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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아야메 [닌자 아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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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9, 2017 17:39에 작성됨.

아야메는 이가 닌자의 직계 후손으로 어릴 때부터 수많은 훈련을 받아왔다.

 

그녀의 집안은 옛적부터 비밀스런 공작을 해오던 닌자의 집안. 표면상으로는 그저 닌자의 상징 정도로만 여겨지는 이야깃거리 그 이상이 아니었지만, 그 속내를 한 꺼풀 벗기면 정부의 더러운 수작을 은밀하게 처리하던 요직이었다. 허무맹랑하게 생각할 법한 소문들은 오히려 그들의 정체를 가려주는 좋은 위장이었고, 닌자들은 정부에게 지목당한 블랙리스트를 소리 소문없이 제거, 처리 하는 임무를 주로 맡았다. 막무가네인 야쿠자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은 말그대로 인간병기였고, 인간을 죽이는 데 특화된 하나의 무기였다.

 

그러나 그들은 어느날 일에서 손을 뗐다. 아야메의 할아버지 때부터 선언한 주장. 정부는 당연스레 반발하고 그들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어지간한 무력으로는 절대로 처리할 수 없는 집단이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용히 묵언하는 것으로 서로 합의를 봤다.

 

아야메가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할 때, 집안은 그저 싸구려 닌자 관광코스나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야메는 어릴 적부터 집안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고, 숨겨진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아야메에게 과거를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집안의 부끄러웠던 과거들을 알려주며, 그녀의 진로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 피를 묻혀온 과거, 부끄러웠던 악행들, 비록 그것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할아버지는 살인이라는 그 자체에 회의적이었고, 아야메가 피로 얼룩진 집안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주길 바랬다.

 

허나, 역사는 역사. 과거부터 전해지던 그들의 비전을 잃을 수는 없었다. 아야메의 아버지는 처음부터 닌자 수련을 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그쪽에 대해선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그렇게 아야메는 어릴 적부터 닌자의 인술과 비술, 그리고 여러 가지 비법들을 직계 후손인 할아버지에게 배웠다. 인격적인 수양이 주를 이루었지만, 할아버지는 아야메에게 스스로를 지킬 힘과 필요에 따라선 사람을 지킬 힘을 갖게 될 것을 권하였다. 아야메도 처음엔 치기 어린 맘에 시작했지만, 이후엔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잡고 할아버지가 원하는 방향의 수련을 알게 되었다.

 

아야메는 재능이 있었다. 비록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할아버지는 그녀 앞에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아야메는 몰래 하던 이야기를 엿들었다.

 

가문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 닌자의 업을 타고난 아이. 그러나 할아버지는 단호했다. 오히려 그런 아이가 더욱 자신의 힘을 내지 않고 편히, 그리고 평온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했다.

 

아야메의 마음가짐은 확고했다. 닌자의 업이 아닌 다른 것을 생업삼아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그녀가 선택한 것은 우연히 만난 프로듀서였고, 그대로 아이돌이라는 일을 하기로 했다. 집안의 반대는 없었다. 비정한 살인기술들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녀는 정이 많았고 활기차고 애교가 많았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집안의 모두가 예쁘장한 그녀에게 걸맞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유명한 집안을 무기 삼아 그녀는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집안의 관광객도 늘어 집안의 살림살이도 꽤나 넉넉해졌다. 아야메는 가문의 내적이나 외적이나 훌륭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녀의 할아버지는 드물게도 아야메에게 너는 우리 가문의 자랑이라고 칭찬도 해주었다.

