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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가 어른의 계단을 오른 밤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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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4, 2017 23:05에 작성됨.

 “있지~ 그때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아니 니들? 히끅. 아니 나는 상무가, 어라… 상무였나 전무였나… 에이 몰라! 상무가 있잖아, 울 뉴제네 막 갈구고! 응? 그래 갖구서, 걱정이 태산이었거든? 언니는 자나깨나 그거만 걱정했어요오~ 근데, 니가 갑자기 트라이어드인가 간다구 하구! 그니까 이 언니가 쫌 당황하구 그랬어어.”

 

 이, 이번엔 진짜로 섭섭한 일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시부린 얼굴 봐라. 일평생의 죄책감을 얼굴에다 몽땅 우겨넣은 듯한 표정이라고. 톡 치면 터질 것 같다고. 게다가 더 무서운 건 말이죠, 저 섭섭했다느니 하는 말들을 다 미소로 한다니까요? 아까 전에 미소의 프로라고 했었는데, 솔직히 이때만은 미소짓는 얼굴이라서 더 무섭다.

 

 “린두 그러쿠, 미오 너두 말야. 나는 뉴제네 진짜 끝나면 어쩌지? 뭐 어떻게 해야 돼? 이런 고민 하구 그런데! 니들은 말야, 나는 내비두고 다 쩌어~ 멀뤼이 가버려짜나… 린은 거 트라프리에서 막 반짝반짝… 완전 짱이었구! 미오도 연극 연습하는 거 보니까 우와~ 다들 멋있어! 빛나! 완전 아이돌! 근데 나는 이게 뭐냐 이거지, 응?”

 

 “....”

 

 “시, 시부린… 울지 마….”

 

 “그래서 내 동생들 머싯따아! 이러구 날 딱 보니까, 내 인생이 너무 비루해 보이는 거야… 내가 더어 오래 연습생 생활 했구, 내가 나이도 더 많구, 근데두 이 모양 이 꼴이고. 뭐 할 줄 아는 거라곤 이거지 이거? 응? 스마~일. 나는 그때 진짜 이러케 생각했어. 아, 나는 아닌가부다. 내가 린이랑 미오랑 발맞춰 나갈 깜냥이 안되는구나 깜냥이.”

 

 “끅, 끄으윽…. 미, 미안해여…. 언니이….”

 

 시부린이 결국 울음보가 터졌다. 근데 그 말투 뭐야. 넌 술 안 마셨잖아. 왜 갑자기 그래?

 

 “후에엥…. 나도 진짜 그땐…. 잘해보려고 그런 건데… 내가, 내가  더 우즈키를, 아니 우즈키 언니를 더 신경 못써서...미안해요. 멍청해서 미안해요. 내가 멍청해서… 으아앙!!!”

 

 분위기에 취한 건지 아니면 취한 시마무에게 압도당한 건지, 시부린은 주저앉아서 그대로 울어버렸다. 내가 당황해서 어떡하면 좋지? 이러고 있는데, 시마무는 아까 전의 여신 같은 미소로 시부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울디 마 울디 마 우리 착한 린이… 우리 린이 누가 울려써! 언니가 혼내 줄꺼야!”

 

 너요. 아니, 따지자면 시부린이 안쪽에 쌓고 또 쌓아왔던 죄의식이 폭발한 거겠지만.

 

 “옳지 옳지 우리 린 착하지? 울디 마. 나두 알아. 린이 트라프리 간 것도 미오가 연기 시작한 것도, 다아 우리 뉴제네 더 잘해보려구!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언니 그거 하나도 안 화나써! 언니한테 미안해 하지마! 니들이 이 언니 아끼는 거, 언니두 아라요. 언니두 니들 사랑해애! 그냥, 왠지 생각나서 잠깐 투정부린 거야아. 이해하지? 응? 그니까 울지 마, 뚝.”

 

 시부린을 껴안으며 등을 토닥토닥 어루만져주는 시마무는 정말로 언니 같았다. 말투는 주정뱅이지만…. 그래도 여기서 끝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보다 지금 린이 언니는 걱정이야아. 요즘 나쁜 거 배우는 거 아니지?”

 

 “에….? 무슨?”

