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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orted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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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7, 2017 20:00에 작성됨.

천천히 되살아나는 듯한 감각.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내 머리를 몇 번 치고는 주변을 둘러본다.

무언가의 실험실인 듯, 차갑고 황량한 플라스크의 살풍경이 내 눈에 들어온다.

무거운 몸을 천천히 일으켜 곧게 서본다. 다리에는 문제가 없다. 주먹을 꽉 쥐어본다.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엄청난 위화감이 내 몸을 둘러싼다.

느릿한 발걸음을 옮겨 플라스크들에 쓰여진 글자들을 쳐다본다. 알 수 없는 글자들이 플라스크 하나에 하나씩, 자신의 일련번호라도 되는 모양으로 붙어있다. 읽어보려고 해도 소용없겠지, 그렇게 느낀 나는 다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어딘가의 문의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재빠르게 몸을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본다. 

고양이 상의 귀여운 얼굴을 가진, 그러면서도 폭발적이고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미녀가 내 앞에서 나를 쳐다보더니 생긋 미소지으며 입을 연다.

 

"눈을 뜬 것을 축하해♪"

 

나는 그녀의 말투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위화감을 느끼며 그녀를 쳐다본다.

내 시선에 그녀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내 이름, 알겠어?"

 

미녀가 기대하는건지 몰랐으면 하는건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손에 든 컵에 든 향긋한 커피를 마신다.

에스프레소. 나는 나도 모르게 커피의 이름을 말하고는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분명히 어디선가에서 본 얼굴이다. 하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

잠시 멍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미녀가 냐하핫♪하고 웃고는 마음에 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연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네♪ 이것도 꽤 괜찮을지도♬"

 

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에게 플라스크 하나를 건넨다.

나는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건네진 그 플라스크를 받아내고는 붙어있는 포스트잇에 쓰여진 글자를 읽어보려 해본다.

하지만 내가 알 수 없는, 둥글둥글한 글씨체로 쓰여진 글자는 내가 전혀 모르는 세계의 언어인 듯한 울림을 남기며 나에게 읽히는 것을 거부한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책상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는, 누가 봐도 섹시한 모습으로 나에게 플라스크의 내용물을 마시라는 듯이 손짓한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플라스크의 내용물을 마신다. 약물이 옅게 물방울 져 입가에 달라붙는다. 마치 눈물같은 씁쓸한 맛이 느껴진다.

나의 행동에 그녀가 너무나도 기쁘다는 표정으로 나를 껴안고는 입을 연다.

 

"고마워, 프로듀서. 그리고 나만의 것이 된 것을 축하해♪"

 

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향기가 천천히 내 몸을 감싼다. 나는 그 아름답고도 고혹적인 향기에 천천히 눈을 감는다.

어디선가 이런 향기를 맡은 적이 있는것 같다. 하지만 과거의 그 어떤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말한 프로듀서라는 것은 나를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추측하며 그녀를 껴안는다.

나의 몸짓에 그녀가 조금 몸을 부르르 떨더니 나를 조금 더 강하게 껴안고는 속삭인다.

 

"있지,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이제 나만의 것이 되었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듯한, 예전의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아무런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나는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의 손길에 그녀가 길이 잘 든 고양이처럼 후냐♪하고 갸르릉대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잠시 동안의 조용한 시간이 흘러가고, 그녀가 천천히 나의 손에서 그녀의 얼굴을 떼고는 입을 연다.

 

"5년을 기다렸어, 프로듀서. 아직 할 일은 많이 있다구♪"

 

미녀의 말에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우후후♪하고 미소를 짓고는 나에게 미리 준비했다는 듯이 또다른 플라스크를 내민다. 

진홍색의 약물이 담긴 플라스크. 언젠가, 어디선가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뭐, 그녀가 준 것이라면 괜찮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플라스크의 내용물을 꿀꺽꿀꺽 마신다. 향긋한 따뜻함이 내 몸에 퍼진다.

나의 행동에 그녀는 마치 울 것처럼 얼굴을 잔뜩 흐리고는 나를 쳐다본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플라스크에 남은 한 방울까지 마신다.

그녀가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천천히 눈을 소매로 닦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하나 던진다.

 

"다른 여자에게 눈 돌리지 않을거야?"

 

그녀의 질문에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의 재빠른 대답에 그녀가 나에게 플라스크를 하나 건네고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려버린다.

내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괜찮다는 듯이 손짓하고는 얼른 플라스크에 들은 내용물을 마시라는 듯이 손짓한다.

내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가 건넨 플라스크를 들어 내 목구멍에 들이붓는다. 씁쓸한 약과 같은 맛이 온 몸에 스며든다.

내가 조금 먹기 싫다는 듯이 혀를 빼쭉 내밀자 눈물을 그친 그녀가 화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녀의 표정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약물을 한 번에 마셔버린다.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어?"

 

"너는, 나의...."

 

지금까지 닫혀 있었던 듯한 내 입에서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닫혀 있었던 듯한 내 머리에서 과거의 기억이라는 것이 마치 프로그래밍되듯이 조금씩 배어나온다.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내 앞에 서 있는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녀는 내 입에서 그녀의 이름을 듣자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품으로 들어와 중얼거리듯이 속삭인다.

 

"어서와, 나만의 프로듀서."

 

"다녀왔어."

 

 

후기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처음 쓰는 소설.

어제 쓴 소설 중독된 사랑(Addicted love)와 관련되는 내용입니다. 

BGM은 Distorted Love - Shook(feat. Ronika).

유열이 아니라서 실망했어요?

쟌넨, 순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순애물인지 의심이 가긴 한 내용이긴 합니다만.

 

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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