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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 Love St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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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8, 2017 14:58에 작성됨.

일이 너무 많은 프로듀서는 항상 피곤하다.

혼자의 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인, 100명의 아이돌들과 그 배는 넘는 아이돌 지망생들을 관리하는 자리에 있으므로 그럴만도 했다.

사장에게 항상 프로듀서를 늘려달라고, 그것이 안 된다면 사무 작업을 하는 치히로 씨들이라도 늘려달라고 항상 탄원서를 올리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사장은 오히려 얼굴과 몸매가 괜찮은 치히로 씨를 영업 전선에 뛰게 해 그의 일을 더욱 가중시키는 악독한 방법으로 그의 입과 몸을 막는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프로듀서는 수척해져간다. 아니, 점점 '죽어간다'고 하는게 맞겠지.

프로듀서는 마치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 회사에서 과로사로 죽어버린 자신을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최악의 죽음이군,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그나저나 이거 이제 듣지 않네... 서류작업 해야하는데..."

 

프로듀서는 잠시 거의 자학에 가까운 생각을 정리하고 손에 든 빈 병을 쳐다본다.

뚜껑이 별 모양이라 스타 드링크라고 불리는, 하지만 그 내용물은 악독하기 그지없는 드링크.

말 그대로 악마가 만든 희대의 걸작. 프로듀서는 잠시 드링크를 쳐다보고는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쉰다.

 

"냣핫하~♪ 프로듀서, 안녕♬"

 

"오, 시키인가. 좋은 아침이야."

 

프로듀서는 자신의 잠을 깨우는 듯한 하이톤의 목소리에 굳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이치노세 시키. 열여덟의 나이로 화학 석사까지 따 놓고도 지금은 우리 프로덕션에서 아이돌을 하고 있는, 그가 첫 번째로 맡은 아이돌.

꽤나 오랫동안 그녀를 프로듀스했기에 그녀도 프로듀서의 얼굴을 척 보면 그의 상태를 척척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되어있었다.

그래, 마치 지금처럼. 

 

"어제도 퇴근 안 했어?"

 

시키가 프로듀서의 얼굴을 슬쩍 보고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에게 묻는다.

프로듀서는 시키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뭐, 그렇지. 사실은 근 한 달간 퇴근을 한 기억이 없는데."

 

"뭐야, 잠은 자긴 하는거야?"

 

"뭐, 쪽잠이라면 좀 잤는데."

 

"프로듀서, 쪽잠은 보통 수면이라고 안 해? 그러다가는 체내의 호르몬체계가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릴 거라구?"

 

프로듀서의 입에서 나온, 커피 원액보다 더 쓰디쓴 현실의 말에 시키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본다.

프로듀서가 힘없는 미소를 짓고는 아직 일이 많이 남았다는 듯이 서류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프로듀서의 피로에 쩔은 눈가를 잠시 쳐다보던 시키가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천천히 입을 연다.

 

"프로듀서, 나 일주일만 휴가 주면 안돼?"

 

"일주일? 그 정도는 힘들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만..."

 

"그럼 사흘이라도!"

 

프로듀서가 안 그래도 제약회사나 연구소의 광고촬영 일이 많이 들어와있는 시키의 입에서 휴가라는 말이 나오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시키를 쳐다본다.

시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평소의 동글동글한 귀염상이 아닌, 날카로운 연구자의 눈빛으로 프로듀서를 쳐다본다.

시키가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말려도 듣지 않는다는 건데, 라고 프로듀서는 중얼거린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연다.

 

"알았어, 하지만 그러려면 사장님한테고 말해야 하고, 이미 들어와있는 일을 취소해야 해서 조금 시간이 걸릴거야."

 

"알았어, 프로듀서. 아 참, 오늘 일은 혼자 갔다올 테니까, 프로듀서는 그대로 서류 작업이나 하고 있어."

 

"어, 혼자 가게? 그냥 나도 같이..."

 

"일이 있는 사람에게 굳이 동행해달라고 하고 싶지 않아."

 

프로듀서의 말에 시키가 그의 말을 끊고는 자신의 말대로 얌전히 앉아서 서류작업이나 하라는 듯이 조금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시키의 표정에 프로듀서가 멈칫하더니 길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여 서류더미에 손을 뻗는다.

프로듀서가 서류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시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릿빠릿한 발걸음으로 사무소를 나간다.

프로듀서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피로도로 인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에 힘을 주며 서류작업을 진행한다.

이미 무리가 많이 간 몸이지만, 그 이상의 무리를 주지 않게 천천히, 천천히.

하지만 그의 페이스는 이내 나타난 한 남자에 의해 깨지고 만다.

 

"자네, 지금 뭐하는 건가?!"

 

"아, 사장님. 지금 서류작업을..."

 

"서류작업?! 이치노세 군의 뒷처리를 하러 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안 그래도 우리 사무소의 최고 전력인 이치노세 군은 실종 이력이 너무 잦아서 누군가가 반드시 따라가야만 하는데...!"

 

"그, 그건..."

 

"서류작업은 갔다 와서 야근하면 되잖은가! 지금 빨리 출발하게!"