 

아야메는 기뻤다. 수련은 아이돌 활동이 이어지면서 점점 무뎌졌지만, 이미 그녀의 기술은 이가 닌자 역사상 최고의 실력자로 꼽힐 수준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못내 아쉬운 점들을 아야메에게 털어놓았다. 육체적인 수련에서 너를 따라갈 사람은 없겠지만, 아직 인격의 수양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아이돌 활동으로 많은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던 아야메는 할아버지의 우려를 단순히 넘겨버렸다. 이런 인생을 살길 바라신 것이 아니었냐며 드물게 반발도 했다. 할아버지는 별다른 말없이 아야메에게 부디 자만하지 말 것을 당부했으나, 이미 그녀의 마음속엔 자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덧붙였다. 한명 한명 사람을 소중히 할 것.

 

영문 모를 소리였기에, 그녀는 무시했다.

 

 

 

그렇게 당분간 일은 잘 풀렸다. 귀가 길에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 전까진.

 

아야메를 알아보고 다가오는 남자들. 단순한 팬인줄 알았지만 낌새가 이상했다. 아야메는 그대로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그들이 납치당한 사무실의 동료들을 보여주었을 때 생각은 바뀌었다.

 

빛과 같이 상비하고 다니던 타치를 뽑아든 아야메는 맨 앞에 선 남자의 목에 칼날을 들이댔다. 인간의 인지속도로는 따라가지 못할 실력. 그런데 남자들은 침착했다. 그녀의 실력에 겁조차 먹지 않고 저마다 무기들을 꺼내들었다. 범상치 않은 녀석들. 아야메는 밖에서 사용하는 것은 금기라고 정해져 있던 기술들을 떠올렸다.

 

남자들은 훈련받은 티가 역력했다. 목에 칼이 들어온 남자도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아야메를 노려보았고, 그녀는 순간 뒤에서 달려드는 인기척을 감지했다.

 

앞선 남자의 오금을 걷어차고, 굽혀진 무릎을 밟고 뛰어오른다. 달려오던 남자의 머리 위를 빙글 돌아 지나친 아야메. 그대로 발을 뻗어 뒷목을 걷어찬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두 겹친 두 남자가 무너지고, 아야메는 즉시 양쪽에서 달려드는 위협을 느낀다.

 

양 무릎을 구부려 앉는다.

 

이대로 타치를 이용해 발목을 베어버리면 쉬운 일이었지만, 아야메는 참는다. 즉시 뒤로 굴러 포위망에서 벗어나고, 굽힌 무릎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한명의 목을 휘감는다.

 

껴안은 남자를 기둥삼아 몸을 세워 날리는 발차기. 그대로 안면에 운동화 자국을 남기며 쓰러지는 남자.

 

아야메는 즉시 발악하는 남자의 목을 꽉 조르고 무게를 실어 넘어트린다. 그녀의 무게가 더해져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신음을 지르며 기절. 아야메는 꺽꺽 거리다가 혼절한 남자를 풀어주고 마지막 남은 괴한을 노려봤다.

 

도망칠 시간은 충분했다. 그리고 잡을 시간도 충분했다. 닌자의 추적을 벗어날 수 있는 범인은 없었다. 수고를 덜은 아야메는 그에게 다가간다.

 

기습적으로 뻗어 나온 나이프는 장난에 불과. 손등으로 쳐내자 강렬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벽으로 날아가 처박힌다.

 

멱살을 잡아 올리고 납치한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한마디를 남기고 축 늘어졌다.

 

네 집안의 업보가 이대로 끝인 줄 알았나.

 

입에 머금고 있던 독약. 아야메는 이를 악물고 쓰러트린 남자들을 체크했다.

 

모두 죽어 있었다.

 

집안의 업보... 아야메는 뇌리를 스치는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집은 불타고 있었다.

 

불길을 해치고 들어간 집안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친척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간신히 찾은 생존자는 아야메의 할아버지. 이미 죽어가던 할아버지는 울상이 된 아야메의 얼굴을 보며 미소 지었다.

 

복수를 꿈꾸지 말고, 살 길을 찾아라. 우리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너에게 있으니, 우리는 후회하지 않는다. 아야메, 너는 우리 집안의 보물이자 자랑이다. 피를 묻히며 살아왔던 할애비를 원망하거라.