 

 “그치만 그치만, 린이 요즘 막 이런 말 하잖아? 근청의 빛이 어쩌고, 고고한 창공의 푸른 바람이 어쩌고. 그거 진심으로 하는 얘기 아니지?”

 

 “컥….!!”

 

 굉장하다. 아까까진 웃고 있던 시마무가 이번엔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시부린은 명치에 비수가 꽂힌 것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다. 미친듯이 불쌍해…. 하지만 도와줄 수가 없어… 이쪽에 불똥 튀고 싶지 않아….

 

 “우리 린, 예전엔 지인짜 쿨하고 멋진 애였자나! 막 그런 대사 치고 이런 애 아니었쟈나. 그 뭐냐, 상무란 사람이라든가~ 카나데라든가~ 그런 사람들한테서 모뙨 거 배운 거 아닌지, 언니 걱정이라니깐.”

 

 “그그그그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난 그냥 그때 잠깐 분위기에 취해가지고….”

 

 “그, 뭐였더라? 요전번에 예능에서 했던 대사! 그것도 지인짜 웃겼는데!”

 

 “자, 잠깐, 시마무….”

 

 안 돼. 이 이상 하면 시부린의 정신적 HP가 버티지 못해!



 “아~ 생각났다 생각났다! <반짝이는 근청이여!...... 나의 손에 모여 정화의 힘을 이루어라! 푸른 검을 받아라앗― 아이올라이트 블루!> 헤헤헤…! 맞지? 나 똑같지? 후훗♪”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시, 시부린! 시부리이이이인―――――!!!”

 

 격침당한 시부린을 끌어안고 내가 오열하고 있는 사이, 시마무는 다시 맥주잔을 들고 꿀꺽 꿀꺽 넘기기 시작했다. 폭주(暴酒)가 곧 폭주(暴走)로 이어지는 이 상황. 더이상 악화시켜서는 안 돼!

 

 “시마무! 이젠 진짜 들어가자! 봐, 곧 한 시야! 점원분도 정리해야 하는데 곤란해 하고 있다구!”

 

 “아, 걱정 마세요. 저희 가게는 새벽 장사도 한답니다.”

 

 그래 좋다. 내가 진짜 다시 이 가게에서 커피 한 잔 팔아주나 봐라.

 

 “시마무라 양. 이젠 정말 집으로 돌아가 보셔야 합니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테고 내일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셋이 흑역사 성토대회를 벌이느라 차마 끼지 못했던 프로듀서가 용기를 내서(?) 시마무를 재차 만류했다. 뭐 프로듀서에게는 깍듯한 시마무니까, 어쩌면 잘 먹힐지도 모른다. 모르는데…. 역시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지. 이번엔 시마무가 프로듀서 쪽으로 걸어간다. 역시나 무지 헤실거리는 표정으로.

 

 “헤헤헷, 프로듀서님이다~아♪”

 

 “시, 시마무라 양…..?”

 

 “우리 프로듀서님, 차~암 귀여우셔! 흐흥~”

 

 와락 안겼다! 아니, 덥썩 안았다! 뭐야 이 상황? 이젠 멘탈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까지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자기 몸을 프로듀서에게 마구 비벼댄다. 프로듀서는 완전히 딱딱해진 자세로 만취한 것처럼 새빨개져 버렸다. 글렀다. 저 상태의 시마무는 최강이야…

 

 “프로듀서님, 그거 해 봐요 그거!”

 

 “그, 그거라니, 무슨 그거 말씀이신지….”

 

 “그거 그거! 왜, 손가락으로 이케이케 미소 만드는 거 있자나~ 해봐아~”

 

 이젠 드디어 프로듀서에게까지 경어를 생략했다. 말투나 억양은 여전히 귀엽지만 뭘까, 이 알 수 없는 압박감은.

 

 “시마무라 양. 지금은 일단 집으로 가시는 게 우선입니다.”

 

 “어라~ 안 해주겠다는 거?” 그러면서 시마무는 커다란 맥주잔을 냉큼 집어들더니 “안 해주면 나 계속 마실 건데에?” 라고 들이댔다. 이젠 협박까지!

 

 “자, 자, 한번 방그읏~ 하구 해보라니깐. 거어! 마셔? 시마무라 우즈키, 쭉 들이킵니다?”