 

"아, 네... 아참, 그것보다도 그 이치노세 군으로부터 사흘의 휴가를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만..."

 

"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아이돌은 한 때 반짝이야! 사흘이나 쉬게 되면 우리 사무소에 생기는 피해는 어떻게 감당하라고! 안 되네!"

 

"아니,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든..."

 

"안 된다면 안 되네! 그리고 자네는 빨리 가기나 햇!"

 

정말로 고약한 사장이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고는 피곤한 발걸음으로 터덜터덜거리며 사무소를 빠져나온다.

한 때는 관둘까도 생각했다. 정말로 관둬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창 아이돌로서 주가를 달리고 있는 시키도, 그리고 나머지 아이돌들도 이끌어주는 사람 없이 이 힘든 업계를 생존해야 한다.

그것만은 안 된다. 그것만은 막아야 해. 그것이, 프로듀서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고집.

하지만 정말로 피곤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사람의 몸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것만 같은 현재 상태.

이제는 어떻게 해야되나, 프로듀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꾸만 감기는 눈을 별 짓 다해가며 계속 뜨게 만든다.

그렇게 하며 간신히 도달한 시키의 촬영장. 초반부 촬영을 하고 잠시 쉬고 있던 시키가 프로듀서가 나타나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뭐하는거야? 여긴 왜 왔어?"

 

"아니, 안 올려고 했는데..."

 

"사장이 가라고 시켰어?"

 

시키가 프로듀서에게도, 사장에게도 화가 났다는 듯이 몸을 조금 떨며 프로듀서를 쳐다본다.

프로듀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자 시키가 짜증이 확 난다는 듯이 앉아 있던 의자를 한 번 내려치고는 입을 연다.

 

"그럴러면 그냥 때려치자! 나도 이제 이런 거 질렸어! 만날 똑같은 일과의 연속이고!"

 

"하, 하지만 시키, 너 그러면 위약금이..."

 

"위약금?! 위약금이 뭐 어때서! 나도 그 사장 밑에서는 못해먹겠다구!"

 

"일단 진정해, 시키. 우리를 보는 눈이 많아."

 

프로듀서가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들을 의식하며 시키를 말린다.

프로듀서가 진정시키자 시키가 조금은 이성을 찾았는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의자에 철퍼덕 주저앉는다.

프로듀서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스태프의 반응을 살핀다.

스태프들은 프로듀서의 시선이 닿자 몸을 움찔거리며 그의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아무 말 없이 여기저기로 움직인다.

프로듀서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입을 연다.

 

"미안해, 내가 사장님한테 제대로 내 요구를 말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하아..."

 

프로듀서의 말에 시키가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프로듀서가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키에게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시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뭐, 좋아! 일단 물어보겠지만, 내 휴가에 대한 건 말했어?"

 

"말하긴 했는데, 그게..."

 

"뭐, 됐어! 내가 어떻게든 해 볼테니까!"

 

"이치노세 시키 씨,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시키의 말에 프로듀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려는 찰나 스태프의 촬영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키가 일단 하고 있는 일은 끝내야한다는 듯이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나 촬영에 들어간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에, 시키는 프로듀서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속삭인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 차에 가서 좀 자고 있어."

 

시키의 말에 프로듀서가 그럴 수는 없다고 항의를 하려고 했지만 시키는 이미 스태프들에게 둘러싸여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프로듀서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차로 돌아가 운전석에서 잠을 청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프로듀서가 눈을 뜨고는 밖을 쳐다본다.

촬영이 끝났는지 시키가 차 문을 두드리며 프로듀서를 깨우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미안한 표정으로 차 문을 열자 시키가 지쳤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연다.

 

"어때, 일과 중에 자는 낮잠은?"

 

"잘 잤어. 조금 생기가 돌아오는 것 같아."

 

"냐하하♪그거 다행이야♬"

 

프로듀서의 말에 시키가 왠지 최근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것같은 그녀만의 웃음소리를 짓는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짙은 향수의 향을 맡으며 프로듀서가 조용히 차를 몬다.

사무소로 도착하자 보통 때라면 사무소에 잘 찾아오지도 않는 사장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형식적인 인사를 시키에게 한다.

시키가 노골적으로 불만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사장에게 프로듀서의 처우개선에 대한 논리를 적극적으로 설파한다.

사장은 시키의 말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시선을 프로듀서에게 보내며 일단은 사무소의 재원인 시키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노력한다.

사장이 조금 물러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자 시키가 조금은 풀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소의 기숙사에 딸린 자신의 방 겸 연구실로 향한다.

시키가 기숙사로 사라지자 사장의 설교 타임이 시작.

프로듀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한 쪽 귀로 들은 것을 다른 쪽 귀로 흘리고는 사장이 설교를 끝내고 사무소를 나가자 책상에 앉아 서류작업을 한다.

꽤나 많은 서류작업의 양. 오늘도 치히로 씨는 서류작업 대신 영업 일선에 나간 것 같은 양이다.

 

"일을 이렇게하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프로듀서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중얼거리고는 서류작업을 한다.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는 서류의 양, 프로듀서는 길게 한숨을 내쉬는 것 말고는 달리 어찌할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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