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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베이커리-아이돌과 고통의 스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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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2, 2017 16:34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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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이 한껏 풀어져 노오랗게 흐려진 차에서 레몬특유의 상큼한 향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뜨뜻한 감촉이 입술이 살짝 닿으며 향긋한 레몬향이 기분을 맑게 한다. 꿈에서 만날 듯한 첫키스의 찌릿한 감촉이 연상되는 것 왜일까. 입안에는 더할나위 없이 깔끔한 씁쓸함과 개운함을 남기고서 가슴으로 내려앉는다. 가슴이 아직도 뜨뜻하고 입안은 조금 씁쓸하다. 문득 혀끝에 입술이 닿는다. 달다. 처음 입술로 차를 만났을 때처럼 상쾌하게 달다. 혀끝으로 입술을 핥다가 입 안에 남은 레몬의 조각을 톡톡 터트려가며 그 추억을 다시 한 번, 희미하게 흐려지려는 그 맛을 다시 한 번 핥는다. 그렇게 몇 번 입을 우물거리다 다시 한 번 차를 한 모금 삼킨다.

 

“후우....”

 

히이라기가 천천히 뜨거운 숨을 내쉬며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햇살, 마음이 안정되는 노래, 몇 번씩 울리는 가게 문 앞의 종소리, 후고후고거리는 귀여운 여동생....

 

“오빠, 오빠야~”

 

“음? 무슨 일 있나요, 미치루?”

 

여러모로 평안한 하루를 보내던 중에 미치루는 문득, 빵을 먹다말고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것을 한 번 말해보기로했다.

 

“저어기~”

 

그리고 미치루의 손 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으헝험어어규흐허거유....”

 

무언가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는 소녀가 있었다. 눈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얼굴을 뒤덮고 화장을 흉하게 지워가고 있었으며, 더욱이 오오하라 베이커리의 창가에 달라붙어있던지라, 참으로....엽기스러웠다. 저 소녀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지만 그 특유의 옷차림과 에쿠스테 덕분에 이름은 쉽게 유추되었다.

 

“그러게요....슬슬 영업방해로 쫓아버릴까요~”

 

레몬차를 한 모금 또 삼키며 느긋하게 농담하는 히이라기를 두고서 미치루는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그게 할 소리야...?”

 

“하아...모처럼 미치루와 단 둘이 즐기는 느긋한 하루를 방해하는 건 중죄랍니다.”

 

“배고파서 울먹이는 애한테 빵 한 조각 정도는 줄 수 있는 거잖아!”

 

미치루가 어느새 자신의 것을 양보할 수 있는 마음까지 아름다운 아이로 자란 것에 감동하면서 히이라기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미치루가 권유해보는 건 어때요? 언니니까.”

 

“아, 그런가!”

 

히이라기는 종종걸음으로 뛰어나가는 미치루를 뒤에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언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아스카에게 시선을 옮겼다.

 

“저기, 아스카? 같이 들어와서--”

 

“흐규어흐어겈흐엌어어!!!!”

 

머리를 부여잡고 격한 고통과 각종 액체를 보여주는 아스카를 보면서도 히이라기는 놀라지도 않고 살짝 입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예상외의 격한 반응에 놀라서 살짝 뒤로 물러났다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는 미치루가 귀여웠다.

 

“예상대로..”

 

“오빠~ 아스카가 이상해.”

 

“괜찮아요. 미치루가 귀여웠으니까.”

 

“헤헤....또 그런 부끄러운 소리를....가 아니고!!”

 

“쳇.”

 

그냥 이대로 어물쩍 넘긴다음 미치루랑 같이 한 낮의 티타임이나 즐기려고 했던 히이라기의 계획은 무참히 박살나고 말았다.

 

“흐규흨허흐그커허허그컿그허크,,,오지 말아주어어어....1!!”

 

“정말로 이상한데..? 혹시 코스프레인가?”

 

“글쎄요....오빠 눈에는 진짜로 보이는데요..?”

 

“그럼 이렇게 폐인처럼 망가진게 설명이 안 되는 걸?”

 

“그건 간단하답니다. 미치루. 분명 저번에 트레이너에게 지옥훈련을 받고 체중감량에 성공한 아스카 양은 식단조절을 받고있겠죠. 즉, 체중 조절 때문에 빵을 먹을 수 없다는 거에요.”

 

“헤에~ 그러고보니 그런 아이돌도 있었지.”

 

살이 찌지않는 체질로 인해 여러 아이돌을 울리고 다니는 미치루는 그제서야 전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스카에게 무언가 말 못할 상처를 주는 것은 덤이지만.

 

“어떻게 하지....”

 

“흐음, 일단 보는 눈도 많으니 안으로 옮기는..”

 

“끄어오오오ㅗ크거ㅓㅓㅓ.....!!!”