 

 “큭. 바, 방그읏…..”

 

 프로듀서가 못내 예의 제스처, 즉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쭉 올려서 웃는 표정을 만들어 보이자 시마무는 ‘하하하! 프로듀서님 귀여워~ 나두 같이, 방그읏!’ 이러면서 자신도 똑같은 포즈를 지었다. 그 얼굴만 떼어내서 보면 참 귀엽다. 귀엽지만, 이 난처한 상황 하에서는 전혀 감명 깊게 느낄 수가 없다. 일단 프로듀서는 설득을 멈추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자, 이제 그만 갑시다. 슬슬 주무셔야 할 시간이에요.”

 

 “잠? 그쵸~ 자야죠~ 그러엄, 프로듀서님이랑 가치 자면 안 대나?”

 

 “””???”””

 

 아니아니, 시마무 그건 안 돼지! 아무리 취했어도 말해도 될 수위가 아닌데. 게다가 얼굴은 취기 때문에 붉어서 평소에는 천진난만함에 가려져 있던 색기가 묘하게 레벨업 해있다. 그리고 아까 말했다시피 둘은 지금 꼭 끌어안고 있는 상태. 그 상태에서 시마무가 조금씩 얼굴을 프로듀서의 얼굴로 가져간다. ….잠깐, 잠깐. 이거….

 

 “왜애요? 저랑 가치 자기 시러여? 봐요♪ 프로듀서님 좋아하는 웃는 얼굴인데에?”

 

 “시마, 시마무라 양. 제발 이러지 마시고….”

 

 “더 가까이서 봐야 하나… 자! 자세히 봐요~ 미소, 예쁘죠? 미소엔 자신 있다구여~ 그야 예전에, 프로듀서님이 그랬으니까아. 제 장점은 나만의 미소라고오.”

 

 마침내 두 사람의 머리가 맞닿았다. 하지만 마우스 투 마우스는 아니다. 두 사람의 키 차이 때문에 시마무의 이마가 프로듀서의 턱에 살짝 닿은 정도다. 그런데 시마무는 턱에 닿자 뭔가 위화감을 느꼈는지, 살짝 떨어져서 프로듀서의 얼굴을 확인하다가, 프로듀서의 목을 붙잡고 냅다 끌어당겼다! 어어? 그리고 두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입술을….

 

 “....헤헤헤, 까실까실~♬”

 

 ….맞닿은 게 아니라, 시마무는 자기 뺨을 프로듀서의 턱에 대고 고양이처럼 부비부비해대고 있다. 뭐하는 거지…..?

 

 “시마무….라양….?”

 

 “프로듀서니임, 수염 기르면 안 대여? 까칠까칠해서 기분 조타아~”

 

 “엣, 네에….?”

 

 …… 아무래도 취한 시마무는 프로듀서의 턱수염이 마음에 쏙 든 것 같다. 생각지도 못했던 취향이군. 근데 겉으로 봐선 수염이 났는지 안 났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말이지. 아무튼, 키스보다야 낫지만 스무 살 처자가 남자 턱에다 뺨을 비비적대고 있는 현 상황도 영 좋지는 못하다. 어떡하면 좋을라나….

 

 나와 프로듀서가 서로 난감한 표정으로 마주하고 있는데, 그 때

 

 

♪~♩♬~♬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렸다. 이건… 에보레보 제너레이션이잖아?

 

 “와아~ 에보레보!”

 

 에보레보 전주를 들은 시마무는 갑자기 프로듀서한테서 훅 떨어지더니, 반주에 맞춰서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노래까지 따라부르면서. 거기, 내 파트인데….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서 나는 소리지? 문득 내 휴대폰 벨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액정을 보니 동생 이름이 있었다. 하도 안 오니까 전화해 본 거구나. 그리고 문득 상황을 파악했다.

 

 에보레보 제너레이션의 반주곡, 다른 건 제쳐놓고 음악소리에 맞춰서 춤추는 시마무.

 

 이거다! 나는 프로듀서와 재빨리 시선을 교환했다. 의사 전달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휴대폰으로 동생에게 곧 갈 거라고 메세지를 전했고, 프로듀서는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재빨리 에보레보 제너레이션 풀버전을 틀었다. 최대 볼륨으로.

