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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못하는 새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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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3, 2017 19:27에 작성됨.

목소리를 잃어버린 작은 새는 달동네에 산다.

출근하는 것도, 퇴근하는 것도 몇 년이나 하게 된다면 너무나 피곤해 쓰러지고 싶을 정도의 일.

하지만 작은 새는 피곤한 것도 모르는지 너무나도 가뿐하게 집과 회사를 왔다갔다한다.

마치 작은 새에게는 날개가 있어 날아가면 된다는 듯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듯이.

 

작은 새에게는 몇 년 째 근속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작지만 따뜻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 작은 새에게는 마치 둥지같이 느껴지는 곳.

작은 새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회사에 놓여져있는 휴게용 소파를 쳐다본다.

낮잠을 자고 있는 긴 금발소녀와, 이마가 마치 호남평야처럼 넓게 드리워져 있어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반짝이는 소녀가 앉아있다.

굳이 말하자면 금발소녀의 경우에는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지만, 누워있는 것도 앉아있는 것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따뜻한 미소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던 작은 새가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노래가 나오지 않는 목을 가다듬어 몇 마디 말을 건넨다.

작은 새의 말에 금발소녀는 귀찮다는 듯이 아후-하고 소리를 내고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마빡소녀도 작은 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토끼인형을 껴안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래도 오후에 무슨 일이 있는 모양, 특히 두 사람이 동반 출연하는 일이 있는 모양이다.

아직도 잠에 취했는지 하품을 길게 하는 금발소녀를 거의 끌고가다시피하며 마빡소녀가 작은 새에게 인사를 건네자 작은 새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잘 갔다 오라는 인사를 한다.

작은 새의 말에 마빡소녀는 몇 마디 말을 하고는 니히힛, 하고 웃더니 아직도 잠을 깨지 못하고 있는 금발소녀의 이마를 찰싹 치고는 자기 발로 걸을 수 있게 한 후 사무소를 빠져나간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본 작은 새가 잠시 컴퓨터로 여러가지 서류작업을 진행하다 조금 무료하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서랍에서 얇은 책을 꺼내 망상을 하기 시작한다. 

무슨 망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여러 의미로 아웃인 듯, 작은 새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진다.

작은 새의 표정이 점점 새도 사람도 아닌 것으로 변하고 있던 바로 그 때, 문이 달칵하고 열리고는 머리에 리본 두 개를 단 소녀와 가슴이 작은 긴 생머리의 소녀가 들어온다.

서로 꽤나 친한 사이인 듯, 여러가지 대화를 주고받고 있던 두 사람은 작은 새의 표정을 보고는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작은 새가 보고 있던 얇은 책을 빼앗고는 하루치하 72콤보를 날려 작은 새를 현실로 되돌려놓는다.

제정신을 차린 작은 새가 주변을 둘러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리본소녀와 납작소녀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흠칫 놀라며 변명을 하기 시작한다.

리본소녀와 납작소녀는 작은 새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작은 새를 쳐다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아까 전까지 금발소녀와 마빡소녀가 앉아있었던 소파에 털썩하는 소리를 내며 앉는다.

잠시 말이 없던 두 소녀는 리본소녀가 꺼낸 과자를 매개체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서로의 입에 과자를 먹여준다.

작은 새가 그 모습을 보고는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코피를 쏟아낸다. 

작은 새가 그러거나 말거나 리본소녀와 납작소녀는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다 슬슬 해가 질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새에게 인사한다.

코피가 흐르는 코를 휴지로 막고있던 작은 새가 고개를 끄덕이며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작별 인사를 한다.

두 소녀는 나가면서도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꺄르르대며 웃는다.

두 소녀가 나가자 다시 조용해진 공간에 혼자 남은 작은 새가 이번에는 제대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컴퓨터로 서류작업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회사에 발 붙이는 이유는 있는지, 꽤나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일처리를 하고는 작은 새는 잠시 한숨을 돌리며 밖을 쳐다본다.

꽤나 어두워진 바깥에는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도로를 비춘다.

잠시 작은 새가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고 있는데 문 쪽이 조금 소란스러워지더니 문이 덜컥 열리며 신기한 말투를 쓰는 오키나와 소녀와 신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은발의 소녀가 나타난다.

작은 새가 이제 바깥과 맞지 안는 낮인사를 건네며 두 사람을 맞이하자 오키나와소녀와 은발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작은 새에게 인사를 건넨다.

작은 새가 오늘 보이지 않은 다른 소녀들의 행방을 묻자 일이 일찍 끝나 학업을 하러 돌아갔다는 대답이 은발소녀에게서 돌아온다.

작은 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키나와소녀와 은발소녀에게 회사에 굳이 돌아온 이유를 묻는다.

오키나와소녀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지 잘 부르지도 못하는 휘파람을 불며 작은 새의 시선을 피하고, 은발소녀는 그저 신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다문다.

작은 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자 오키나와소녀와 은발소녀가 미소를 지으며 갑작스런 인사를 하고는 회사를 뛰다시피 나간다.

졸지에 혼자 남은 작은 새가 뭐라고 중얼거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작업이 끝난 컴퓨터를 끄고는 한숨을 내쉬며 항상 들고 다니는, 작은 새가 그려진 파우치를 든다.

작은 새가 막 회사의 불을 끄려는 찰나, 찰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한 남자와 두 명의 쌍둥이가 안으로 들어온다.

남자가 뭐라고 말하자 작은 새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짓는다.

쌍둥이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말하고는 작은 새를 쳐다보자 작은 새가 조금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가 난감한 미소를 짓고는 무언가를 말하자 작은 새의 얼굴이 빨갛게 물든다.

쌍둥이가 옆에서 작은 새에게 무언가를 말하자 작은 새가 얼굴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고는 그녀들을 나무란다.

쌍둥이가 꺄아꺄아거리며 남자에게 달라붙자 남자가 정말로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작은 새에게 손을 내민다.

작은 새는 내밀어진 손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손을 잡는다.

 

목소리를 잃은 작은 새는 달동네에 산다.

출근하는 것도, 퇴근하는 것도 몇 년이나 하다 보면 피곤해 쓰러질 정도의 일.

하지만 작은 새는 피곤한 것도 모르는지 너무나도 가뿐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자신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옆에 그 사람이 있으면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듯이.

 

 

후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본가마스 글입니다(....)

심지어 글을 쓰던 저조차도 이 글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나름 새롭고 신선한 시도였던 데다가 꽤나 괜찮게 글을 쓴 것 같아서 만족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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