 

아스카는 몸안에서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이 격렬하게 충돌하기라도 하는지 몸을 뒤틀어가며 고통을 호소했다.

 

“건 무리네요.”

 

“이대로 두는 것도 좀 아닌데..”

 

“설득해야죠.”

 

히이라기는 그대로 휠체어를 움직여 아스카 옆으로 움직인 다음 몸을 숙여 아스카의 등을 천천히 어루어만졌다.

 

“자아...아스카 양. 조금 진정하고..”

 

“흐극 흐흑흐흑흑극...”

 

어려서부터 미치루를 보살펴왔던 히이라기는 능숙하게 아스카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손수건을 아스카의 얼굴에 묻은 각종 액체를 닦아내며 차분한 목소리로 달래고 있었다.

 

“자아, 자아, 예쁜 얼굴이 망가지잖아요. 뚝- 울지마세요. 착하죠..”

 

조금 진정되었다지만 아직도 여러모로 격양된 상태에서 아스카는 무릎을 꿇은 채 히이라기의 허벅지 위에 있던 담요를 붙잡았다. 아직도 그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위로 들어올리고는 무언가 턱 막힌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흐흑, 흐흑, 히이라기 씨....나..빵이 먹고싶어...”

 

“드세요. 드시면 편안해질 거에요.”

 

“하지만! 나는, 아이돌이고, 이런 건 분명..”

 

“그래요. 참아야겠죠. 그래서 많이 힘들겠죠.”

 

히이라기는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그 눈물을 천천히 닦아주었다.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결국은 솔직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아스카 양. 사람은 언제고 참을 수 만은 없어요. 분명 사람에게는 필요해요. 자신이 솔직해버려도 되는 그런 사람이....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혼자 살지않고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사는 거랍니다. 아스카 양, 아스카 양에게는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수 없을까요?”

 

“.....하지만,”

 

아직도 망설이고 있었지만 그것은 이전에 비하면 너무나도 물렁한 것 이었다.

 

“저는 믿어요. 아스카 양이 그런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아스카 양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조절할 수 있는 어른이라는 걸. 저는 믿고있어요.”

 

밀가루 뿐만아니라 사람마음도 잘 반죽하는 히이라기에게 있어 14살의 고민은 정말 무르고 단 것 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면서 동시에 어른으로 띄워주는 교모한 화술에 아스카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응...”

 

결국 도넛 2개를 선택하고 말았다.

 

은은하게 황금빛을 띄우고, 표면에는 눈꽃과도 같은 하얀색 막을 지닌 도넛이었다. 잘 구워진 채 흐뭇하게 고소한 빵냄새에 얽혀 설탕의 달콤한 냄새가 진하게 머리를 자극했다. 그동안의 인내와 고통이라는 무거운 족쇄를 집어던지고 상쾌한 공기를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설탕막이 부러지는 것이 느껴지고 말랑한 도넛이 꾸욱- 눌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빨이 간지러워지는 말랑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기분좋았다. 씹을 때마다 살그머니 바작바작 소리를 내며 설탕이 바스러지고 입 안 아래 쪽의 침샘을 자극한다.

 

그런 바삭한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식감은 기묘하다. 설탕이 서서히 빵 속으로 섞이지만 빵은 쫄깃하다. 이빨에 슬며시 달라붙었다가 떨어져나가는 감촉이 먹는 이를 즐겁게한다

.

무작정 설탕의 달달함만이 있는 것 같지만, 천천히 조곤조곤 씹어보면 일단 코 속으로 반죽의 고소한 향이 밀려들어오고 곧이어 빵의 고소한 맛이 서서히 배어나오면서 설탕과 섞여서 진하고 깊은 맛을 준다. 마지막으로 삼키는 순간에는 목구멍 양 옆으로 붙어있는 부드러운 부분이 깃털에 의해 간지럼을 당하는 것같다.

 

묘하게 파르르 떨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입 안 훑어보아도 남는 것이 없다. 다만 방금 전의 식감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침샘과 입이 다음을 달라고 아우성친다.

 

“으음....”

 

사실 별 깊은 맛이랄 것은 없지만, 단 것을 좋아하고 여러모로 이성이 마비되기까지한 아스카에게는 오히려 그런 점이 그녀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빵을 맛있게 먹으며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에 미치루도 금세 미소지으면서 빵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히이라기의 레몬차는 방금 전보다도 상쾌했다.

 

그리고 30분 뒤, 아스카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도넛 30개를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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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드세요. 도넛.

크리스피를 먹고싶었으나 찾질 못하고 든킨을 왔습니다.

작가는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빵 묘사가 왜 거기서 거기 같지.

빈 속에 설탕도넛(글레이즈드) 먹으니 배 아프네요.

아스카는 14살 미치루는 15살 히이라기는 24살

히로인에게는 눈길도 안 주는데 아스카에게는 저런 플래그 대사를 던지다니....모뙨 남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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