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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마「아이돌이 되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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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8, 2017 19:42에 작성됨.

자율 레슨. 데뷔가 결정되었다고 해도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나는 립싱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격렬하게 춤추더라도, 제대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립싱크나 소속사 그리고 단지 외모만으로 아이돌은 하는 것이 아니라고, 실력만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능도 필요하지만,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의 재능도 개화하지 못 한 채 떨어져 나간다면 자기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

 

레슨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미 다른 사람이 연습을 하고 있는 듯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로 보아선 아무래도 여성인 듯 했다.

 

"누구지...?"

 

아이돌일까. 궁금함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일단 키가 작았다. 긴 남색의 포니테일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그리고 어쩐지 이국적인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짧은 반바지와 반팔티에서 드러나는 몸매는 꽤나 괘씸...크흠, 흠!

 

자세히 보니, 그녀는 961 프로가 자랑하는 아이돌 유닛. 프로젝트 페어리의 한 명, 가나하 히비키였다.

 

"......우와."

 

남성 아이돌과 여성 아이돌. 댄스의 형식도, 노래도, 팬층도 다른 만큼 서로 다른 길을 걷기에,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그녀의 댄스를 본 나는 무심코 감탄사를 내뱉었다.

 

노래도, 댄스도 완벽하다. 특히 댄스의 경우에는 여성 아이돌답지 않게 꽤나 동작이 크다. 그만큼 체력의 소비도 클텐데, 그러면서도 음정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목표로 하는 아이돌. 그 자체가, 성별은 다르지만, 눈 앞에 서 있었다.

 

시선을 느낀 탓이었을까. 그녀는 자율레슨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응? 너는 누구?"
"어, 나...? 나는, 아마가세 토우마...야."
"아마가세 토우마...? 들어본 적 없는 이름과 얼굴인데...너도 여기의 아이돌?"

 

그녀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961 프로에 들어온지도 얼마 안 되었고, 연습생이었다가 오늘 갑자기 쿠로이 사장에게 발탁되어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게 된 것이니까. 하지만, 여기서 그냥 연습생이라고 밝히는 건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제부터 아이돌로 데뷔할 몸이야. 두고 보라고, 한달 후, 데뷔해서 3개월 안에 너희, 프로젝트 페어리를 넘어설 테니까!"

 

호기롭게 외쳤지만, 가나하 히비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경쟁을 하겠다는 것 같은데...우리들, 팬층이 다르니까, 애초에 승부 자체가 안 되는 거 아닌가?"

"......"

 

보기좋게 반격을 당해버렸다. 아니, 그보다 당연한 말이었다. 삿대질까지 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건만. 갈 곳을 잃은 내 손은 허공에 고정된 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치만, 재미있다는 듯이, 가나하는 밝게 웃었다.

 

"그래도 기대되네! 내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 한달 후 아이돌로 데뷔한다는 건, 쿠로이 사장이 직접 발탁했다는 뜻이지? 그 사장님, 성격이 안 좋기는 해도, 안목만큼은 진짜니까, 분명 실력도 대단할거야, 그렇지?"
"다, 당연하지! 나는 내 실력만으로 톱 아이돌이 될 남자니까!"
"유감이지만, 그건 무리. 나도 목표는 톱 아이돌이니까. 이제 막 데뷔하려는 신참에게 질 생각은 없다고? 그도 그럴게, 자신, 완벽하니까!"

 

자신만만한 목소리. 의심을 할 필요 따위는 없다는 듯 흔들림 하나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뭐야, 이쪽의 호승심을 상당히 자극하는걸? 끓어오르게 해주잖아?

 

"흥, 나중에 추월당하고 질질 짜지나 마시지?"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그런 자신감이 샘솟는지 모르겠지만, 선배로서의 관록과 위엄을 보여줄테니, 그쪽이야말로 각오하는게 좋을걸!"관없다. 가나하 히비키는, 내가 꿈꾸던 톱 아이돌에 가까운 사람인 건 확실하니까. 뛰어넘어주마. 내 실력만으로, 남성팬들도, 여성팬들도 전부 휘어잡아서, 남녀 가리지 않고 아이돌 업계 전체를 평정할 톱 아이돌이──그런 왕자(王者)가 되어주겠어.

 

*

 

가나하에게 호승심을 자극당해 개별레슨을 받았다. 경쟁심이 생긴다고 해도, 댄스도, 노래도 다른 가나하와 같이 레슨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

 

다만, 트레이너도 현재 가사가 정해지기 전까지, 다른 습관이 들지 않도록 특별히 다른 레슨을 할 수 없다며 체력단련을 권했다. 961프로 내부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길 일주일. 아저씨가 불렀다.

 

"작사가를 긁어모았다. 네가 넣고 싶다거나, 생각하는 가사가 있다면 한 번 참가해보도록. 물론 너는 어디까지나 의견만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건 작사가들의 일이다. 본분을 착각하는 일은 하지 말도록."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 후로, 3일간 집에도 가지 않은 채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작사와 안무 제작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한 결과 드디어 끝을 낼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녹음을 하고, 레슨을 받으며 20일 후에 있을 데뷔를 앞두고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그보다 20일이라니...너무 촉박한 시간은 아니려나..."