 

 그리고 시마무는, 우리의 예상대로… 동화 속의 빨간 구두라도 신은 것처럼 무아지경이 되어 안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과연 Born To Be Idol이라고 해야 할까. 무수한 레슨과 연습으로 몸에 익은 동작이라 음악만 들리면 취한 상태라도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것 같다. 좋아, 일단 이렇게 두면 알아서 힘이 빠지겠지.



 그렇게 에보레보부터 시작해서 마음 모양, 별똥별 기적, 스마일링, 수줍은 days에 이르기까지… 시마무라 우즈키의 드렁큰 쇼케이스는 무려 새벽 세 시 반이 되어서야 피날레를 맞았다.

 

 그 후의 얘기를 하자면, 시마무는 쉬지 않고 댄스를 추다가 지쳤는지 아니면 하도 뱅글뱅글 돌아서 어지러웠는지 곧 곯아떨어졌고, 그 광경을 반쯤 열광하며 반쯤 이상한 눈으로 지켜보던 점원에게는 프로듀서가 꼭 비밀로 해달라고 입막음을 했다. 프로듀서의 인상이 험악한 게 이럴 때는 참 다행이다. 그리고 잠든 우즈키를 차에 옮겨, 조금이지만 술을 마신 프로듀서 대신 내가 운전해서 둘을 바래다줬다. 하도 어둡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두 배쯤 시간이 걸려서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동이 터오기 직전이었다.

 

 …….이게 뭐야 진짜.




 다행스럽게도 그날은 쉬고 그 다음날, 뉴제네가 다시 모여 레슨을 하려는데 시마무가 이런 말을 했다.

 

 “저, 저기… 저 술 마시고 뭔가 했나요? 일어나보니 굉장히 피곤하던데, 기억이 안 나서….”

 

 “”.......””

 

 그야 혼자서 콘서트를 한 탕 더 뛰었으니 당연히 피곤하겠지. 나와 시부린은 눈으로 대화를 끝마치고 시마무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시마무도 참, 술 진짜 약하더라! 금방 곯아떨어져가지고 우리끼리 재밌게 놀았지롱!”

 

 “에에~ 그럴 수가…. 너무해요! 좀 깨워 주지….”

 

 “후훗, 미안해. 그치만 너무 빨리 잠들어버려서 놀랐어. 내 생각엔 우즈키는 앞으로 술은 안 마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몸이 안 받는데 억지로 마시면 병든다잖아.”

 

 “흐으으…. 뒤풀이 중에 그런 꼴을 보이다니…. 부끄러워요….”

 

 그 정도는 오히려 감사할 정도로 부끄러운 짓을 잔뜩 해댔으니까 걱정하지 마. 라고 말해줄 수도 없었기에, 나와 시부린은 그저 하하하 호호호를 반복하며 은연중에 앞으론 절대 술은 삼가는 게 좋을 거라고 암시하는 말들을 시마무에게 전했다. 그런 우리의 마음이 전해진 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시마무도 ‘앞으로 술 같은 건 멀리해야겠네요….’ 라며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 응. 좋은 결심이야.




 그리고 한 달 뒤.

 

 “네, 혼다 미오입니다. 어라, 쿄코?”

 

 “미, 미오! 나 어떡하면 좋아?”

 

 “무슨 일이야?”

 

 “있지, 라이브 끝나고 뒤풀이로 간 식당에서, 미호가 자긴 아직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고 그런 거야.”

 

 “....응. 근데?”

 

 “그랬더니 우즈키가, ‘저 뉴제네 뒤풀이 때 마셔봤으니까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라면서 둘이서 맥주를 마셨거든? 근데 그 다음에 애들 상태가 이상해!”

 

 “.....어떤데?”

 

 “둘 다 웃고 있어. 웃고는 있는데, 대화 내용이 막…. 망딩이라느니, 개미라느니, 18위 18위 막 이러고…. 웃으면서 그런 말들을 주고 받는데, 진짜 무섭단 말야! 나 어떡하면 좋아? 우즈키가 뉴제네 뒤풀이 때 마셔본 적 있다며?”

 

 “....미안, 쿄코.”

 

 “여, 여보세요? 미오! 미오! 사, 살려 줘~!!”



 술이란 건 정말로 악마의 음료다. 그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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