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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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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8, 2017 02:43에 작성됨.

여름의 봄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create&wr_id=88816 과 이어지는 스토리입니다.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가 어째서 이 도시에 왔는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이 도시에 오기 전에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그에 대해 물을 때마다 그녀한테 들어야 했던 말은 단 하나,

 

“비밀입니다”

 

그 짧은 말 한마디뿐이었다. 우리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 그녀가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것이 어쩌면 불안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에 그녀의 동료 중 한 명이 자신의 고향으로 멋대로 돌아갔을 때, 나는 2주라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녀의 동료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녀가 사라진다면, 과연 나는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그녀가 정말로 사라져버린다면, 과연 얼마나 걸려야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매주 한 번씩 이야기 나눌 시간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역시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그녀와 단 둘이 이야기하게 된 것은 그것 때문이었다.

 

“이야기, 입니까.”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하긴, 매 주마다 모이는데 그녀만 따로 불렀다는 것이 이상하겠지. 아마 나였다면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봤을 것이다. 일단은 그녀를 안심시켜주는 것이 맞겠지.

 

“별 거는 아니야. 그냥 모두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보니까 네가 이야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서. 모두의 앞에서 말하기가 부끄러운 거라면 나한테만 말해줄 수 있을까? 나한테도 말할 수 없는 것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언제여도 상관없으니 말할 수 있을 때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해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 그녀가 안심이 되었다면 좋겠지만,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까. 다행이도, 그녀는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안심한 그녀가 나에게 해준 말은, 그저 당혹감만을 불러올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이 말과 함께, 그녀는 입을 열었다.

 

“모든 것을 말씀드리지요. 저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집안의 어르신들께서 이제 돌아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시니, 따르지 아니하고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앞서 약조한 대로 모두에게 말해야 하겠지만, 말조차 못 하겠지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앞서 그녀가 말조차 없이 떠나갔을 때 그녀를 탓했던 것이 그저 제 자신에게 우스울 따름입니다. 그녀도 이런 기분이었겠지요. 말조차 할 수 없이 홀로 속을 끓이는 것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니, 이제 어찌해야 좋을까요. 저는, 어찌해야 좋을까요.”

 

그녀가 마치 속에 있는 것을 게워내듯 꺼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를 막아서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보내야만 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내가 그 순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그녀에게 알았다고, 나에게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 그래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하는 것, 그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달력은 그 날 이후로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음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달력이 말해주는 시간과 내가 느끼는 시간이 다른 것은, 아마 그 말이 나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녀는 아직 모두에게 말하지는 않은 것 같았고, 그녀가 말하지 않는 그녀에 관한 것을 말할 자격은 나에게는 없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나도, 그녀도, 그것을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채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나 혼자서는 이것을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녀에게는 미안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이것을 이야기해야 했다.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고,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할 누군가에게.

 

“그래서, 나랑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야? 자신, 그 때 이후로 힘든 거 있으면 다 이야기한다고?”

 

“그런 것 때문은 아니야. 사실 한 번 도망갔던 사람이 두 번은 도망가지 말라는 법은 없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도 아니고, 요즘은 그런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으니까. 그냥 따로 할 이야기가 있어서 너를 부른 거야.”

 

“너무하다고! 자신이 그런 잘못을 한 건 맞지만……. 그래도 이제는 안 그럴 거니까 괜찮아!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야?”

 

나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그녀가 집에서 돌아오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본인은 가고 싶지 않아하는 눈치지만 집안에서 불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이에 대해 모두에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어하는 것 같다고.

 

역시 그녀는 이 말을 듣고 당황한 눈치였다. 나름 그녀와 친하다 생각했던 자신에게도 이것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서운한 걸까. 이윽고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그냥, 가면 되잖아? 가서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는 거잖아. 보내주고 싶으면 가서 잘 지내라고, 너를 잊지 않겠다고 말하면 되는 거고, 붙잡고 싶다면 우리는 네가 필요하다고 하면 되는 거잖아? 그거면 되는 거 아니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 때 나를 데리러 와줬을 때, 솔직히 자신, 많이 기뻤다고? 그러니까, 그 때처럼 가서 말해줘. 이제 너의 이야기를 해주지 않겠냐고.”

 

그 말을 듣고, 엉켜있던 머릿속이 풀리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간단했다. 그녀에게 가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것, 그 뿐이었다. 바로 그녀에게 뛰어갔다.

 

“무슨 일이신지요, 프로듀서? 이미 마음의 준비는 끝냈답니다.”

 

너무 늦어버린 걸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그냥, 여기에 있어주면 안 될까? 우리와 함께, 여기에서, 정상에 서는 꿈을 꿔주면 안 될까? 이게 물론 억지라는 건 나도 잘 알아. 너희 집안의 사정도 나는 잘 모르고,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조차도 나는 잘 몰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내가 프로듀서로서 부족한 면이 많았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함께 하면서 즐거웠고, 네가 한 발짝씩 나아갈 때 그 옆에서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나여서 기뻤다는 것, 그것뿐이야. 혹시 네가 아니라 다른 누가 떠나간다 했어도 나는 말렸을 거야. 하지만, 지금 너에게 이렇게 말하는 건, 너여서야. 네가 아니면, 그 누구도 너의 자리에 서있을 수는 없어. 나에게 지금 필요하고,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았으면 좋겠고, 내가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것은, 너야. 부탁할게. 제발, 떠나지 말아줘…….”

 

“네, 그러기로 했답니다.”

 

“그래, 너의 마음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응? 잠깐, 뭐라고?”

 

할 말은 더 없었다. 이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어라?

 

“이미, 저는 이곳에서 이 길을 걸어가기로 마음을 굳혔사옵니다. 방금까지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지요.”

 

“집안에서 반대하는 것 아니었어?”

 

“그 정도는, 설득할 수 있고 무시할 수 있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는 여기에 계속 있을 테니까요.”

 

하긴, 그런 걸까. 그리고 그렇게 마음을 놓고 있는 사이에, 그녀는 웃으며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리고 프로듀서, 방금 한 말에서 끝부분은 남녀 간에 연정을 고백할 때에도 쓸 수 있는 말이랍니다. 저 말고 다른 이들에게는 하지 말아주신다면 좋겠군요.”

 

실수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불쾌했던 걸까. 그녀가 불쾌했다면 사과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 기껏 여기에 남아주기로 했는데 실례가 되는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미안해, 혹시 불쾌했던 거야? 다음부터는 조심해서 말할게. 나도 영업직인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아직 멀었네.”

 

그녀는, 나의 사과를 듣고 잠시 굳어있다, 다시 표정을 풀고 나에게 웃음과 함께 말을 건네 왔다.

 

“아니오, 괜찮습니다. 불쾌해서 한 말은 아니니까요. 그저, 저의 어휘선택에 문제가 있었나 싶을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달이 아름답군요. 당신은 어떤가요, 프로듀서?”

 

“응? 달이라니, 무슨 소리야? 아직 밤은 멀었는데?”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비밀이랍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타카네 좋아합니다. 너무 좋아합니다. 765중에 가장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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