가 묻혀버리는 일도 가능하다.

 

"덤으로 비에 젖은 무대 위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만한 추태가 또 없지. 시작부터 무슨 악재가 이리도 겹치는지...칫. 데뷔 일정을 뒤로 미룰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아저씨. 여기서 물러난다면, 겁 먹은 개가 먼저 꼬리를 내리고 뒤로 내빼는 것 밖에 되지 않아."

 

그럼에도 내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호승심을 자극당한다.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덤으로 승리도 차지해 낸다면, 이보다 더 한 화제거리도 없겠지?"
"......훗. 그토록 바란다면 굳이 멈출 이유도 없지."

 

쿠로이 아저씨도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좋다. 하고 싶다면 어디 한 번 마음껏 날뛰어 보고 와라. 그렇지만,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다. 무대가 좋지 않았다, 악재가 겹쳐서 어쩔 수 없었다, 라는 변명 같은 건 듣지 않는다. 이건 네가 선택한 것이니까. 일부러 몸을 던진 이상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와라."
"흥, 당연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아저씨."

 

발걸음을 옮긴다. 계단을 올라가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간다. 찰박찰박 하고, 무대의 위에 고여있는 물웅덩이를 발로 밟으며, 몸을 적시는 빗줄기를 받아낸다.

 

미간을 타고 내리는 빗줄기. 눈에라도 들어간다면 곤란하겠지.

 

"961 프로의 아마가세 토우마다."

 

들어올린 마이크의 음성은 평소보다 낮다. 제법 큰 목소리로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양이라니.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비가 내려서 공연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비를 쓴다고 해도, 이제 막 데뷔를 시작한 신참 아이돌의 무대 따위, 흥미도 없겠지. 여기서는 그냥 돌아가는 게 속 편할 거다.

 

"그래도 미리 말해두지. 공연은 그대로 진행한다. 이 상태에서도 계속이다. 잘 보고 있으라고. 돌아가는 건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매료시켜 줄 테니까."

 

햇병아리 답지 않은 패기에 관객들은 조금이나마 부응해 준다.

 

눈은 마음을 비추는 창이라고 했던가. 그 시선 너머로 보이는 것들은 호기심이나 짜증 등. 아마가세 토우마가 단순히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시험을 해보겠다는 생각들로 가득차 있다.

 

수많은 시선들을 인식하자, 손과 다리가 떨려오는 걸 느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실수라도 했다간 웃음거리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보란 듯이 도발까지 해 보인 이상 실패는 있을 수 없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떨림은 줄어간다. 적당한 긴장감은 스릴이 되어 즐기게 된다. 노래가 흘러나오고, 토우마도 자세를 취한다.

 

"곡의 이름은『BANG x BANG』. 부디, 끝까지 어울려 달라고!"

 

이어지는 노래에 맞춰 가사를 읊어간다. 미끄러운 무대 위에서도 그 댄스에는 흐트러짐이 없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 무대 하나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흘러내리는 빗방울이 눈으로 흘러들어 시야를 가린다고 해도 상관없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대로 움직이면, 무대는 그대로 진행된다.

 

'믿는 거다. 그동안 내가 땀을 흘려올 시간을, 그동안 해 온 노력들을, 나는 나의 가능성을 믿고 있어!'

 

기대에 부응한다기 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 해 펼친 무대는, 이윽고, 노래가 끝났을 때 들려온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승리라는 이름의 보답을 돌려주었다.

 

*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 홀로 살고 있는 이 자취방 침대 위에서, 나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대 위에 섰다.'

 

비 내리는 무대. 설비는 최악. 그 무대가 처음이었던 초짜가 한 발 먼저 나아가던 765 프로의 아이돌을 실력으로 쓰러뜨렸다.

 

상대는 아직 초등학생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이긴 건 이긴 거다. 실력이 모든 걸 가르는 라이브 무대에, 나이 같은 건 큰 의미가 없다.

 

팬층은 다르겠으나, 의외로 나를 밀어준 건 여성들의 표가 아니라 남성들의 표였다. 그들은 내 성별이 아닌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흐, 하하하...하하하하핫!!"

 

성취감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제야 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 나는 이겼다! 왕자(王者)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은 것과 마찬가지다!

 

끓어오르는 흥분 탓에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새벽까지 뒤척인 뒤, 그 누구보다도 먼저 레슨실에 가기 위해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어제의 승리에서 얻은 여운이 아직 완전히 빠지지 않은 나의 경우,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런 날씨 따위로는 내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응...?"

 

회사의 입구 부근에 가까워졌을 무렵, 검은색의 차량이 회사 앞에 선다. 그 안에서 먼저, 쿠로이 아저씨가 나왔다.

 

"아저씨. 지금 새벽 6시라고? 벌써부터 출근하는 거야?"
"당연하잖냐. 사장이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사원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

 

오히려 눈치가 보일 것 같은데. 사장보다 늦게 출근하면 불호령이 떨어지는게 아닐까 하고. 성실한 건 좋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내가 아이돌이 아니라 평범한 사원이었다면 그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들 성실히 회사 생활을 하는 걸 지속하는 걸 보면, 의외로 그 나름대로 사원들 사이에서 인망이 있는 게 아닐까.

 

잠시 후, 수위 아저씨가 쿠로이 아저씨가 타고 온 차에 탑승해 주차장으로 향하는 걸 보고 나서 아저씨가 앞으로 향한다. 나도 아저씨의 옆에서 따라 걸었다.

 

"어제의 승리로 자만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고작 765 프로의 초등학생 한 명 이긴 거다. 너무 우쭐거리지 말도록."
"...흥, 그 정도는 알고 있어."

 

자신의 승리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는 것 같아서 조금 불쾌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수긍한다. 엘리베이터의 앞에 서, 버튼을 누르며 아저씨가 말한다.

 

"그 꼬맹이에게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 그 녀석들은 서로 얼굴이 똑 닮은 쌍둥이라는 걸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지. 그 중 한 사람하고만 경쟁했으니, 사실상 그쪽도 큰 핸디캡을 지니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그 쌍둥이 자매를 통째로 넘어서 주겠어."

 

아저씨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좋은 기세다. 그대로 정진해라. 다만, 왕자(王者)를 추구한다면 항상 당당하게 가슴을 펴라. 대선배의 앞이라고 해도 기죽지 마라. 경력을 따지는 건, 곧 사라질 퇴물들의 전유물이다."
"아까는 자만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바보 같기는. 제 실력도 모르는 녀석들이 콧대를 내세우는 게 자만이고, 제 실력을 잘 알기에 당당한 것이 오만이다. 제대로 틀이 잡혀있다면, 정말 고개를 숙여야 할 때를 자연스레 알게 되지. 네가 고개를 숙이는 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대상 앞에서만 해라. 나는 내 아이돌이 어디서 굴러먹다온 개뼉다귀 같은 녀석들에게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는 건 불쾌하니깐 말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그래. 961 프로덕션 같은 대기업의 지원이 있다고 해도,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내 실력 덕분이다. 이런 내 태도가, 수많은 적들을 만들어 낼 것은 눈에 뻔히 보이지만──.

 

"피하지 않을 거야. 정점에 서 있는 왕자(王者)는, 말하자면 챔피언. 챔피언은 도전자를 거부하지 않으니까."
"그렇다. 우리는 그 누구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거다."

 

우리, 라......조금이지만, 아저씨와 조금 더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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