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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 외전-나에게도 날개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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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7, 2017 00:06에 작성됨.

전편들!

 

 

“........”

 

피아노 소리가 그친 방에는 적막이 먹먹하게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아직도 그 열기가 가시지않은 피아노 건반을 주시하던 히이라기는 그것을 이내 덮어버리고 입을 열었다.

 

“밤손님 주제에 예의를 지키는군.”

 

앞을 향해 나아가서 그 등 뒤의 사람에 닿았다.

 

“연주 중 난입은 실례라고 생각했기에....”

 

“용건은?”

 

“당주님께서 히이라기 씨와 아가씨의 관계를 주시하고 계십니다. 부디, 이 이상 가까워지는 일이 없도록...”

 

“아아...중요한 손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 내치는 것도 할 수 없는 일이라...”

 

“........만약,”

 

히이라기 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점점 짙어지고 위협적으로 변모하자 히이라기는 외려 지지않고 그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만약, 일이 생긴다면 너희들이 잃는 것은 그 자존심이고, 내가 잃는 것은 현실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전부다. 위험성은 내가 더 잘 알아. 가서 말씀드려라. 아무런 일도 생기지않을거라고. 개가 주제도 모르고 대청마루에 오르면 맞아죽는 것도 안단말이다.”

 

“.....”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보라색 눈동자가 이글거리듯 타오르고있었다.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위협적인 눈빛에도 상대는 굴하지않았다. 오히려 한발짝 내딛으며 지지않겠다는 듯이 위협을 가했다. 당장, 무언가 베이기라도 할 것 같은 섬찟한 긴장. 그것을 끊어내고 먼저 울리는 행동은 다름아닌 옆쪽의 종소리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느긋한 분위기의 교토벤이 슬며시 방안까지 들어오자 상대는 상황을 파악하고서 한 발 물러났다. 그리고 히이라기가 가게의 빛을 받으며 맞이한 사람은 한 명, 사에 뿐이었다.

 

“어서오세요. 사에 양. 늦은 시간에 찾는 것이라도..?”

 

“그저 잠시 달콤한 것이 필요해서요~”

 

자신과 눈을 마주쳐가며 고운 꽃처럼 미소짓는 사에를 보며 그 ‘달콤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히이라기는 케이크를 하나 꺼내왔다. 고운 흙처럼 코코아 가루를 몸에 두르고 연한 몸을 가린 케이크, 티라미슈였다. 천천히 그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사에의 맞은편에 히이라기는 휠체어를 가까이 두었다.

 

아찔한 꽃향 탓인가, 방금 전의 불쾌한 손님 탓인가, 아니면 음악탓인가. 마음을 무르게 만들고 꿈과 희망이라는 것이 잠시나마 가능하다고 속삭이는 것, 그 음악 탓인가. 어지러운 마음이 휘돌고 가라앉은 망념이 위로 치솟는다.

 

먼 옛날이나 여전히 히이라기의 현재와 맞닿아있는 사실. 명인은 쇼군의 상을 담당하는 일본제일이었다. 그것은 명성이며 동시에 독이었다. 권력자로부터는 멸시를, 동업자로부터는 시기를. 끝없는 위험. 그들이 최고가 된 이유, 그것은 그들이 원해서만은 아니다. 그들은 최고가 되지않으면 안 된다. 이유가 어쨌건 실수한다면 한 치의 흐트러짐이라도 있다면 곧장 내쳐지고 끌어내려질 테니까.

 

그렇게 자타공인 최고가 되었고 오오하라에는 몇몇 교훈 또한 내려왔다.

 

[개가 대청마루에 오르면 맞아죽는다.]

 

5대 명인, 그가 온몸을 던져 전한 교훈. 권력자에게 가까운 명인은 정말 우습게도 소설같은 사랑을 했다. 사랑을 받았다...가 맞을 것이다. 명인은 말이 없었다. 그저 천천히 요리를 했을 뿐. 그러나 일이 터졌다. 명인을 사랑하던 아가씨는 어느날 모두의 앞에서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다. 그것은 명백한 여자의 사랑. 순수하고 또 달콤한 사랑. 그러나 명인에게는 그저 독이었다. 즉시 부정한다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명인을 죽이고 있었다. 몸 속으로 퍼지는 독을 빼내기 위해서는 어찌해야하는가 간단한다. 피를 뽑는다. 독이 전부 흘러나올때까지. 배를 갈라 독을 빼고 그 목숨마저 빼놓은 명인은, 단 하나 가문의 명예 하나만큼은 지킬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 할복한 명인은 귀감의 대상이 되었다.