 

트레이너가 앓는 소리를 낸다. 솔직히 어지간한 아이돌들도 신곡을 준비하려면, 아무리 적아도 반 년이다. 20일 동안 준비한다는 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조금 꺼려지는 일이었다. 트레이너도 그 이야기를 아저씨에게 말해본 것 같지만,

 

──앨범을 낸다고 해도, 대중의 앞에서 선보일 무대는 오로지 타이틀곡인 『BANG×BANG』 뿐이다. 대중에게 휘둘리지 마라. 그들이 우리를 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을 끌고 가는 거다, 라고 한 모양이다.

 

아이돌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 할 정도로 오만한 발언. 그치만, 끌려가는게 아닌, 적극적으로 주도해서 이끌어 나아간다고 하는 건 꽤나 마음에 든다. 그 아저씨, 제법 나하고 잘 맞는 모양인데?

 

"확실히 아마가세 군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타이틀곡 하나만을 연습할 때, 20일이면 충분하겠지만, 그래도 대중의 눈치를 완전히 보지 않는 건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은데......"
"트레이너. 그 아저씨가 말했잖아. 자기가 바라는 건 왕자(王者)라고. 내 팬이 될 사람들을 가볍게 취급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마음껏 펼쳐보고 싶어. 이것저것 제약이 붙어버리면 곤란하다고."
"뭐...아마가세 군까지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면...어쩔 수 없겠네. 좋아, 까짓거 해보자. 사장님의 결단력이야, 뭐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실패한 적도 없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이전부터 느낀 거지만, 아저씨는 상당히 팬을, 그리고 대중을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이다. 끌려가지 않는다라던가, 왕자(王者)라던가. 보는 안목도 제법이고, 나이도 꽤 있어 보이는 사람이니, 그보다 훨씬 더 젊은 시절부터 이 바닥에서 일했을 테니, 961 프로를 이 정도의 대기업으로 세우기 전에도 아이돌 여러 명을 프로듀스 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때 무슨 안 좋은 일을 겪었던 걸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물어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 데뷔만으로도 바쁘고, 그 아저씨도 빨리 날 데뷔시킬 생각인지 일을 서두르고 있으니까. 우선 데뷔를 한 뒤, 조금 안정되기 시작하면, 그때가서 물어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데뷔를 앞두고 한창 연습에 매진 중이었을 때다.

 

"응? 너는...?"
"벌써 잊은 거냐. 아마가세 토우마다."

 

우연히, 휴게실에서 가나하 히비키와 만났다.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꺼내 마시던 때에 그녀는 근처의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딱히 레슨을 받다가 온 것 같지도 않고, 어디 라이브장에 가는 것도 아닌, 평범한 사복차림이였다.

 

'그보다, 이 녀석...사복 차림이면 이렇게 되는 건가...'

 

짧은 반바치에 헐렁한 셔츠. 셔츠가 이전에 레슨했을 때 봤었던 큰 가슴을 가려 꽤나 빈약해보이는 몸매로 보이게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의외로 가슴골이 꽤 보이는──아니아니,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얼굴이 낯뜨거워져 시선을 돌렸다. 빨리 음료수를 마시고 가야지, 하고 생각했을 때.

 

"저기 말야, 토우마. 너는...친구라던가 있어?"
"넌 내가 외톨이로 보이는 거냐?"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고...그냥...토우마는 언제나 홀로 열심이니까."
"흥...나 이외의 녀석들이 건성건성인 거라고...나는 진지한게 아니면 싫으니까."

 

학교에도 친구들이 있기는 하다. 아무래도 최근에는 데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연락은 해도 만나서 놀 시간이 없기는 하다. 그래도,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다, 데뷔를 하고 싶다는 떨림에 계속 흥분되는 상태다.

 

"자신...사장에게 들었는데, 톱은 항상 고독해야 한다고 해...오롯히 홀로 서 있으니까, 톱 아이돌인거라고...그치만, 최근에 만난 어떤 여자애는, 나와 달랐다? 평범하고 재능도 없고 보여줄 수 있는 건 미소 뿐인...그런 약소 아이돌이라고 생각했어...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게 눈에 보여와. 게다가, 그 아이들은 항상 모두의 중심에 있어...분명 더 반짝반짝 빛이나는 건 자신일텐데...어째서인지, 자신보다 훨씬 더 따뜻해 보이는 건 그 녀석인거야."
"......"

 

톱은 고독한게 당연하다. 아무리 단결을 외치며 다 같이 톱 아이돌을 노린다고 해도, 결국 정점에 서는 것은 단 한 명.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가나하 히비키는 자신과 정반대의 아이돌과 만나, 흔들리고 있는 듯 했다.

 

싫다......내 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이 이런 식으로 흔들려, 약한 여자애로 보이는 것은 싫다!

 

"정신 똑바로 차려, 가나하. 이런 아이돌도 있고, 그런 아이돌도 있는 거야. 중요한 건 누가 왕자(王者)가 되는 거다. 그 녀석의 존재가 불안하고 초조해지면, 실력으로, 확실히 찍어 눌러버리라고. 그게 이 바닥의 룰이잖아."

 

그래도, 조금은 호기심이 생긴다. 대체 어떤 아이돌이기에, 961 프로 내에서 가장 톱 아이돌에 근접하다고 알려져 있는 가나하 히비키를 이만큼이나 흔들 수 있는 걸까?

 

"그래서, 그 녀석, 이름은 뭔데?"
"하루카. 아마미 하루카. 765 프로의 아이돌이라고 해."

 

765 프로의 아마미 하루카, 라...좋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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