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Absolute Love Ends

댓글: 10 / 조회: 559 / 추천: 4


관련링크


본문 - 01-28, 2017 14:58에 작성됨.

그렇게 일에 치이고, 가끔은 사장의 설교에 치이는 프로듀서에게 며칠간 일에 돌아오면 바로 기숙사에 틀어박히던 시키가 어느 날 아침에 무언가를 들고 찾아온다.

눈가의 다크서클이 이제 광대를 넘어 턱까지 늘어질 것만 같은 프로듀서는 극도로 피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시키에게 미소를 잃지 않으며 아침인사를 건넨다.

시키가 프로듀서의 미소에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관을 건넨다.

프로듀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시키는 가르쳐줄 수 없다는 듯이 미소짓고는 입을 연다.

 

"일의 효율이 늘어나는 약이야♪ 이 약이 있다면 빨리 집에 돌아갈 수 있어♬"

 

시키의 말에 프로듀서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시키가 건넨 유리관에 담긴 액체를 마신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프로듀서의 심장 소리가 마치 엔진이 울리는 것같은 소리처럼 크게 들려온다.

시키가 이런 효과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프로듀서를 쳐다본다.

잠시 시키를 쳐다보던 프로듀서가 책상 위에 올려져있던 산더미같은 서류들로 시선을 돌리고는 굉장히 빠른 일처리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일의 무아지경 상태에 들어가버린 프로듀서를 보며 시키가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늘도 있는 촬영을 가기 위해 사무소를 나서려는 찰나, 프로듀서가 시키의 팔을 잡는다.

시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프로듀서를 쳐다보는데 그가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좋아, 서류 작업도 끝났으니까 촬영 현장에 데려다줄께."

 

"버, 벌써?!"

 

"왜 그래? 인간의 뇌 기능을 온전히 쓰는 게 네가 준 것의 효능 아니었어?"

 

"뭐, 그렇긴 하지만..."

 

"그럼 가자. 오늘은 빨리 끝나고 집에 가서 쉴 수 있을 것 같네."

 

프로듀서의 말에 시키가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와 같이 차를 타고 움직인다.

그 날은 모든 것이 잘 풀렸다. 촬영도, 항상 있는 나머지 서류 작업도, 그리고 오랜만에 다른 아이돌 후보생들의 레슨지도도.

프로듀서는 그 모든 것을 하고도 점심이 막 지난 시간에 퇴근을 해 오랜만에 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날 뿐, 그 다음날부터 프로듀서는 인간이 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을 사장으로부터 떠맡게 된다.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키에게서 받은 약물의 힘으로 일을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들은 모양이었다.

프로듀서는 항의도 해 보고 간청도 해 보았지만 사장의 말은 단호한 No.

프로듀서는 생각 끝에 변호사에게 찾아가서 자문도 해 보았지만 사장의 이름을 들은 변호사의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힘들겠군요. 그 사람은 꽤나 여러 곳으로 발이 넓은 사람이라 말이죠."

 

"얼마나 힘든가요?"

 

프로듀서가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간청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그의 얼굴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한다.

 

"최소한 사람 하나 죽지 않는 이상에야 법적으로 뭘 해보는건..."

 

"그 정도나...?"

 

"뭐, 가장 최상의 방법은 도망치는 거겠죠. 당신의 상황까지 오기 전에 이미 그랬어야 했던 것 같지만."

 

"이 무슨...."

 

"자, 그럼 이제 나가시죠. 아, 자문비는 내고 가셔야합니다."

 

변호사의 말에 프로듀서는 비틀거리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 그의 책상에 올려놓고는 사무실 밖으로 향한다.

변호사의 사무실을 나오면서 프로듀서는 깊은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마치 자신의 불행을 미리 예언받은 오이디푸스처럼 그는 사무소에 돌아와서도 슬픈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속도 모르고 사장은 표정을 풀라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버틸 수 없다.

그의 얼굴을 완전히 감싸버린 자포자기한 듯한 실성한 표정.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듀서는 책상에서 마치 산화한 것처럼 완전히 불타버린 표정을 지으며 과로사한다.

프로듀서의 장례식은 조촐하다. 시키를 제외한 그 누구도 그의 장례식에 오지 않는다.

죽어서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골방에서 천천히 관이 덮인다.

시키는 분노한다. 세상에 절망한다. 사장을 증오한다.

사장은, 시키에게서 프로듀서를 빼앗아놓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새 노예를 구한다.

도대체 무슨 인맥이 있는건지, 새 노예는 너무나도 쉽게 구해진다. 

사장의 신입 노예는 아이돌들에게 잘 해 주지 않는다. 그저 사장에게 아부만 잘 떠는 인간.

한계에 다다른 시키는 사무소에 사표를 쓴다. 사장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위약금 운운하며 시키를 압박한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시키는 '이럴 때를 위해 만든' 독약을 사장의 이마에 던진다.

 

"...이상, 이치노세 시키씨의 변호인 측 변론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리에 돌아가 앉으시죠."

 

재판장의 엄숙한 목소리가 재판에 울려퍼진다.

화려한 아이돌이었던 시키의 추락. 

꽤나 많은 기자들이 몰려와 진상을 파헤치려고 했지만, 그보다 더욱 위에서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하는지 그 어떤 정보도, 심지어 이 재판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시키의 변호인은 재판장의 말에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돌아가 앉는다.

자신의 변호사 생활은 이제 끝났다는 듯한 정말적인 표정.

그보다 표정이 밝아보이는 쪽은 오히려 시키 쪽이었다.

시키를 고발한 검사 측의 말이 끝난 후, 재판장이 천천히 시키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입을 연다.

 

"그럼 이치노세 시키 씨, 판결을 내리기 전에 달리 할 말은 없습니까?"

 

"냣핫하♪ 당신은 이 사건 묻으려고 온 사람이잖아♬ 콱 사형 불러버려♪"

 

시키의 발랄한 목소리가 온 재판장에 울려퍼진다.

뭐, 울려퍼진다고 해봐야 온통 목석에 경 읽기였지만.

재판장이 시키의 말에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는 표정으로 정의의 망치를 세 번 두드려 형을 집행한다.

재판장의 말에 시키가 냣핫하♪하고 웃으며 한 마디 한다.

 

"거봐, 결국 당신들도 똑같다니까♬"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인 시키가 끝까지 발랄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기억하려는 듯이 재판이 끝난 재판장을 쳐다본다.

검사와 판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서로 농담을 하며 재판장을 빠져나가고, 모든 죄는 자신에게 있다는 듯이 자신을 노려보며 빠져나가는 자신의 변호인.

이치노세 시키는, 간수들에게 두 팔이 잡힌 채로 차가운 철창이 드리워진 곳으로 향하며 이 세상에서 마지막이 될 한 마디를 중얼거린다.

 

"냣핫하♪ 향수의 냄새는 지독하구냥♬"

4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