 

허나, 그것이 정말 존경의 대상일까. 히이라기는 알 수 없었다. 때로 생각이 들었다. 그 할복이 오히려 미래를 묶어버렸다고. ‘죽음도 불사하는 졔빵명인 오오하라’ 그것은 5대가 만들어놓고 후손들이 닦아놓은 견고한 비석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다음 세대를 짓누르는 비석이었다. 단지 선택할 기회도 없이 ‘오오하라’의 이름을 가지게됬다는 이유로 비명조차 질러보지못하고 그 비석에 짓눌렸다. 그것을 들기를 강요받았다. ‘오오하라’의 삶은 그렇게 이어지고 그렇게 소모되고 또 그렇게 죽어왔다.

 

그렇기에 히이라기는 생각했다. ‘그 날 그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살아서 다른 선택을 이어갔다면.....나는 이렇게 붙잡혀있을까.’ 사랑하는 동생을 밀어올리는 것, 그마저도 불완전하게 눈치를 보면서 올리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히이라기 님? 어디 안 좋으신가요?”

 

그 망념이 어느샌가 몸을 움직였는지 왼팔이 힘없이 휠체어에 팔걸이에 매달려있고 히이라기의 꺾인 고개는 오른손이 애처롭게 떠받치고만 있었다.

 

“아가씨.”

 

그리고 망념이 넘처 흐른다.

 

“저도 날개를 가질 수 있을까요?”

 

“예?”

 

그러다 문득 히이라기는 제 안에서 넘쳐흐른것을 보았다.

 

‘망할....’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는 것을 알고서 잠시 얼굴을 일그러트렸으나, 히이라기는 능숙하게 가다듬고 말을 수습했다. 개는 재롱을 잘 부리는 법이니까.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즐기도록하죠. 이 좋은 시간을.”

 

“.....네”

 

살며시 볼을 붉히는 사에를 보며 자신은 입 좀 닥치라는 의미로 히이라기는 티라미슈를 한 조각 입에 밀어넣었다.

 

진한 초콜렛 향이 그릇 안에 가득 차있는 티라미슈만큼이 한가득 채우고있다가 뚜껑을 들어올린 순간 진하게 자극한다. 하얀 색 크림이 마치 쪼개져 나온 빙하와 같은 착각을 준다. 입 바로 앞에서 코를 자극하는 초콜릿파우더가 침샘을 자극한다. 뻑뻑한 크림 속에서 혀가 아우성치듯 움직이며 전신으로 풍미를 머금고 있다가 이빨을 한 번 맞부딪친다. 크림이 양 옆으로 퍼지고 커피맛 시트가 짓눌리며 진한 단물을 흘린다.

 

진하게 단물을 마저 내놓고 쪼개진 시트가 크림 속으로 파묻힌다. 크림 속에서도 커피향 알갱이가 살아서 혀와 입 벽을 톡-톡-치면서 크림이 부드러운 풍미로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크림의 부드러운 맛을 베이스로 커피맛 시트가 시나브로 씹혀가며 느끼함을 잡으면서도 크림 속에서 톡톡-터지면서 색다른 자극을 더한다. 볼을 움직여가며 크림이 흔들리는 것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스스로 움직이는 것 처럼 목 뒤로 넘어가버린다. 코코아의 여운이 느껴지는 커피향이 입과 코를 가득 메웠다가 서서히 사라져간다.

 

그 어느것하나 히이라기에게는 느껴지지않았지만.

 

====

 

여러분 티라미슈 드세요. 마시쩡! 코코아가루가 식탁에 너무 많이 떨어지지만 마시쩡!

오늘은 우째 좀 짧군요.

지금 마음이 심란해서 그런가 글이 이상해...

곡은 Deemo의 Wings of piano

아무튼 오오하라 가문은 썩 평안한 세월을 겪진않았습니다.

지금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아서 웬 중2돋는 글이 튀어나온 듯

다음부터는 다시 돌아가겠죠. 미치루나 쓰다듬던 일상으로.

여담이지만 히이라기는 무릎아래로 다리도 발도 없는 지라 발 페티쉬가 있습니다.(히이라기: 뭐!?)(웃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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