 

할아버지는 그렇게 숨을 거두었고, 아야메는 불타는 집안을 뒤로하고 등을 돌렸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정부의 끄나풀. 앙심을 품고,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남겨두지 않겠다는 치졸한 수작. 아야메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깊이 새겼지만, 단 하나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복수.

 

먼저 협약을 깨버린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잔해가 된 집에서 그녀는 숨겨두었던 자신의 도구를 전부 챙겼다. 이렇게 만든 그들을 용서하지 않으리라. 납치된 사무실의 동료들을 구하고, 더러운 수작을 벌인 자들의 숨을 거두리라.

 

그 이후, 아야메는 소문을 찾아다녔다. 뒷골목의 더러운 소문들. 이미 매스컴에는 아야메가 불한당들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집안을 불태우고 잠적했다고 날조되어있었다. 아야메의 불길은 더욱 커졌고, 품에 숨겨둔 타치의 칼날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졌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수소문한 끝에 그녀는 야쿠자와 정부의 커넥션을 알아냈다. 정부는 닌자와의 계약이 깨진 이후, 스스로 더러운 짓을 대신 해줄 조직을 키워둔지 오래였다.

 

정부와 관련이 있는 야쿠자들은 비밀리에 무기들을 협조받았고, 군사적인 훈련까지 마쳐둔 상태였다.

 

그러나 아야메에겐 무력했다. 총알은 인간을 초월한 닌자에겐 통하지 않았고, 타치의 검면을 타고 허무하게 벽에 처박혔다.

 

아야메는 이미 마지막 남은 이가 닌자의 후손이자 이가 닌자 그 자체. 그녀는 집안에 굳건히 새겨져 있던 금기를 해제했다.

 

사무실에 가득 찬 덩치들이 쏘아대는 총알은 모두 그녀의 신기에 잘려나갔고, 더러운 곳에 몸 담그고 있던 남자들의 목은 그녀의 신기에 잘려나갔다.

 

직접 행하는 살인이었지만, 아야메의 의지를 흔들 수는 없었다. 불타는 복수에 피는 재가 되어 흩어질 뿐. 그녀의 우월하고 유연한 신체와 갈고닦은 인술과 체술에 평범한 인간따위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야메는 처음 기습한 지부를 시작으로 핵심을 향해 파고 들었다. 여전히 행방불명된 아이돌들. 이가 닌자의 인질로 잡혀있다는 보도와 오늘도 그들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뉴스. 아야메에 대한 흉흉한 소문은 날이 갈수록 커졌지만, 그조차도 그녀의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항구의 한 구석. 동료들이 납치된 곳을 알게된 그녀는 묵묵히 장비를 챙겨 그곳으로 향했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요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총알 세례를 퍼부었으나, 무력했다. 가벼운 생체기도 내지 못했다.

 

입구에 서있던 다섯 명의 양복쟁이는 자세를 낮춰 달려드는 아야메에게 기관총을 퍼부었지만, 몇 발은 휘둘러지는 타치에 튕겨나갔으며, 몇 발은 닌자의 놀라운 보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허무하게 바닥에 처박혔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끝이었다. 달에 비친 날빛이 휘둘러지면 잠시간의 정적. 그리고 툭, 목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검은 타이즈와 사슬갑옷. 창고의 문을 열며 들어서는 아야메는 어둠이 흐르는 창고 안의 기척을 파악했다.

 

정확히 58명. 그중에 8명은 사무실의 인원. 아야메는 눈을 부릅뜨고 허리에 있던 연막탄을 땅바닥에 던졌다. 뒤늦게 플래시 라이트가 그녀를 찾지만 매캐한 연기가 흩어지고, 곧 날아온 표창에 전구가 깨져 창고 안에는 칠흑이 휘감겼다.

 

소리를 줄인 보폭, 그러나 놀라울 정도로 빠른 뜀. 창고 밖으로 새어든 달빛. 반사된 광이 휘번뜩. 총을 들고 있던 손이 송두리 째로 잘려나가며 비명이 터져 나온다.

 

학살이었다. 거대한 연막이 점점 몸집을 키울 때마다 아야메의 공간은 넓어져갔다. 피가 튀어 그녀의 살결에 닿는 것 보다 빠른 움직임. 남자들은 무력하게 쓰러지고 삽시간에 수를 줄어들었다.

 

책임자는 그녀를 보고 욕을 내뱉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가련하게 권총을 잡고 아야메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 뒤에 있는 아야메의 사무실 동료들은 떨고 있었다. 재갈이 물린채로 헬쑥해진 채로 떨고 있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 아야메는 순간 몰아친 화를 참지 못하고 앞선 남자를 베어버렸다.

 

세로로 갈라지며 무력하게 쓰러지는 시체.

 

아야메는 즉시 동료들의 포박을 풀어주었지만, 그들은 뒤로 기어가며 아야메를 피했다.

 

눈에 깊이 드리운 두려움. 그리고 공포. 아야메는 그제야 깨달았다.

 

살인으로 얼룩진 자신의 행보. 단숨에 깨버린 집안의 금기.

 

무심코 바라본 타치에 어린 선홍빛의 핏물. 흐르고 흘러, 그녀의 손을 물들이는 피. 아야메는 타치를 떨어트렸다.

 

인간을 초월했으나, 그렇기에 인간이라 불릴 수 없는 스스로를 깨닫는다. 오직 복수에 정신이 팔려 수많은 사람들을 도륙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

 

할아버지의 말씀은 아야메의 가슴속에 깊이 떠올랐다.

 

그렇게 아야메는 풀려난 동료들을 두고, 자리를 피했다.

 

더 이상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눈치 채며.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티비에선 이가 닌자에게 납치되었던 프로덕션의 관계자들을 구하고 범인을 전부 잡았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작전은 성공했다. 자신들의 더러운 면을 알고 있는 이가닌자를 완벽하게 토벌하고,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던 이가 닌자의 직계 후손 아야메까지 다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도록 하는 작전.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지만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정도의 희생으로 국가의 얼룩을 지워낼 수 있다면 매우 성공적인 작전이었다.

 

정부의 관계자들은 파티를 벌였다. 요직들이 모인 회식자리. 그들은 술을 마시고 취해 서로 웃으며 여자들을 품에 안았다.

 

인간의 정이란 이용하기 쉬운 것. 무력으로 되지 않는다면 돌아가는 방법이 있는 것. 이가닌자의 후손이라 할지라도 결국 어린 기집애일 뿐.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안아보지 못한 아쉬움. 여러 가지 더러운 음담패설이 오갔고,

 

그들은 천장에서 소리 없이 떨어진 아야메의 인적을 보지 못했다.

 

결자해지. 끝맺음을 확실히 하라. 아야메는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가르침을 되새긴다.

 

 

 

칼날은 선홍색을 그렸다.

 

 

 

 

 

 

 

 

 

....................

 

 

 

 

 

............................

 

 

 

...............................

 

 

 

“이런 시나리오입니다, 닌!”

 

“안 돼.”

 

“어째서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그리고 잔인하잖아! 너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 나는... 좋아... 그런 피... 피 튀는거... 헤... 헤헤...”

 

“아니! 코우메 네가 좋다고 문제가 아니다!”

 

“저는 고작 몇 분인가요!? 귀여운 제가 주연이라면 생각해볼 법 하겠네요!”

 

“안된다고! 그리고 사치코 너, 사람 베는 거 연기할 수 있어?”

 

“...헤?”

 

“아무튼 안 돼! 안 되니까, 이건 파기다!”

 

“안됩니다아아아!!”

 

찌직찌지짖 찍찌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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